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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훈 추천0 비추천0




[예상] 앞으로의 정국

2004.3.12.금요일
딴지 편집부


탄핵안이 가결되었습니다.


이제 4.15 총선에서 탄핵안을 가결시킨 이들을 심판하자고요?


그렇게 쉽게 얘기할 문제가 아닙니다.  넘어야 할 산과 고비가 만만하지 않습니다.


탄핵안을 가결시킨 당사자들이 그런 심판의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을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면 행정부는 일시적으로 공황상태에 빠져들게 되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회복되겠지만 행정부내의 분위기는 이전과는 너무도 달라져있게 됩니다. 지난 정권 들에서 지연, 학연 등에 기대어 책임자급의 위치에 올라섰지만 노무현정권이 들어서면서 소외되었다고 생각하고 바짝 엎드려있던 수많은 이들이 다시 고개를 쳐들고 목소리를 높이게 됩니다.  자연히 노무현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삼아 나름대로 합리성을 추구해오던 행정부내 인사들의 영향력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고요. 이 상황이 되면 소위 관권의 개입이 없는 공정한 선거를 치르기가 무척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특히 지방자치체의 경우는 더욱 그러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음으로 정치권의 다수세력은 대통령 탄핵에 그치지 않고 다시 그들의 걸림돌 제거에 나설 것입니다.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국가정보원장 등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줄줄이 발의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안들이 통과되면 대통령 권한 대행은 이를 거부하기가 매우 힘들 것이고 결국 그들이 해임되면 그 후임들은 이번 선거에서 금권과 관권이 판을 친다 해도 이를 제재하고 처벌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아니 한술 더 떠 스스로 지연, 학연에 얽매여 오히려 편파적으로 일을 처리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기업들은 다시 돈 봉투를 준비하기 시작할 겁니다.  그들은 대선자금수사 과정에서 지난 세월의 잘못에 대한 반성보다는 “5년만 잘 버티자”는 각오를 다졌음이 분명한데, 대통령이 탄핵되고 기존의 정치세력이 다시 득세를 하게 되면 늘 하던 대로 돈다발이나 채권뭉치를 들고 지하주차장이나 고속도로 휴게실로 달려갈 태세를 갖출 것입니다.


이 정도가 되면 여당의 후보들 중에서 일부의 이들이 이탈을 할 것입니다.  개혁이 아니라 지지율 1위를 보고 경선에 참여하여 자신의 조직을 동원해 후보로 되신 분이 있다면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여당도 아니고 뭐도 아닌 상태가 돼 버린 지금 별 고민 없이 다른 당, 특히 지지율이 바닥인 당으로 자리를 보장 받아 떠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의 탄핵안을 발의한 이들 중 극소수를 제외한 나머지 이들은 "탄핵"이 가지는 엄청난 폭발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사후에 대한 아무런 마스터플랜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인지라 통과 이후 일시적이나마 발생할 혼란과 심리적 공황에 제대로 대처하기는커녕 오히려 무질서를 부추기고 그 안에서 이전에 해왔던 방식대로 자신의 이득을 챙기는 데만 급급할 것입니다.  결국 모든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겠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이를 노무현 대통령과 일부 정치인들의 탓으로 돌리며 투표를 포기하거나 아니면 금권과 그리고 그들과 결탁한 일부 언론의 꼬임에 넘어갈지 모릅니다.


헌법재판소에서 기각 판정이 내려질 텐데 하실지도 모릅니다.  헌재가 아무리 일을 빨리 처리한다 해도 여러 정황상 적어도 총선 예정일 이전에는 판정을 내리기 힘듭니다.  그리고 기각 판정이 내려진다 해도 노무현 대통령은 다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탄핵안에 찬성한 이들이 노 대통령의 복귀로 인해 어떤 형태로든 닥쳐올 불이익을 피해보려 모든 수단을 강구 할 것이고, 어쨌든 형식상 국민의 대표들에 의해 심판을 받은 힘 없는 대통령에게 관료들이 복종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유권자의 도움으로 의회 내 지지세력이 확보된다면 모르지만 아직 그걸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노 대통령이 물러난다고 해서 뭐가 대수냐" 하실 수도 있지만, 노 대통령은 적어도 시대 흐름의 변화를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이며 어떠한 의미에서는 의도된 동네북이기도 합니다. 그 상징이 부실하여 그 보다 더 나은 사람이나 세력으로 바뀐다면야 좋겠습니다만 그게 아니고 오히려 후퇴를 한다면 이는 단순히 노무현 지지자의 분노 차원을 넘어서는 일입니다.  대통령 탄핵으로 그나마 그를 구심점으로 삼아 이전보다는 좀 더 개혁과 합리를 고민하고 실행하는 상대적으로 건강한 이들도 함께 탄핵되는 꼴이므로 그들은 설 자리를 잃을 것이고 그리하면 향후 그들보다 더 개혁적이고 활동력 있는 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기회가 아주 멀어지거나 어쩌면 사라져 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규훈
(kyuhoonl@bcline.com)


 

















대통령 탄핵에 관련한 니덜의 의견, 기사, 사진 및 만화, 지역 집회 소식, 집회 스케치, 해외 언론 동향, 해외 교포들 반응, 기타 등등등 몽땅 다 투고받습니다. 후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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