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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성명] 탄핵을 탄핵하라 !

2004.3.12.금요일

딴지총수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됐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정치인들이 저질러 온 무수한 지랄 중에서도 최악이다. 아무리 자기들만의 닫힌 소우주에서 자기들 밥그릇을 최우선으로 하는 작자들이라지만 그들이 이 정도 레벨의 역사적 지랄을 만들어 낼 거라고 상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실제상황이다. 흥분된다. 매우 흥분된다. 하지만 사정을 알고 냉정하게 흥분하자.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지랄을 하는가.


먼저. 애초 정치는 적을 필요로 한다. 적이 없으면 만들어라도 내야 하는 게 정치다. 히틀러가 그랬다. 유대인이 없으면 우리가 만들어 내야 한다고. 우린 눈에 보이는 적을 필요로 한다고. 뜻 맞는 동호회 회원 몇몇도 아니고 수 천 만이란 독일 국민 전체를 집단최면상태로 끌고 갔던 희대의 선동가 히틀러 수사학의 핵심은 적을 명확하게 갈라내는 이분법이다.


두 번째. 정치는 상행위다. 정치소비자를 상대로 자신을 소구하는 상행위. 프롬이 그랬다. 정치기구는 시장에서의 기업이며, 정치인은 상품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그런 맥락에서 정치활동은 광고이며, 뉴스는 광고시간이다. 지들끼리 히히덕 거리다 카메라만 비추면 열불 내며 삿대질 하는 거, 그러니까 그들에겐 CF인 게다.


우선 여기까지.


몇 가지는 분명해진다. 지금 한나라와 민주당은 적이 필요하다는 거. 왜 필요한진 있다 이야기하자. 그리고 그 적과 자신들 사이에 탄핵이란 이분선을 그었다. 또 한 가지. 이번 탄핵은 소비자 하고는 아무 상관없다는 거. 소비자가 아니라 라이벌 기업들이 나서서 이미 구매한 상품을 유효기간 무시하고 썩었다고 내다버려야 한단다. 여기서 실제 상품이 썩었는지 안 썩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렇게 뭉친 기업들의 마켓쉐어가, 시장지배력이 그 상품을 시장에서 퇴출시킬 물리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



그럼 시장을 이 지경의 대혼란으로 몰고 가면서까지 유효기간이 정해진 상품을 당장 폐기하라고 나선 속사정이 도대체 뭔가.


먼저, 한나라. 그들은 노무현대통령을 대통령이라 부르지 않는다. 노무혀이 걔, 아니면 그 새끼다. 국회의원도 몇 번이나 팡팡 나가 떨어지던 조또 아닌 노무현이가 대통령이 되고 말았다는 걸 인정하는 게 그렇게 힘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노무현이 아니라 시대에 졌다고들 한다. 시대에 졌다는 말은 반 쯤은 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말까지 부정하는 자가 바로 최병렬이다. 그는 지난 패배는 다른 이유가 아니라 보수를 결집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 잘라 말한다. 그리고 그는 바로 그 멘탈 하나로 한나라 당원들의 가슴을 뒤흔들어 대표가 됐다. 보수여 반성하고 재집결하라!


그런 그가 최근 한 줌도 안 되는 새파란 소장파들에 의해 퇴출위기에 몰렸다. 보수의 선명성을 외쳐놓고선, 개나소나 다 모여 있는 한나라에서 이놈 저놈 눈치보다 제대로 시도 해본 거 하나 없는데 당 인기 떨어지니, 이제 그만두란다. 치욕도 그런 치욕이 없다. 여기에 내각책임제로 수상이 되고 싶은 개헌론자 홍사덕이 철퍼덕 붙는다. 포스트 이회창 시대의 수상을 꿈꾸다 서청원 석방결의안으로 코너에 몰려 동병상련하던 그, 다시 귀환할 찬스를 잡는다.


민주당. 열린우리당에 의해 존재의의와 지지기반을 고스란히 박탈당한 그들. 그렇게 껍데기만 남은 그들. 그들은 훨씬 심플하다. 스스로의 존재 이유가 사라져 가는 것이 지지도의 하락으로 계수화되어 실시간으로 눈 앞에 펼쳐지자 그들의 생존본능은 탈출구를 찾는다. 말 안 듣는 젊은 의원들과 추미애, 그리고 날개 없이 추락하는 당의 지지도로부터 동시 프레스 당하던 조순형, 자신들의 존재의의를 스스로 입증해내기 위해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든다. 그 자신의 말마따나 앉아서 죽을 순 없으니까.


총선을 앞두고 추락하는 지지도에 내분까지 있다. 적이 필요하다. 절실히 필요하다. 이럴 경우 밖에다 강력한 적을 상정하는 것보다 확실한 정치기술은 없다는 걸 역사는 여러 차례 입증해 왔다. 임진왜란이 왜 일어났던가. 최병렬의 때늦은 오바와 홍사덕의 사심과 조순형의 본능 그리고 그들의 오기. 더불어 이러다 죽겠다는 모두의 공포. 그들은 그렇게 뭉쳤다.


그리고, 노무현의 죄. 대통령 그만둔다는 소릴 스스로의 입으로 몇 번이나 내뱉은 죄. 아무리 억울해도 스스로 입 닫지 못한 죄. 노무현의 자존심은 노무현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자꾸 잊는 죄. 마지막으로, 상대의 간땡이를 붓게 만든 죄.



정리하자면, 사태는 간단하다. 시효 다한 상품과 효용 다한 기업들이 자신들이 한 때 누렸던 시장점유율을 놓치지 않기 위해 소비자들이 직접 선택한 상품을 소비자의 이익과는 무관하게 강제 폐기하려 하고 있다. 우리 소비자들에게는 물어보지도 않고. 열 받는다.


그러나.


히틀러가 미치긴 했어도 멍청하진 않다. 정치기술의 핵심을 꿰뚫고 있었으니. 탄핵... 탄핵 가결 직전의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대충 1/3이 찬성한단다. 반대하는 2/3를 보지 말고, 내 주변 누구도 아니 상식적인 인간이면 누구도 지지하지 않을 것만 같은 이 사태를 1/3이나 지지한다는 걸 주목하자.


흑백 이분법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이렇게까지 말도 안 되는 억지가 1/3의 지지를 만들어 내다니 말이다. 동지와 적을 딱 구분하고 이 편을 할 래 저 편을 할 래, 단도직입으로 묻는 이분법의 위력은 대화와 타협으로 극복할 수 있는 차이를 깡그리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고, 상식의 작동을 정지시키는 데 있다. 최병렬의 보수 대집결론 자체는 그렇게 허무맹랑하기만 한 소리는 아닌 것이다.  그렇게 집결할 보수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서 그렇지. 우리나라 보수의 정체는 다음 편에 까발려보자.


하지만. 이제 패닉은 멈추자. 국론은 분열되는 게 건강한 거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 지난 수 십 년간 왜곡되어온 대한민국의 정치지형을 갈아 엎을 절호의 찬스다. 폭력과 지역과 거짓말과 돈으로 정치하던 지난 50여 년간을 모조리 갈아 엎을 찬스가 왔다. 어차피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지금의 혼란은 지난 50년간의 비상식과 비이성을 청산하기 위해 대한민국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소비자가 정치인이란 상품을 사느냐 마느냐는, 선거라는 구매행위를 통해 완벽히 통제할 수 있다. 시장에서 상품은 바로 소비자가 퇴출시키는 거다. 투표 하자. 열 받은 거 확실하게 표로 만들어 내자. 이게 분기점이다. 역사는 이번 총선 전과 후로 나뉠 것이다.


전두환도, 노태우도 못 끌어내린 비겁한 것들이 수 천 억씩 해 쳐먹다가 만만한 노무현 끌어내리고 지들끼리 비장한 얼굴 하고 있는 꼬라지는 도저히 구역질 나서 더 이상 못 보겠다. 이 새끼들 전부 다 기억해 뒀다, 모조리 퇴출시키자.


그리고, 이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노빠니 아니니 하는 조또 작은 프리즘을 통해서 밖에 볼 줄 모르는 이 존만한 씨방새들아. 니들은 그냥 나가 뒤져. 지금 엉아들이 니들하고 놀아줄 시간이 없어. 바쁘다 엉아들.


 


그러니, 이제 분명하게 알고 행동하자. 뭘 어떻게 할 것인지. 이 탄핵을 만들어 낸 정치인, 정치구조, 정치의식, 이 모든 것을 갈아 엎자. 더 이상은 못 참겠다.


 


탄핵을 탄핵하라!


 


- 국민은강팀이다 조직위 총수
딴지총수 ( chongsu@ddanzi.com )


 

















대통령 탄핵에 관련한 니덜의 의견, 기사, 사진 및 만화, 지역 집회 소식, 집회 스케치, 해외 언론 동향, 해외 교포들 반응, 기타 등등등 몽땅 다 투고받습니다. 후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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