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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사표] 가자! 가자! 가자!

2004.3.11.목요일
딴지 편집부


탄핵발의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난 그냥 한쪽 귀로 흘려듣고 말았다. 그냥 폼만 잡는 거겠지, 아무리 정치인들이 인간 말종이라지만, 그정도까진 아니겠지. 이런 생각은 두발로 걷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지난 대선기간, 난 노사모였다. 특별히 한 일은 없지만 이따금씩 집회에 참석했고, 후원회비를 냈다. 무엇보다 노무현의 당선을 진심으로 바랐으며, 그의 당선에 로또라도 당첨된 양 환호했다. 노사모의 존속여부를 묻는 투표가 존속으로 결정되고 난 뒤, 난 미련없이 노사모를 탈퇴했다. 대통령이 된 이상 노무현 스스로가 알아서 하리라 생각을 했고, 우리가 노무현을 지킬 이유가 없어 보여서였다.


어제 저녁 버스를 타고 가는데, 탄핵에 대해 시민들의 여론을 듣는 방송이 나온다. 전화를 건 사람들은 대부분 탄핵에 대해 코미디라며 반대 의사를 보였고, 말도 안되는 일을 몰아붙이는 국회의원들에게 분노를 표출했다. 그 방송을 듣고 있자니 갑자기 열이 받았다. 저따위 애들한테 "우리가 남이가" 해가면서 표를 몰아준 게 누군가? 바로 우리다. 그런데, 전혀 그럴 줄 몰랐다는 듯이 정치권만 성토하면 모든 죄가 사해지나?


여러 사람이 말하듯, 탄핵은 분명 코미디다. 10분의 1이 넘으니까 은퇴하라는 말을 그 열배를 쓴 장본인인 한나라당이 하는 것도 그렇고, 범죄자들의 온상인 국회에서 대통령의 위법을 빌미로 탄핵을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그래, 한나라당이 이런 애들인지 미처 몰랐는가? 한나라당의 뿌리는 전두환 집권시의 민정당이며, 좀더 내려가자면 일제 때 친일파들과도 맥이 닿아 있다. 과거는 어떤 형식으로든지 현재에 영향을 미치며, 우리가 사람을 판단할 때 그의 과거에 주목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한나라당이 벌이고 있는 닭짓은 하등 이상할 게 없다.


그렇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최소한의 머리는 있을 터, 엄청난 역풍이 몰아닥칠지 모르는 탄핵을 진짜로 성사시키리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어제밤, 술에 거나하게 취해 서울로 올라가는데,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탄핵이 임박했는데 지금이 술마실 때냐? 빨리 촛불들고 여의도로 와"


난 이렇게 답했다. "나 지금 열흘째 술마셔서 너무 힘들어. 내 몸을 지키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노무현이 뭐란 말야. 내가 안가도 잘 될거야"


하지만 아니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최소한의 이성이 남아있으리라는 판단은 전적으로 착오였다.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어느덧 가결정족수에 이르렀다는 보도가 나왔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오늘 점심 때, TV를 통해 무혈 쿠테타 상황을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 사회는 나처럼 맨날 술이나 퍼먹으면서 유유자적하는 소시민을 가만히 놔두지 않는구나!"


어쩌면 난 탄핵이 가결되기를 기다렸는지 모른다. 탄핵은 민주주의에 대해 신념을 가진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분노를 던져줬지만, 이번 일은 한국 정치의 지형이 크게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렇다. 때가 온 것이다. 우리가 몰랐을 뿐, 87년 6월 항쟁 때 청산하지 못했던 군부독재 세력은 아직도 이 땅을 지배하고 있었으며, 이번 탄핵은 그 사실을 입증해 줬다. 부패에 찌든 기득권을 청산할 때는 바로 지금이다. 선봉에 서지는 못할지라도, 앞으로 벌어질 싸움판에는 언제나 내가 있을 것이다. 2004년 3월, 한국사회는 시민혁명을 필요로 한다. 개혁당에서 노무현을 후보로 옹립하면서 문성근이 했던 말을 다시금 옮긴다.


"가자! 가자! 가자!"



 
마태우스
(bbbenji@freechal.com)


 

















대통령 탄핵에 관련한 니덜의 의견, 기사, 사진 및 만화, 지역 집회 소식, 집회 스케치, 해외 언론 동향, 해외 교포들 반응, 기타 등등등 몽땅 다 투고받습니다. 후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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