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정보] 소시민 미동의 폐차기 2001. 3. 9 . 금요일 내겐 그 전에 다니던 직장에서 받은 차가 한 대 있었다.
22만키로가 넘은 주행거리에, 이전 오너가 사고로 뒤집힌 전과로 숨소리가 거친 은회색 94년 2월식 뿌라이드베따... 나 또한 주행에 이상이 없는 한도 내의 작은 접촉 사고는 몇 번 있었다. 그래서 차의 외모는 매우 험악했다. 앞뒤로 찌그러졌음은 물론, 방향지시등은 양쪽 다 깨져 있었고, 뒷 범퍼는 좌측에 뻥하니 구멍이 나 있으며, 살짝 내려앉은 데다가 흙받이가 떨어져 떨렁거렸다. 게다가 지난 겨울 폭설로 세차 한 번 하지 않았으니... 똥차 중의 똥차였다. 글구 바퀴에 지문은 닳아 없어진지도 오래였다. 7개월여 간의 시골 생활을 청산하고, 서울로 온 뒤로 전철과 버스를 이용하니 자연 차를 멀리하게 되었다. 물론 차를 이용하면 대중이 교통보담 빠르게 출근하긴 하지만, 짧은 길을 밀리고 막혀서 한시간 걸려 통근하는 짜증과 함께 수시로 오르는 연료값, 고속도로 통행료 또한 무시할 수 없어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로 운행을 할 수가 없게 됐다(본 기자 인천서 문래동 다닐래면 경인고속도로 탄다. 아는 넘들은 알겠지만 그 도로 장난아니다). 이렇게 놀려두다가 지난 연말 자동차세 고지서를 받았다. 난 그만 화들짝 놀랐다. 12만원이 넘는다. 시바... 작금의 내 현실에선 거의 살인적인 금액이다. 한달 교통비를 넘는다. 곧 보험료 고지서도 날아올 것이다. 역시 10여만원을 넘을 것이다. 검사일도 다가온다. 내가 가서 하드래도 3만원은 들거다. 차를 세워둔 채로 15만원 정도가 또 날라간다. 피같은... 27만원이 앉아서 잡아 먹힌다.
운행하지 않는 차... 이건 완존히 애물단지다(나 같이 돈읍는 넘들한테는). 그래도 가끔 앤이랑 데이또라도 하려면 차가 필요할 경우도 있는데... 팔자니 팔데가 없고, 두자니 돈이 넘 많이 들어가 부담스럽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제기럴... 사면초가... 진퇴양난... 그럴 때였다. "나 차샀다." 성님의 말씀.. 오홋! 이... 심장을 울리는 맑고 고운 소식!!! 나는 결단했다. 처분하자... 형차를 빌리믄 되지! 쿠쿠쿠... 근데 막상 차를 폐기 시킬려니 막막했다. 어.떻.게. 폐차를 해야 하는가? 너들 이거 아냐? 난 모른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하다. 시골에다 버리고 토껴? 그럼 계속해서 나오는 보험료는 어떻게 하지? 아! 해지하믄 되지... 그래 버려, 버려... 근데 그거 발각되믄 벌금이 몇백이라는데.. 혹 띠려다 걸리믄 어떡하나... 멍하니 한달이 지났다. 날짜는 다가온다. 우씨 어떡해... 급한 김에 왠지 알 것 같은 빨간고추에게 물어봤다. 형, 거 폐차할례믄 돈들어요... 한 이십만원 들거요... 허걱! 폐차하는 데도 돈이 든단다. 차를 폐기하는 데도 돈이 든다구? 그것도 몇십만원이나? 정말? 폐차하는 데 그 만큼의 돈이 든다니 머뭇거려졌다. 어뜩하냐... 집에 와서 형한테 물었다. 폐차하는 데 이십만원이나 든다는데... "미친넘! 니차에서 부품 다 빼가는데 돈이 왜들어, 받으면 받았지..." 분리된 문짝, 엔진 그리고 타이어.. 그래? 그것도 일리 있다! 또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는데? "나두 물러! 니가 알아서 해..." 이런...! 아.. 갈켜줄라믄 끝까지, 지대로, 학실히 갈켜줄 일이지... 길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시간만 보내다간 결국엔 유지비만 계속 물어댈 거 같았다.. 그러다.. 거래췌! 이너넷! 그래, 뽈노만 찾으라고 이너넷이 있능 게 아녀... 난 검색기에 혹시나 해서 [무료폐차]를 쳤다. 후두둑! 몇 가지가 모니터에 떨어졌다. 오호! 흐흐.. 이거다. 마우스를 끌어다 눌렀다. 하지만 내리 몇 개가 아예 안뜬다. 아, 시바! 아... 드뎌 하나가 떴다. 대행써비쓰라... 으흠.. 비용은 무료... 견인부터 말소등록까지... 차량상태에 따라 폐차대금을 지불해준다고? 거래거래 이기야! 이기... 으흠... 구비서류가 있군... 자동차등록증, 인감증명서, 주민등록초본, 자동차세완납증명서... 머가 이리 많이 필요한 거야?. 하지만 머 무료로 해준다니까... 난 업소에 전화를 걸기 전 서류부터 다 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낼 출근 전에 동사무소에서 서류부터 다 떼고 전화를 해야지.. 했다. 다음날 동사무소가 업무를 시작하는 시간까지 내리 자고, 일어나자 마자, 똥차를 끌고-마지막 운행이라 생각하고- 동사무소엘 갔다. 혹시 몰라 등본과 초본을 1통씩 끊었다. 그리고... 에, 그리고 뭐였더라. 글치 인감증명서... 그리구그리구... 아! 완납증명서... 허걱! 근데 여기서 문제였다. 이건 동사무소에선 안끊어주고, 팩스로 구청에 신청을 하는데 4시간 후에나 오란다. 할 수 없지. 난 구청으로 날랐다-아직 차에 기름은 많이 남아 있었다. 거래, 기왕 폐차시키능 거 기름은 다 써야쥐... 마구 흘리구 다녔다.. 구청에 도착하여 민원실엘 가니 별관으로 가란다. 별관 가서 창구를 보니 자동차세에 대한 창구가 보이지 않았다. 가만 보니 자동차등록원부 창구가 있다. 저건 뭐지? 필요한 거 아냐? 창구에 줄이 없길래 무작정 신청했다. 300원이다. 나중에 알아보니 자동차 호적이란다. 이걸 봐야 압류나 저당권 내용을 알 수가 있다. 이런 거 있음 폐차 안된다. 완납증명을 물으니 세무과로 가란다. 이크! 세무과엘 가니 사람들이 꽤 된다. 역시 세금 문제는 민감한 것이군. 신청을 하니 지난 12월분이 확인이 안된단다. 난 은행에 냈다고 했더니 영수증을 보잖다. 니미럴... 집에 있지 그걸 갖구 다녀? 헐수 없이 다시 집에 똥차를 몰고 다녀왔다. 완납증명을 끊었다. 흠... 이거면 됐지? 흠흠... 그럼 회사가서 전화만 하문 된다. 클클... 하며 구청계단을 내려오던 왼손에 들고 있던 자동차등록원부를 무심코 보았으니 외쪽하단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구청 무료폐차서비스(견인에서 말소등록까지) 허걱! 아니 구청에서 이런 일을 한단 말야? 정말이야? 이거 진작에 알았으면... 편했잖아... 난 바로 때레뽕 때렸다. 여보셔여! 폐차좀 하려는데여? 뿌라이드베따에여... 네 내일 샌님 댁으루 견인차 보내겠슴다. 폐차비가 2만원 나오는데여, 말소증명은 등기로 보내드리께여... 이런이런.. 이래 간단하구 고마울 수가.. 드뎌 이 애물단지를 처분하다니... 게다가 폐차비용까지...! 어느 구청의 홈페쥐 난 그날 남은 기름을 소비하고 또한 폐차를 기념한 마지막 드라이브를 앤과 즐겼다. 돌아오는 길에 기름이 떨어지면 어쩌나... 혹은 엔진이라도 퍼지면... 밴드가 끊어지면... 브레이크가 안들으면... 등등의 두려움을 가득 안은 채로... 담날 아침 여덟시가 좀 넘어서 때레뽕이 울렸다. 폐차왔는디유~ 견인차를 몰고 온 아자씨는 4X4 각목을 이용하야 차의 앞머리를 들어올려 묶었다. 그리고 내게 마소증명 비용을 뺀 돈 만 얼마를 쥐어 주고는 금새 사라졌다. 먼가 시원섭섭해지더니 배가 무거워졌다. 난 담배 하나 물고는 화장실로 갔다. 스벌... 그래도 참 정든 넘이었는데...
소시민 기자 원미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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