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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딴 사설

2001-10-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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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딴 사설


2001.10.19. 금요일
딴따라딴지 전임 논설위원 파토

 


상업성과 정의, 국민감정... 그 무분별한 줄타기를 경계한다


어떤 음악이 그 가사나 표현을 통해서 일반적인 경우와 비교하여 훨씬 강하고 직접적인 주장을 띄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 내용은 곡이 발표된 지역이나 시대적 여건 따라 달라지는데, 편향된 정치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이나 잘못된 사회상에 대한 비판 등에서부터 무정부주의, 반문명 등 그 종류도 열라 다양하다. 그리고 이러한 다양성의 표출과 보장은 그 사회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한 척도이기도 하다는 점, 다들 아시는 바와 같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의 질이 지나치게 낮거나, 그 본색은 감정적이고 단세포적인 것임에도 이성과 합리를 열라 가장하거나, 특히 아티스트 자신의 실제 삶이나 사상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음에도 상업적인 목적으로 도입되는 경우에는 그 순수성이나 가치를 당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심각한 부패상과 윤리성 결여에 대한 각계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가요계 일각에서 새로운 돌파구로서 이런 식의 전략을 도입하는 기미가 포착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등장한 무기는 울나라에서 가장 잘 팔리고 또한 열렬한 지지를 받아 온 소재인 반일 이라는 점... 


소위 반일 힙합을 표방하는 이 5인조 댄스 팀은 각종 히트곡 작곡가이자 이른바 만능 엔터테이너로 티비화면에 안비치는 데가 없는 주영흥이 2년 동안이나 공들여 준비해 온 팀이란다. 9월에 앨범을 발표하고 도쿄까지 날라가 일본 신사 앞에서 침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는 이 친구들은 지난달 말에는 케이블 티비 생방송 도중 기습적으로 일본을 비난하는 성명서를 꺼내 낭독하는 등의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전형적인 댄스팀의 외모와, 언젠가부터 성공의 공식이 된 두자 이름을 가진 18세에서 20세 사이의 꽃미남 다섯명으로 구성된, 어느모로 보나 전형적인 아이돌 댄스 팀인 이들. 그 결성은 물론 모든 활동 역시 가요판의 마당발인 주영흥과 소속 기획사에 의해 진행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 없을 것이다.


이러한 배경을 놓고 봤을때, 그들이 펼치는 주장 자체의 가치를 떠나서 그것이 과연 한일관계에 대한 이들 자신의 진지한 고민과 내면적인 문제제기에 의해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신인 댄스팀으로서 어떻게든 함 주목을 받고 떠볼려는 기획자측의 장사속에 의한 것인지는 심히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일본에서의 침묵 시위등을 통해 크게 주목 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로이터 통신 등 국제적인 관심의 촛점이 되고 있다는 그들의 행적이라는 것 또한 대부분이 스포츠 신문의 연예면을 통해서만 간간히 소개되고 있다는 점 역시 묘한 의혹을 갖게 만든다.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종군위안부 문제 등 일본이 과거 행한 모든 악행은 물론 현재 눈에 띄는 일본 우익의 군국주의 회귀 시도를 당근 반대한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반일, 극일은 우리 내부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합리성과 근대성을 스스로 일구어 내었을때만이 비로서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만약 울나라의 불행한 근대사와 관련된 오랜 분노를 교묘히 이용하여 스스로의 잇속을 채우려는 넘들이 있다면, 그리고 그 허상에 대한 감정이입의 값싼 카타르시스를 통해 극일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는 오히려 진정한 극일의 길에서 점점 멀어지는 안일한 모습일 뿐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특히나, 지금까지의 사례로 비추어 보건데 이러한 움직임이 또 하나의 유행이 되어 앞으로 온갖 그럴듯한 명분을 갖다붙인 벼라별 음악들이 쏟아져 나옴으로써 음악대중과 소비자들의 눈과 귀와 정신을 다시한번 호도하지나 않을지 심히 우려되는 바이다.


상업성은 정직하고 진지하게 추구될때만이 자본주의의 본질로서 가치를 갖는다. 기존의 부패한 시스템을 그대로 활용하는 가운데 외형적으로만 아무리 정의를 가장하고 국민감정을 업어 본들 그 자체로서 이미 썩어 있는 것일 뿐일터... 


이런 시도들에 대한 독자 열분들의 경계의 눈초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연예인 성상납 문제에 대한 보다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최근 탤런트 이태란 사건과 관련되어 여자 연예인들의 성문제가 다시 관심의 촛점에 오르고 있다.


사실 과거부터 연예계에 성상납 관련 문제는 그칠 날이 없었지만, 한번 떠들썩하다가도 언제나 확인 불가능한 루머로서 사라져 버리곤 했다. 그 이유는 방송이나 신문 기자들이 정보의 루트를 독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그들 입만 막으면 비밀 유지가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 유포는 물론 각종 정보의 무한한 확산 가능성에 힘입어 쉬쉬하던 모든 문제들이 표면화되고 있고, 따라서 상황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변화될 시점에 이르렀다.


과거 백양 사건때 본지는 의도적으로 말을 아꼈었다. 그 이유는 당시 백양 자신이 받은 상처로 미루어, 구조적인 접근이 자칫 야기할 수 있는 지나친 냉점함을 스스로 경계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계속적으로 불거져 나오는 유사 사건들을 보면 이제는 보다 냉철한 시각으로의 접근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백양 사건의 경우 대부분의 언론과 대중의 관심은 몰래 카메라의 촬영과 그 배포 경로, 그리고 그에 따른 백양의 감정적 타격 및 대응에 촛점이 잡혀 있었다. 그러나  백양 사건을 야기한 주인공이 바로 그녀의 매니저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었음에도 그닥 무게있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주인공의 면면과 이후 행적으로 보아 백양 사건의 본질 역시 연예계에 만연되어 있는 성착취/상납 구조와 어떤식으로든 연관되어 있었던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런 구조가 단지 하룻밤 매춘이라는 노골적인 형태만이 아니라 때로는 노회한 매니저에 의해 연애 감정으로 유도되거나, 쌍방의 필요때문에 압묵적인 합의하에서 진지한 감정인 양 포장되고 스스로를 세뇌시켜 버리는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는 연예판의 현실... 이번 이태란 사건은 다시 확인해 주고 있다.


사랑이라는 명목하에 속고 속이는, 이용하고 버리는 이런 관계들은 단지 그들 자신의 사생활 문제가 아니라 연예판 전체를 호도하고 질을 떨어뜨리며 건전한 연예 활동을 저해하는 심각한 구조적/관행적 문제다. 


이제는 이런 문제에 대해 대중들이 보다 냉정한 시각을 가지고 감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당국의 수사니 연예판 내부의 자정활동 따위가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한다는 것은 오랜 경험을 통해 우리 모두 알고 있는 터...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근본적인 방법은 실력 없는 연예인은 성공할 수 없는 정직한 연예판을 만듦으로서 성상납, 뇌물 등 각종 편법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다. 


특히 우리 음악팬들은 가요계에 있어서 이런 합리성이 구현될 수 있도록 방송에 의한 일방적인 주입에서 벗어나 스스로 음악을 취사선별하는 안목을  키워가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소비자인 우리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나서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여동생이나 누나, 여자친구들이 계속 더러운 관행의 수렁으로 빠져듦은 물론 우리가 즐기는 각종 문화 역시 오염되고 만다는 이 현실... 


이제 보다 냉정하게 인지해야 할 때다. 



딴따라딴지 전임 논설위원 
파토(pato@ddan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