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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일망타진 이너뷰 제 4탄 - 김근태







2001.10.15.월요일
딴지총수






 

 

묻고 물어 일백번 고쳐 묻는 백골진토 스피릿으로 무장하고, 코털 한 가닥의 미세한 바이부레이숀까지 포착해 독자제위께 모조리 진상해버리는, 그 유명한 거의 대선후보 일망타진 이너뷰, 6개월만에 재개한다. 한동안, <거의 대선후보> 판세를 관망만 하던 본지 이제 다시 이너뷰를 재개한다. 뭔가 감지됐다. 

연속으로 민주당 소속을 이너뷰한지라, 한나라 소속의 박근혜 부총재를 하려 하였으나 나가리 되었다. 이에 그를 미루고, 그 다음으로 예정되어 있던 김근태 최고위원을 네 번째로 만났다.


이너뷰는 2001년 10월 4일 목요일 오후 4시,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328호 김근태 의원실에서 보좌관 2명, 김근태의원 후원회 소식지 푸른내일 기자 1명의 동석하에 이뤄졌다.



맨날 욕만하고 지나갔던 국회의원회관을 난생 처음 방문한 이너뷰팀, 주차장에서만 10여분을 헤맨 끝에 도착한 그의 방은 이인제 최고위원의 바로 옆 방이었다. 노트북 전원을 연결하기 위해 소파를 끌어당기네 마네 하는 수선을 떤 후, 캠코더를 설치하고 이너뷰를 시작했다.  





 


만면의 미소부터 시작해 처음부터 묘하게, 약간은 달뜬 분위기였다. 의원회관에서 하긴 이번이 처음이라서 헤맸다며, 약속에 늦은 변명부터 했다. 


김: 다른 분들은 그럼 밖에서 하셨어요?
총: 예. 통상 개인 사무실에서 했죠. 그런데, 의원회관 앞문으론 못 들어오게 하더라구요. (씨뱅이들이...라고 토달뻔 했다.)


김: 뭐, 좀 기분이 좀 그렇죠? 신분증 내놓으라고도 하고. 이쪽 엘리베이터로 가라고도 하고, 그러지 않았어요?
총: 엘리베이터 얘기는 안 하던데?
김: 엘리베이터가 이쪽은 의원용, 이쪽은 일반용... (웃음)


총: 오... 나쁘군요.(웃음) 그동안, 이회창 총재랑 노무현 의원, 이인제 의원, 이렇게 인터뷰를 했습니다. 연속적으로. 혹시 보셨습니까. 예습도 해야 하고..


김: 최근에 이제.. 엊그제부터 뭘 질문할지 질문지 좀 달라 얘기하라 했더니, 딴지는 질문지 안 준다고.. 그래서 지난 기사 참고로 좀 뽑아달라고. 그래서 봤어요. 그전엔...



왜 꼭 이럴 때는,


"시험공부 많이 했니" 하는 질문에, 실제 공부를 했건 안했건 " 니들은 다 소용없다! 책 덮어라, 짜샤들아! 이제 1등은 내가 먹는다. 음하하핫! " 이렇게 답하는 녀석이 한 명쯤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중고생시절이 생각나나 모르겠다..


총: 재미있으셨습니까?
김: 재미있었어요. 
총: (웃음) 
김: 사람들이 왜 딴지일보를 보는 지 알겠더만. 아주 유쾌했어요.
총: 그건 딴 사람들 얘기이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요. (웃음)
둘: 으허허.
김: 그런 측면이 있는데.. 심각하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거짓말하고 사기치는 경우가 많은 걸 내가 알고 있거든요. 나도 좀 그런 게 있고. 허허.


총: (웃음)
김: 좀 시원하더군요.
총: 너무 민주당 연속이라, 사실은 박근혜 부총재를 먼저 하려  했었습니다. 근데 안되더라구요. (웃음)
김: (웃음) 근데 타이밍은 더 좋은 것 같애. 할 말이 조금 더 많아진 것 같애.


총: 딴지 인터뷰를 어떻게 보셨습니까. 
김: 그... 세 사람 다 곤경에 빠졌었더구만. (웃음)
총: 이번엔 연락 받은 후 워낙 시간이 짧아, 인터뷰 준비를 못했는데..(웃음)
김: (웃음)
김: 그렇다면, 위험을 좀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데..(웃음)
총: 글쎄, 많이 넘어가진 않을 겁니다.. (웃음)





 


노무현 나왔는데, 김근태 왜 나왔어, 둘이 그게 그거 아냐.. ?


사실 여부를 떠나 대중 정치인, 특히 대선후보가 되고자 하는 정치인에게 이런 인식보다 치명적인 것도 없다. 그를 훌륭한 정치인 중 하나가 아니라, 대선 후보 중 하나로 이너뷰 하는 것이라면, 이 부분이 핵심이었다. 노무현과 차별점은 무엇인가. 근데, 왜 하필 노무현인가. 이인제와 차별점은 무엇인가 라고 묻는 사람은 없으니까. 


이너뷰 내내 이 질문을 끈질기게, 틈만 나면 물고 늘어졌다. 


총: 첫 번째 질문입니다. 노무현 의원과의 차별성입니다. 노무현 의원과는 <협력과 경쟁의 관계다>라 들었습니다. 예전엔 협력에 방점이 있었다면 이젠 아무래도 경쟁쪽이 눈에 많이 띄는 것 같은데, 한편에서는 노무현 의원과 김근태 의원을 한 묶음으로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노무현 의원이 "<개혁연대>를 해야 한다" 라는 데 반해 김근태 의원은 "<열린연대>를 해야 한다"고 하시는데, 같은 말 아닌가 하고 나름대로 연구해봤더니 노무현의원의 <개혁연대>는 개혁과 보수를 너무 극명하게 대립시키고 좌우 이념대립처럼 대결구도를 몰고 갈 위험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필패(必敗)다. 그러므로, 좀 더 폭 넓게 껴안고 가야 한다...


김: 연구 많이 하셨구만.(웃음)


총: 딴지일보가 이 정도야 뭐.. (웃음) 그렇게 차별성을 부각시키려고 하신 걸로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일리가 있는 얘기일 수 있지만, 한편으론 어차피 같이 갈 수 없다면 분명하게 자기 색을 드러내야 하지 않느냐, <열린연대>라 하고 다 받아들이자면 이거야말로 색깔도 없고 정략적이며, 정치적 제스추어 아니냐.. 이런 반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음.. 이게 역사가 오래된 논쟁이에요. 그.. 80년대 중반, 후반에 이른바 독자적인 민중정당, 또 진보적인 독자정당을 만들자.. 그때 대립하고 갈등 했던 이론이 뭐였냐면 <민주연합정당> 또는 <민주대연합론>. 그 때 주로 누가 이런 얘길 했냐면 대학교수들. 그리고 일선, 이른바 운동에서 뛰는 활동가들. 이런 사람들이 얘기했는데, 대학교수들이란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하면 신분이나 경제적으로나 안전 보장이 다 이루어져 있어요. 그리고 좋은 소리, 쌈박한 소릴 하면 되는, 이런 사람들이에요.


총: 현실 반영 안 된 ?


김: 어.. 뭐 현실을 그렇게 고려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국에서 교수는 역시 사회적인 지위가 안정돼 있고, 또 경제적으로도 안정돼 있고. 그래서 내가 농담으로, 안전보장이 언제나 확립돼 있는 사람들이라 해요. 그런데다가 지식인은 뭐냐면 사회가 개선되고 발전되지 못했다, 이런 얘길 해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들이에요. 


우리 사회는 어떤 사회냐 하면 식민지로 전락하면서 봉건제를 제대로 극복을 못 하고, 거기에 해방되면서 분단이 되고 전쟁이 오고, 남북이 각각 전체주의 성향이 강하며... 말하자면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눈물 속에서 여까지 왔어요. 이런 역사에서 모든 것이 한꺼번에 개선이 안돼요. 그러니까, 내가 좀 공격적으로 얘기하자면, 그런 건 일종의 그 자기 카타르시스...


총: 전문 용어로 딸딸이.. (웃음)



공격적으로 이야기한다고 해놓고선, 겨우 <자기 카타르시스>라니.  좀 더 세게 나가자고, 뇌동용 양념을 쳤다.


김: (웃음) 그러고 자기의 입지는 확보하고, 그리고 거리로 나가 운동하는 사람들은 고립 당하게 만들고. 이게 말하자면, 역사가 오래된 논쟁이에요. 그래서 이 때 민주화 운동하면서 민청련 내부에서 내가 제일 싸웠던 거는, 


첫번째는 바깥으로는 바깥의 탄압과 저... 촉수를 들이밀고자 하는 정보수사기관과 싸웠고, 또 하나 내부에서는 "<타도>하자!" 고 하는데, 근데 <타도>라는 말이 들어가면, 요 한 단어가 들어가면 다 묵사발이 나요. 정보수사기관이 가만 안 두지.  그래서 <타도>하자고 구회를 외치며 거리로 나가면 시민들이 합세를 안 하고 다 도망가지. 그래서 나는 <비판>하자 했어요. 좀 소프트한 거죠. 들어가서 덜 매맞고. 이건 역사가 너무 오래된 논쟁이에요. 


지금도 노무현을 비난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색깔을 분명히 하자고 하는데, 색깔을 분명히 하자면 우선 살아야 돼요. 그런데 색깔만 분명히 한다고 살 수 있나요. 그래서, 이게, 아까도 얘기했지만 식민지, 분단, 전쟁, 독재.. 이 역사의 무게를 우리가 한꺼번에 짊어지고 있는 건데, 이 모든 걸 한꺼번에 바꿀 수 있느냐, 색깔만 분명히 하면 그렇게 될 수 있느냐. 그러면 그럼 그 사람들더러 그렇게 직접 한 번 해 보라. 난 그거 아주 반대한다...


총: 그럼 지금도 여전히 색깔을 분명히 하는 건 시기상조입니까?


김: 아니요. 난 내 자신의 색깔은 분명히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관념적으로 선포하지 말라는 겁니다.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대응해야지, 나는 진보적이다, 나는 개혁적이다, 이렇게 선언하고 선포하는 거는 그렇게 편안하고 좋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자기들끼리 그렇게 선포하고, 일선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또 이걸 흐름으로 형성하고자 하는 일선의 사람들에게는 관념적으로 선포하지 말란 거지요.


총: 제가 이해하기로는, 노의원 쪽은 색깔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뭉쳐서 코어(core)를 일단 만들고 외연을 넓혀가자.. 뭐 이런 주장이고, 김근태 의원 쪽 주장은 일단 열어놓고 많은 사람을 끌어안아서 세를 만들자.. 뭐 이렇게 크게 갈리는 걸로.. 제가 잘못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김: 아, 그거 맞아요.
총: 그럼, 노의원 쪽이 소위 관념적으로 선포하는 쪽에 해당될까요?


김: 그렇게 얘기하고 싶진 않은데, 이게 정말 역사가 오래된 논쟁이란 것 좀 이해해주세요. 아주 오래됐어요. 아주 오래된 논쟁이에요. 독자정당 주장을 했던 이부영, 장기표 그러다 이제 이부영은 말하자면 다시 돌아온 셈이고, 이론적으로 얘기하면. 장기표는 그러다... (다음 대목이 무척 궁금했지만 말을 잇지 않았다) 한국 사회에 이 정치한다는 거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마음을 얻어서, 그 안에서, 그 안에서 가는 거예요. 그런데 선언하고 선포하는 건 뭐냐면, 저 멀리 보이는 등대거든. 정치가는 사상가가 아니예요. 


사상가가 아니고, 내면적으론 사상가로서의 등불을 가지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거 하는 사람들은 사상가나 예언가들이 그걸 하고, 그래서 방향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정치가는 파도를 넘어서, 암초를 어떻게 피해서 갈 건지 노를 저어가는 사람이에요. 키를 잡고. 실질적으로. 


가령 저.. 우리만 똑똑한 게 아니라 이 사회 사람들이 다 자기 이해관계를 다 추구하고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에 열어놓고 함께 가자고 해도 잘 안 될 텐데, 좁혀서 우리끼리 하고 우리를 따라라 그러면 언제나 - 그게 의미가 없다는 게 아니라 귀중하지만 - 우리는 소수요, 우리는 소수로소이다, 이런 거를 고백하는 건데, 그건 예언가들이 하는 거란 거지요.


총: 그렇다면, 전술의 차이에 불과한 것 아닌가요?
김: 그렇죠. 그런데, 전술의 차이가 때론 중대한 차이를 가지고 오지요.
총: 그럼, 노무현 방식으로는 고립될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김: 노무현을 지칭하고 싶지는 않고, 87년도 유월 항쟁이란 거는, 저.. 국민의 승리이기도 하고, 또 그때까지 있던 군사독재 세력의 전술적 후퇴였습니다. 그 이후에, 그걸로 끝난 게 아니라 그 이후에 우리 사회를 각 사회나 정치 경제 문화 영역에서 민주화를 계속 밀고 나갈 수 있었어야 됐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민주화 운동도 분열하고 양김도 분열했어요. 그런 걸 제대로 밀고 나가지 못해서 지금까지 죽쑤고 있는 거거든요. 더 우리가 발전할 수 있고 밀고 나갈 수 있었던 역사적 계기를 활용하지 못 하는 것으로 만드는 데 있어서 최대의 쟁점이 그거예요. 그러니까 반쯤 승리한 거였거든요. 그 반쯤 승리한 것을 다 승리한 것이다, 우리 페이스로 가자, 이런 주장들을 했는데. 그러면서 나보고 소시민 계층의 두목이다 하고..


총: 좋은 말 같은데요?
김: 어?
총: 좋은 말 같습니다. 소시민 두목.(웃음)
김: 그럼, 난 소시민 계층의 두목이라 하고, 그럼 너희는 뭐냐, 그랬어요.
총: 뭐라고 답합니까? (웃음)
김: 뭐라고 답했는진 잘 모르겠어요.
총: (웃음)


김: 그, 내가, 얘기가 좀 목소리가 높아지는 게, 양김만 분열한 게 아니라 민주화 운동세력이 분열함으로 말미암아, 그 때는 말하자면 민주화 운동하는 사람들이 최고의 스타가 돼 있었는데, 그런데 바로 그게 무너져내린 것이지. 이쪽이 다 분열되어 버렸어. 그 분열의 핵심이 뭐였냐면 다 이겼는데 왜 주춤거리냐 이거지. 그런 사람들 대부분이 지금은 한나라당에 갔어요. 그래서 내가 요새 성서 구절을 인용하면서, 먼저 된 사람이 나중 되고 나중 된 사람이 먼저 된다, 이런 식으로 얘기하죠. 



그 정도가 목소리가 높아지는 거라니. 이런 톤으로 어떻게 그 시절 운동 선봉에 섰는지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차분한 톤이었다. 대신, 팔이 움직이는 각도를 통해 감정의 격앙 정도를 어느 정도는 엿볼 수는 있었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팔동작이 그리는 괘적이 상대적으로 컸다.


 


총: 지겨우시겠습니다만, 정치적으로 노무현 의원과의 차별성, 그 부분이 아무래도 핵심인 것 같아서, 몇 가지 질문 계속 더 하겠습니다. 
김: 정말 집요하구만.(웃음) 노무현과의 비교 같은 건 되도록 빠져나가려고 했는데...


총: (웃음) 노무현 의원과 차이점 중 김근태 의원은 재야 출신이고, 노무현 의원은 재야 출신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도 있는데요. 재야출신이다 보니, 사람들이 보다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댈 것이고, 그래서.. 뭐랄까요, 더 나대지 말고 더 조신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랄까.. 그런 것이 있으신지. 노무현 의원 경우 공격적으로 자기 색깔을 많이 드러내고 그것이 대중인지도와 연결되고 하는 반면에, 김근태 의원은 그런 경우가 없었던 것 같아요, 별로.



물론, 지난 달 "당위에 군림하는 특정계보가 있다"며 <동교동계 해체>를 주장하며 정치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나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하고 싶겠으나, 대선후보로 나서기로 해놓고 그 정도 강성발언도 안 하면 어쩌겠는가. 아무리 평소 생각이라 하더라도, 타이밍상 너무 계산된 것인지라, 의도적으로 그 이야긴 건너 뛰었다. 


김: 으음...
총: 가령 조선일보 관련 발언이나, 예를 들면 최근엔 동교동 문제에 대해서도 발언도 하신 걸로 알고있는데, 발언하셨다가 또 김대중 대통령 부분에 있어서는 또 후퇴도 하셨고..


김: 하하.
총: 그래서 현실정치에 있어서 강력한 이미지 구축에 지금까지 실패하고 계신 게 아닌가, 노무현 의원에 비하자면. 대중인지도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정치력인데..


김: 저... 대중들의 인지도가 아직 떨어지는데, 그 이유가 있어요. 정치를 한 게 내가 6년 되고, 이인제, 노무현은 12년 됐고. 더 중요한 게 그... 95년도에 정치에 참여했는데 95년도 9월에 국민회의를 민주당하고 분리시키는 계기가 있었어요. 국민회의 만들면 안 된다고 아주 강하게 반대했지요. 근데 나중에, 내가 마지막 기차를 타고 합세를 했고. 그러고 97년도 5월에 국민회의 내부 경선을 했는데, 동교동쪽에서는 김대중 당시 총재를 박수로 체육관에서 추대하는 후보로 만들자, 그래 내가 반대를 했지요. 그러면 안 된다, 그럼 정권 교체가 안 된다. 그래서 미국식의 이런 선거를 우리 여건에 맞게, 좀 변형해서 도입하자. 그래서 국민 경선제를 주장했고, 조순 시장을 끌어들여서 경선을 시키려고 그랬는데, 조 시장이 다른 데로 가 버렸어. 


그래서 만사 끝이다.. 그래서 낙담하고 있었는데 정대철, 김상현 두 양반이, 게임은 안 되지만 그래도 박수 쳐서 후보로 만드는 건 너무하다, 그래서 자기가 할테니까 좀 도와달라. 그래서 당신으론 순서가 아니다, 반대를 했었는데, 이 양반들이 내 약점을 찌르더라고. 게임이 안 되는 게임을 하는데 약자를 도와주는 게, 재야운동의 기본 핵심 아니냐. 그리고 나보고 그 분들이 얘기한 게, 당신이 원하는 정권 교체를 위해서도 모양을 갖춰야 하는 거 아니냐. 맞고, 그 말은 맞고, 뭐, 내가 반박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서, 대신 일부러 DJ 흠집 내고 그러진 마라, 그럼 내가 당신을 돕겠다. 그래 도왔어요.


그게 말하자면, 동교동에게 강하게 찍힌 요인이 됐어요. 찍혀서, 어... 찍혔고. 97년도 하늘이 도와서 정권 교체가 됐죠. 그래서 그 이후에 한 번도,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곳에 가본 적이 없어요. 사람들이 그럽디다. 청문회 같은 데 나가면 나도 청문회 스타가 될 수 있는 거 아니냐. 그런데 청문회 스타가 되는 일은 아예 꿈도 꾸지 말았어야 했고, 그런 데 갈 기회를 봉쇄해 버렸으니까. 또... 그렇지 않으면, 가령 원내총무나 사무총장이나 정책위의장 이렇게 해서, 좀,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쪽으로 갈 기회가 있어야 되는데 동교동한테 찍히면 그런 거 못 하거든요. 


그런데다 정말, 거듭 얘기하지만 하늘이 도와서 정권 교체가 됐기 때문에, 나는 더 바랄 게 없다 그렇게 생각을 했고, 또 그렇게 행동을 했어요. 나는, 65년도부터, 제발 좀 정권 교체 할 수 없냐, 한반도에 평화 이룰 수 없냐, 그러고서 30년을 재야 운동을 했고 6년은 정치에 입문했는데 정권교체가 되고 나니까, 이제 더 이상 바랄 게 없더라구요. 그래서 나는, 재야 운동한 사람들은 전문성이 없다, 이 얘기가 가슴을 긁기에 자존심 상해서 상임위 활동으로 돌아섰어요. 상위 활동에서 제일 잘 한다는 평가도 여러 번 받았어요.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다시 정치를 해야 한다, 이렇게 생각한 건, 옷로비 사건 난 걸 보면서, 이게 정권 교체가 됐다고 그래서 무슨 천국이 온다곤 생각은 안 했지만 기본은 다 해결된다고 생각했는데, 좋은 나라 쪽에 있었던 사람들도 인간적인 취약함이 있기 때문에, 그 다음에도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생각을, 너무나 당연한 건데 그걸 놓치고 있다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제서야 정치를 본격적으로 다시 해야 되겠다고 했고.. 


대중인지도.. 그.. 자신을 공격적으로 드러냄으로 해서 상승시킬 수 있는데, 조선일보, 그런 문제는 어.. 물론 차이가 있는데 나도 언론개혁, 언론 세무조사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이론적으로, KBS하고 SBS에 나가서 양보하지 않고 판단을 내리게 했고, 그리고... 높은 평가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쟁점을 조선일보 반대, 이렇게 이런 식으로 하진 않았지만 언론사 세무조사, 그의 불가피성과 정당성이라든지, 또 언론의 개혁의 왜 필요한가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고 얘기하고 주장을 했습니다.



다른 건 그렇다 쳐도, 자신은 6년이지만 이인제의원은 12년이나 정치를 해서 대중인지도가 더 높다는 말은 해명으로 구차했다. 이인제의원의 지명도가 어디 시간이 저절로 가져다 준 것인가. 동네 이장도 아니고 말이다. 자신의 약점 변호에, 장황하고 효과적이지 못했다. 그 부분을 다시 짚었다. 


총: 그렇다면, 이인제 의원에 대해서 타이밍이 강하다라고 하자, 타이밍만 강하다 라고 하셨다 들었는데, 거꾸로 의원님은 타이밍에 약하신 것 아닙니까?김: (헛기침 크게) 지나놓고 보니까 그렇게 얘기할 수가 있어요. 그런 점이 있고. 저, 내가 좀 수줍어하는 것 같고, 제스추어 큰 사람을 아주, 그런 사람을 싫어하거든.


총: 노무현 의원도 재빨리 치고 나오는데.
김: 순발력이 있고, 그래서 순발력이 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인지도를 넓히는데... 역할을 잘 하죠. 그건 아주 중요한 점이고, 장점이고.
총: 그에 비하자면, 김근태 의원님의 장점은 어떤 건지.
김: 그렇게 비교하지 말고.
총: (웃음)


김: 노무현은 좋은 친구고, 좋은 사람이에요. 지금도 깊이 신뢰하고 있고. 노무현과 비교해서가 아니고, 그냥 일반적으로 김근태는 신뢰할만하다, 예측 가능한 사람, 안정돼 있다, 이렇게 평가를 받습니다.
총: 노의원하고 평소 좋게 지내시는가 하는 것이 궁금한 것이 아니라, 경선까지 의원님 입장에서는 노무현-이인제 2강 구도로 가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김: 안 되는 게 아니라 2강으로 안 가고 3강으로 갈 거예요.


총: 그... 삼국지 제갈공명의 천하삼분지계처럼, 그런 지혜, 전략, 전술이 필요한 때인 것 같은데, 서로 분명히 달라야 2강이 아니라 3강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딴지 독자들에게 내가 이렇게 정당하게, 필요하게 다르기 때문에 노무현과 갈라서 3강이 되어야 한다는 좀 더 강력한 어필을 해주셔야 될 것 같습니다.


김: 에... 두 사람에 비해서 내가 좀 미남이기도 하고. (웃음)
총: (웃음) 사실 그거는 저희 내부에서도 동의를 봤습니다. (웃음)


김: (웃음) 그리고 사람들하고도 친화력이 내가 더 있을 것 같고, 그거보다 중요한 거는, 지금 정치가 제일 중요한 거는 믿을 수 있어야 될 것 같아요. 예측 가능해야 되고. 그런 거.


총: 너무 일반론입니다. 그것 만으론 부족한데요? 예측 불가능하다는 범주에 노무현 의원이 들어가진 않을 것 같고, 이인제 의원도... 쪼끔은 들어갈 것 같긴 하지만 (웃음) 그것도 반박 가능한 부분 같은데. 좀 더 강력한 어필이. 저희 독자들은 대부분은 나이로 보자면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중반까지 세대에 정치적으로도 해박한 편입니다. 그래서, 다이렉트로 얘기해도 다 알아듣습니다. 그리고 좋은 얘기만 하면... 바보라 생각합니다.(웃음) 솔직한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김: 그.. 제가 스스로에 대해서 얘기하는 건 좀 멋적어요. 멋적은데, 총수가 선동을 해서 내가 선동 당했네. 어.. 개인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그.. 내가 의도적인 거짓말은 안 합니다. 마지못해서 거짓말을 하는 경우는 있죠. 그러나, 계획된 거짓말은 안 합니다. 뭐, 약간 밀려서 거짓말을 하면 얼굴이 빨개지는 정도. 거짓말을 지적 받으면 해명하려고 하고. 


어.. 좀... 좀 순수한 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 거창하게 나가면, 예를 들어서 푸틴이나 부시나 토니 블레어 고이즈미하고 논쟁을 할 수 있는 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를 주목하고 있고, 세계가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안테나가 빙빙 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우연한 계기가 있었는데, 알다시피 60년대 70년대 80년대는 내가 굉장히 반미적이었는데 요새는 뭐랄까, 연미라 그럴까, 미국의 정책을 한 편 받아들이고 비판하고 또 활용도 하고, 이게 옛날에 탄압 받을 때 한국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고 연대하고 지지했던 미국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게 계기로 변화가 되어서,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미국 내부가 어떻게 구도가 갈라져 있나 이런 걸 알게 됐고, 세계를 향한 안테나가 누구보다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쯤에서 질문방향을 돌렸다. 지역감정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해봐야 정답을 준비했을 것 같아, 개인적으로 가장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을 통해 그가 가진 지역감정에 대한 생각에 우회적으로 접근해 보기로 했다.  


총: 정형근 의원이 부산에서 당선되지 않았습니까.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 어떤 생각이 드셨습니까 그걸 보고? 
김: 참 참담했어요. 역사는 냉엄하다, 이런 얘기만 가지고 위로가 되지 않고, 정말. 참담했습니다.
총: 정의는 승리한다, 이런 명제에 대한 의구심 내지는, 부산 시민 전체에 대한 배신감 이런 것까지는 들지 않았나요?
김: 그 얘길 하면 내가 정치인으로써 부담이 생길 것 같고.
총: (웃음)
김: 부산 시민 전체한테 실망했다고 하면 부산 시민도 김근태한테 실망했다고 그럴까봐 겁나고.
총: 사실을 말씀해 주십시오. (웃음)


김: 어... 노무현 의원이, 종로에서, 당선되고, 그 다음에 부산으로 내려간다고 그랬는데, 서늘했어요. 그런데 막을 수 없었고. 또 미리 결정해서 선언을 해 가지고 막는다는 게 불가능했고. 그 담엔  꼭 당선되야 된다 이렇게 생각을 해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서 우선 내가 선거하는 중에 내려갔고, 또 장영달 의원이 주장을 해서, 이른바 이인제까지 포함한 오십대 트로이카론 하자, 하면 부산에서 노무현이 좀 뜰 수 있다. 


그래서 그걸 모색했는데  에.. 이인제 쪽에서 소극적으로 나와서 안 됐고, 그래서 중간에 내려가서, 같이 공동 기자회견도 하고 에.. 참으로 실망스럽고, 이 지역감정이란 거 이것과 정면으로 싸우지 않고는 한국의 미래는 없다. 이런 생각을 다시 했습니다. 몰랐던 건 아니지만, 다시 상처가 깊게 들었죠...


총: 부산 시민들한테는..  (참고로 본총수 부산출신이다. 이 포인트에서 항상 총수 전라도 어쩌고 하는 넘들. 너거뜰 정말 징하다 징해. 이 씨바들아.)


김: 아....(한참 말이 없다) 부산 내려가기 싫었어요.
총: 개인은 어떠십니까. 정형근의원 같은? 가끔 보지 않나요? 
김: 보죠.
총: 어떤 심정으로 보십니까. 때린다면 어디를 한 대 때릴 것인가 생각하십니까? (웃음)
김: 그냥 보고, 지나가요.
총: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거나, 그러시진 않나요?
김: 뭐, 마주치죠. 그 저.. 국회에선 한 본회의장 내부에서도 만나고 의원 회관 들락날락할 때 만나고 그러는데, 매번 볼 때마다 눈 꼬나보고 그럴 순 없고...
총: 주로 꼬나 보시고, 드문드문 펴고 그러시나요? (웃음)


김: 그... 개인도 참 중요하죠. 역사의 큰 변화와 질곡에서 그 개인이 어디 있었고, 뭘 했는지가 중요한데, 아... 역사의 부담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무거운 무게로 오는지, 그런 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쌈박하게 판단하지 못 하는 게 참 답답해요. 그게 정형근 의원이나 옛날 지나간 얘기만이 아니고, 오늘과 미래에도 바로 연결된 거기 때문에, 이걸 어떻게 해야 되나 가끔 막막해지기도 해요.


총: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러니까.. 저희가 궁금한 거는요, 정형근 의원을 보실 때 어떤 심정이신가.. (웃음)
김: 진짜 끈질기다.. (웃음)
총: 궁금합니다, 저희는.
김: 에... 아주 팍팍해요.
총: 한 대 박고 싶은 생각은 안 드세요?


김: 처음에 시골에 가서 돌아왔을 땐 좀 기가 막혔고. 근데 이제 자주 국회에서 보게 되니까, 둘이 만나는 건 없지만 지나가다 스치거나 이러다 보니까, 이 국회라는 테두리 내에 그런 사람이 존재하는 거고, 더 크게 한국이란 테두리 내에 그런 흐름이 함께 존재하는구나.. 그런 생각. 어떨 땐 낙담이 될 때도 있고 화도 날 때도 있고. 좀 심정이 칠면조처럼 복잡한 것 같아요.


총: 어딜 한 대 때리고 싶다. 그런 생각은 정말 안 드세요?
김: 처음엔 그랬죠.
총: 똑같은 방식으로 갚아주고 싶다, 이런 생각은 안 드십니까?


김: 사람들이 이렇게 물어요, 이근안 용서를 해 줄 수 없느냐. 그때 내가 이렇게 얘기했어요. 정치적으로 얘기하면 용서해준다.. 이렇게 얘기해야 될텐데, 아... 난 아직 그럴 맘이 안 난다. 사법적인 처리를 받고 그러고 나한테 와서 용서를 비는 손을 내밀면, 그 손은 내가 잡겠다. 그런데 내가 찾아가서 내가 너를 용서를 해주겠다, 이건 좀 이상하다... 뭐 그런 심정이죠.


총: 그러면, 정형근 의원을 용서해야 한다면, 왜 용서해야 하는지.
김: 에... 정말 집요하구만.(웃음) 이게 정말 어려운데요, 같은 국회의원이어서, 공식적인 문제, 오늘의 문제에 대해서 얘길 하면 명백하게 얘기할 수가 있는데, 옛날 얘길 자꾸 지금 준엄하게 얘길하면, 지나간 얘길 뭘 쪼잔하게 매달려 이런 게 한국 정치 풍토이기 때문에 나도 좀 신경이 쓰여요.


총: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저희한테는. (웃음)
김: (웃음) 처음에, 내가 88년도에 나왔을 때, 고문한 경관들, 이근안을 포함해서. 그 땐 이근안 이름을 몰랐고, 김희연, 백남운 이런 사람들을 검찰이 재정 신청을 받아들여서 판사가 김희연 이 사람을 불러서 물었는데, 너무 거짓말을 하더군요, 끝나고 나가는 김희연이 거짓말을 하고 나서 나한테 악수를 청하는데, 너무 기가 막혀가지고, 내가 벙쪄 있는데, 내 집사람이 있다가 얼굴에 침을 뱉으면서 쪼인트를 까 버렸어요. 


너무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고, 또 끝나니까 미소를 지으면서 악수를 청하는 게 아주 가증스럽고, 다른 한 편에 직접 고문한 사람이기 때문에 주눅도 좀 드는 면도 있었고. 그 순간에 내 집사람이 그런 게 너무 통쾌하더만. 처음에 봤을 때는 귓방맹이를 그냥...


총 : 아.. 그런 델 치고 싶으시군요. 귓방맹이를.. (웃음)


김 :(웃음) 근데 그 다음이 지나니까 참 답답... 합니다. 그게 우리 사회에 그런 흐름이 함께 존재한다는 얘긴데. 저걸 도대체 어떻게 넘어가야 되는 건지. 지역감정이라는 귀신 그 뒤에서는, 너무도 명백한 죄악까지도 다 저렇게 살아 남는구나. 비난하고 비판하는 것은 쉽지만, 도대체 어떻게 타고 넘어가야 되는지..


총: 어떻게 타고 넘어가야 될까요?


김: 단번에 해답은 없어요. 없는데, 특히 이런 이야기 하는 사람들 아주 제일 싫어합니다. <사람이 노력해야 된다>. 이 얘기는 맞는 거면서, 아무런 대답도 안 됩니다. 부족하지만 제도를 만들고 또 그 제도를 통해서 다짐하고 또 더 나은 추가적인 제도를 만들고 또 다시 만들고, 이런 것을 해 나가면서 사람이 중요하다 그러면 그건 맞는데, 제도를 개선하자고 하면 다 반대합니다. 그러면서 사람 마음을 잘 먹으면 다 된다, 이렇게 얘기하는 친구들 보면 참 골빈당이다 하는 생각도 듭니다.


총: 구체적으로 지역감정하고 연결해서 말씀하시자면..


김: 예를 들어서 제도 같은 건요, 두 가지만 소개하면, 지난 총선에서 권역별 비례 대표제, 그렇게 했으면 부산에서 노무현이나 김정길이 당선될 수 있을 수 있고, 그러면 자기 지역구에선 떨어졌지만 부산에선 당선이 되고. 그럼 부산 시민들이 아 이거 우리동네 국회의원이다, 이렇게 받아들일 겁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퇴임하고 나면 여하튼 3김 시대는 가거나 대폭적으로 약해질 겁니다. 그러고 나서는 지역주의를 정당화 시키기가 지금보다는 훨씬 어려워질 겁니다. 한나라당이 계속 이거를 이용해 먹으려 하겠지만, 더 어려워질테니까, 그럴 때 노무현이가 부산에서 정치적으로 뿌리를 내려서, 다음에는 지역주의의 한 귀퉁이를 무너뜨릴 수 있게 하고. 


또, 내가 정 부통령제도 헌법 개정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가령 예를 들어서 수도권 사람이 대통령 후보고 부통령 후보가 영남권이다, 민주당 내에서. 그렇게 나왔을 때 당선됐다고 칩시다. 그럼 부통령을 물 먹여 버리면 다음 총선의 지자제에선 민주당은 죽었다고 복창해야겠죠. 그걸 넘어가자면 부통령을 허수아비로 만들면 안 될 거 아니에요. 정치적인 리더십도 보장이 돼야 하고 뒷받침이 돼야 하고. 그러면 그게, 물론 민주당만이 아니라 반대로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그렇게 훨씬 나아지고 고쳐지고.


그런 걸 하다가 우리도 준비가 되면, 미국도 보수 정치에 넌더리 내기 시작한 게 오래되지만 70년대 초에 들어가면서 예비 경선 제도란 게 민주당한테 먼저 도입되고, 그러고 조금 있다 공화당한테 도입되면서, 지도자들이 새로 만들어지는 거거든요. 무슨 리더십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잖습니까. 예비 경선 제도를 통해서 사람들이 다시 만들어지고 팀이 만들어지고 거길 지지하는 시민들이 만들어지고 정치적인 약속이 발생하고. 


이랬던 것처럼, 우리도 제도를 고치기까지 논쟁을 해서 합의하고, 또 하면서 부족한 건 또 제도로 보완하고. 이렇게 해서 사람들 가슴에 우리가 이걸 극복할 수 있고 극복해야 된다, 우린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확신이 오면, 이건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고칠 수 있고, 또 그래야 어느 날인가 남북에 평화가 올 것이고, 평화가 와서 서로 교류협력 하게 되면, 남북 그 동안 오십년 동안 서로 다른 분위기와 문화에서 살아온 이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겁니다. 


 


전 제일 걱정되는 게, 한국 사람들이 조선족을 알로 보잖아요. 그것도 굉장히 알로 봅니다. 그럼 북한 사람들은 좀 낫게 될까, 더 알로 볼 거거든요. 그럼 북한 사람들이 굉장히 반발할 겁니다. 그 준비를 위해서도 이 지역감정이란 문제에 대해서 실제로 노력해야 하고, 온갖 변화를 도입해야 되고. 그런데 무슨 "다 우리 마음 먹는 나름이다..."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들 보면 참 함께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그건 공허한 얘기고.


총: 제도개혁을 반대하는 명분으로...


김: 그렇죠. 안 될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운명이다.. 뭐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또 한편으론 그런 게 있는데 내 이해관계엔 나쁘지 않다 심지어는 그런 생각도 하더라구요.


총: 주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심지어는 생각하는 게 아니라. (웃음)



그의 지역감정론이 옳건 그르건, 과연 한국의 정치인 중 그의 지역감정론을 정면 반박할 정치적 전문성과 도덕적 정당성을 가진 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총: 저희가 자료를 찾다보니까, 옥중에서 사모님한테 고무신을 거꾸로 신어도 좋소라는 편지를 보냈다고. 그래서 저희 여기자들은 멋지다 라고도 말을 하고, 또 어떤 기록에 보니깐 그걸 감상적 패배주의다 라고 욕 먹기도 하셨다 던데, 저희 내부적으로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사랑한다면 그럴 수 없다. 그러니, 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어도 좋소란 얘기는, 진짜로 신발을 거꾸로 신어도 좋다는 얘기다.(웃음)


김: (크게 웃음)
총: 발이 아프면.(웃음) 어쨌든... 근데 정말 그런 생각을 하신 건가요?


김: 그 편지는 기억이 나는데, 내용을 어떻게 전개 했는지는 다 잊어버렸어요. 지금 그냥 떠오르는 느낌을 얘기하면, 어.. 감옥에 들어와 있는 일반 죄수의 경우, 대개 삼 년이 넘으면 고무신을 거꾸로 신습니다. 오 년 넘으면 거의 대부분. 그러니까 감옥 생활에서 삼 년은 굉장히 긴 시간이고, 또 바깥에서도 그런데. 가슴이 아프니까. 사람은 얼마든지 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감옥에 있는 건 버림받은 거잖아요. 본인이 잘못해서 들어온 경우가 아무래도 대부분이지만, 또 뭔가 좀 답답하고 억울한 경우가 나름대로 꽤 있는데, 그 때 고무신 거꾸로 신는 여자들이 좀 미워보였어요. 밉고, 이렇게 버리고 가 버리면 어떻게 되는 거냐. 그런 느낌이 왔었고, 어... 그래서 오히려 역으로 감옥에 갇혀서 나도 외롭긴 하지만 나는 당신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어도 결코 무너지지 않고 그 외로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다... 라고 좀 과시하고자 했던 거였는데..


총: 그럼, 그런 얘기였나요? 할테면 해봐라. (웃음)
김: 물론 통밥을 굴려서 안 갈 거라는...
총: (웃음) 어차피, 안 갈 거기 때문에 ?


김: 때문에 는 아니고, 안 갈 거다. 그러나 집사람이 그런 일이 발생해도 안 갈 거다, 그러진 못 할 거다, 그렇게 생각은 했고.. 설혹 그런 어려움이 와도 나는 여기서 안 무너진다.. 일반 제소자들은 그런 일이 있으면 교도소 안의 생활은 무너져요. 정신을 못 차리고. 그게 너무 가슴이 아프고, 뭐 어떻게 길이 없잖아. 도와줄 길도 없고. 그걸 여러 번 봤습니다.


총: 답장은 어떻게 왔나요. 
김: 웃기고 있네 (파안대소)
총: (뒤로 넘어감)



잠시 쉬어가자 던진 질문이었는데, 조인트를 깐 것도 그렇고, 답장의 내용도 그렇고. 부인을 인터뷰해야 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독자제위는 기대하시라.


총: 사후 피임약 논란이 있습니다. 이걸 허용해야 되나요?


김: 정치인한테 곤란한 질문만 골라서 갖고 오는구만. (웃음)
총: 참고로 딴지 사내에선 열광적으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웃음)


김: (웃음) 나도 시판 허용해야 된다고 생각은 합니다. 그런데, 좀 과정을 잘 만들어야 된다.. 실지로는 허용해야 미혼모들의 문제도 그렇고, 애기들의 삶이 더 축복 속에서 이뤄질 수 있겠는데. 


그런 게 마음 속에 있는데, 현재 상황은 그걸 둘러싼 논쟁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가더라도 사회적인 토론의 과정이 이뤄지면 좋겠고, 열린 토론의 마당이라든지, 그 방향으로 노력하고 싶고... 그래서, 개인인 김근태한테 물으면, 하자, 그럴 수 있는데 정치인 김근태에게 물으면, 그걸 바로 오늘 결정하기보다는 논쟁과 토론의 경과를 좀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총: 그런데, 그런 첨예한 논쟁이란 원래 끝 없이 맴돌기만 해서, 누군가 끝을 내줘야 하는데..


김: 저... 사람은 말이죠, 한참 논쟁하다 보면 반복하기 시작하거든요. 예를 들어 영화 문제만 해도, 표현의 한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지금은 남은 게 아마 폭력하고 성적 표현 두 가지가 남았을 겁니다. 등급외 영화관을 두자 말자 하다가 법이 통과가 안 돼 가지고, 그동안 영화 등급 위원회나 이런 걸 통해서 사실상 사전 심사가 이뤄지고 있었죠. 그런데 이거에 대해서 헌법 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리잖아요? 그러면 결국엔 법 개정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과정처럼. 


사후피임약 문제가 나와도 다른 판단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꽤 많기 때문에, 논쟁을 할만큼은 하고, 그런 후 결정을 하는 겁니다. 아니면 더 이상 논쟁할 힘이 없을 정도로 진이 빠졌을 때 그 때 밀어붙이거나, 그랬으면 좋겠어요.


총: 만약에 이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계시다면..
김: 어.. 그건 뭐, 두 가지일텐데, 대통령이거나 보건복지부 장관일텐데.
총: 그러면 허용은 하되, 그냥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말씀하신 과정을 그렇게 만들어 내신다는 건가요?


김: 예를 들어서 뭐, 의약분업 문제를 봅시다. 나도 아주 강력하게 시행을 주장하는 사람이었어요. 그 중간에 논쟁이 크게 발생했을 때, 그 때도 밀어 부쳤습니다. 책임감을 느끼는 게, 우리가 준비가 덜 돼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자기의 이해관계를 그렇게, 말하자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 의사 약사들이 그렇게 주장할 줄 몰랐습니다. 


총: 그렇게까진.. 몰랐다..


김: 그렇게까진.. 마치 목숨을 건 것 같은 투쟁이 되니까, 이걸 집행하고 관철하려고 하니 공권력이 흔들리고, 이게 흔들리니까 가령 노약자라든지 이런 쪽에서 불편이 굉장하고. 그러니까 이게 말하자면 하기는 해야 하는데 준비가 부족하고, 또 반발이 너무 심하면 그걸 집행하는 주체가 흔들려 버리고. 이 문제가 그런 정도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대단히 감정이 실린 논쟁이 될 가능성이 높고, 또 정책 노선의 차이, 마치 미국에서 낙태 문제가 민주당과 공화당을 갈라놓을 정도로 그런 정도의 잠재적인 폭발성이 있기 때문에, 내가 그런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하더라도 바로 결정하는 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허용해라!> 하는 그런 집회에 개인적으로 참석할 수 있지만, 결정권자의 권력으로 권한으로 일방적으로 그런 결정을 하면 그 이후에 지불해야 되는 대가는 엄청나게 클 겁니다.


총: 그것이 옳은 것이라면, 결정하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설득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지지고 볶는 걸 일부러 기다렸다가 다 지쳤지?하고 결정하는 건 너무 소극적이고 소모적인 리더쉽 아닐까요. 


김: 딴지일보 독자들한테는 맞는 취향일지 모르겠는데, 어렵지요. 우리 사회가. 옛날에는 어디가 무서웠냐면 안기부가 무서웠어요. 근데 요새는 무서워하는 데가 하나도 없거든요. 왜 무서운 데를 얘기하냐면 옛날엔 무서워서 외형적으로 국민이 통합됐어요. 김근태, 김대중처럼 끝까지 덤비는 사람은 집어서 감옥 쳐넣고, 조금 덜 덤비는 사람들은 겁주고. 약간 겁줘서 말 들을 사람들은 매수하고 회유하고. 지금은 국민들이 자기 주장을 끝까지 다 해버리기 때문에, 저... 말하자면 외형으로 국민이 통합이 안 돼요.


그럼 이제 할 수 있는 게 뭐냐면, 얘기를 해서 합의를 하거나, 아니면 얘길 끝까지 해서 진이 빠져고 자꾸 한 얘기가 되풀이 될 때 그 때 결정을 하면, 그래도 그 다음을 유지해나갈 수 있을 텐데, 그 전에 결정을 해버리면 어떤 사태가 일어나냐면, 이런 얘기가 있어요. 집권당 내부에서. 장관들이 정책 결정을 안 한다. 왜 안하냐 하면, 어떤 결정을 해서 이해 당사자가 두 그룹, 또는 세 그룹 이렇게 나뉘잖아요. 상대적으로 이득 보는 그룹은 이제 흩어져서 암 말 안 하고, 약간이라도 손해봤다 생각하는 그룹 쪽에선 이제 들고 일어나 계속 씹어요. 그럼 그게 언젠가 정책부담으로 와서 임명권자인 대통령이나 집권여당에서 부담스러우니까 이 사람을 날려버린다고. 장관들이 그걸 당합니까, 다 눈치 빠른 사람들인데... 그래서 이른바 논쟁적인 결정은 안 하게 돼요. 


안하면 어떤 문제가 오냐면 나라나 국민이나 손해죠. 대신 그 장관은 오래도록 그 자릴 유지할 수 있죠. 또 장관직을 유지하다가 장관을 그만 두고 또 좋은 데로 가야 될 거 아니에요. 그게 사람 마음 아니에요? 좋은 데로 가려면 말썽이 없어야 되고. 상황이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은 논쟁을 해서 완전히 지치게 만들거나, 아니면 합의하면 제일 좋고. 


그래서 내가 요새 자꾸 여야 총재들이 각각 상대방에게 총재회담 하자고 해야 한다. DJ 대통령도 제의했고, 이회창 총재도 역제의를 했는데 그걸 왜 못 하냐, 이렇게 얘길 하고 있는데, 그래서 뭔가 합의가 되지 않으면 부작용이 너무 커요. 그래서 사후피임약 같은 것은, 가령 김근태가 결정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일방적으로 하고 나면, 아주 어렵게 오른 대통령이 되고나면 기스 날 거고, 장관이면 날라갈 거고... 거, 할 수 없죠.



그가 발휘할 리더쉽의 성격 엿볼 수 있다.



"푸틴이나 부시나 토니 블레어 고이즈미하고 논쟁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그의 외교관이 궁금했다.


총: 미 테러 시 우리 정부가 상당히 재빠른 대응을 했는데, 미 대사관 앞에서 추모도 하고. 이거 적절한 것이었나요? 한편에선 오바였다, 그렇게까지 하는 건 넘사스럽다.. 라는 사람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어차피 우리가 미국의 영향권 하에 있고 도덕적 명분도 있는데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외교적으로도 실리가 있다.. 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 그.. 우선 딴지일보가 세계 문제에 대해서 관심들이 많이 있구나, 그런 얘길 들으니까 좀 새롭구요.
총: 딴지일보를 전혀 모르시는군요.(웃음)


김 : 미 대사관 앞에서 한국 시민의 일부가 추모하고 그런 것은 비난 받거나 의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자연스러운 마음의 발로라고 생각합니다. 
총 : 위령, 추모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정부에서 형님 눈치 보며 너무 오바한다는 건데...


김 : 저는 그건 그렇게 생각 안 하구요. 그렇지만 강남구청에서, 어디 무역센터 근처에 분향대를 구청이 만들어놨다... 그건 좀 이상하다. 그 의도 자체가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만 구청 단위에서 그런 걸 한다는 것은... 그거는 좀 이상하다고 봅니다.


총 : 괌에서 비행기가 떨어졌을 때도 정부 단위에서 그렇게 빨리 돌아가고, 강남구청이 분향대를 만들고 어쩌고 그러진 않았었거든요. 그걸 그냥 단순한 추모로 보지 못하고 오바로 보는 건, 약소국의 못난 자격지심으로 봐야 하나요? 


김 : 우리 사회에, 우리가 미국의 무어냐 하는 문제에서 의견 차이가 조금씩 더 분명해지는 것 같아요. 이번 문제는 그 자체로 봐야 하지만... 그러나 미 대사관에서 어떻게 하고 머 이런 것들이 혹시 관변이 작용해서, 그러니까 아직 국민들은 채 마음의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는데, 오직 관변이 서둘러서 형식적으로 그랬다면 그것은 지탄 받아야 하겠지만, 어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여서 그랬다면 그런 움직임도 분명 존재하는 것이고, 그것은 정부 차원의 대미관계와는 별개의 문제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총 : 미 TV에서 박수치는 아랍 사람들 화면을 내보냈는데, 그 화면이 사실은 옛날 화면이라는 말도 있지만, 어쨌든 아랍 사람들이 적어도 미국인들 만큼 슬퍼하지 않는 것 만은 명백합니다. 그래서, 아랍 전체를 악으로 보이도록 하고 있는데요. 민간인 희생된 것 자체는 굉장한 비극이지만, 돌이켜 보면 히로시마에서 핵이 터졌을 때 민간인들이 많이 죽었지만 우리는 박수를 쳤단 말이죠.  그 정치적인 의미가 아랍 사람들에게 다르게 느껴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우리 언론은 일방적으로만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 사건을 굳이 아랍 쪽의 시각에서 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김 : 미국을 주축으로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참가하는 테러에 대한 보복 전쟁, 응징 전쟁이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데, 세계가 긴장하고 있죠. 경제는 또 어떻게 충격을 받을 거냐.. 그렇지만 이 문제는 총수가 얘기한 대로 좀 더 생각해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미국의 매체만, 매체에 실린 것만 보도할 것이 아니라 다른 세계 구성원들의, 즉 이슬람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지, 최소한의 균형, 적어도 공정성까지는 못 가더라도 균형 있게 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좀 주문하고 싶어요. 빈 라덴이 연루된 증거가 있다면 그걸 공개하라고. 그런데 보류했고, 그렇다면 왜 보류를 하는지, 그것을 보류하면서도 응징이나 보복이 가능한지, 이런 것들을 우리 사회가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또 보복하면서, 우리가 테러에서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 잃은 것을 안타까워 하듯, 보복과정에서 무고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미국이 어떤 방법을 취할 것인지 우리 언론이 공개적으로 질문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양심 있는 지식인들이 걱정하듯이, 문명간의 전쟁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미국과 여러 나라가 주의를 환기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미국 일국주의, 미국 일방주의로 가는 것에 대한 반감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 이 문제는 유엔에서 토론 되야 할 문젭니다. 유엔 안보리는 물론이고 유엔총회에서 토론되어서 세계 시민들의 일정한 공감을 받거나 양해가 되어진 상태에서 그 다음 단계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겁니다.


총 : 부시 대통령이 유엔에서 연설을 할 때, 세계는 미국 편에 설 것이냐, 혹은 악의 편에 설 것이냐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어요. 미국 편이 아니면 악의 편이라 단정해버리는 건 멍청할 만큼 건방진 발언인데 - 물론 그 힘이 부럽기도 했지만 - 우린 어디에 서야 합니까?


김 : 나도 들으면서 거북했구요, 그런데 다른 한편은 세계를 향해서 그렇게 얘기할 만큼 미국이 힘이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부시 행정부가 들어오면서 북한과 미국과의 대화가 정체됐고, 그에 따라서 우리와 북한과도 정체 상태로 들어갔다가 겨우 한 발짝 나오게는 되었으나 차후 어떻게 될지 또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까 지식인들은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보다 본격적으로 주장도 하고 논쟁도 하고, 우리도 좀 분업을 했으면 좋겠어요, 정치인들은 이런 논쟁들을 백 그라운드로 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것들을 불편해 하는 그룹이 많다, 발언권도 세다, 그러니까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빼자, 당신네들도 많은 나라들을 동시에 테러국가로 규정 짓지 말고, 북한과도 대화하고 우리와도 대화해서 동북아시아에서 좀 더 평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당신들한테도 선택할 만한 것이 아니냐, 이렇게 얘기할 수 있도록 좀 협력 속에서 분업이 이뤄지는 방법은 없을까 생각합니다.



어떤 사안에서든, 뭐랄까,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다만, 어떤 사안이든 장황했다.





 

총 : 하리수 아시죠.
김 : 하리수 알죠.
총 : 아드님 있으십니까?
김 : 하나 있어요.
총 : 하리수랑 결혼한다고 그러면 어쩌시겠습니까?


김 : 난감하구만... 일단 좀 반대할 것 같아요.
총 : 반대 이유는?
김 : 우선 목소리가, 목소리는 아직 여성이 안됐잖아요.
총 : 그건, 이유가 안 되는 것 같은데요.(웃음)
김 : 아 얘기 듣구... (웃음)그러면 거슬려서...
총 : 심정적으로 거슬린다.
김 : 그렇지, 마음이 동의하기 싫으니깐 목소리가 (웃음) 거슬리는 거지...어... 골치 아플 것 같아요.


총 : 그녀는 성정체성을 선택했는데, 생물학적으로는 남성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여성이어서 여성의 몸을 선택했다.. 그런 논리 자체는 인정 하십니까.
김 : 아 그거야 뭐, 전적으로...
총 : 그런데 그 사람이 아드님하고 결혼한다면 말릴꺼고..
김 : 그... 그게 사람 마음이죠.
총 : (웃음)


김 : 내가 이런 경험이 있어요. 오양사건 초기에 어떤 신문사 사장이 저녁을 먹는데 자기가 테잎이 있다고, 보고 싶으면 보라고. 보고 싶지만 어딜 금방가야 했기 때문에 못봤어요... 그  얼마 후 어느 대학 여교수가 있는 자리에서 그 얘기를 했어요. 오양 테이프를 나도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봤다, 아쉽다고 그랬다가 얼마나 혼이 났는지. 도대체 당신 같은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게 말이 되느냐. 그거 보는 건 범죄 아니냐. 사생활의 침해고 공범죄다. 


얘기 들어보니까.. 거.. 맞어. 그 담엔 결심을 해서 지금까지 안 봤는데, 내가 공범자가 되면 안 되지. 오양은 나를 모르지만 나도 그걸 보고 낄낄댐으로써 피해를 입힌단 말에요. 근데 사람 심리란 건 보고 싶은 거거든. 내가 볼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그러다가 더 야단 맞았어요. 내가 아주 KO를 당했는데... 이 문제도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하리수가 부당한 침해를 받거나 공격을 받으면 아마 내가 그 편에 설 거에요. 근데 내 아들하고 결혼한다고 하면, 이건... 좀 맘이 불편한 거 같아요.


총 : 결정적으로 뭐가 걸리십니까. 
김 : 관념이겠죠. 남자였다는... 남자 여자는 태어날 때부터 구분되어 있는데 그걸 인위적으로 넘어갔다, 어려서부터 고정관념화된 걸 고치기는 좀 어려울 거 같고... 그런데, 그래도 결혼하겠다 허참... 그러면 그거 어떡해야 됩니까? 


총 : (웃음) 비겁하십니다...
김 : (웃음)



솔직했다. 진보적이어야만 한다는 재야출신 정치인으로 느낄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박이 만만치 않을 텐데 말이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박적 추종과 일상에서의 보수성을 순순히 인정해버리는 것 중 과연 어느 것이 더 정치인에게 옳은 것인가.. 판단은, 독자제위 몫이다.


총 : 그거 아십니까? 최진실 팔이 짤린 거?
김 : 응?
총 : 어제 신문에는 최진실이 팔이 짤렸다고 나왔어요. 내용을 읽어보니까, 아기를 안고 아기 여권 사진을 찍었는데, 팔꿈치가 밖으로 나왔답니다. 사진 바깥으로. 그걸 최진실 팔이 짤렸다고 제목에 뽑았어요.
김 : 으허허(크게 웃음)
총 : 이게 딱 우리 언론의 수준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고, 어느 정도의 선정성은 엔터테인먼트의 불가피한 요소인데 언론의 역할을 너무 보수적으로 봐서 그런다.. 라는 쪽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김 : 굉장히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요. 일본의 NHK 방송이 이런 경우가 있어요. 자민당의 간사장이 어디 지방에 가서 국회를 해산하고 곧 총선을 한다,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내가 그랬다고는 하지 말고 여권 고위 관계자가 했다고 해 달라고, 그렇게 약속을 걸었어요. 다른 민방은 다 그걸 방영했는데, NHK는 그걸 보도를 안 했어요. 그리고 그 이튿날 새벽 5시에 수상 관저로 쳐들어가서 NHK 기자들이 수상한테 물어보니까 수상이, "그렇다, 국회 해산하고 총선한다..."고 했어요. 그런 다음에 NHK가 새벽 5시부터 방송하기 시작했는데, 이게 NHK에 대한 신뢰성을 일본 국민들에게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어요. 그래서, NHK가 그걸 계기로 해서 높은 신뢰를 받게 되는데..


내가 본색을 좀 드러냅시다. 내 민주당 간부인데, 민주당이 잘못하는 거 많이 있어요. 정말 비판 받아 마땅한 부분이 있어요, 그러나 근래 한나라당 행태가 어떠냐면, 언론사 세무조사를 통해서 부당하게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언론사들과 합동작전을 벌였어요. 비망록이 있다고 얘기를 하면 일간 신문사에서들 대서특필을 하고, 거기에 뭐가 나오면 한나라당이 받아서 이니셜 K니 하면서 이니셜로 공격한다구요.


이거는 스포츠 신문만 그러는 게 아니라, 스포츠 신문에 최진실 팔 짤렸다 하는 거하고 하나도 차이가 없는 거에요. 그 결과가 어떻게 되냐면, 국민 모두가 냉소와 혐오감에 빠지게 되는 겁니다. 우리 사회에 희망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려요. 희망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니고, 또 좀 없더라도 희망을 만들어야 우리가 앞으로 더 나가는데, 모두가 다 도둑놈으로 만들고, 모두다 개판으로 만들어 버리면 이건 탈출구가 없어집니다.


그런데 언론이라는 거는 재미도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신뢰성이 있어야 돼요. 공적 책임이 거기 있는 겁니다. 우선 내 반응이, 팔 짤렸다고 하니까 나도 최진실 좋아하는 사람 중 하나지만,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고... 그런데 그거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안을 볼 때도 믿을 수 있는 건 하나도 없구나, 이런 쪽으로 사람을 몰고 가요. 


차라리 우리 김총수가 하는 패러디는 엄숙주의와 근엄함을 뒤집어 엎어서 새로운 희망을 찾아내는 거지 다 묵사발로 만드는 게 아니잖습니까. 그런데 이거는 근엄과 엄숙주의를 근본으로 하면서 사람을 센세이셔날하게 몰아 결국은 모두 절망의 구렁텅이로 끌어내리는 거죠.



그의 언론관이다. 





 

총 : 마스터 키튼을 좋아하십니까? 저희가 그걸 보고, 영챔프의 독자시거나, 만화방에 자주 가시거나, 아니면 보좌관의 취향이다... 이렇게 생각했는데.. (웃음) 
보좌관 : (웃음) 삼 번...
김 : (웃음) ...마스터 키튼은 내 누군지 잘 모르겠는데...
총 : 삼 번 맞군요.(웃음)  김근태 의원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겁니다. 김근태 의원님이 좋아하시는 만화로..
김 : 난 잘 몰라..
총 : 만화책인데, 일본에서 상당히 인기 있습니다. 그걸 좋아한다고 하면, 좋아할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아마..
김 : 음..
총 : 적당한 선택이었다고 보좌관을 칭찬해 주십시요. (웃음)


보좌관 : 그 만화에 포클랜드 얘기가 나오거든요. 근데 항상 하시는 말씀이, 우리는 포클랜드 전쟁처럼 할 수도 없고, 영국이 위기를 극복한 방식으로는 할 수 없다... 그런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그런 예들이 가장 적절하게 표현된 만화라 생각되어서... 굉장히 정치적 감각도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이너뷰 최초의 보좌관 출현.. 짜잔.


김: 아니, 만화책 중에 좋은 만화책들이 자꾸 번역된다고 그러는데, 그걸 읽겠다고 좀 사오라고 하는데, 아직 성공을 못 했어요.
총 : 만화 대여점 같은 곳은 가십니까?
김 : 우리 지구당사 바로 위에 있는데, 거기 인사하러는 가는데 거기 앉아서 만화책 뒤져볼 마음의 여유는 잘 안 생겨요.
총 : 과연 마음의 여유 문제입니까..(웃음)


총 : 혹시 전생을 믿으십니까? 도에 관심 있으신가요?
김 : 아니 별로..
총 : 그런 쪽엔 관심이 없으십니까?
김 : 난 상식적이에요.
총 : UFO는 있다고 믿으십니까?
김 : 진지하게 물으니까 그거 좀 그러네..
총 : (웃음) 저희는 이거 진지하게 생각합니다..
김 : 난 별로 그런데 관심이 없어요.
총 : 관심 자체가 없으시군요. 있다, 없다가 아니고..
김 : 아예 관심이 좀 없어요.
총 : 초자연적 현상이나...
김 : 그런 건 아니고. 초자연 현상, 가령 예를 들어서 아틀란티스, 공룡, 맘모스 이런 것에 대해선 관심이 있고,


총 : 그건 초자연이 아닙니다. 맘모스 실존여부는 과학의 범주고..
김 : UFO가 초자연인가요?
총 : 음... 죄송합니다. (웃음)
김 : 종교에 대해서는 관심 있는데, 점은 한번도 본 적이 없고, 관심도 없고..
총 : 작두를 타는 것도 믿지 않으시나요?
김 : 아 그거는 내 두 눈으로 봤으니까. 촌 사람이라서..
총 : 그건 그러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 그거 보면 일단 신이 나고, 부럽고... 아 거 굉장히 좋아해요. 내 농촌 사람이기 때문에 박수나 무당이 작두 위에서 춤을 추는 거를 여러 번 봤는데 그럴 때마다 경탄을 해요. 근데, 그건 초자연이 아니고... 뭔가 내면의.. 자기 보양이라고 할까..


총 : 수양에 의해서..?
김 : 수양이라기보다... 뭐 하여 간에, 무협지 보면 기가 통해서 이루어진 것일 수도 있고, 하여간 어려서부터 경탄과 존경과 부러움, 또 신났고, 나도 거기 가면 춤추기도 했고..


총 : 그런데 초자연적 현상에 대해서..
김 : 나는 그걸 초자연이라고 생각을 안 한 것 같아요.
총 : 아무나 올라가진 못하잖아요.
김 : 그렇죠. 나도 그건 불가능하고.
총 : 그렇담, 자연적인 현상이 아닌데.


김 : 그... 이런 얘기를 잘 안 하는데, 내가 10번 고문을 받았는데 무당과 박수가 작두를 타는 거가 대단하다고 하면 나도 그거 못지않게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대단한 거는, 그러나 극복한 것은 아니었고, 무너져 내리지 않았다는 거. 그건 왜 그랬냐면 내가 이 나라의 대표적인 지식인 중의 한 사람인데, 내가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우는 대변인 중 한 사람인데, 내가 내 정체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게 있었어요. 고문대 위에서는 항복했다가 내려오면 정신차리고, 또 대들고, 그래서 또 올라가고, 그런 걸 반복했던 건데, 그런 거하고 비슷한 거 아닌가 봐요. 


총 : 종교에 대해서 말씀하시니까 생각나는 건데, 인권보호 차원에서 병역대체복무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양심에 따른 신념을 가지고 군대를 가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 기간동안 감옥을 보내지 말고 사회에 공공복무 시킬 수 있지 않느냐는 건데, 기독교 협회에서는 기본적으로는 지지한다. 그러나, 여호와의 증인은 이단이므로 제외하자라고 합니다. 양심에 따른 신념에 의해서 병역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기독교 쪽의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 나 감옥 살 때 여호와의 증인 젊은 청년들이 집총을 거부하면서 감옥생활을 하는 걸 보고 가슴 아팠어요. 내가 67년도에 논산훈련소에 갔을 때 그때 집총을 거부해서 재판에 회부한다는 걸 연병장에서 들은 기억이 있는데, 그때는 참 안됐다 이런 정도만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감옥에서 보고는 참 가슴이 아팠어요. 젊은 친구들이 교도소 생활을 열심히 하는 걸 보고 내가 이 친구들한테 어떤 도움이 되어 줄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실제로는 도움이 못 됐어요. 자기 양심에 의해서 선택한 건, 그것 때문에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모욕을 받거나, 또는 추가적인 탄압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총 : 그럼 대체복무제 자체는 찬성하시는 거네요.


김 : 그렇죠. 찬성하죠. 다만 한국에선 전쟁이 있었고 남북간에 앞으로 평화도 공동으로 만들고, 어느 땐가 통일을 해야 될 주체인데도 불구하고 이른바 퍼주기론이라고 해서 심한 갈등이 발생하는 것처럼, 아마 이런 얘기가 본격적으로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나오면 이건 국방의 의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하는 선동이 먹혀 들거고, 그 앞에서 얘기를 하면 김근태 저 사람은 원래부터 삐딱했다, 그래서 말빨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하되, 우선 기독교쪽에서 한발 더 나아가서, 본류의 입장에서 보면 이단으로 보일지는 모르지만,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도 하나님 앞에 존중되고 옹호되야 하듯이, 부당한 탄압에 직면해서 고통 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대를 표시하는 게 기독교 정신에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요청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정치권에서 토론을 할 수 있겠죠.


총 : 네델란드는 오래 전부터 그랬고, 최근 영국에는 대마초 까페가 생겼다고 하던데요, 합법적으로 대마초를 피울 수 있는 곳이... 중독성이 없는 마약은 개인의 행복권 차원에서 볼 사안이다.. 라고 주장도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 국정감사하러 네덜란드 헤이그를 가봤는데 거기에 어느 광장에 갔더니 여기서는 대마초 몇 mg 이하는 피워도 된다고 해요. 근데 거기 사람들이 좀 퍼져 있습디다. 기분 별로 좋지 않았는데, 왜 그걸 허용할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경주에 교도소에 있을 때 히로뽕 투약자들이나 판매자들이 들어왔는데 참 인상이 안 좋아요. 그리고 뭔가 들떠 있는 것 같고... 사실 이 문제는 잘 모르겠는데, 좀... 반대하는 편이에요.


총 : 그럼 이런 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전벨트를 안 매면 벌금을 내지 않습니까?  물론 안전벨트를 매야죠. 하지만, 그걸 안 맨다고 해서 사고가 더 많이 난다거나, 길이 막히거나 하는 공공의 불이익이 생기는 것이 아닌 다음에야 국가가 <계몽>하고 <권고>해야지, <강제>하고 <처벌>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건 개인이 선택할 문제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 그것도 반대에요. 무슨 얘기인지는 알아듣겠는데, 사람이 자살할 권리가 있다고 나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살아가야 될 의무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권한이기도 하고. 지금 자동차는 우리에게 편리한 것이고 생산성도 높이고 안락함도 주지만, 또 위험도 주기 때문에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안일함과 게으름에 대해서는 경고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물론 과태료 없이 이루어지기를 바라지만, 그걸 소홀히 하면 목숨을 잃는 건데 그 개인한테는 천하가 무너지는 것이지만 한 사회로 보아도 사회 구성원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문제에 대해서 그건 니가 알아서 해라 라고 얘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총 : 담배는 팔지 않습니까? 흡연을 원인으로 하는 질병도 상당히 많은 데, 그건 오히려 국가가 팔쟎습니까. 


김 : 그래서 담배피지 말라고 캠페인도 벌이고 담배갑에도 써 놓잖습니까? 나도 담배를 오랫동안 피우다가 끊었어요. 끊은 지 한 달 됐는데, 물론 교도소에서도 안 폈고... 피울 수도 없지만 피우라고 갔다 주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거 숨어서 피우는 거 너무나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해서 피울 수가 없었어요.


담배의 위험성을 잘 모르고 허용했다가, 그것이 건강에 큰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캠페인도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법적 제재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어요. 공공장소에서 피우면 벌금을 물리고, 청소년에게는 팔지 못하게 하고. 사회의 규칙으로써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안전벨트 문제는, 고속도로가 그전엔 많이 없었고 일반도로에서는 충돌되더라도 사망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필요 없었는데 그걸 소홀했다가 이 문제의식에 부딪히게 된 상태가 된 것 같아요. 담배가 우리에게 유해한 것이라는 게 입증이 되면 언젠가는 담배를 법으로 금지하는 때가 올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불가피하게 필요악으로 있어 야죠.



고속도로의 증가로 안전벨트의 벌금이 입법화되었다는 건, 이날 이너뷰 중 가장 재밌는 학설이었다.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다른 후보들과의 비교를 위해 다른 후보들에게 물었던 것과 비슷한 성향파악용 질문들을 순서 없이 묻기 시작했다. 


총 : 리눅스를 아십니까?
김 : 리눅스 알아요.
총 : 리눅스를 만든 사람 혹시 아십니까?
김 : 리누스 토발즈.
총 : GNU 정신에 대해서 아십니까?
김 : 들어봤어요.
총 : 혹시 윈도우 다음 버젼이 뭔지 아십니까?
김 : 윈도우 XP.
총 : 공부 많이 하셨군요. (웃음)


김 : 그건 아니고... 인터넷 조작은 내가 못하고, 우연한 기회로 인터넷에 관련된 책임자 역할을 한 적이 있어요. 우리 당 내부에서 전자정보 실현기획단 단장을 했었고, 지금은 전자상거래 공명기획단 단장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주 골머리를 앓았어요. 처음에 전문가들이 모여서 얘기를 하는데 이게 방언을 듣는 것 같고, 무슨 얘긴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다른 게 아니라 약자들을 써 가지고..  ERP니 IP니 약자들을 써서... 뭐의 약어인지 알면 금방금방 머리 속에 들어오는데 처음에는 하루 한시간 반 회의를 하고 나오면 오전 내내 머리가 하도 아파서 다른 일을 하나도 못 했는데 그 와중에 좀 배웠어요. 개념은 대충 아는데 조작은 못하죠.



그냥 안다고 해도 될 걸. 이렇게까지 밝히지 않아도 될 걸. 굳이 인터넷 조작은 못한다는 걸 스스로 자백하고 만다. 


총 : 삼국지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인물이 있으십니까? 최근에 들어서는 조조에 대해서 우호적인 평가들이 많이 나오던데..


김 : 난 그전에 유비를 좀 쪼다로 봤었는데, 쪼다가 어떻게 제갈공명 같은 사람을 거느렸을까,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 하고 생각했었는데, 요즘 유비에 다시 관심이 많아요. 21세기 리더쉽이라는 건 모든 것에서 출중하고 엑설런트한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종합할 수 있고 각 부문에서 자기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 해요. 조조는 난 지금까지도 좀 야비한 거 같아요. 좀 음흉하고... 원대하게 보는 것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하지만 지금의 정치가 권력투쟁적인 요소가 강하다는 것은 틀림이 없는데, 그래도 한국에 발을 딛고 세계로 나가는 정치를 한다, 그러면 사람들 간에 믿음을 기반으로 해서 정치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총 : 박찬호가 2천만 달러를 받아야 할까요?
김 : 난 더 많이 받았으면 좋겠어요.
총 : 그런 값어치가 있는 투수일까요? 우리나라 선수라는 걸 빼고 얘기한다면..
김 : 투수에게 얼만큼의 값어치가 있는지 내가 얘기하기는 좀 어려운데, 체격도 당당하고, 수염도 길러서 그것도 맘에 들고, 돈도 좀 많이 받았으면 좋겠어요.
총 : 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종목이 있습니까?
김 : 난 스포츠를 즐겨요. 축구, 동네축구 잘하고..
총 : 설기현이 있는 팀을 아십니까?
김 : 안... 안드레흐드? 안드... 발음은 잘 모르겠어요.
총 : 드라이포트는 누군지 아십니까?
김 : 드라이포트? 드라이포트는 들어... 사람 이름은 아닌 거 같은데?
총 : 케빈 브라운은 혹시 아십니까?
김 : 그거는.. LA 다저스의 투수 아녜요?


총 : 마이클 조던이 복귀한다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 난 환영 안해요. 코트의 황제가 복귀해서 또 황제가 될 수 있는지도 궁금하고, 그리고 나도 농구를 즐기는 편인데 찬스를 놓치지 않고 뚫고 들어가는 게 놀라운 유연성이 필요해요. 사람이 좀 호감이 가기도 하고...
총 : 호나우도가 복귀 했는지 안했는지 아십니까?
김 : 복귀할 예정이라는 거. 브라질 대표팀에 복귀할 예정이라는 거.
총 : 테니스 선수 좋아하시는 선수 있습니까?
김 : 어.. 여러 사람 있죠. 그 누구지? 머리 빡빡 깎은, 부룩쉴즈 애인이었던... 슈테프 그라프 남자.. 아, 아가시. 그리고 힝기스하고.. 테러당했다가 한동안 테니스 못하다가 복귀한 여자가 있는데 요새 성적이 안 나와서 걱정이에요.


총 : 스포츠에 굉장히 관심이 많으시네요.
김 : 아니 내가 스포츠를 좋아한다니까. (웃음) 동네 수준에서는 잘 하는 편이에요. 축구 농구, 내가 못하는 게 농촌에서 자랐기 때문에 돈 드는 운동은 못해요. 야구. 또 배구도.. 농촌 국민학교는 배구공이 없었으니까. 테니스는 감옥에서 배웠고, 배드민턴은 동네 사람들하고 어울리고, 못하는게 야구 배구 골프...


총 : 서태지하고 이재수하고 사이에 논쟁이 있었는데 그 내용을 아시나요?
김 : 컴백홈을 컴배꼼으로 패러디했다고..
총 : 예. 그래서 서태지쪽에서 제소를 했죠.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 : 좀 뭐가 안 맞다. 주파수가 좀 안 맞는 거 같다는 생각을 해요.
총 : 누가 더 잘못한 겁니까?
김 : 잘못했다기 보다, 서태지가 너무 근엄하게 나가면서 문화권력으로 행세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좀 기분은 언짢겠지. 패러디 당하는 사람 기분 좋은 사람은 없을텐데, 그거 좀 낄낄대거나 깔깔댈 수 있는 여유가 있기를 바랍니다.


총 : 내복 입으세요?
김 : 내복?
총 : 내복 입는지 안 입는지 궁금합니다.
김 : 저.. 팬티는 좋은 거 입지.(웃음)
총 : 사각이십니까?(웃음)
김 : 사각이죠.
총 : 사각을 더 좋아 하시나요?
김 : 삼각은 좀 체신머리가 없는 거 같아서...


총 : 언제부터 사각을 입으셨나요?
김 : 삼각팬티 자체를 입은 게... 나이 20대에서 30대 초반쯤 입고 그담엔 뽀쁘린? 팬티를 입었고, 박스형이 나온 담에는.. 삼각팬티가 한참 유행할 때 잠시 입었다가 다시 뽀쁘린 팬티로 복귀했고, 박스형 팬티가 나온 다음에는 그 중에 좀 괜찮은 걸 골라서 입죠.
총 : 저희가 알기로는 사각파와 삼각파가 있습니다. 사각파에 힘을 얹어주는 말을 한 말씀 해 주십시오. 왜 사각을 입어야 하는지, 정치지도자로서... (웃음)


김 : 삼각을 입으면 좀 체통이 없는 거 같고, 좀 자기 과시하고 싶어도 좀 감추면서  해야 되는데 삼각은 너무 튀어나오는 거 같고... 노골적인 것 같고.. 여자들 길거리에서는 많이 노출하는 사람들에게 시선이 가지만, 가까이 있는 친구가 그러면 내 좀 말리는 편이에요. 야, 감추면서 노출을 해야지 자꾸 궁금해지는 거지, 다 벌리고 다니면 한번 쳐다보고 말지 두 번 안 쳐다본다고 말을 하는데.. 그거하고 별로 관계는 있는 거 같지 않은데 삼각은 체신머리가 없는 거 같아요. 너무 직설적이에요.


총 : 통풍과 관련이 없나요?
김 : 통풍과 관련이 있죠.


총 : 유로통화 환율은 아십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김 : 달러와 유로의 환율은 알죠. 우리나라 돈으로는 계산하면 알 거 같은데... 1유로 대 달러가 0.96에서 0.98 사이가 아닌가 싶고, 우리나라 돈으로는 1U가 1200원쯤 되거나 1190 정도 아닐까 하는데...


총 : 굉장히 정확하게 아십니다. 일반택시 기본요금은 아시나요?
김 : 전철요금은 아는데...
총 : 전철요금은 많이 물어봤기 때문에.. (웃음)
김 : 아니 공부한 게 아니라 내 실제로 전철을 가끔 타고 다녀요.
총 : 그럴때 아는 척 하는 사람들은 없나요?
김 : 많죠.... 어.. 택시가 그 전에는 천원이었고, 모범택시가 2천원이었나? 그러다가 올랐다고 하는데 그 이후엔 내가 택시를 잘 안 탔어요.
총 : 택시 타신 지 굉장히 오래되셨네요.
김 : 그래요?


총 : 그럼, 공창제도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 공창제도... 성적인 거는 도덕적인 잣대로 얘기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그 자체는 사람의 권리고 프라이버시로 보장되어야 하는데, 영국의 찰스황태자가 농담한 게 있는데, 인류가 시작된 이래 사회적 현상과 제도로 그게 존재해 왔다고 했는데, 공적으로 법적으로 보장되는 공창제도는 아무래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좀 문제가 있는데, 그러나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사실은 공창에 준하는 미아리 텍사스나 청량리 588이 있다는 걸 한국 성인 남자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그건 일종의 법의 기만이 아니냐 하는 반발이 있는 것도 알지만 법적으로 그걸 보장하는 건 우리 사회에 만만치 않은 부담을 줄 거 같습니다.


총 : 눈가리고 아웅이라면 걷어내야지 않을까요?
김 : 비난과 질타는 이유가 있는데, 그걸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총 : 그럼 연결해서 간통죄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 간통제도는 좀 다른데, 간통제는 폐지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형사소송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손해배상이나 다른 민사소송이 되는 것이야 뭐 얼마든지...


총 : 부모성 함께쓰기에 대해서는 아시죠?
김 : 알죠.
총 :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 : 좀 당황스러워요. 내가 우리집 애기를 김병준 김병민 이렇게도 부르고, 내 집사람 이름이 인씨여서 인병준 인병민 이렇게도 부르고, 애들도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데, 김인병준 김인병민 이렇게 나오면 좀 당황스럽습니다. 내가 그런 문제의식에 대해서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닌데, 좀 혼란스러워요. 이름이 네자라는 게 생소하기도 하고. 그리고 요 다음 단계에 가면 성이 얼마나 복잡할까 걱정도 되는데, 이게 기우라는 것도 알아요. 우리 사회도 어느 날 인가에는 성도 자기가 맘대로 선택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사람들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고.. 좀 낯설다 하는 느낌입니다.


총 : 백지영 방송에 다시 나오는 건 괜찮으세요?
김 : 백지영, 백지영, 하길래 내가 백지영이가 도대체 누구냐고, 그래서 테레비에서 얼굴을 한 번 봤는데, 좀 이쁩디다. 어... 그거는 본인과 방송사가 결정할 문제라고 봅니다.
총 : 나오지 말아야 한다, 이런 생각은 안 하시나요?
김 : 전혀 그런 생각은 없고. 그런데 본인이 좀 슬기롭게 판단해서 사람들의 정서를 고려해야 할 것 같아요. 시점을 잘 선택해야 할 것 같아요.


총 : 호스트바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호스티스가 나오는 술집에 가십니까?
김 : 가죠. 근데 요새는 몇년 됐어요. 못 간지.
총 : 호스트바 같은 경우 단속을 하면 언론에서 이슈가 되고... 다음 약속에 늦으셨나요 ?
보자관 : 음...
총 : 더 해도 됩니까?
김 : 아 그러시죠. 아 근데 이거 골탕 먹이려구 준비해서 온 거 같아.
총 : (웃음) 호스트바를..
김 : 오프 더 레코드로 하면 내가 쉽게쉽게 판단을 다 털어놓는데..
총 : 털어놓으시죠 (웃음)
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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