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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딴 사설


2002.2.18. 월요일
딴따라딴지 전임 논설위원 파토

 



시사매거진 2580과 피디 비리 


지난 여름 엠비씨의 시사매거진 2580은 연예제작자협회의 이른바 노예계약 등 각종 비리를 전격 보도함으로서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가수들의 출연거부 등 실력행사로도 이어진 이 사태는 일단 외형적으로는 한통속이라고 여겨진 방송사와 제작자간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충격을 주었으며, 대중음악을 아끼는 많은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필자는 쿡찍어쑤욱 9호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철저하게 분석해 드림과 동시에, 사태의 본질이 방송국 Vs 연제협 이 아니라 보도국 PD Vs 연예제작자 + 연예피디 (티비 독점 가요 시스템) 의 구도로 파악되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구채적으로 다음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여 보도국과 2580의 분발을 촉구한 바 있다.


보도제작국은 사실을 추적하고 알리는 것이 그 존재이유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연예계 뿐 아니라 자사 내의 타 부서에 대해서도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위 글을 쓸때만 해도 방송국내의 역학관계로 인해 실제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을 보신 분도 많겠지만, 지난 1월 말 시사매거진 2580의 보도는 외부의 제작자들 뿐 아니라 동료라고도 할 방송국 내의 연예 프로그램 피디들을 보다 직접적으로 겨냥하였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본지의 이같은 지적에 부응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고 하겠다.


보도국 피디들이 연예 피디들과 개인적으로 원수진 것이 아닐진대 굳이 엄청난 내외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프로그램을 계속 만들어가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것은 같은 방송국 체제 내에서도 더 이상은 안면이나 동료의식만으로 용인될 수 없는 수준의 비리와 부정이 공공연히 목도되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이 공중파의 힘을 빌어 대중과 일반에 보다 널리 계몽되지 않으면 치유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에 인식의 수위가 이르렀다는 것이다.


일부 제작자등은 2580의 보도가 특수한 예를 부풀려 일반화하고 과장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이 바닥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이라면 결코 그런게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나 안다. 방송국 내에서 다른 부서의 시스템을 공격한다는 상황 자체가 문제의 심각성을 반증하고 있을 뿐더러, 속성상 실제로 티비에 방영된 내용들은 2580팀이 모은 자료의 극히 일부일 뿐 아니라 그나마 덜 예민한 사안들에 불과할 것이라는 점은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는다.









2580의 지속적인 가요판 비리 보도는 방송국 내에서조차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만큼 곪아버린 작금의 상황을 반증한다

이러한 비리가 매우 일반적이라는 점을 열분들에게 다시한번 확인시켜 드리기 위해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하나 공개하련다.


96년 배드 테이스트라는 밴드명으로 앨범을 발표하고 현역 뮤지션으로 활동하면서 필자는 매니저 일을 봐주던 분과 함께 지방 대도시의 모 라디오 방송국에 찾아간 적이 있었다. 얼굴이라도 비추고 앨범이라도 한번 건네본다는 생각으로 간 것인데, 운좋게도 라디오 생방송에 출연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음악프로 피디가 스스로를 피디라기 보다는 딴따라 라고 소개하면서 음악이 좋다며 도와주고 싶다고 나선 덕택이었다.


방송을 마치고 나자 그 피디는 방송을 참 잘한다 며 일주일에 한번씩 내려와서 게스트로 방송을 하지 않겠느냐는 파격적인 제의를 해 왔다. 동시에 방송 프로그램의 시그널 음악을 하나 만들어 보라고까지 했다. 순수한 호의로 받아들이고 기쁜 맘으로 제의를 수락하고 방송국을 떠나려는 필자를 그 피디는 조용히 화장실로 불렀다. 그리고 작은 종이쪽지 하나를 건넸다. 


방송국에서 나와 쪽지를 펴보자 거기에는 그 피디의 은행 계좌번호가 달랑 적혀 있었다. 요구하는 금액도 아무것도 없었다. 알아서 넣으면 알아서 그만큼 해준다는 뜻이었다.


물론 돈은 송금하지 않았고 그 피디가 한 모든 약속은 거기서 끝났다. (상징적인 의미로 100원을 입금할까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원수 만들것 같아 결국 포기)


이것보다는 덜 노골적이었라도 이후 비슷한 경험은 이곳저곳에서 이어졌다. 필자에게 이런 경험들은 말로만 줏어듣던 방송가의 관행을 직접 체험을 통해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고, 이런 속에서는 정신이 제대로 박히고 정직하게 음악을 할려는 사람은 사실상 어떤 기회도 얻을 수 없다는 엄혹한 현실을 명백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필자와 같은 수많은 뮤지션들이 피디들이 내놓는 계좌번호 쪽지 앞에서 좌절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 그들 중 운좋은 일부는 아무 생각도 없이 거기에 부응하면서 부패 가요 시스템의 일부로 변질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조만간에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위치에까지 오르게 될 것이다.


수천억원의 시장을 가진 한 나라의 대중음악판이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는 것... 이것은 비극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연예제작자와 피디들의 유착및 비리 관계는 결코 일부의 특수한 예가 아니다. 수십년동안의 관행과 인간관계, 금전교환에 의해 철저히 시스템화 되어 있는, 명실공히 울나라 대중음악계를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좋은 음악을 들을 권리는 물론 울나라에 만연된 비리와 부패를 청산하고 문화선진국으로서 발돋움하기 위해서라도 이 구조는 반드시 타파되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방송국내에서조차 더 이상 보고만 있지 못하고 나설 수 밖에 없는 문제의 심각성을 우리들이 누구보다도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


댓가없는 비용은 없다. 제작자들이 피알비라는 명목하에 접대, 향응, 심지어는 온라인 송금으로 피디들에게 건네고 았는 연간 수백억원의 돈이 결국 모두 우리 음악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울거져 나온 거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또한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의 권리와 문화적 가능성이 계속 사장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잊어선 안된다.


열분들 눈에 보이는 쇼비지니스의 화려함은 진실이 아니다. 2002년 현재 울나라 가요판의 진실은 제작자들의 호주머니와 피디들의 비밀 은행구좌속에 있다. 그들이 매일같이 퍼마시는 룸쌀롱의 술판속에, 2차로 이어진 호텔의 진동 침대속에 있다. 몸파는 일부 여가수들의 거시기 속에, 끝간데 없이 뻔뻔한 일부 피디들의 x끝에 있다.


음악판의 진실을 이런 시궁창 속에서 구출하여 진정한 음악을 추구하며 오늘도 허름한 구석에서 연습에 여념이 없는 뮤지션들의 몫으로 돌려줘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사매거진 2580 및 엠비씨 보도제작국의 노고에 아낌없는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지속적인 비리 추적도 중요하지만 그 비리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많은 진지한 뮤지션들 및 음악 지망생들의 역경과 좌절,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정직한 노력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들이야말로 울나라 문화판을 살찌울 인재들이라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더 이상 이들을 방치해 둬서는 안된다는 책임의식 하에 기왕에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 2580이 보다 다각적인 접근을 해 나간다면 이는 결국 울나라 대중음악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기는 결과가 될 것이다.


다시 한번 분발을 촉구한다. 공중파의 힘을 제대로 쓸 좋은 기회다...


 





무붕 2002의 의미


본지가 전사적인 입장에서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무붕 2002 공연,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이미 다 아실 것이다. 공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요 위 마빡 기사에 다 있으니 생략하고, 아직도 잘 모르는 분은 냉큼 가서 읽어보시기 바란다.


알다시피, 딴지일보의 음악섹션으로서 딴따라딴지는 지난 1년 6개월여를 대중가요판의 각종 문제를 비판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으로 일관해 왔다. 붕어, 즉 립싱커들의 창궐은 본지가 그간 여러 각도로 지적해 온 대표적인 가요판의 문제중 하나다. 


립싱커가 지금처럼 일반화 된데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티비라는 공간, 즉 라이브에 적합한 여건이 되지 못하거나 그럴 필요가 없는 공간을 통해 대중음악이 전파되고 있다는 전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울나라의 현실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라이브 없는 곳에 연주와 노래는 없다. 있었더라도 없어진다.


이런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그중 하나가 립싱크가 얼마나 파렴치하고도 반음악적인 행위인가를 알리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계몽이라고 하겠다. 이는 현재 본지가 글쓰기를 통해 하고 있는 작업으로, 립싱커라는 신조어의 개발 및 붕어라는 표현의 일반화를 통해 그 영향력은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중음악이 가진 산업적인 측면, 그것의 고려이 없이 음악판의 대안은 결코 창출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붕어 아닌 가수와 뮤지션들이 티비라는 붕어판 바깥에서 생존, 번영할 수 있는 현실적 시스템 창출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일차적으로 필요한 것이 이들 뮤지션을 수용할 공연의 지속적인 존재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잊어버리기 쉬운 사실은, 이런 공연은 음악적인 면은 물론 상업적인 면에서도 반드시 성공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제 아무리 음악적으로 엄청난 의미를 가진 공연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재생산될 수 있는 상업적인 여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얼마못가 좌초하고 마는 것이 자본주의의 법칙이다. 따라서 좋은 공연의 상업적 성공은 단순히 공연 주최측 뿐 아니라 공연에 출연하는 가수들에게도 매우 중요하며, 결과적으로 붕어를 타파하려는 우리 모두의 염원과도 직결된다.









음악성과 대중성이 적절히 결합되는 음악, 그리고 그런 공연들의 활성화야말로 더욱 다양한 음악판을 만들기 위한 발판이다 

중요한 것은 음악성과 상업성이 발란스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공연의 내용과 형식, 그리고 과거에는 어려웠던 것들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발상의 기획이다. 이로 인해 티비앞에 죽치고 있던 사람들을 공연장으로 하나둘씩 끌어올 수 있게 된다면 붕어는 자연히 사라지게 되고, 가수와 뮤지션은 물론 양심적인 기획자, 공연 및 음반 제작자들이 모두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의 틀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본지의 무붕 2002 야 말로 바로 이런 점들이 진지하고도 철저하게 고려된 울나라 최초의 공연이다.


지금껏 자유 콘서트 등 나름대로의 의미를 내세운 공연은 깨나 있었지만, 이처럼 그 이름에서부터 구체적으로 가요판 자체의 문제를 적시하고 이를 근간으로 삼은 공연은 존재한 적이 없다. 뿐만 아니라 음악판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을 가해온 언론으로서의 본지가 대안으로의 실천에까지 나섰다는 점에서 본다면, 그 종합적인 면모를 생각해볼때 더더욱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게다가 무붕 2002의 규모나 출연 가수들의 면면으로 봤을때 가히 파격적인 수준의 입장료는, 무붕이 단지 한번 이벤트로 돈 몇푼이나 만져보려는 흔하디 흔한 공연기획이 아니라 향후 정직한 음악인 모두가 살길을 찾아나가기 위한 보다 거시적이고도 장기적인 마스터 플랜의 일환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무붕 콘서트를 시작으로 본지는 천천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이같은 마스터 플랜을 펼쳐 갈 것이다. 망하지 않고 손해보지 않으면서, 그리고 그로 인해 계속 뭔가를 벌일 수 있는 에너지를 축적해 갈 것이다. 그 모양새가 무붕과 같은 콘서트의 모습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다른 무엇으로 변해갈지, 더욱 복합적인 것이 될지 아직은 말할 수 없다.


여하튼 첫걸음은 이제 내디뎠다. 열분들은 그저 우리를 믿고 공연장에 와서 마음껏 즐기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공연의 즐거움을, 이를 모르는 주변 사람들과 나누기만 하면 된다. 


그런 담에는 본지가 다음번에 무엇을 선보일지 기대를 갖고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딴따라딴지 전임 논설위원 
파토(pato@ddan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