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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빨 기획] 카오루 기자의 클럽 기행 -4-


2001.2.18.월요일

딴따라딴지 클럽 단속반


 








초현실적인 황칠로 가득차 있는 클럽 드럭의 벽면 (왼쪽편 낙서중 씨발좃도 삽질하고의 4/4조 운율과 도와 고의 각운에 주목하자)


이미 예고해 드린 적이 없다시피, 이번 호에서는 홍대 클럽씬의 발상지, 라이브 클럽의 메카, 드럭을 집중 단속하였다. 요바닥이 낳은 수퍼스타 크라잉 넛을 배출(아직까지 드럭의 무대에 꾸준히 서고 있으니 배출이란 표현은 좀 뭣하지만 우쨌든...)한 곳이기도 해서 이 글을 읽는 독자분덜 중에 저 이름이 낯선 사람은 별로 없을게다.


드럭이라는 클럽의 명성만 오랫동안 들어 왔고 아직 한번도 안 가본 분덜이라면, 웬지 부니기 절라 험악할 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그 편견이 맞다. 총천연색 칼라에다 중구난방으로 뻗친 머리 스탈들에, 눈코입은 기본으로 뚫은 펑크키드들이 공연때마다 득시글거린다. 공연장 내부는 펑크클럽이다보니 엘레강스한 인테리어와는 거리가 멀고, 동서남북상하에 그래피티 낙서 황칠로 가득 차 있다.









고저...다이빙 정도는 해야...


글고 차분하게 한 주를 정리하려고 이 곳을 찾기에는 좀 부적합할 거 같다는 선입견 또한 가지고 있을 분 많을 거 같은데, 저런 분들의 불길한 예감 또한 어김없이 적중함이다. 단순히 어깨춤추고 손흔들어 주는 정도로 관객의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딴따라팬이라면 큰 좃 다칠 클럽이다. 여기 드럭에서는 행동반경 1메타 정도로 굴러댕기며 슬램하는 치들은 슬래머 축에도 안 끼워줌이다.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 한 번 휘젓고 다이빙이라도 좀 하구 해야, 아 저넘 쫌 놀줄 아는 넘이구나 한다.


하지만 이런 전차로, 우리는 바로 요 클럽에서 자신의 정신적/육체적 노화가 얼마나 진행되었나를 테스트할 수도 있음이다. 뭔 얘긴고 하면;


 딱 요기까지만 읽고 아이고 상종못할 동네구나라는 삘이 팍 꽂힌다. - 몸도 30대 이상, 마음도 30대 이상
 가긴 어케 갔는데 전신마취주사라도 맞은 듯 몸이 꿈쩍도 안한다. - 마음은 20대, 몸은 30대 이상
 초반 10분정도 힘 쫌 썼다고 후반부로 가면 체력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게 된다. - 마음은 10대, 몸은 20대 이상
 시종일관 미친 듯이 구르고 날뛰고 스트레스까지 오방 풀 수 있는 단계 - 마음도 10대, 몸도 10대


당신은 어떤가? 이번 주말쯤 시간 내서 드럭으로 건강/체력 체크나 한 번 하러 가보시라.
 






 드럭 (Drug)








 드럭 초간단 역사 정리


1995년에 오픈하여, 그 무렵 홍대 클럽씬의 발흥에 도화선과도 같은 역할을 하게된다. 첨 오픈할 무렵에는 까페로 허가를 받았으나, 이듬해인 1996년 공연장으로 사업자 등록을 마친다.









내려갈 때 계단조심


공연장..허가와 동시에 드럭 음반 레이블도 설립하여 크라잉 넛 + 옐로우 키친의 합작음반 <Our Nation>을 필두로, <Our Nation 2 (노 브레인 + 위퍼)>, <Our Nation 3 (18크럭 + 새봄에 핀 딸기꽃)>, <Our Nation 3 (레이지본 + 자니로얄)>의 시리즈 물과, 크라잉 넛 정규음반 1, 2, 3집, <조선펑크> 컴필레이션 음반 등을 줄줄이 뽑아냈다.


오늘날은 드럭레이블에서 한단계 발전한 드럭레코드가 따로이 설립되었고, 드럭필름까지 생겨서 크라잉 넛 멤버들이 출연한 영화 <이소룡을 찾아랏!>을 첫작품으로 개봉하기도 하였다.



 요기 가면 어떤 뺀드의 어떤 연주를 볼 수 있는가?


앞에서 드럭이 펑크클럽의 메카다 어쩌구 했다고, 여기서는 주리줄창 갈아붙이는 펑크 사운드만 울려퍼질거라고 생각하면 곤난하다. 물론 가게 부니기부텀 해서 요기 서는 펑크뺀드의 면면들이, 어디 내놔도 이보다 더 불량시럽고 삐딱시러울 수 없다 싶을만치 펑크의 앙꼬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만 그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얘기다. 뿌라스 알파가 있다.









드럭 공연장 내부 뽀다구


글고, 예전에는 주 4~5일 이상 매일 밤마다 공연이 펼쳐졌다만, 요즘은 주말께 하루 혹은 이틀 정도로 공연 일정이 단축되었다. 또한, 아래의 팀들은 온리 드럭에서만 볼 수 있는 뺀드들이다. 전속 뮤지션들이다 이말이다. 이 점 숙지하고 아래 뺀드들에 대해 예습하시기들 바란다.
 






 십팔크럭 (18 Cruk)


팀 이름에서부터 밀려오는 이 펑크의 삘을 보라. 97년부터 활동해 온 드럭 터줏대감 밴드이며, 한때 활동을 접었다가 최근 다시 화려하게 부활했다. 급박하게 상승곡선을 타는 전개의 강렬한 펑크넘버들을 주무기로 내세우고 있으며, 순식간에 관객들을 미쳐 날뛰게 만드는데 소질이 있다. 부니기 메이커로서의 연주와 퍼포먼스가 탁월하다는 얘긴데, 스카/레개 등 여러 장르를 펑크속에 비벼 넣기도 하고 저런 시도들도 결국은 폭발적인 강렬함을 배가시키는데 이바지하고 있다. 야성적인 외모와 목청의 보컬리스트가 일품이다.
(참고) 본 기자는 잘 몰겠던데, 요팀의 기타리스트더러 잘 생겼다고 평가하는 여성팬들이 더러 있더라.


 신나징 (Sinna.Z)


초강력 순간 흥분제로서의 음악보다, 귀에 잘 붙고 비교적 서정적인 보컬 멜로디와 정돈된 사운드를 추구하는 팀되겠다 (그러다 보니 밴드 이름도 환장하겠징이 아니고 걍 신나징이다). 펑크 / 스카펑크 / 모던 롹까지 비교적 다양한 장르의 연주를 구사하며, 소년틱한 미성의 보컬이 친근감을 준다. 보통 4~5팀이 무대에 서는 드럭의 관람 환경을 고려할 때 체력 안배를 위해 잠시나마 슬램을 멈추고 경건하게 음악감상을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팀이기도 하다.
(참고) 요즘은 바로 밑의 파스텔에서 세션 기타리스트로 무대에 서기도 하는 본 뺀드의 멀대 베이시스트의 외모가 꽤 깔쌈하다. 욕인지 칭찬인지 몰겠지만, 클릭삐의 베이시스트하고 닮은 것 같기도 하고...


 파스텔 (Pastel)


드럭의 홍3점(여자 멤버가 3명이다)이자, 요바닥에서 약에 쓸려고 해도 찾아보기 힘든 여성 주력 뺀드되겠다. 시원시원한 스트레이트 롹앤롤 사운드부텀 약간은 애시드/펑키 냄새가 나는 롹 넘버들, 그리고 여성시럽구로 소프트한 미들템포의 아기자기한 곡들까지 구색이 다양하다. 공연을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흥을 돋게 만들만큼 연주력과 사운드도 잘 뽑아서 신나는 파스텔이라는 헤드카피가 십원어치도 무색하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
(참고) 베이시스트가 귀여운 얼굴에 몸매는 글래머다. 그리고, 보컬과 리드 기타를 겸하는 날씬한 아가씨는 웃을 때 눈이 초승달이 된다.


 섹시 마일드 (Sexy Mild)


캐나다에서 물건너온 코쟁이들이 주축으로 만들어진 팀이다. 코쟁이 세명이랑, 위의 저 18크럭의 베이시스트(요기서는 드럼을 친다)가 서울의 모 공중목욕탕에서 우연히 만나 의기투합 바로 뺀드를 결성했다는 썰이 있다. 주전공분야는 (드럭이랑 정말 안 어울린다고 생각될지도 몰겠다만) 놀랍게도 재즈 팝쪽되겠다. 하지만 물건너 왔다보니, 이쪽 분야 음악을연주하는 밴드들 중에서는 아무래도 가장 진득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지 않겐나. 기대해도 좋겠다.


레이지본 (Lazybone)


크라잉 넛과 함께 드럭의 간판 쌍두마차 역할을 하고 있는 팀되겠다. 옛날 냄새가 물씬 풍기는 롹앤롤 넘버들과 스카 펑크가 주전공이며, 멤버들 중에 트럼펫이 편성되어 있는 것이 이채롭다. 어수선한 듯 엽기발랄한 무대매너가 예술의 경지다. 2002년 3월에는 드디어 이들의 정규 1집 앨범이 발매된다고. 그래서 그전까지 당분간은 드럭에서는 레이지본의 무대를 보기가 힘들듯하다.


 크라잉 넛 (Crying Nut)


이 팀이 어떤 밴드고 어떤 스탈의 음악을 연주하는 지는 언급하지 않도록 하겠다. 하지만 간단히 짚고서 넘어가고 싶은 것은 첫째, 이제 뜰만큼 떴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얘들을 드럭의 주말무대에서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라는 거고, 둘째, 크라잉 넛은 역시 드럭에서 만나야 제격이라는 거다.









자랑스런 드럭건아 크라잉 넛의 공연 in 드럭



 시설과 그 이용에 대해서


일단 여기는 앉을 데가 없다. 일백푸로 스탠딩을 위한 공간이란 거다. 앞쪽으로 가면 무대 바로 앞에 기댈 만한 테이블이 있고, 옆 뒤 벽쪽에 의자가 드문드문 놓여 있긴 하지만 앉았다간 공연 못 본다. 본 기자가 앞에서 체력 테스트 운운했던게 걍 풀어본 썰이 아니라니까...









공연장 앞쪽 무대부분의 구조


공간이 그리 넓다는 느낌은 안들지만, 그래도 평균 250명은 줄잡아 입장 가능하고 맥시멈으로 350명까지도 들어간다고 한다. 또한 본 클럽은 공연장이기 때문에 술이나 음료를 따로 팔지는 않는다. 대신 입장료 균일 5,000원을 납부하면 생수는 원없이 마실수 있음이다....


글고, 불량시럽고 펑크시러운 클럽내부와는 달리 드럭의 화장실 시설은 아주 굿되겠다. 수우미양가로 따지면 우정도. 건물 1층까지 올라가야된다는 귀찮음이 엄존하고 있긴 하다만 남/녀 구분 되어 있고 꽤 깔끔하다.



 음향 장비에 대해서


본 항목은 드럭의 무대에 함 서볼까나라고 생각하고 있는 뮤지션 지망생들을 위해 단속/점검하는 부분이다만, 여기 무대에서 연주하는 거 생각보다 까다롭다.


일단 당분간은 오디션받을 계획이 없다고도 하지만, 어쨌든 드럭에서 공연하고 싶다는 밴드는 일단 데모테입부터 만들어야 쓰겠다. 그걸 먼저 보내서 1차 심사를 받아야 한다. 1차 심사를 통과하면 드럭 운영자들과 소속 밴드 전 멤버들이 보는 자리에서 연주 오디션을 봐야 한다. 그리고 요 오디션에서 만장 일치로 통과되어야만 대망의 드럭 무대에 설 자격이 주어지는 거다(무시라...).


좀 여러 가지로 까다롭고 폐쇄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다만, 드럭은 대관도 기본적으로 불허하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런 여러 난관 속에서도 반다시 드럭에서 연주를 하고야 말겠다는 음지의 건아들을 위해 쪼끔이라도 도움이 될까싶어 아래와 같이 드럭의 장비현황을 까발려 주고자 한다.


 가와사미 드럼 1대
 Cheri 기타 앰프 1대
 Laney 기타 앰프 1대
 Peavey 베이스 앰프 1대
 Dart PA 스피커
 Dart 14채널 콘솔



 교통편 / 그외


찾기는 되게 쉽다. 홍대 정문을 쳐다보고 오른쪽 길로(그러니까 극동방송국 방향으로) 300메타 정도 쭉 내려다 보면 왼쪽에 바로 보인다.









....요로코롬 큰길가에서 바로 찾을 수 있다


그 유명한 홍대 주차장 골목과 가깝긴 하다만, 드럭 근처에 딱히 꽁짜로 주차할 만한 데는 없다. 그리고 전에도 한번 언급한 바와 같이 주말 무렵에 이동네 차막히는 거 장난 아니니까 아무래도 대중교통편을 이용하는 게 좋겠다.


공연은 주로 토요일 아니면 금요일에 있으며 저녁 6시 30분 ~7시쯤에 시작된다. 함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은 독자분들은 필히 이곳에 들러서 공연 스케줄을 체크해 보고 가도록.
 






이상이다. 두려움과 께림찍함을 잠시 잊고 미친 듯이 한번 땀흘려 보시라. 스트레스도 풀고 노폐물도 발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하나를 더 알게된 보람에 뿌듯해 질테니까.


담회부터 당분간은 째즈 클럽들 일제단속에 들어갈까 한다. 많은 기대 바라며, 제보의 기회는 언제나 열려 있다.




 


딴따라딴지 클럽 단속반 대빵 
카오루 (meanjune@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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