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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마그나카르타는 왜 만들다 말았는가?

2002.1.14.월요일
딴지 게임전문우원 LifePen 



 마그나카르타 사태


Magna Carta라는 단어를 웹사전에서 쳐보면 이렇게 나온다.






1215년 영국왕 존이 귀족들의 강압에 따라 승인한 칙허장(勅許狀). ‘대헌장(大憲章)’으로 번역된다. 존의 실정에 견디지 못한 귀족들이 런던 시민의 지지를 얻어 왕과 대결, 템스 강변의 러니미드에서 왕에게 승인하도록 한 귀족조항을 기초로 작성되었다.


원문에는 개조번호가 없으나 18세기 이래 63개조로 정리되어 있다. 새로운 요구를 내놓은 것은 없고 구래의 관습적인 모든 권리를 확인한 문서로서 교회의 자유, 봉건적 부담의 제한, 재판 및 법률, 도시특권의 확인, 지방관리의 직권남용 방지, 사냥, 당면한 애로사항의 처리 등 여러 규정을 포함하고 있다.


본래는 귀족의 권리를 재확인한 봉건적 문서였으나, 17세기에 이르러 왕권과 의회의 대립에서 왕의 전제에 대항하여 국민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최대의 전거로서 이용되었다. 특히 일반 평의회의 승인 없이 군역대납금·공과금을 부과하지 못한다고 정한 제12조는 의회의 승인 없이 과세할 수 없다는 주장의 근거로서, 또 자유인은 같은 신분을 가진 사람에 의한 재판이나 국법에 의하지 않으면 체포 ·감금할 수 없다고 정한 제39조는 보통법재판소에서의 재판요구의 근거로서 크게 이용되어 금과옥조가 되었다.


이와 같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투쟁의 역사 속에서 항상 생각하게 되고 인용되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문서로서 영국의 헌정뿐만 아니라, 국민의 자유를 옹호하는 근대 헌법의 토대가 되었다... (엠파스 : 웹백과사전 에서)









라고 말이다. 아, 이렇게 중요한 내용은 틀림없이 수능시험에 나올거 같다. 그쥐? 그런데 말인다. 같은 단어를 웹사전이 아닌, 일반 서치항목에서 찾으면, 또하나의 다른 마그나카르타가 나온다. 바로 소프트맥스 에서 이번에 새로 내놓은 화제의 신작 마그나카르타가 그것이다. 이 게임 마그나 카르타는 RPG 장르의 PC 패키지 게임 (요거 참 중요하다. 일단 게임에 사전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있을테니까, 마그나 카르타라는 게임은 RPG PC 패키지 게임 으로 바람의 나라나 리지지 처럼 온라인으로 하는 게임이 아닌, 종이박스 패키지에 든 CD를 꼭 사야지만 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것이다)으로, 올겨울 최대의 기대작이(었)다.


요는, 소프트 맥스가 내놓은 이 신작게임이 각종 버그와 기대에 어긋나는 게임 구성 (유저들이 가장 불만스러워 하는 것은 게임 시스템의 축소와 기대 이하로 적은 플레이 시간이다)에 항의하는 유저들, 그리고 이에 대응하여 소프트 맥스측의 한국 게임사상 유례가 없는 대규모의 리콜 결정이 벌어지고 있다... 라는 것이다. 마그나카르타 사태이후, 본우원이나 및 민족정론 딴지에도 여러 독자들의 제보가 상당히 많이 밀려 들어왔지만, 일단 본우원은 독자덜이 원하는대로 "저기요. 소프트 맥스 마구 씹어주세요"라는 그런 폭로성 기사나 분석은 자제하기로 한다. 최소한 본지쯤 되는 민족정론에선 정황을 살펴서 시바.. 본질적인 문제는 아무래도 이런게 아닐까나? 하고 짚어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현재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해보기로 하자.


2001. 12. 28일  : 소프트 맥스 마그나 카르타 출시


   - 발매 직후 유저들의 항의 개시
     항의내용 (인스톨 에러, 게임에러, 기대했던 것 이하(?)의 게임 구성)


   - 소프트 맥스, 신규 패치 발표
   - 패치 이후에도 게임 불가능, 유저들의 항의로 게시판 일시 다운
   - 안티 사이트 등장 (3~4곳)


2002. 1. 3일 : 소프트 맥스 마그나 카르타 리콜 결정|
     리콜 내용 (인스톨 CD, 퀵가이드, 마그나 카르타 OST)


라는 전개다. 얼핏 봐서는 1주일도 채 안된 기간동안 (그래도 1년이나 지났지만) 소프트 맥스는 꽤나 기민하게 대응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이제 마그나카르타에 실망한 유저들은 모쪼록 화가 많이 나겠지만,1월 15일까지 꾹 참고, CD만 오기를 기다리면 되겠다... (는 절대로 아니잖어 이거!)






 저주 받은 12월의 비밀










  


  


소프트맥스의 게임들


솔직히 말해서, 본우원도 조금 (아니 되게) 당황스럽다. 소프트 맥스, 이런 허술한 회사가 아니(었)다. 소프트 맥스가 지금까지 (한 7년쯤 된거 같다) 내놓은 타이틀이나 성과는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로 뛰어났다. 울나라처럼 게임 제작자들이 불법복제 때문에 피눈물 흘리는 비참한 환경에서 소프트 맥스의 게임이기 때문에 백업CD 안 사고 정품 게임을 산다. 또는 소프트 맥스 게임 살려고 아르바이트 한다. 라는 열광적인 유저들을 만들 정도의 게임 만들어냈던 그런 회사(였)다. 소프트 맥스는.


그런 회사가 이렇게 단박에 망가져 버렸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닌가. 소프트 맥스는 이번에 마그나카르타를 내놓으면서 사실 대단한 각오를 표명했다. 소프트 맥스  자신들의 색깔이 있는 독특한 게임 시스템의 창조, 혹은 스스로의 흥행작인 창세기전 시리즈을 뛰어넘는 새로운 시리즈로의 출발이라든가 하는 뭐 그런 의지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소프트 맥스는 결과적으로 엄청난 실패를 했다. 도대체? 어째서?


우선 눈에 보이는 이유는 마그나 카르타의 개발기간이 너무나 부족했다는 것일게다. 한 개의 (해볼만한) 패키지용 게임을 만들기 위해 게임 개발사가 게임 기획에서부터 제작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1년 이상 그리고 무한대다. (여기서 무한대라는건 최종 출시 직전까지 고치고 또 고치면 더 나은게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국 게임들의 평균 제작제작 기간이 편차는 있으나, 어림잡아 3~4년 정도라고 보면 마그나 카르타가 얼마나 부족한 시간에 허덕였을까는 분명해 보인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마그나 카르타의 (공식) 개발기간은 채 1년도 간당간당 하다. 물론 게임사 내부에서는 일년에 달랑 한 타이틀만 준비하는 건 아니니까, 기획이나 그래픽 엔진은 최소 훨씬 전부터 프리-프로듀싱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프트 맥스가 전사적인 차원에서 마그나 카르타 타이틀에 인력을 집중하고, 개발한 것은 작년 연말에 창세기전 파트 2를 내놓은 이후의 일이다. 결국 투입된 시간과 자원대비 결과물이 나쁘다는 것은, 시험을 앞두고 아무리 벼락치기 공부해봐야, 그건 운을 건 도박에 불과하다는 것을 만고의 진리를 입증한 것이겠다.






먼저, 지난 12월 28일 발매된 마그나카르타의 여러가지 문제가 많은 점에 대해 프로젝트 디렉터로서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굳이 핑게를 댄다면 개발기간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개발책임자로서 정해진 기간내에 완성도 높은 게임을 내어놓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게임에 대해서는 다른 누구보다도, 직접 개발에 참여한 개발진들이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저희로서는 정해진 시간내에 최선을 다했다는 말밖에는 드릴 말씀이 없군요.


매년 비슷한 과정을 밟아오면서, 내년에는 사정이 나아지겠지...하고 기대해 왔습니다만... 매년 여러가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어 결국 또다시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소프트 맥스, 마그나 카르타 개발 총괄 디렉터 : 최연규 실장의 게시물 중)



그러나 우리는 소프트 맥스의 실수가 단순히 시간의 부족함과, 또는 소프트 맥스의 사려깊지 못한 태도 (최소한 게임 패키지 인쇄 내용의 오류는 수정했어야 했다. 개발과정에서는 이미 빠져 버린 게임 시스템에 대한 내용이 케이스 디자인에 그대로 포함되어 있다... 라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외국게임이라면, 뭐 번역이 잘못됐다.. 라는 핑계라두 대지.) 라고만 치부해 버릴 수는 없다. 그것은 이 마그나 카르타 사태가, 지금 우리나라 게임판의 한 실상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즉 마그나카르타가 12월에 출시되었다는 점에, 이번 사태의 또다른, 혹은 어쩌면 중요한 측면이라고, 본우원 생각한다. 소프트 맥스처럼 패키지 게임회사의 달력이 12월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자기야 오늘도 안 나가니?"   
"춥자너, 겜이나 한 판..."   


소프트 맥스 처럼 PC용 패키지 게임을 내놓는 회사들은 겨울장사가 1년 장사다. 겨울철에 어떻게 해서든 타이틀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것은 춥기 때문에 유저들이 여름방학때보다는 따뜻한 집에서 머물러 있는 시간도 많고, (집에는 마침 PC가 있다. 그럼 겜이나 한판! 이 된다. 그쥐?) 크리스 마스 선물이니, 새배돈이니 해서 청소년층의 주머니가 그나마 풍족해지는 시기가 겨울시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소프트 맥스가 돈... 때문에 이런 무리한 출시를 한 것은 아니다. 소프트 맥스에 들려온 제야의 종소리는 코스닥 상장이후 처음으로 맞는 회계 결산을 암시하는 조종의 소리였다.


소프트 맥스는 주식회사다. 주식회사라는 생물은 매년 연말에 재무재표라는 성적표를 만든다, 아니 만들어야 한다. (자회사인 일본 소프트 맥스가 3월 결산 회계 법인이니까, 지분법에 의해서 소프트 맥스도 3월에 결산을 한다면) 더욱 더 겨울장사에 목을 매달 수밖에 없는 거다. 즉 소트프 맥스로는 주식시장에 분명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낀 것은 아닐까? 개발진들은 여러 가지 부족한 상태인 타이틀의 출시를 연기하고 싶어 했지만, (그런 노력이 있었음을 알고 있다. 물론 경영층을 설득하는데는 실패했지만) 소프트 맥스는 상장 이후 첫해의 재무재표를 이쁘게 클린업 할 필요성이 당연히 느꼈으리라고 본우원 생각한다. 그 증거가 보이는 것이 바로 디지털 에이지 라는 자체 유통망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자드 소프트 와 15만장에 40억 5천만원이라는 공급계약을 한 이유가 아니겠는가.


그 동안 소프트 맥스가 가장 잘한 것 중 하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자사 게임 잡지 번들로 안 내놓고, 복마전 같은 유통망을 뚫을 수 있는 유통망을 갖추려고 애쓴 것이다. 이것은 소프트 맥스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핵심적인 정책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프트 맥스의 게임을 사는 유저들은 최소한 비싼 돈주고 산 게임이 육개월도 안되서 잡지 타이틀이나 쥬얼로 나와서 자신들이 바보가 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유통망을 직접 구축한다는 것은 대단한 부담이 따르는 일이다. 결국 마그나카르타부터 이러한 핵심 전략을 소프트 맥스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올 3월에 위자드 소프트와의 합작 유통사 설립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는 물건을 깔고 한달안에 소매로 20%나 30%를 회수해서는 도저히 경영상의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바로 통장에 돈이 꽃히고, 재무재표가 이쁘장해지며, 주식시장에서 환영을 받을 수 있다면, 외부 유통사에 게임을 맡기는 것이 가장 낫다. 그러자면 만들다 만 게임이라는 혐의를 받더라도 지금 내놓을수밖에 없다라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40억 5천만원이면, 소프트 맥스 작년 전체 매출액의 76% 정도 되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작년 겨울, 주식시장에 뛰어든 소프트 맥스는 난생 처음, 엄청난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고 본위원 생각한다. 그것은 게임이나 열시미 만들어서 팔면 그만이던 그런 시절이 아니라, 느닷없는 증권사 애널리스트 라는 애덜이 마구 전화질 해서 왜 주식이 안 올라가는지 물어대고, (뭔가 재료가 없느냐고 말이지.) 친절하게 대답 안해주면, FN 매신져로 그 회사 분위기 나빠요. 악소문내도 아무런 항변을 못하는 그런 복마전에 뛰어들었다고 말이다. (가정이 허용된다면) 소프트 맥스는 아무리 힘들어도 마그나 카르타 안 내놨을 꺼라 본우원 믿고 싶다. 소프트 맥스의 경영진이나 개발자들이 무슨 원박 투데이로 쥬얼 게임 만들었던 사람들도 아니구 말이다. 그러나 그들을 둘러싼 환경은 게임을 좀더 완성할 수 있게 기다려주는 그런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다. 특히 작년 연말은 다른 종목은 다 죽어도 엔터테인먼트 종목은 장사가 된다고, 연일 언론이 뭐 안다구 신나하던 그런 시즌이었다.






 빤한 이야기지만, 초심으로 돌아가라




이것이 본우원이 생각하는 본 사태의 보이지 않은 한 측면 (전부는 아니겠지만)이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이번 사태에 이런 이른 바 보이지 않은 손이 개입했다면, 이는 정녕 12월의 저주라기 보다는 그 이전에 돈지랄의 저주다. 돈지랄은 게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부의 돈이 주식시장을 통해 게임계로 들어와서 부리는 수작이요. 행퍠를 말한다. 물론 이런 자본의 장난질을 단순히 게임판의 문제라고만 한정짖기는 물론 곤란하다. 사실 돈이 좀 된다고 하는 사업영역은 다 그렇지만, 특히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영화 같은 엔터테인먼트 판에서 벌어지는 권력투쟁은 소비자인 유저들이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이다. 건전영화나 건전가요를 만들어서 국민을 교화시킬 수 있다 라고 믿었던 군사독재자들 때부터의 시덥잖은 간섭력을 지금은 투자자들이 행사하고 있다. 물론, 이런 외부 투자를 사양하고, 고고하게 창고에서 게임만 만들 수도 없다 지금은. 손노리가 로커스 홀딩스로 갈 수 밖에 없듯이, 살아님기 위해서 게임계는 철저한 규모의 경제에 돌입해 있다. 경영학 공부한 친구들은 알겠지만, 결국 성공하는 사업이란, 남의 돈을 가지고 리스크를 부담하는 거다. 게임판에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외국 제작사들이 몇 년씩 걸려서 만들어낸 게임하고 경쟁을 시작조차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유저 니덜이 불법복제를 안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렇다면, 뭐냐, 본우원이 지금 소프트 맥스를 편들어 주는 거냐구? 아니다. 그건 아니다. 소프트 맥스 와 그 경영진들은 상당히 비싼 대가를 치루면서 절대로 잊어 버리면 안되는 아주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고 본위원 생각한다. 그것은,


어떤 회사도 주식시장 눈치 보다는 유저들 눈치를 보는 것이 몇배는 더 낫다.


라는 아주 중요한 교훈이다. 소프트 맥스 입장에서는 8만장 리콜해 준다고 했으니까 됐다....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아니올시다. 왜냐하면 게임은, 모든 좋은 엔터테인먼트 상품이 그렇듯이, 개발사나 제작자의 것이 아니라 그 게임을 플레이하고 그것에 일비일희하는 유저의 것이기 때문이다. 사르트르가 "사회적 작가"를 말했듯이, 어떤 창작자가 만들어내는 물건 (소설이던, 영화던, 게임이던)은 그 창작자의 소유물이 아니라, 그 창작물을 통해서 감정을 느끼고, 반응하는 소비자의 것이다. 하물며 돈을 내고 그 문화상품을 사주기까지 하잖어! (물론 불법복제한 애들은 이런거에 해당 안 된다. 백CD 잡구 반성해라.) 게임은 유저의 것이다. 아무리 잘난 게임 회사가 아무리 잘난 개발자를 모아서, 아무리 잘난 게임을 만들면 뭐할꺼냐. 그 게임에 푹빠져서 울고 웃는 유저가 없다면 말이다. 그러므로 소프트 맥스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이토록 큰 것은 그 만큼 기대가 컸고, 실망도 그것에 정확히 비례해서 증폭되었기 때문이다.









         "크아아아...."


더구나 이번에 마그나 카르타는 예약판매 까지 했다. 즉 아직 나오지도 않을 상품에 대해서, 미리 선금을 받고 몇 달전부터 팔아 버린 것이다. 유저들이 당장 손에 들어오지도 않은 게임의 품질을 어떻게 신뢰하고 몇만원씩 낸단 말인가. 단순히 제작사 이름만 믿고? 그런 브랜드 밸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최소한 매번 새로운 시리즈가 나오는 게임에서는 개발사 사이트나 아니면 우호적인 게임잡지를 통해 마치 특종인냥 공개되는 게임 개발 진행상황이 가장 중요한 구매가이드가 될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슨 무슨 시스템이 들어가고, 어떤 주인공이 나오고.... 이건 영화를 보기전에 최소한 능동적인 소비자라면 딴지 영진공 같은 유력한 웹진에서 영화평을 읽어보는 것과 다름없는 그런 소비자의 행동이다. 그런줄 알고 산 몇 달전에 돈 내고 목이 빠져라 기다린 게임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면, 유저는 분노할 수밖에 없다. 유저들의 불만은 정당한거니까 개기지 말자. 제발!


마지막으로 유저들한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게임 개발 사정상 불가피 한 일은 너무나 많이 일어날 수 있다. 유저들이 화를 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당연하지만, 그 분노감을 개발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돌리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다... 라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개발자라도 개발환경의 문제로 당초 구현하고 싶었던 대로 못 만드는 경우는 정말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사기는 아니다. 왜냐하면, 그 어떤 경우에서든 유저들을 더 재미있게 해주지 못해서 안달난게 개발자 들이지, 일부러 게임시간, 게임 시스템 줄여서 니덜 기분 나쁘게 만들려고 이런 일 벌이는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건 본우원이 게임판에 있다고 해서, 팔이 안으로 굽어서 하는 말이 당연히 맞다. 어쩌면 유저들 이상으로 기분 엿같고, 화나지만, 아무말 못하는 죄인이 된건 마그나 카르타 개발자들일테니까. 물론 일방적으로 개발자들한테 면죄부 주란 말은 못한다. 결국 마지막 책임은, 자기 이름을 걸고 뭔가를 창조해내는 엔터테이너들은 목숨을 걸고 이름의 명예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다만 본우원은 이런 일에 대해서 게임 개발자와 게임 회사를 분리해서 봐주길 원하고 있다. 솔직히 본우원, 이번 사태가 마그나 카르타의 개발진들이 경영진을 더 이상 어쩔 수 없어서 마지막 저항으로 한방 먹인게 아닌가 싶기두 하다. 그렇지 않구야 개발자들이 자기 피 같은 게임, 이런 모양새로 내놔서 이런 엄한 사태를 뻔히 야기할 필요가 없다. (이런 의심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이 마그나 카르타가 소프트 맥스의 사실상 마지막 PC 타이틀 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일부에선 마그나 카르타 2에 대한 기대도 있는 모양이지만, 소프트 맥스가 온라인 게임 파트로 패키지 개발팀을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팀을 해체하기로 했다는 말이 들리는 것으로 봐서, 사실상 마지막 타이틀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마지막 게임이 이지경이 되었다... 라고 하면... 참 기분 더할 나위없이 비참하지 않겠는가. 서로 감정 상하게 욕까지 하면서 비판하는 일은 자제하자. 인생은 짫고, 해야할 게임은 졸라 많다. 남 미워만 하다간 그 많은 게임도 다 못해보고 우린 늙어 죽을 거다.


연초부터 이런 일이 벌어져서, 게임판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써 덩달아 미안하고 미안하다. 우리는 그저 재미있는 게임 만들어서, 니덜이랑 알콩달콩 놀아보려고, 그저 그런 마음이었는데....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어느새 눈 돌아가게 변해 우리 모두를 그저 게임만 신경쓰고 살게 가만 냅두질 않는구나. 시바. 새해 액땜치고는, 제작자나 유저나 엄청난 땜이었다만은 워쨌든, 새해엔 이런 일 좀 적고, 우리 모두 즐겜만 하는 그런 나날이 됐으면, 좋겠다. 다덜 새해 복 많이 받구, 명랑즐겜해라!



그래두 불법복제는 절대 하지마. 아라지?
LifePen (lifepen@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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