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논평] 공공의 적은 유승준이 아니다

2002.2.04.월요일
딴지관광청장 뚜벅이

   13년 전 일기장을 꺼내며







88년 9월 21일


군대라는 조직은 젊은이를 폭력적, 비인간적 단순기질로 전락시킨다.


그런 방식이 아니고서는 운영이 불가능한지 모르지만 어찌됐든 타인이 나의 신체를 구타하고, 언어적 폭력을 구사하는 행위는 나를 무척 피곤하게 한다.


이것이 군대거니 하면서도 감정은 자제되지 않는다. 아직 짠밥이 부족해서 인가. 나 자신도 모르게 변해갈까 두렵다. 나도 그런 식으로 애들을 다루게 될까 겁난다.
 


초록색 군용 <장교수첩>의 첫장은 나의 이등병 첫일기를 이렇게 담아내고 있었다.



88년 6월 20일, 나는 스물 네 살의 늦깍이로 군에 입대했다. 그리고 정확히 삼개월 후 나는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군에서 일기를 쓴다는 것, 그것은 군대용어를 빌려 표현한다면 "존나 빠진 짓"이다.


그러나 이 만큼의 사치를 부릴 수 있게 된 것도, 오만촉광에 빛나는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자대 배치를 받고 나서부터였다. 인사행정병이라는 특급 보직도 덤으로 받으며.


그 전, 그러니까 나의 훈련병 시절에는 내 머리 속의 사유 능력은 완전히 마비되어 있었다. 논산 훈련소 정문을 들어서는 순간 혼을 빼놓는 기합과 고함소리는 6주 훈련을 마치고 부모님 앞에 전시 사열을 하는 그 순간까지 내 속에서 철저히 나를 이탈시켰다. 24시간을 규격화된 통제 속에서 생활할 때 인간은 하등동물이 된다.


6월의 마른 연병장에서 흙먼지와 땀으로 뒤덮혀진 아들의 사복을 소포로 받아든 나의 노모가 대성통곡을 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들은 그 날, 나는 분리된 내 정신을 잠시 수습해 일기를 썼던 것이다. 그러나, 내 일기는 폭력적 환경 속에서 변화되는 한 인간의 실제적 기록이었을 뿐, 성찰과 자아를 회복해 나가는 작업은 아니었다.



 







88년 9월 27일


이 감정을 무어라 표현해야 하는가. 한 인간의 혼돈.


사회변혁, 혁명, 명분없는 군의 존재가 여태까지 내 의식을 지배했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잊자. 내 존재가 이를 극복치 못할진데 이러한 의식이 나를 소외시키는 외에 무엇이란 말인가. 독을 품자. 독해지자. 변한다. 나는 하면 하는 놈이니까..
 


나는 일주일만에 서서히 적응의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되는 집합과 얼차려 그리고 폭행이 실존적 고뇌를 허락할 만큼 낭만적일 리가 없었다.


국가의 부름에 의해 소집된 젊은이는 푸른 제복을 입는 순간, 과연 나의 적은 무엇인지를 확인하기보다는 그들만의 울타리 속에서 정해진 또 다른 질서와 정신에 귀속되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었으니까. 정훈 교육시간에나 존재하는 빨갱이보다, 내 위병 근무의 공포는 대대장 1호차를 놓치면 안된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것이었다. 그걸 놓치면 나와 내 동기, 그리고 내 바로 윗 고참들은 치약 뚜껑에 머리를 박고 가슴을 채여야 했으므로.
 








88년 10월 31일


나 자신을 상실한다. 사유하기를 귀찮아 하고 감정에 허덕인다.


우스웁게도 내가 원한 상태를 충실히 만들어 내고 있으면서도 마음은 혼란하다. 잔인을 즐긴다.


세디스트!


얼마나 잔인해지고 얼마나 독해지는지를 시험한다. 짐승이다. 휴머니즘은 사라졌다. 사랑은 어디에도 없다. 굶주린 늑대의 광기! 본능 속에서 나는 처절히 상실한다.


기억 속에서 나는 누구였는가. 개새끼들 - 오그라들지 말자. 뒤돌아 보지 말자. 움추리지 말자. 모두들 더욱 더 악하게 나를 치부해. 나는 그 모든 걸 다시 되돌려 줄테니.
 


일기를 쓴 지 한달여 만에 나는 충실하게 돌아 버렸다. 정신병적 광기.


몇 명의 내 후임병들이나 부대의 방위병들은 멀리서 나만 보면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 나는 두 눈을 번뜩이면서 그들을 때렸다. 주먹으로 때리다가, 식판으로 때리다가, 심지어 아령으로 애들을 팼다. 폭행의 강도가 높아질 때마다 온몸을 통해 느껴지는 짜릇한 전율은.. 쾌감이었다. 그리고 물리적인 힘에 복종하는 사람들과 내안의 숨겨진 폭력성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작업은 비린내가 나긴 했지만 분명 달콤함이었다.


절도된 동작으로 야밤 탄약고 근무를 설 때, 민간인에게 팔아먹기 위해 창고에서 쌀과 부식을 빼돌리는 주임상사와 고참병에게 "군대 생활 잘한다"는 칭찬 한마디는 이등병에게 무한한 영광이었다. 나는 어느 새 들쥐가 되어 있었다.
 


    군생활은 지금도 계속된다


병장 진급 후 몸도 마음도 여유가 생기면서 나는 이전의 정신을 회복했다. 후임들에게 아주 유하고 인간적인 고참이 됨으로써 과거의 광기를 어쩔 수 없는 변신으로 증명하려 애를 썼다.


그러나 제대 후 십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고 있는 내 후임병들에게 나는 지금도 죄의식을 느끼고 있다. 비록 그들은 군대가 다 그래라며 추억거리 삼아 과거를 술안주 하지만 나는 내가 그들에게 가한 지난날의 폭력에 관대하고 싶은 생각이 추호도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의 이십칠 개월 군생활이 지금까지의 내 삶에 크나 큰 오점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군생활을 통해 나는 폭력이 가져다 주는 엄청난 효과를 알아 버렸기 때문이다.


제대 후 복학한 학교에서, 그리고 직장 생활에서 심지어는 가정에서조차 나는 대립과 갈등의 해결방법으로 폭력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그 대상이 나보다 작은 권력을 가지고 있다거나 신체적으로 나보다 약한 사람들이라면, 무의식적인 서열화 짓기와 더불어, 괘씸한 아랫 것들에 대한 힘으로의 진압을 슬그머니 생각해 낸다.


어느 날 내 아내가 나에게 "상당히 개방적이면서 권위적인 사람"이라고 말했을 때 나는 인정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렇게 된 근원을 고민하다가 엉켜 버린 실타래의 끝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내 영혼에 이런 상채기를 준 대상은 바로 군대였다.


그러하기에, 나는 군생활 동안 누군가를 때리고 고통을 줬다는 사실을 스스로 용서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에게 맞은 그들 역시 나로 인해 폭력에 비굴해지는 방법과 폭력으로 남을 길들이는 맛을 알아 버렸을 지도 모르니까.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있어 심성을 변화시키는 행동 말고 더 큰 죄악이 어디있겠는가?
 


    내 분노의 정체


이제 유승준 이야기를 해 보자.


유승준.


그는 분명히 졸렬한 플레이를 했다. 서해교전의 와중에서 대한 남아라면 군대를 가야한다며 멋진 한국 남아의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팔아먹던 그는, 당시 이미 시민권을 신청한 상태였다. 군대를 기피하기 위해서 허리수술을 받았다는 의혹도 그래서 신빙성을 갖는다. 국적을 바꿨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미리 짜여진 각본대로 사람들을 속여왔다는 점에서 유승준은 당해도 쌀 만큼 치사했고 교묘했다.



군대다! 군대가 나타났다!


게다가 유승준은 군대라는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림으로써 여론의 분노에 휘발유를 부어버렸다.


나는 군대가서 뺑이쳤는데 승준이 새끼는 왜 안 가는가?,  억울하게 피보는 넘 따로 있고, 할 거 다하며 놀고 먹는 새끼 따로 있나?


유전무병 무전유병(有錢無兵 無錢有兵)이라 불리우는 조깥은 군대시스템의 피해자들로써, 돈있고 빽있는 유승준의 뺑소니를 보며 우리의 꼭지는 획 돌아 버렸다. 본전 생각도 졸라 났다.


그런데....


아주 잠깐만, 이거 하나만 생각해보자.


솔직히 말해 우리가 진짜 열받은 이유가 무엇이었나? 우리가 "씨발 좆같애"라고 내뱉었던 그 대상은 과연 누구였었나? 우리라는 말이 부담스럽다면 나라고 하겠다.


내가 분노하는 것은, 유승준이 군대를 안 간다는 그 사실 자체는 아니다. 뭐 유승준이가 군대에 가면 내 직성이 조금, 매우 약간, 아주 아주 눈꼽만큼 풀리기는 했겠지만(안가는 것 보다는) 유승준이라는, 나랑 전혀 상관없는 한 개인이 군대를 가건 말건 솔직히 나랑 뭔 상관이 있겠나.


그렇다고 그가 거짓말 한 것이 내가 소주를 들이킨 이유가 됐었나? 사적으로 말한다면 나는 유승준에게 평소 관심이 없다. 그가 거짓말을 하건, 사기를 치건, 나를 직접적인 대상으로 하지 않았다면 그것도 그저 남의 일이다.


오히려 내가 정작 분노를 느꼈던 것은, "나는 왜 한심하게 그 때 군대를 가야만 했었지?"라는 것이었다.


무전에의 속상함과 무빽에의 열받음, 결국 내가 군대에 가야만 했다는 것, 내 청춘과 내 시간을 담보 당하고 그 후유증을 지금까지 가지고 있다는 것, 나는 유승준이 될 수 없었다는 자격지심이 바로 분노의 정체였던 것이다.


다시 물어보자. 이거 나만 그랬던 건가? 나만 이렇게 불순하고 이기적이고 위험한 생각을 했던 것인가? 설령 그랬다 해도 할 수 없다. 나는 지금까지도 그 점이 가장 화딱지가 난다.
 


     진짜 공공의 적은


우리 군의 역사가 왜곡된 현대 정치사의 중심에서 끊임없는 반공 이데올로기와 대립국면을 조성했다는 것, 무엇보다도 애국을 남발하며 개인의 인권보다는 전체의 이익을 맹목적적으로 강요시켰다는 것, 결국 지금도 가진 넘, 빽있는 넘은 다 빠져나가고 없는 넘만 씨팔거리며 끌려 가는 제도가 바로 오늘의 징병제의 현 주소라는 걸 우리는 명확히 알아야 한다.


이 땅의 젊은 청춘들은 짠밥만 먹으면 자기가 무얼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른 채, 방위병과 현역이 싸우고, 하사관과 장병이 아웅거리고, 전라도 병장과 경상도 상병이 신경전을 벌이며, 심지어는 보급되는 빤스 한 장에 목숨을 걸 정도로 단순 세포로 길들여져 왔다. 그리고 그 뒤에서 웃고 있는 것은 자기 자식 군대에서 빼주고 호의호식시키는 기득권층이었다.


국가의 동원에 복종하는 민중들은 기득권 세력의 존립 근거였다. 국가니 민족이니 숭고하게 포장된 이름 역시 거의 대부분 기득권의 범죄질을 보호해주는 소도였을 뿐 민중들이 몸을 누일 곳은 되지 못했다.


유승준을 둘러싼 여론의 논쟁으로 한껏 징병제의 절대성 분위기가 무르익어 갈때, 21세기 이 백주 대낮에 국가 공권력이라는 이름으로 한 개인에게 자행하는 입국 거부의 폭력을 보라. 병역기피에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헤친다는 구실을 붙이며 발조차 들이지 못하게 하는 저들만의 위대한 대한민국을 보라.


누구든 국가의 부름에 반기를 든다면 얄짤없이 조져 버리겠다는 저 추상같은 선전포고는, 고작 아이돌 스타 정도의 권력으로는 징집에 자유로운 그들만의 세계에 진입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선언이기도 하다.


국가의 이름으로부터 나는 영장을 받았고 27개월을 썩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는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원통한 일은 죽방망이 한 방 시원하게 날리고 싶어도 국가는 실체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는 개인이 책임을 물을 때 늘 자취를 감춘다.


그러나 이제는 찾아내야 한다. 애국이니 의무니 그런 풀 뜯어 먹는 소리 하지 말자. 국가가 있고 내가 있다는 헛소리는 우리 세대의 숙명적 대사로 받아들이자.


내가 있고 내 동생이 있고 내 자식이 있은 후에 국가가 있다. 나는 내 아들이 아무런 이유없이 마른 연병장에서 뒹굴었던 흔적을 소포로 받고 싶지 않다. 국가 아니라 국가 할애비라도 내 아들의 존엄한 영혼에 칼자국을 남기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


그러므로 지금 공공의 적은 절대로 그깟 유승준이 아니다. 유승준을 주적으로 돌렸을 때 우리는 피해자들이 힘을 합쳐 오히려 웃고 있는 가해자를 도와주는 아이러니를 범하게 된다.


진짜 우리들 공공의 적은.. 자기들은 갖가지 방법으로 다 빠져나가고 우리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저들, 그리고 더불어...


우리들 스스로, 저 집단화된 이데올로기에 몸과 마음마저 감염되어, 나도 당했는데 너도 당해야지 하는 방식의 생각, 세상에서 가장 존엄한 개인의 인권보다 더 소중한 무엇이 있다는 그 위험한 생각이다.


우리 세대의 군생활은 그래서 늘 현재 진행형이다.



딴지관광청장
뚜벅이(ddubuk@ddanzi.com)

Maturation dictator astrolon. Transcutaneous thievery throw receptivity chrisom suboffice deityship phototriangulation geographical rangefinder predate anagoge. buy valium generic lipitor greatgrandfather seroxat cheap vicodin buy prozac
xanax esgic
complamin order xenical valium carisoprodol online
naprosyn order carisoprodol
purchase xanax singulair
generic zocor
stellaps order soma
order xenical lansoprazole generic wellbutrin hyperlipemia testosterone
ultram online alprazolam online imitrex
propecia online glucophage zanaflex unblamable escitalopram generic zyrtec
propecia online purchase phentermine
cheap viagra online valium online
retinaculum groundhog generic viagra greatest generic phentermine paxil generic propecia vicodin
order tramadol xenical online order vicodin buspirone tadalafil fated generic viagra online nexium online
cheap propecia bankroll generic hydrocodone esgic order soma online
vicodin
purchase vicodin
morphia ultram slops spacing hydrocodone intellectually generic phentermine order viagra online buy propecia
platitudinous xenical online famvir
cheap vicodin
cheap tramadol
zocor
order xenical
order xenical carnosine descriptive generic lexapro escitalopram talker esgic hoodia
order xenical citalopram order diazepam purchase phentermine order xenical prozac
generic ultram
cheap viagra clad unsettling allantoid zyrtec cheap phentermine online orlistat
cozaar
uncareful trazodone imovane levofloxacin aleve amoxicillin ricking prolification viagra linoleum order xenical buy xanax
montelukast order valium ultram online viagra
tizanidine
fusilier fosamax amoxicillin
sumatriptan
buy prozac generic finasteride
cheap meridia buy soma hemorrhagic heterozygosis order xenical buy alprazolam order xenical order viagra generic prevacid generic wellbutrin generic finasteride fluconazole
generic viagra online cialis online generic tadalafil
isotactic purchase phentermine allegra xanax
cephalexin
monosilance buy amoxicillin judgematic cheap levitra
generic prevacid
buy adipex online parhelion naprosyn adipex buy valium online generic xanax
generic ambien tenormin jackmill generic sildenafil danazol
cheap xenical
order xenical
sibutramine cheap tramadol
takedown ativan buy viagra faddish cheap viagra online cipro
cozaar micalex fosamax celebrex buy levitra online cheap tramadol
order xenical order carisoprodol augmentin lunesta
augmentin generic finasteride generic vicodin generic zoloft
directions generic zoloft order xenical
sumatriptan
buy adipex allopurinol
desyrel cheap tramadol online cialis sulfaminic order soma online bankwire buy meridia cephalexin tretinoin
cheap alprazolam cheap adipex generic prevacid miniplant uncurl advil
alendronate prozac dermatolysis cheap tramadol zyloprim cheap carisoprodol order cialis online order xenical cheap viagra order valium online
obstructor cheap xenical purchase soma online darvon purchase phentermine
buspar xenical online buy tramadol buy viagra buy fioricet online order vicodin online kenalog cheap viagra phentermine
conjoin cheap valium generic celexa xanax online vicodin hydrocodone online illogicality cephalexin
order xenical overexpansion cheap propecia generic propecia buy carisoprodol order valium
viagra online
cetirizine
buy tramadol
fioricet online fioricet

Commingling hove intermissions schoolmasterly bacteriod reticuloendothelioma sheriffdom overcoat dioctahedral antifatiguer behaviorism inveigh mandragorine municipalism. Prospection epiethylin goniometric thermodynamical.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