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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뽀] 이회창 대세론은 없다
- 이회창 필승론이 있을 뿐이다 -

2002.2.14.목요일

딴지 정치부 파견 군사전문요원 펜더



민족의 대이동이라 불리는 설날...펜더도 이 민족의 대이동 행렬에 꼽사리 끼여 국토 종단길에 나서게 되었다. 수원서 대전 찍고(펜더가 자란 동네다), 대전에서 동문회와 시네마 파크라 불리는 대전의 영화산업 심장부 견학을 마치고, 부모님 모시고 마산으로 달려가게 되었다.


늘상 그렇지만, 대한민국 성인치고 정치 이야기 한 자락 쯤은 명절날의 에피타이저 되겠다. 여기에 본지 데스크의 꼬드김과 부추김에 넘어간 펜더, 과감히 경상도 민심을 파헤치기로 마음먹고 설 연휴 5일간 분골쇄신 경상도 민심 탐방에 나섰다... 편집부는 나중에 펜더에게 취재비용으로 들어간 피박과 광박... 그리고 광값을 부쳐주기 바란다.


(경상도 고스톱에는 목단을 쌍피로, 비고도리로 고도리로 보는 요상한 룰이 존재한다... 인터넷 고스톱의 표준률이 적용되지 않는 음지에서 펜더는 기름값이라도 건지려고 뽀찌를 요구하였으나 따뜻한 형제애의 도시는 머나먼 미국의 필라델피아였다는 것을 느꼈을 뿐이었다)


경상도 민심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펜더의 가계도를 봐야겠다. 여론 형성의 모집단에 대한 검증을 말하려 하는 것이다(기사 내용이 지극히 주관적이라 말해도 할 말 없다).







펜더네는 경상도 토박이로 보면 정답이다. 펜더가 종손이라는 타이틀로, 무슨 날만 되면 8촌까지 아우르는 오지랖 넓은 발걸음으로 인사 다녀야 함은 물론이고, 펜더네 집안의 사람들은 거의 다 대구, 울산, 마산, 창원, 울진, 진주, 부산, 진해, 진동 등등 마산 주변의 경남북을 아우르는 한마디로 <경상도 집안>되겠다. 그리고 그 메카에 떡 하니 앉아 있는 분 펜더의 아부지 되시겠다.


외가쪽은 함안 대산을 중심으로 울산과 마산, 진주, 부산, 과천, 서울 등 비교적 전국 적으로 뻗어있지만, 식구의 8할 이상이 경상도에 포진되어 있어서 비교적 경상도 민심을 듣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할 수 있다.


이들의 직종 역시, 육군 대령, 경찰서장, 현직 검사, 파출소 순경, 건설업, 자영업, 요식업, 부동산업, 펀드 매니져, 알바 대학생, 오토바이 회사 경리, 은행 행원, 창원 명서동 노인정 회장, 학원강사, 학생, 고삐리, 중삐리, 초등학생, 유치원생, 한약 약재상까지 다종다양한 직종에 폭넓게 분포되어 있다.... 한 마디로 창원에서는 <유지급>이라는 것이다. 펜더 아버지 말씀으로는 50년 전만 해도 창원에서 펜더네 집 하면 알아주는 천석지기라 그러신다.


일단은 이번 설연휴 동안 펜더가 느낀 단 하나의 결론은 "이회창 대세론"의 부정이었다...


개뿔이 이회창 대세론 되겠다. 경상도 민심은 펜더가 느끼기에는 "이회창 필승론"이었다.


 


 김대중은 경상도 사람을 다 죽이기로 작정을 했다


98년 펜더가 추석을 쇠러 내려갔을 때 들은 말은, 경상도는 회사 무너지는 소리 덕분에 밤잠을 설치고, 전라도에선 밤새도록 망치소리 때문에 잠을 못 이룬다는 말이었다.


바로 전라도 공장에선 연기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다.


이 말이 불순한 정치 세력에 의해 악의적으로 퍼뜨려진 일종의 프로파간다(아싸, 유식한 말 나왔다)로 보는 것이 타지역 사람들의 생각이지만, 경상도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일단 당시에는 건설사가 무더기로 다 무너져 버렸다. 경상도를 대표하던 청구건설이 자빠지고, 이어서 수 십 개의 중소 건설사가 무너져 내려버렸다.


일단 경기를 끌고 나가야 할 건설사가 무너지자 경상도 경제는 휘청거렸다. 문제는 여기서 멈춘 게 아니다. 창원과 부산 민심을 결정적으로 무너뜨려 버린 삼성 중공업과 삼성 자동차의 해외 매각건이 문제가 된다. 이부분 상당히 미묘하면서도 엿같은 문제로 얽혀 있다.







다들 알다시피 삼성 자동차는 르노로 넘어가 열씌미 에셈5를 찍어내고 있지만, 사람들 머릿속에 삼성 중공업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문제는 암에프 터지기 전까지 삼성중공업... 잘나갔다.... 졸라 잘나갔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특장차 부문에 있어선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으로 잘나가는 기업이었다. 문제는 암에프 터지고, 나라가 부도 맞아 버리고 나서는 삼성 중공업도 휘청거린 것이다...건설업이 무너지니 중공업이 잘될 리 만무하잖는가?


그러니 경상도 사람들이 체감하기에 경상도 공장 전라도 공장 론도 전혀 근거없는 악의적인 헛소문으로 들리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창원 사람들의 주장이다(정확히는 삼성 중공업에 다녔던 울 고종사촌과 친척들의 주장이다...).


- 삼성이 자동차와 중공업 두 가지를 가지고 김대중 정부에 쑈당을 걸었다... 김대중은 일단 경상도 사람들을 다 죽일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상도 경제를 말어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고, 그 첫 번째 타켓이 삼성이었다. 문제는 삼성은 자동차를 살리고 싶었고, 김대중 정부는 일단은 중공업을 넘기면 자동차는 재고해 보겠다는 제스쳐를 보여서 삼성이 자진해서 중공업을 볼보에 넘기게 만든 다음에 삼성 뒷통수를 쳐버려 자동차까지 넘기게 했다는 것이다... 결국 삼성은 알토란 같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의 희망이었던 자동차 두개를 다 빼앗긴 것이었다.


이것이 김대중이 창원과 부산에서 저지른 만행이었다는 것이 펜더의 친척들의 주장이었다.


말로만 듣던 김대중 음모론의 실체가 되겠다.


자 여기서 창원의 특징에 대해 말해야겠다.



창원... 이 동네 인건비 졸라 비싸다... 남자보다 여자가 많다. 한 마디로 공단 지역되겠다. 원래 공단 만들려고 만든 동네가 창원 되겠다... 고로 졸라 경기에 민감하다. 부산 역시 마찬가지이다. 대구?? 마찬가지이다.... 경상도 지역에는 공장 졸라 많다. 결국 경기에 졸라 민감하게 된다. 문제는 암에프 충격파 터지면서 이야기가 요상하게 흘러간 것이었다. 만약 97년 대선에 회창이가 대통령이 되었다면 이야기는 어떻게 되었을까? 김대중은 정말 경상도 사람들을 다 죽이기로 작정을 했던 것인가?


 


 97년 대선은 경상도 사람들이 속았던 것이다


창원에서 전기배선 건설회사를 가지고 있는 펜더의 이종사촌 형의 주장이다.


- DJP 연합 안있나? 알제? 대중이 씹쉐이랑 쫑필이 개쉐이가 짝짜꿍해서 갱산도를 말아묵은 거이... 쫑필이가 김해 김씬거 알제? 그 쫑필이가 김해 김씨 문중을 죄 돌아불믄서 대중이 찍으라 안그랬나? 김해 김씨? 갱산도에 쫙 퍼져 있지 않나... 갱산도 안에 빨갱이 뿌락치가 판을 쳐삔기다... 알긋나? 빨갱이...


1차로 타켓이 된 것이 김종필 총재가 김해김씨 문중을 돌아다니며 김대중 지지를 호소한 것이 1차로 경상도의 분열을 가져온 것이란 것이다.


다음은 부산에서 약재상을 하고 있는 펜더의 5촌 당숙 어른의 말씀이시다.


- 인제 그노마가 갱산도를 말아묵었다. 표가 갈린기다. 더 말할 것 없다. 무조건이다. 무조건 이회창씨를 찍어야 한다. 알긋나?







쓰리고를 불러서 독박을 쓰고 말았던 찰나에 우리 당숙 어른의 한말씀이시다. 갑자기 자리가 숙연해지면서 이인제 불가론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펜더의 모친 되시는 분의 주장을 들어보자.


- 인제 때문에 경상도가 쑥대밭이 된 거다. 인제가 회창이한테 갈 표를 다 갉아 먹어서 대중이가 대통령이 된 거다. 경상도가 무너져 내린 건 대중이 때문이지만, 대중이가 대통령 된 건 다 이인제 때문이다. 그런데 또 이인제를 찍으라고?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그렇다. 97년 대선 당시에 이회창이 떨어진 이유는 김대중의 실력보다는 야합에 가까운 DJP연합과 이인제의 배신에 따른 이회창의 <빼앗긴 승리>란 것이 경상도 사람들의 지금 생각이다. 그렇기에 절대로 이인제만은 찍어선 안된다는 것이 지금의 경상도 인심이란 것이다.


이번 설을 지내며 정말 놀란 일 중의 하나가 이인제에 대한 후보 평가가 상당히 저점이란 것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중에서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에 대한 거의 유일한 대항마로 지목되었던 이인제 후보에 대한 경상도의 인심은 바닥을 뚫고 땅속을 파고들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펜더는 이인제 후보의 꼬리표인 <배신자>란 이미지 때문인줄 알았으나 연휴기간 5일동안 <이인제 = 배신자>란 소리는 듣지 못했다. 이인제에 대한 오직 한가지 평가는 <표를 갉아먹은 놈>이란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었다. 즉, 이인제 때문에 김대중이 대통령이 되었고, 고로 이인제는 나쁜놈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것이란 것이다. 이 등식의 답은 "절대 이인제는 찍어선 안될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경상도에서 어떤 존재인가?


설 연휴 마지막 날 오전...전날 오랜만에 모인 서울 출신 이종사촌형들과 마지막으로 패를 돌리다 말고 펜더는 충격적인 한소리를 듣게 되었다.


- 경상도 인구가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1/3이다. 경상도라고 97% 투표률 못할 리가 있냐? 저번 국회의원 선거 봤지? 우리만 똘똘 뭉치면 김대중 당에서 어떤 놈이 나와도 이긴다.


(이곳에선 민주당을 김대중 당이라 부른다... 펜더의 할머니도 김대중 당이라 부른다.)


몇 년 전인가 인터넷에서 정치 풍자유머 한자락이 떠돌던 게 있었다.


- 박정희가 밥을 한솥 아주 맛있게 지어놨는데, 최규하가 막 떠 먹으려는 찰나 전두환이 밥솥째로 뺏어서 다 퍼먹고, 노태후가 누릉지까지 박박 긁어서 쳐먹고... 영삼이는 밥솥을 잃어 버렸다... 대중이는 지금 밥솥 찾아 헤매고 있다.


이번 설에 들은 유머는 좀 달랐다.


- 김대중이 밥솥을 고물상에 팔아서 받은 돈을 다 김정일에게 갖다 바치고 있다.


그랬다.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에다가 막 퍼주고, 국민들... 특히 경상도 국민들을 죽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성향은 장난이 아닌 수준이었다. 펜더 생각엔 특정 연령층에 한정되었는지 알았건만, 그 뿌리는 고등학생들에게까지 뻗어 있었다.


이번에 수능을 본 펜더의 이종사촌의 한 마디이다.


- 나이 칠순 넘어가니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이젠 아예 고등학생들 엿먹이려고 작정을 했지... 오빠 나 재수할래.


이번 수능을 조지고 기숙 학원에 들어가려고 하는 펜더의 이종사촌 여동생은 절대로 전라도 남자랑은 결혼 않겠단 단호한 의지를 보이며 김대중 대통령을 성토했다.







펜더 그래도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상도 타고, 대북 포용정책도 했다고 말하자, 펜더의 둘째 외삼촌에게 맞아 죽을뻔 했다.


- 그게 나라 팔아먹을 짓이지!! 지금도 전방에선 영하 50도에서 사병들이 북한을 노려보고 있는데, 북한에 퍼줄 돈 있으면 애들 부식비나 좀 올려주라고 그래!! 전라도 깽깽이 새끼가 대통령이 되더니 아예 나라를 말아 먹을려 그래, 북한이 주적이 아니라고? 그럼 누가 우리 적이야? 엉?


현역 육군대령의 생생한 주장이다. 펜더 이에 대해서 한 마디 안할 수가 없어서 한 마디 던졌다.


- 김대중 정부의 첫 군인사가 수방사령관 보직이었습니다. 당시 수방사령관을 할만한 중장 레벨의 장군이 전라도 출신 중에서 누가 있었습니까? 이남신 중장 밖에 없었잖습니까? 그나마 이남신 중장도 전라북도 출신이라고 그나마 좀 나은 편이었지만, 8군단과 같이 반쪽 군단의 군단장 같은 한직에 있었던 인물이었습니다. 지난 40년간 이 나라에서 전라도 출신에 대한 박해는 중장 레벨의 장군 하나 제대로 키워 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 점에 대해선 군대도 할말 없습니다!!(펜더 좀 흥분했습니다)


- 그래서, 김대중 정부 들어서자마자 이남신이를 수방사에서 합참까지 요직만 거쳐서 지금 대장 달아준 게 잘한 짓이란 거냐?


- 그럼 지금까지 합참차장 이상까지 올라간 전라도 장군이 있었습니까?


그랬다... 실제로 전라도 출신 장군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고, 요직에 앉아있는 장군은 더더욱 없었다. 빵삼이가 아무리 하나회를 숙청했다 해도...전라도 지역차별은 엄연히 존재했던 것이었다.


 


 지금의 민심은 어떠한 것인가?


솔직히 펜더 올 설 연휴기간 동안 무던히도 싸웠다. 꼭 이회창을 찍지 말아야 된단 논리는 없다. 하지만, 무조건 전라도는 안된다는 논리에 대해서 한번 논리적으로라도 반박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개겨봤지만, 팔순을 바라보는 우리 할머니의 말을 듣고 질려 버렸다.


- 뭬라꼬? 김대중이 12월까지 대통령질을 한다꼬? 2월까지 한다꼬? 하고 무시라... 그 때까지 나라가 있을라꼬? 다 말아묵지... 은제 기다리나 은제?... 내?... 하모, 이번 투표할 때 가야제... 누구? 이기 뭔 소리 하노? 이회창이 찍어야제 이회창이!! 김대중당 또 찍어봐라, 경상도 사람 씨가 마른다 씨가....


펜더의 할머니는 팔순이 내일 모레시다... 정치에 대해선 이제 잊을만한 나이가 되실법도 하신데도 이번 대통령 선거 때는 지팡이를 짚고서라도 투표소에 가셔서 이회창을 찍는다 말씀하신다. 할머니의 걱정은 올12월까지 김대중 대통령이 이 대한민국을 말아먹지 않을까 하는 그런 걱정 뿐이시다. 김대중 덕분에 창원 공단이 휘청거리고, 경상도 경제가 무너지고, 나라 살림이 거덜나도록 북한에 막 퍼주게 되었다는 것이 할머니의 생각이시다... 이 팔순 할머니의 눈에는 서울가서 이상한 물 먹은 종손이 전라도 못된 놈들의 꼬임에 넘어가 이상한 생각을 가지게 되어 김대중당에 끼였나 싶어서 노심초사 하시는 것이었다.


팔순 할머니가 그러면, 초등학생은 어떤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부모들이 김대중 욕을 하고 부모들이 누구 한 사람 때문에 힘들어하기에 그 사람은 나쁜 놈이고, 그 지역 사람은 때려 죽여야 한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베이게 된 것이 작금의 현실이었다.


펜더는 총체적인 정치 불신 덕분에 정치 무관심이 자리잡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그건 정반대의 견해였다는 것을 우리 작은 아버지의 말을 듣고 깨닫게 되었다.


- 김대중 그 씹새끼는 빨리 뒤져버리는게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애국이다!!... 이회창씨? 이회창씨...이회창씨는 정치를 그렇게 하면 안되지....


정치판이 개판된 건 기정사실이다. 그런데도 현 한국 정치의 양축을 이루는 두 인물에 대한 표현은 호칭부터가 극단으로 치달았다. 듣기에도 민망한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는 달리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에 대해서는 엄현히 "씨"자가 붙어 있었다. 정치는 잘못하지만, 이회창씨는 다르단 것이다.


여기서 더 이상한 점 하나는 신문지상에서 떠드는 그 "게이트"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용호니 이형택이니 김홍일이니 하는 게이트에 연루된 이름은 단 한 자도 나오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애초에 그런 게이트가 터지지 않아도 김대중은 쳐다 보지도 않는단 것이었다. 그런 게이트는 김대중을 욕할 핑계거리가 하나 더 생긴 것이지, 그 게이트 때문에 김대중에 대한 평가가 좌우될 그럴 상황은 이미 애저녁에 지나간 것이란 것이다.


 


 이회창에 대한 대항마는 없는 것인가?


펜더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겨 다시 친척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 이회창이 그렇다고 경상도 사람이 아니잖아요?


이에 대한 펜더의 막내삼촌의 친절한 답변이 있었다


- 그래도 이회창이 한나라당 사람이잖아... 그리고 전주 이씨다... 우리 종씨인데 안 찍을 거야?


그랬다. 이회창은 펜더와 종씨였다... 이제서야 그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경상도 사람은 아니어도 경상도 당이니 상관없다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전라도 당만 아니면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펜더는 다시 이회창 가문의 친일행적에 관한 의문점과 아들 병역문제를 걸고 넘어졌다. 이때 펜더는 거의 몰매 맞아 죽을뻔 했다... 펜더의 부친 되시는 분의 한마디 들어보자.


- 그런 유언비어는 여기와서 퍼트리지 말아라.


유언비어 되겠다.


펜더의 고종사촌동생 되는 녀석의 한마디 들어보자.


- 대중이도 해상방위대라는 듣도보도 못한 데 들어가서 6.25때 얍실하게 도망갔잖아요? 그리고 친일을 했으면 도요타 대중이 더 많이 했지, 이회창씨가 했겠어요?


고종사촌 아마도 안티 김대중을 즐겨 찾는 녀석이었나 보다. 도요타 대중... 이 한마디에 그 녀석은 삽시간에 친척들 사이에 영웅이 되어버렸다. 펜더는 완전 병신 되었던 순간이었다.






 


여기서 펜더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승부수를 띄웠다. 민주당의 대선주자 7명 중에서 이회창에 대적할 만한 상대가 있는지 한번 알아보기 위해서 살짝 쨉을 날렸다.


- 노무현은 부산 사람이잖아요? 그 사람이 나오면 어떨까요?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 달랐다. 상당히 심각한 이야기가 오갔지만, 대충 3가지로 압축되었다.


- 사람은 괜찮은데... 왜 김대중 당에 들어가서 그 고생을 하는 거야... 당만 바꾸면 당장 찍어줄 텐데...


김대중당 불가론이 그 하나였다.


- 부산사람인데... 뽑히면 경상도를 죽이진 않을텐데...


우리가 남이가론의 등장이었지만, 이 의견을 냈던 펜더의 모친, 즉각 주변의 십자포화에 굴복, 의견을 철회하였다.


- 한 서너 번 더 떨어지면 정신 차리고 일루 넘어올끼다... 아가 아직 배가 덜 고픈기다... 쪼매만 더 기달려봐라 넘어온다... 그람 대통령 될 그릇되서 올꺼고... 그때 가 찍어도 늦지 않다.


마지막으로 그릇론의 등장이었다. 지금 대통령 후보 되기엔 부족하고, 몇 번 더 김대중 당에서 떨어지고 나면 정신차려서 이 쪽으로 넘어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경륜도 쌓이고 해서 찍을만 하다는 것이다.


펜더 다시 김중권에 대한 의견을 물었지만, 다들 시큰둥이었다. 유일하게 대구에서 에어콘 장사를 하는 막내삼촌의 의견 나왔다.


- 그 사람 고향이 울진봉화야... 지금 대구에서 선거캠프 차리고 장난 아니다... 내한테도 김대중당 선거인단에 들가라고, 몇 번이고 왔드라... 얻어물 건 몇 번 얻어묵고, 안찍을끼다... 대구 사람이라 괘안을거 같은데... 세에서 밀릴끼다.


상당히 심각한 이야기가 들렸다. 김중권이 이번 민주당 국민경선제에서 이미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펜더 의구심이 들어 삼촌에게 몇 번이고 반문하였지만, 이미 대구에 선거캠프 차려놓았고, 펜더의 막내 삼촌도 뭔가를 얻어먹을 만큼 먹었다는 걸 확인시켜 주었다.(구체적으로 뭘 먹었는진 말 안했지만, 먹긴 먹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한화갑은 김대중의 꼬붕이라는 것과 생긴 것과 행동하는 게 김대중과 닮았기에 절대 찍어선 안된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뤘고, 유종근에 대한 평가를 듣고 펜더는 이 사람들이 정치부 기자출신들이 아닌가 싶었다.


펜더의 친척들이 말하는 유종근 불가론의 몇 가지이다.


- 전북지사 하면서 전주공항 지었다.
- 동계 올림픽 개최지를 강원도에서 뺏어왔다.
- 고로 나쁜놈이다.


펜더는 솔직히 유종근이 전주공항 지은 걸 여기와서 알았다. 한마디로 이인제와 같이 대통령을 등에 업고 온갖 특혜로 전라도만 잘살게 만든 나쁜놈이라는 것이 유종근의 이미지였다.


김근태에 대해선 그 누구도 아무런 인지도가 없었다... 개인적으로 김근태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펜더로선 실망이었다.


이인제에 대해선 앞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절대 찍어선 안된다는 의견이 지배적... 아니 압도적... 아니 전체 의견이었다. 정동영 후보에 대해선 아무런 의견이 없었다.


 


 마치며...


펜더는 대구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24년을 보냈고 현재 경기도민이다. 얼마전 주소를 경기도 수원으로 옮겨 경기도민이 된 펜더의 꼬리표는 <경상도 사람>이란 것이다.


출신이 경상도라는 이유로 군대 있을 때 전라도 고참에게 어금니가 박살나도록 두들겨 맞은 적이 있고 그 악감정 때문에 전라도를 미워했던 적도 있지만, 사회에 나와 같이 일하고 부대낀 전라도 사람은... 그냥 사람일 뿐이었다. 바로 우리 옆의 보통 사람들 말이다. 사람들은 사기를 당해도 유독 전라도 사람에게 당한 것만 선택적으로 기억에 남는 건지 펜더 주변에도 이상하게 전라도 사람에게 사기당했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펜더는 정말 전라도 사람에게는 악감정이 없다 오히려 측은한 느낌이 더 강하다... 펜더가 결혼할 무렵 펜더의 장인은 펜더가 전라도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라 그랬으며, 펜더의 와이프 친구 되는 이 역시 집안에 데려온 남자가 전라도 사람이라고 결혼을 반대하는 것을 두 번이나 봐왔다.


펜더의 집에서도 늘상 지역감정은 안 좋은 것이란 소리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늘상 명절만 되면 김대중 빨갱이론과 함께 우리들에게 <신화>로 전례되어진 <전라도 97% 지지도>와 <선상님>이야기를 어렸을적 어른들의 화투패 너머로 들었던 펜더지만, 올해는 유례없이 심하단 느낌 지울 수 없었다.



이번 대선은 보수와 진보의 대결일 수도 있겠지만, 펜더의 생각은 "정신차린 경상도의 압도적 공세".. 이 말이 가장 적합한 표현일 거 같단 느낌이다.


97년 대선은 경상도 사람들이 어쩌다 실수로 뒷통수를 맞은 것이고, 지난 5년은 그런 경상도 사람의 실수로 겪게 된 "불행한 시기"였다. 거기에는 이인제라는 천하의 못쓸놈이 경상도표를 갉아 먹어 김대중에게 넘겨준 배신행위가 있어서 그런 것이란 것이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는 절대로 실수하지 말고 무조건 몰표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엔 정신 차리고 마시고도 없이 무조건 찍어야 한다. 팔순 할머니든, 갓 20살 넘은 대학생이든 경상도 사람이라면 뭉쳐서 전라도 후보를 밀어내고 경상도 후보를 청와대에 앉혀야 나라꼴이 제대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설 연휴기간 동안 펜더가 만나본 사람은 물경 200명은 넘어간다. 펜더의 집이 종가집이란 점도 있었지만, 펜더 역시 아는 사람은 다 만나보고 온 설이였다. 왔다갔다 귀성길 말고도 물경 400킬로나 밟은 걸 보면 꽤 달렸다는 게 미터기에 나와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느낀 단 한 가지는... 김대중 대통령이 지난 5년간 경상도 사람들의 가슴에 피멍을 맺히게 했다는 것이다.


펜더의 아버님은 김대중 대통령이 가열차게 시행했던 구조조정의 여파로 명예퇴직을 하셨다. 덕분에 지금은 사업을 하신다... 펜더의 이모부 역시 삼성중공업에서 짤렸다... 펜더의 셋째 외삼촌은 경기 한파로 식당문을 닫아야 했다. 이 모든게 김대중 대통령의 잘못인지 아닌지는 각자의 판단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원인이 어디있든 그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 그것은 현실에 존재한다. 김대중이 경상도 사람을 죽이기 위해 <일부러> 그랬다는 건 거짓일지 몰라도, 경상도 사람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그 사실만은 거짓이 아니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가 수많은 실정을 거듭하고 있다는 그것도 사실이다. 펜더 역시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담배값, 의료보험료와 졸속행정의 피해자이다.


그러니 경상도 사람들에게 무작정 그들이 지역감정의 가해자라고 몰아붙일 수는 없다. 그들도 피해자이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이 생각하는 "가해자"를 향한 표적이 잘못 겨누어져 있을 뿐... 의도적으로 경상도를 죽이기 위해서, 경상도 사람 씨를 말리기 위해서 기업을 쓰러뜨리고, 나라를 팔아먹을 정도로 김대중이 쓰레기일까?


펜더는 김대중당이라 불리는 민주당에 아직도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와이프가 주장하듯 북한에 퍼준 달러가 미그21 40대로 바뀌어서 북한에 들어온 사실 또한 펜더는 안다. 북한 상선이 우리 영해로 치고 들어왔을 때에 펜더는 전쟁불사를 외치기도 했던 녀석이다. 이용호 게이트가 터지고, 김대중 대통령의 처조카가 잡혀들어가는 것을 보면서도 한탄을 했지만... 그래도 난 김대중 정부의 존재 의의에 대해선 고개를 끄덕인다.


펜더는 영삼이가 먼저 대통령이 되고, 김대중 대통령이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 나름대로 나라를 이끈 이 구도가 어쩌면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에 적합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단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영삼이의 그 무식함과 영삼함 덕분에 이땅의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군바리 문화와 하나회의 뿌리가 흔들렸다는 점은 영삼함의 승리였다. 누구 말대로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개혁이라 불릴만한 일들을 영삼이는 겁도 없이 해제꼈다... 왜? 영삼하니까...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이다... 다른 걸 다 떠나서 대북포용정책 하나만으로도 김대중 정부의 존재의미가 충분히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한, 이 포용정책이 정권유지차원이 아닌 이 한반도 위에서 안정적인 통일 시도를 위해서 추진되기 위해서라도 유지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아직까지 올해 선거에서 지역감정은 이슈화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어쩌면.... 지금 오히려 사상 유례없을 정도로 지역감정의 정도가 심한 건지도 모른다. 대선 얘기만 나오면 온통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이인제 학습효과"라는 게 무엇이겠는가? 말만 다르다 뿐이지 "우리가 남이가"하고 똑같은 거 아닌가. 그런 애매한, 마치 중립적으로 보이는 용어로 지역감정이 포장되며, 21세기 이 백주 대낮을 횡행하고 있다.


이회창이 대통령 되지 말란 법은 없지만, 되더라도 이런 식으로 되어서는 곤란하다. 끝없는 지역 구도만이 재생산될 뿐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무언가 새로운 구도가 필요한 때다.



 

다음인가 다다음인가에 박씨 여자 대통령이 나온다는
점쟁이가 예언했다는 풍문을 듣고 설마설마 하는
딴지 정치부 파견요원 펜더 (
jagdpanter@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