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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니가 아프간에 대해 뭘 아노?

 

2001.11.28.수요일
딴지 국제부 파천신군





 
 

 

 

 

 

 


코발트 블루의 파란 하늘에 솜 사탕 같은 흰구름 대신 스텔스 폭격기에 크루즈 미쓸이 떠다니는 나라는? 한 발에 1천만 달러짜리(이건 한국 돈으로 얼마인지 환산이 잘 안 된다)  최첨단 미쓸이 10달러짜리 테러리스트 캠프 텐트(이건 한국 돈으로 1만 3천원인줄은 금방 알겠다)를 향해 날아가는 나라는? 그리고 이 수지타산이 안 맞는 장사를 하면서도 매일 졸라 기뻐하는 나라는? 힌트 필요 없다. 바로 아프가니스탄과 미국이다.

 

사는 곳이 인도라 혹시나 불똥 튈까 싶어 매일 신문에 옆 동네 이야기가 나오는가 눈여겨보고 인터넷에 들어가 봐도 오늘은 어디를 박살내고 해방했느니 하는 이야기 뿐이다. 오늘 아침에는 쿤둔즈에서 마지막 저항을 펼치던 탈레반 군대가 무조건 항복하겠다고 나오더라. 전쟁 끝났단다. 만만세다...

 

 

우쩌 것노, 없는 넘이 쥐어 터지는 게 하늘이 내린 운명인 것을!

 

 

그러나 테러와의 전쟁이란 명목으로 기냥 폭탄을 쎄려 붓는 미국이 주절거리는 사실과 다르거나, 모르거나, 알 수 없거나, 무시하는 이면에 숨겨진 게 있다. 그래서 이미 끝나 가는 전쟁이지만 제대로 알고나 지나가자고 급히 딴지 편집국에 이멜 쎄렸더니 빨리 쓰란다. 덕분에 수습 기자 임명 받고 1년 만에 처음으로 얼굴 내민다. 앞으로 잘 봐주시라.

 

 


 

 

 


탈리반 빈 라덴 그리고 미국

 

 

 

아프가니스탄이라면 일단 떠오르는 게 쏘련 넘들이랑 졸라 싸운 게릴라들이 떠오른다. 그렇다. 아프간 넘들 싸움 졸라 잘한다. 장하게도. 그래서 카라시니코프 자동 소총 한 자루 들고 탱크와 공격용 헬기로 무장한 쏘련 넘들에게 쏘련은 베트남이란 치욕을 한아름 선사하면서 쫓아 내뿌렀다. 16년이 걸린 일이었다. 이 때는 모두가 박수치고 좋아했더라. 쫓겨난 넘들 빼고.

 

 

그런데 혼자 싸웠냐? 물론 아니다.

 

 

뒤에서 이슬람 국가들과 미국이 돈 대주고 무기 대주고 그리고 우찌 싸우는지도 갈쳐 주었다. 누구한테 갈쳐 주었냐하면 바로 파키스탄에서 시작된 이슬람 청년 운동 세력인 탈리반(Taliban, 유일신 알라를 따르고 배우는(학생) 운동이라고 보면 된다)이다. 이 정도는 다 아는 이야기다.

 

 

 

 

 

 

 

 

 

탈리반

 

 

 

 

 

 

 

바로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 사정은 다름아닌 빈 라덴이라는 서부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시체나 산채로 현상금 2천5백만 달러(이거 얼마인지 감이 안 잡히는 액수다)짜리 Wanted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우찌되었던 빈 라덴은 나쁜 넘인 모양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알 카에다(al Qaida)라는 테러 조직의 수괴라고 매일 떠드니 기냥 세뇌가 되어부렀다.

 

 

그런데 중동의 미국의 충실한 하수인인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인 억만 장자의 빈 라덴은 언제 뭐하러 아프가니스탄에 갔냐? 간단하다. 미국이 쏘련 넘들을 몰아내는 이슬람 세력들을 규합할 때 갔다. 이 정도도 모르고 아프가니스탄 이야기 하는 넘은 엄쓸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약간 다르다. 일단 아프가니스탄에 왜 탈리반 정권이 들어서고 빈 라덴이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현상 수배범이 되었는지 깡그리 무시한 채 뉴욕의 국제 무역 센터가 무너져 내린 이후부터 시작한다. 흥분한다. 분노한다. 천하에 저 찢어 쥑일 넘이라고... 제가 키워줘 놓고 이제 잡아 먹으려고 하는 것이다. 빈 라덴이 복날 멍멍이냐?  아쉬울 때는 투사고 필요 없을 때는 죽일 넘이게. 이게... 지금의 현실인 것이다.

 

 

             그래도 우쩌 것냐. 빈 라덴, 니 팔자지.

 

 

 

 

 

전사의 땅 아프간의 파슈툰 족

 

 

그렇지만 우리가 앞장 서서 욕할 필요 없다. 인도나 파키스탄에서 살면서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역사를 조금이나마 들추면 탈리반이 무조건 항복해서 빈 라덴이 제거되고 알 카에다가 뿌리가 뽑힐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너무 많다. 이런 종류의 심상치 않은 정보는 오직 딴지 일보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미국 정부의 정보 통제가 가장 심한 전쟁이라지만 다음에 한번 들어가 봐봐라. 테레비나 신문에 나온 이야기 말고 다른 종류의 이야기가 나온다.(http://www.people-press.org 나 아니면 http://www.indymedia.org )

 

 

미국은 폭탄을 쎄려 붓고서 이기고도 앞으로 욕 좀 볼 것이다. 왜냐면 아프가니스탄의 지리적 특성을 비롯한 아프간의 다수민족인 파슈툰(Pashtoon) 족 때문이다.

 

 

 

 

 

 

 

 

 

우르두어 성경

 

 

 

 

 

 

 

한국 같이 단일 민족을 강조하는 나라에서는 감이 전혀 오지 않는 이야기지만 파키스탄은 각 도(Province)마다 종족이 다르고 거기다 언어가 다르다. 국어인 우르두라는 원래 "군대에서 사용되던 말"이란 뜻의 이 말 저 말이 뒤섞인 짬뽕 말인데, 말하는 건 인도 국어인 힌디어랑 비슷한데도 쓰는 것은 아랍어를 닮았다. 1억이 넘는 전 인구의 10%만 이 국어를 쓴다고 하니 얼마나 콩가루 나라인지 알만하지?

 

 

사실, 파슈툰 족이라고 신문에서 처음 보았을 때 이 종족이 누구인지 헷갈렸다. 역사적으로 이들을 파탄(Phatan)족이라고 불러서 그렇다.

 

 

파탄족이라면 역사책에 너무 많이 나와서 이 지역 전문가중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안다.

 

 

먼 옛날에는 모세가 약속의 땅 가나안을 향할 때 공갈치지 마!하고 지들끼리 동쪽으로 왔다는 전설에서부터 인도를 쑥대밭으로 만든 가즈니의 침략자 마무드, 인도에 이슬람 통일 왕국인 무굴 제국 등등 역사적으로 그리고 지형적으로 이들 선조들이 모두 파슈툰 종족의 지역에서 발흥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매우 인상적인 별명이 붙어 있다.

 

 

결코 정복당해본 적이 없다.

 

 

이들은 영국령 인도(British India) 시절에 세 차례에 걸쳐 겁도 없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에 대들어 전쟁을 벌였다. 통제 불능인 이 꼴통들 때문에 영국은 아예 서북 국경 지역을 서북 변경구(North-West Frontier Province)라고 따로 분리해버렸다. 이게 오늘날 파키스탄 서북 변경구의 역사인데, 1947년 영국령 인도가 인도, 동 파키스탄(방글라데시), 파키스탄으로 종교에 따라 분리 독립된 이후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는 이 파쉬투 종족을 통치할 만한 의지나 힘이 그렇다. 아예 포기했다.

 

 

탄  (파슈툰 족은 파키스탄-인도의 분쟁 지역인 카시미르에 원정 경기를 온 악명 높은 테러리스트이기도 한데 카시미르 문제와 겹치는 이야기라 에덴 동산 이라는 이곳 사정은 다음에 갈쳐주마. 기둘리시라.)

 

 

아프가니스탄 중남부, 동부 그리고 그 인접의 파키스탄 국경 지역에 살고 있는 이 파슈툰 족에게는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의 국경이란 개념이 아예 없다. 자기 종족들끼리 오간다는데 다른 종족이 시비를 걸었다간 총 맞을 일이다. 파슈툰 족 지역은 영국령 인도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중앙 정부의 통치를 받아본 적이 없다. 만약 이들을 세계에서 두번째로 호전적인 종족이라고 부르면 카라시니코프 자동소총을 졸라 쏴 댈 것이다. 첫번째는 누구냐고 따지면서.

 

 

빈 라덴이  파키스탄에 있는 비밀 기지에 다녀갔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보도될 때마다 파키스탄 정부 관리들은 졸라 열 받아서 만약 그랬더라면 당장 채포했을 것이다!고 화를 낸다.

 

 

한마디로 놀고 있네다.

 

 

탈리반을 아작 낸 하늘에서 써려 붓는 공습이 효과적이었다고?

 

 

한여름 소나기처럼 퍼부어 봐라. 파슈툰 족한테는 옆집에 놀러가듯 국경을 건너버리면 그만이다. 이미 전쟁 전에 파키스탄의 페샤워르(서북변경구의 수도)와 퀘타(발루치스탄의 수도) 주위에는 수십만 명이 이미 짐 싸들고 파키스탄 국경을 건너와 버렸다. 그래서 이곳 사정을 그나마 알고 있는 유엔 관리들은 이들을 난민이라고 안 부른다.

 

 

 

 

 

 

 

 

 

 

 

그럼 아프가니스탄에서 마지막 저항을 펼치고 있는 파슈툰 족은?

 

 

이건 저항군도 아니다. 그저 돈 없고 빽 없고 일가 친척 없어서 못 떠나고 있는 이들뿐이라고 보면 된다. 신문에 보도된 파키스탄에 도착한 피난민들은,

 

 

 "우리가 탈리반 때문에 온 줄 아느냐? 미국의 폭격을 피해서 왔다."

 

 

고 말했다. 이런 비슷한 이야기는 현지에서도 들렸다. 폭탄이 잘못 떨어져 다친 한 현지인은,

 

 

"탈리반들이 미국이 나쁜 나라라고 할 때, 나는 쏘련과 싸울 때 도와준 우방인줄 알았다. 그러나 폭탄이 떨어지자 탈리반의 말이 옳은 줄 알게 되었다."

 

 

졸라 이상한 전쟁이다. 그런데도 신문에서는 미국과 북부 동맹이 아프간 백성들을 탈리반의 억압 통치에서 해방시켰다고 개거품 물고 떠든다. 독자들 같으면 하늘에서 폭탄이 비오듯 떨어지는데 솜 뭉치로 귀를 틀어 막은 채, "나한테는 안 떨어질 꺼야, 나는 탈리반이 아니거든!" 하고 앉아 있겠는가. 당장 피난 봇따리 싸들고 튀지.

 

 

물론 탈리반의 마지막 거점지인 쿤둔즈의 잘라라바드(Jalalabad)나 칸다하르(Kandahar)에는 마지막 저항 세력이 남아 있지만 이곳 산악 지역은 전체가 산악 동굴이 널린 곳이라 게릴라 전쟁을 벌리기에는 천연적인 요새다. 미국 국방 장관 럼스펠드는 북부 동맹군과 수백명 혹은 천 여명의 특수군 대원들을 이곳에 파견해 각 동굴마다 이 잡듯이 뒤지겠다고 자랑하는데 이거 쉬운 일이 아닌 줄은 자기도 잘 안다.

 

 

"사람들은 동굴 속에서 오랫동안 숨을 수 있다. 그리고 이거(동굴 뒤지기) 시간 걸리는 일이다.(People can hide in cave for long period, and this will take time.)"

 

 

탈리반 정부가 백기를 흔들고 무조건 항복한 이후 이곳에 총성이 그치고 평화의 비둘기가 날아다닐 것이라고 짐작하면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다시 끝없는 내전에 접어들 가능성이 더욱 크다. 북부동맹(Northern Alliance)이라는 현재 탈리반과 지상전을 벌이는 군대가 아프가니스탄의 치안을 유지할 것이라고 믿을 바에야 계란에서 공룡이 나오길 믿는 게 더 낫다. 이들은 소비에트 러시아 때 수도 카불에서 정권을 장악하고 있던 핵심 친소 세력들인 타지크 족과 우즈벡 족 등 북쪽 지역에 살고 있는 소수 종족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지금 현재 가장 궁금한 사항은 수도 카불을 비롯한 북부 동맹이 재탈환 지역의 살인, 약탈, 방화, 강간 등의 범죄 행위인데 신문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탈리반 정권 때 폐쇄되었던 극장에 개 떼처럼 몰려드는 카불 시민들과 하이힐 노점 앞에 얼굴을 감춘 채 서 있는 여성 사진 등등 자유를 만끽하는 모습뿐이었다.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만 지난 6년 동안 탈리반 정권에 의해 북쪽으로 내몰렸던 친소파들이 적들을 곱게 내버려두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런 북부 동맹의 보복을 피해 항복 의사를 밝힌 탈리반에 대해 미국은 오늘 현재까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왜 탈리반이었나

 

 

그런데 어떻게 탈리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정권을 장악할 수 있었을까?  탈리반 세력들이 몇 명인지 알기나 아나? 조심해라. 뒷통수 깨질라.

 

 

탈리반은 고작 2만 명이었다. 20만 명이 절대 아니다.

 

 

 

 

 

 

 

 

 

 

 

이거 믿기 어려운 줄 잘 안다. 그러나 이 정보는 페샤워르에서 17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난민 보호를 위해 헌신한 한 자원 봉사자의 정보이므로 여타의 썰보다 훨씬 정확한 수치다.

 

 

그런데 전쟁이 터진 후 조금 더 늘었다. 파키스탄의 파슈툰 족들이 미 제국주의의 침략에 맞선 지하드(성전)를 벌이기 위해 집에 걸어둔 자동 소총을 들고 국경을 건넜고 파슈툰 족 의용군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약 3만 명 정도 된다고 한다. 사실 이 의용군들은 이슬람 국가를 공격하는 미국이 밉고 북쪽의 소수 종족들이 설치는 게 보기 싫어 모인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재래식 언론에 나오는 쿤둔즈에 갇힌 알 카에다의 조직원이 1만 명이니 하는 걸 보면 정말 웃긴다. 테러 조직이 무슨 정규군이냐? 몇 만 명이나 되게.

 

 

정규군도 아니고 게릴라 부대 2만 명으로 아프가니스탄의 90% 지역을 차지할 수 있었던 탈리반의 비법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1) 인구의 절대 다수의 종족이 자기와 같은 파슈툰 종족

 

 

   2) 소수 종족의 친소 괴뢰 정권에 대한 민족적 거부감

 

 

   3) 파키스탄을 비롯한 이슬람 국가들과 미국이라는 배후 기지의 구축

 

 

   4) 게릴라 전쟁을 전개할 수 있는 힌두쿠시 산맥의 지형적인 특성

 

 

을 꼽을 수 있다.

 

 

독자 니들은 좋겠다. 이렇게 번호 붙여가면서 분석해주니 말이다.

 

 

그런데 한가지 빠진 점이 있다면 어떻게 탈리반이 정권을 유지할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정부 상태가 탈리반의 철권 통치를 정당화 시켰다. 16년 동안의 내전과 구쏘련이 자기 군대를 철수한 1992년부터 전 아프가니스탄은 폭동과 약탈, 살인과 방화가 만연했었다. 이 카오스 상태를 통제할 수 있는 세력은 아프가니스탄 현지인들이 자기들이 구쏘련 시절부터 몰래 도와주었던 탈리반이었고 결국 정권을 장악하게 된 탈리반의 치안 유지를 위해 초강력 울트라 슈퍼 이슬람 근본주의를 도입했다. 이것이 당시 아프가니스탄의 실정이었던 것이다.

 

 

결국 이 때문에 여자들은 남자 없이 거리에 나설 수 없고(혹시나 집 밖에 나갈 일이 있으면 반드시 신체의 전 부위를 가려야 했다) 남자들은 무조건 수염을 길러야 되었다. 털 적은 남자들 아프간에 살았다간 공설 운동장에서 총살 당했을 것이다.

 

 

 

 

 

 

 

 

 

 

 

그리고 바미얀의 유서 깊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다는 불상이 폭파되었다. (이거 본보 지난 기사 보면 자세히 나온다.)

 

 

본 기자, 탈리반이 바미얀 석굴 파괴했을 때 열 받아서 탈리반 졸라 욕했다. 지금도 이 넘들이 착하거나 잘 했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왜 그들이 이런 계엄 통치를 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짚어보는 것이다

 

 

그런데 그 때 미국 뭐했냐? 자기들이 도와 줘서 정권을 장악한 탈리반에게 엘로우 카드 한번이라도 내민 적 있나?

 

 

바미얀 석굴 파괴되었을 때, 아니 그 이전부터 상식을 초월한 인권 탄압이 자행되었을 때도 미국은 침묵했다. 그리고 결국 이번에 한 건 크게 터뜨렸다.

 

 

 

 

 

미국은 아프간에서 무얼 바라나?

 

 

조지 부시 대통령이 닭떵 같은 눈물을 떨구며 2천 여 명에 달하는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빈 라덴 같은 테러리스트를 끝장내고(걔가 했다는 증거 있어? 아직 없지!) 나쁜 놈 도와주는 탈리반 같이 더 나쁜 놈들도 끝장 내겠다는 것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수 있을까?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사실 이번에 미국은 세계 초강대국이라는 자존심이 완전히 박살났다. 그러나 자존심 박살 났다고 폭탄을 퍼붓냐? 뭔가 남는 장사가 되야 그런 짓을 하지. 그렇다. 미국이 바라는 것은 이미 상처 입은 자존심을 회복하고(일단 조지면서 말이다) 그 이후의 노림수, 꽁수를 보는 것이었다. 이것은 미국의 세계 전략과 부시 정권의 지지 세력과 일맥 상통하는 점이 있다.

 

 

비록 세계의 초강대국이란 간판을 5대양 6대주에 휘날릴 수 있는 미국이지만 중앙 아시아에 발을 들이밀면 파키스탄이나 인도보다 못한 처지다. 구쏘련인 소비에트 러시아 지역었던 이곳은 (지금도 러시아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고 있다) 석유, 광물 등의 지하 천연 자원의 보고로 알려졌지만 미국은 어떠한 우방국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북부 동맹이 자신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먼저 카불에 입성했다고 불평을 터뜨리는 미국의 속셈은 탈리반 이후, 친미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수립하여 이후 중앙 아시아 진출의 교두보 확보에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미국의 뜻대로 되지 않을 변수가 너무 많다. 우선은 중앙 아시아의 전통적인 강국인 러시아의 입김이 놓인 지역이라는 점과 미국의 미래의 주적인 중국이 파키스탄을 통해(냉전 기간 중 파키스탄은 중국과, 인도는 러시아와 우방이 되어 이 지역의 상호 견제를 위한 국제 외교의 역학 관계가 수립되어 있었다) 영향력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마단 기간에 예배중인
 이슬람교도들

 

 

 

 

 

 

 

거기다 미국은 라마잔 기간 중에 폭격을 가해 무슬림들에 인심을 완전히 잃었다.

 

 

입장 바꿔 생각해 봐라.

 

 

추수 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때 공습 당하면 미국  느그들 심정이 우쩌겠노? 눈에 뵈는 게 있겄나.

 

 

올 겨울에 미국 넘들처럼 생겼으면 인도 올 생각 말아야 한다. (인도 무슬림 인구도 1억 명 넘는다.) 벌써 서구 여행자들의 80% 이상이 예약을 취소했다.

 

 

다시 카불에 입성한 북부 동맹(애들 예전에는 쏘련 넘들이 도와줬다)이나 앞으로 들어설 파슈툰 족의 연립 정부가 자기 말을 고분고분 들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여진다. 거기다 기독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충돌이라는 세계 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에다 인도-파키스탄이라는 평생 화해할 수 없는 두 나라의 얽히고 설킨 문제가 너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애초에 목표한 테러와의 전쟁? 물 건너 간 지 오래다.

 

 

벌써 4천여 명의 탈리반 병사들과 시민들이 사망했다지만 앞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인권이 나아질 것이라고 상상하기 보다 다시 폭력의 악순환이 시작될 가능성이 더 크다,

 

 

이게 중앙 아시아와 인도 아대륙을 가르는 아프가니스탄의 전통적인 비극적 운명이라면 너무 거창하게 보이지만 아프간의 현대사는 남진하던 쏘련과 중앙 아시아를 향해 북진하는 미국이란 두 강대국 사이에 쑥대밭이 된 채 이어지고 있다.

 

 

이 점 때문에 알 카에다를 뿌리 뽑은 후 손을 떼겠다는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안정을 위해 유엔 평화 유지군 잔류가 필요하다는 영국과 이빨이 잘 맞지 않기 시작했다. 미국이 손을 떼는 순간, 아프가니스탄에는 내전이, 세계에는 또 다른 형태의 대규모 테러가 발발할 가능성이 더욱더 농후해 진 것이다.

 

 

졸라 세상 험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탈리반, 알 카에다, 빈 라덴 싸잡아서 한꺼번에 박살내면 쉽게 끝날 문제처럼 보였는데 말이다.

 

 

부시 정권은 왜 이런 한 눈에 봐도 수지가 맞지 않는 전쟁을 벌였을까? 닭 대가리가 아니라면 분명 다른 속셈이 있었을 것이다. 가장 가능성이 짙은 건 공화당 정권의 가장 튼튼한 기반인 군산 복합체와 담배 장사 때문일지 모른다. 이 두 사업의 특징은 평화시 백해 무익하다는 점이다. 담배는 사람을 죽이지는 않으나(많이 피면 죽는다고들 하더라만) 무기는 오직 써야지만 된다.

 

 

-소 냉전이 끝난 후 총을 녹여 쟁기를 만든다고 떠들었어도 이미 만들어 둔 무기는 우찌 되었든 써 먹어야지, 글치? 그래야 다시 더 좋고 비싼 걸 만들지. 결국 부시 정권의 지지 세력인 군산복합체의 입김이 미국인들의 이성적 판단 보다는 감정에 치우친 보복성 공격에 힘을 더해 아프간 침공이라는 살생 무기 소비 지역을 찾은 셈이다. 지금 잘 한다고 박수 치는 미국 넘들 앞으로 욕 좀 볼 것이다. 세금 더 내고 이에는 이빨로 눈에는 눈깔로 덤비는 보복 테러 방어 하려면 말이다. 

 

 

강하면 부러진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이런 속담 미국에 없남?

 

 

한 발에 천만 달러나 하는 쿠르즈 미쓸을 쏟아 붓기 전, 미국이 밀가루 몇 푸대만 공중에서 뿌려 주었어도 알 카에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뿌리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음모 이론에 부시와 빈 라덴이 주연 배우로 등장하는 것이다.

 

 

 

 

 

 

 

 

정보 통제 국가로 가는 길

 

 

사실 이번 사건으로 가장 신경이 쓰이는 것은 미국의 반 테러 법안을 비롯해 일본의 자위대 해외 파병 등 세계의 우익화 경향이다. 이미 인도에서도 반 테러 법안 을 국회의 상정되어 있다.

 

 

인도-파키스탄의 결코 풀 수 없는 매듭인 카시미르 문제가 불거져 있는데 여당인 인도 인민당(BJP)의 민족민주 동맹전선(National Democracy Alliance)은 이 법안을 통해 인도내의 무슬림과 반체제 인사들을 탄압하려고 한다.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파키스탄의 무샤라프 장군도 비슷한 목적으로 미국의 아프간 침공을 도왔다. (그는 파슈툰 족 출신이 아니라 분리 독립 전 인도의 뉴 델리 출신이다.)  군바리인 그는 이번 아프간 공격을 눈 감아 주는 대가로 미국에서 약 10억 달러에다 프러스 알파를 얻었다. 아마 이 프러스 알파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더 이상 군부 독재자가 아닌 파키스탄의 최고 통치자라는 명분일 것이다. 그는 이것을 위해 자신의 친위부대 중 반미파를 숙정했고 국내의 반대파를 탄압하는 전술을 구사하였다. 그러나 지금 파키스탄에서는 반(反)무샤라프, 반(反)미 투쟁이 언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해 정국을 혼란에 빠뜨릴 지 모르는 실정이다.

 

 

자기 밥그릇을 위해 이슬람 국가들과 자국의 동포들의 비난을 무시하는 무샤라프 장군이나 테러 방지 법을 만들어 우익 경찰 국가로 가는 지름길을 준비라는 BJP 정권은 그나마 지엽적인 문제로 비칠 수 있다.

 

 

 

 

 

 

 

 

 

 

 

문제는 인터넷의 메카인 세계 최강국 미국이다.

 

 

반 테러 법안의 가장 첨예한 사항은 인터넷의 각 사용자들의 신상 정보가 완전히 발가벗겨진다는 점이다. 거대 독점 자본의 통제를 받지 않는 언론이라고 찬양 받던 인터넷의 장점도 이제 위협 받게 되었다.

 

 

졸라 열 받는 일이다. 그나마 인터넷을 통해 소수 여론을 들었던 것도 한여름 밤의 꿈처럼 짧은 추억이 될지 모른다. 아마 앞으로 딴지 일보 독자들도 필살 통침으로 무장한 비장한 테러리스트라고 CIA 요주의 명단에 올을 지 모른다. 조심해라. 미국에 유학 갈려면. 친구 집이나 게임 방에 가서 딴지 일보 봐라.

 

 

탄저균(이게 영어로 anthrax라고 하는 줄 처음 알았다) 공포가 미국을 휩쓸고(오늘 신문에는 미국 국방 연구소에서 유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나왔더라) 인도나 파키스탄의 집배원들이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지금 최루탄 가스 피하냐?) 우편함을 열고 한국의 군인이 방독면을 쓴 채 우편 검사를 하는 사진을 이곳 신문에서 보면서 점점 더 정보 통제 사회로 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면서 알아서 기어야 되길 바라는 테러리스트들과(상대가 힘 쎄다고 무서워하는 테러리스트들 봤냐? 그건 테러리스트도 아니다야. 아예 목숨 내놓고 더 덤벼야 테러리스트지.) 싸우는 미국의 강성 노선에 침해 받는 건 개인의 인권밖에 없다.

 

 

벌써 반미 성향을 가진 기사 썼다고 새벽에 델타 포스가 헬기 타고 와서 납치해갈라 겁난다.

 

 

결론적으로 빈 라덴의 체포와 알 케이타 조직의 괴멸, 탈리반 정권의 붕괴와 상관없이 아프가니스탄의 친미 정권은 기대하기 어렵고 앞으로도 아프간 내전은 지속, 악화될 것이며 미국의 중앙 아시아 전초 기지 마련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길래 처음부터 밀가루나 몇 푸대 뿌려줄 일이지.

 

 

이런 걸 모르고 미국은 아프간에 공습을 해댔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우찌되었던 Justice(정의)란 빛 좋은 개살구가 개인의 신성불가침한 권리에 앞서는 사회는 지금 미국인들의 현관 문턱을 넘어선 것이다. 졸라.

 

 

 

 

남들이 다 아는 영양가 없는 야그 주절거렸을까 겁나는
딴지 일보의 유일무이한
(혹은 유명무실한)
인도 기자 파천 신군 (patiensky@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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