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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커] A매치 데이 부활한 오렌지 군단

2002.11.25 월요일

한국 유럽축구본부
 

2002 월드컵이 끝나고 이렇다할 국가대표간 경기(A매치)가 없었다고 불평 불 만을 늘어놓던 축구팬덜에게 지난 20일(한국시간)은 분명 6월의 찌릿 찌릿한 감동과 후끈거리는 열기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선물이었다.


다 잡은 대어를 마지막 순간에 놓쳐버려 아쉬움이 컸지만 FIFA 랭킹 1위인 월드컵 챔피언 브라질을 맞아 우리의 자랑스런 태극 전사들... 정말 원없는 경기를 펼쳤다. 또한 이번 경기를 통해서 월드컵 4강이 홈팀에게 적용되는 심판진의 편파 판정 때문이라는 비아냥을 일시에 불식시키며 6월의 기적이 단순한 기적이 아닌 실력임을 입증했다고 할 수 있겠다.



앞발(?)을 모으고 있는 모습들이 절라 귀엽따...


버뜨... 이날은 우리만 A매치를 치른 것이 아니다. 20일은 FIFA가 정한 공식적인 A매치 데이였다. 그러니까 우리가 브라질전에서의 선전으로 월드컵 여운에 살포시 젖어 있었을 때 세계 각지에서도 사연많고 곡절많은 16경기의 또다른 A매치가 열렸던 것이다.


이날 하루 동안 천문학적인 몸값과 출중한 실력을 자랑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이 속한 클럽이 아닌 소속 국가의 유니폼을 입고 그간 다져온 기량을 유감없이 뽐냈다.


FIFA 주관으로 종종 벌어지는 이런 큰 이벤트는 월드컵 이후 세계축구의 변화와 판도를 예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확 잡아 끈다. 여기에 2002 월드컵에서 그야말로 자존심을 팍팍 구겼던 축구 강국들의 명예 회복이라는 측면까지 더해져 이날 열렸던 경기는 축구팬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가깝게는 자칭 아시아의 지존이라 주장하는 일본과 남미의 지존 아르헨티나의 경기가 일본에서 열렸고, 유로 2004 예선으로 한창 축구열기가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는 유럽에서는 전통의 라이벌인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와 전차군단 독일이 맞붙었다.


물론 이게 다가 아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던 월드컵 3위 터키와 월드컵 16강에 만족해야했던 이탈리아가 접전을 펼쳤고, 지난 월드컵에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던 프랑스와 포르투갈도 각각 유고와 스코틀랜드를 맞아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화려하게 부활한 오렌지 군단!


전통의 라이벌 네덜란드와 독일의 경기는 쉽게 얘기해 유럽의 한-일전이라 할 수 있다. 그만큼 양국의 관계는 적어도 축구에 있어서는 견원지간이다. 한 마디로 앙숙. 1974년 월드컵 결승전(서독 2-1 네덜란드)에서 토털 사커 네덜란드를 물리치고 독일이 우승컵을 안은 이래 시작된 두나라의 자존심 대결은 지난 한일 월드컵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네덜란드의 에드가 다비즈가 상대선수와 볼경합을 벌이고 있다.


네덜란드는 포르투갈, 아일랜드에 밀려 월드컵 본선무대조차 밟지 못한 반면 독일은 기대이상의 성적으로 준우승을 거둔 것이었다. 당시 한국과 독일의 준결승에서 모든 네덜란드인들이 한국팀을 열렬히 응원한 것만 봐도 독일에 사무친 네덜란드 국민들의 감정을 잘 알 수 있다. 물론 네덜란드 출신인 히딩크 감독때문일 수도 있으나 어찌 그것이 전부라 할 수 있겠는가.


21일(한국시간) 겐스부르크에서 열린 이 경기는 이날 열린 A매치 중 단연 백미. 세계적인 스타를 대거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2002 월드컵 본선에 참가조차 하지 못했던 비운의 팀 네덜란드는 월드컵 준우승팀 독일을 맞아 3-1로 혼쭐을 내줬다. 특히 네덜란드는 원정경기의 불리함을 딛고 라이벌 독일에 따끔한 맛을 보여줌으로써 부활의 신호탄을 높이 쏘아 올렸다.


철저한 선수비-후공격으로 경기에 임한 네덜란드는 전반 22분 클루이베르트(바로셀로나)가 에드가 다비즈(유벤투스)의 프리킥을 왼발로 밀어넣으며 선취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5년만에 독일 대표팀에 돌아온 스트라이커 프레디 보비치에게 전반 34분 동점 헤딩골을 허용, 독일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이후 경기는 홈팀 독일의 일방적인 흐름으로 전개됐고 후반 초반까지도 네덜란드는 수세에 몰렸다.


위태위태하게 항해하던 네덜란드호를 구한 것은 역시 화려한 공격진. 후반 24분 노장 스트라이커 지미 플로이드 하셀바잉크(챌시)가 아크 써클 오른쪽에서 중거리슛을 추가골로 연결, 승기를 잡은데 이어 10분 뒤에는 교체투입된 루트 반 니스텔루이(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쐐기골을 터뜨리며 승부를 갈랐던 것이다.


 


         전통과 신흥 강호의 대결!


2002 월드컵에서 한국과 함께 월드컵 4강을 이루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신흥 강호 터기와 월드컵 단골 손님이면서도 한일 월드컵에서는 초반 탈락의 수모를 겪었던 전통의 강호 이탈리아는 1-1로 무승부를 기록,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경기 초반부터 상대진영에서 강력한 압박을 구사, 주도권을 잡은 터키는 전반 28분 엠레(인터밀란)가 강력한 중거리슛을 선취골로 연결하면서 기선을 제압했다.









터키 만시즈와 이탈리아 암르로시니의 헤딩볼 다툼


그러자 월드컵에서의 부진, 또 월드컵 이후에도 이렇다할 성적을 못내고 있는 이탈리아의 지오바니 트라파토니 감독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38분 크리스티안 비에리(인터밀란)가 동점골을 터뜨려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지만 이탈리아로서는 여전히 썩 만족할 만한 경기내용은 아니었다. 아무리 공격과 수비의 키플레이어인 프란체스코 토티(AS 로마)와 알레산드로 네스타(AS 밀란)가 결장했다고 해도 후반 필리포 인자기(AC 밀란)가 완벽한 득점 기회를 무산시키는 등 이탈리아는 경기 내내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로써 최근 슬로베니아와의 평가전(0-1 패), 웨일즈와의 유로 2004 예선(1-2 패)에서 연이어 패한데 이어 이날 경기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트라파토니 감독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아마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겠지...


 


           자존심 회복한 축구강호!


2002 월드컵의 강력한 우승후보였으면서 나란히 16강 진출에 실패한 프랑스와 아르헨티나는 각각 유고와 일본을 상대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뢰 블레 프랑스는 홈에서 열린 유고와의 경기에서 단 한순간도 경기의 주도권을 허용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3-0 대승을 일궈냈다. 전반 11분과 후반 5분, 리옹에서 활약하고 있는 에릭 카리에르가 연속골을 터뜨려 승기를 잡았고 후반 25분에는 올리베르 카포가 추가골을 기록해 쐐기를 박아버렸다.









프랑스 티에리 앙리가 동료의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월드컵 이후 새롭게 프랑스 대표팀의 사령탑에 오른 자크 상티니 감독은 위기의 프랑스호에 A매치 4연승을 선사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아르헨티나, 일본은 적수가 안돼


아르헨티나 역시 일본과의 원정 경기에서 2-0으로 가뿐하게 승리했다.


아르헨티나는 전반전을 0-0으로 마친 채 맞은 후반 초반 연이어 2골을 골네트에 꽂아 넣으며 승부를 갈랐다. 후반 시작 2분만에 후안 파블로 소린이 프리킥 상황에서 선취골을 넣었고 불과 2분 후 에르난 크레스포가 강력한 헤딩골을 작렬, 월드컵에서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냈다.


이밖에도 많다. 한일 월드컵에서 나란히 한국에 무릎을 꿇었던 스페인과 포르투칼은 불가리아와 스코틀랜드에 각각 1-0, 2-0 승리를 거뒀고, 덴마크도 폴란드를 2-0으로 눌렀다.









포르투칼 누노 고메즈(18번)의 볼키핑 모습


자, 그럼 A매치 경기결과가 궁금하신 분덜은 아래를 보시라.


< 20일 A매치 경기결과 >


네덜란드 3-1 독일


프랑스 3-0 유고


이탈리아 1-1 터키


스페인 1-0 불가리아


그리스 0-0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0-0 카포 베르데


체코 3-3 스웨덴


노르웨이 1-0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1-0 루마니아


에스토니아 2-0 아이슬란드


슬로바키아 1-1 우크라이나


헝가리 1-1 몰도바


덴마크 2-0 폴란드


포르투갈 2-0 스코틀랜드


나이지리아 0-0 자메이카


카타르 2-1 이라크


이번주에는 A 매치 관계로 챔피언스 리그가 열리지 않은 관계로 간략하게 A매치 소식을 정리해 드렸다. 다음주에는 챔피언스리그 소식을 들고 여러분을 찾아뵙도록 하겠다.


이상!


 


                                                          딴지 유럽축구위원
                                             (jinoo2010@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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