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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내현 추천0 비추천0




[논평] 장세동을 환영한다

2002.10.19.토요일

딴지 대선비급
 


장세동, 그가 돌아왔다.


5.18당시 특전사 작전참모로, 이어서 전두환의 수족이 되어 5년간 경호실장을, 2년간 안기부장을 지낸 배짱의 사나이 장세동.


5공 정권의 핵심에 앉아 있었던 업보로 그 후로도 무려 4번이나 감옥에 가야 했던 인물.


안기부장 시절, 데모하는 학생을 강제 노동수용소에 보내 버린다는 무시무시한 학원안정법 때문에 파동이 일어나게 한 주역. 북한 금강산 댐이 63빌딩도 잠기게 한다는 얼토당토 않은 협박으로 코흘리개들의 과자먹을 돈까지 빼앗아 간 인물. 부천서 성고문사건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의 안기부장. 87년 4.13 호헌조치를 수호하려던 관계기관 대책회의의 주역. 수지 김 타살사건을 용공 조작했던 당사자. 깡패를 동원해서 신민당 창당을 막았던 이른바 용팔이 사건으로도 감옥에 갔고, 일해재단 비리 문제로도 징역형을 받은 사람.



그리고 그 하나하나의 사건이 문제가 터질때마다 청문회에 나와서 국회의원들 앞에서 큰소리를 뻥뻥 쳤다. 그 유명한 5공청문회에서 한번 진가를 발휘한 그는, "어른을 구속하려들 경우에는 내가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막을 것이다"라거나, "사나이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 "평화의 댐 문제는 양심에 하나의 가책도 없다", "진실은 냉혹하지만 영원하다" 등의 말을 남겼고, 심지어는 청문회장에서 국회의원에게 "당신이 좌경용공세력이냐"며 맞받아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유명한, 전두환에 대한 충성심.... 일해재단 건으로 들어갔다 출감한 그의 첫마디는 "백담사에 문안부터 가야겠다"였고, 용팔이 사건으로 들어갔다 나오던 날은 집에 들어가기도 전에 전두환의 행방을 찾아내어 큰절을 올리며 "신고합니다. 휴가 잘 다녀왔습니다"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전두환은 그에게 휴가비로 18억원을 주었고, 그 전후에도 때때로 억 단위의 하사금을 받았다. 후일 전두환 비자금 문제가 터지자 그는 검찰에서 "각하께서 원하시기만 하면 다시 돌려주기 위해 한푼도 쓰지 않고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며 34억원짜리 통장을 제출했다.


95년 11월 한국논단에다가는, 12.12 당시 자신의 상관이었던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에게 보내는 서한을 실었다. 정승화가 김재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이 "자신의 오욕일 뿐 아니라 군의 명예를 저버리고 국민을 배반한 행위"라며 12.12의 정당성을 계속 주장했고, "할복은 못할망정 못난 변명 모습을 왜 후배들에게 보여주느냐", "그동안 마음 아파온 군 선후배를 비롯하여 온 국민에게 죄송하고 부덕함으로 사죄하시어, 최소한의 인간관계 회복을 위해 뼈아픈 결심을 앙청드린다"라고 직설을 퍼부어대기도 했다.


그런 그가... 장세동이 돌아왔다. 다시 돌아온다던 그의 말대로, 그는 16대 대선 출마라는 화려한 컴백을 준비중이다.


 



조금 지난 얘기지만 95년 12월 2일, 전두환의 골목 성명 이야기를 조금 해야겠다.


전두환은 퇴임 후 2년 11개월동안 백담사 생활을 했다. 그러나 자기 친구 노태우가 대통령에서 물러나고 김영삼이 대통령이 되면서 다시 바늘방석 신세가 되었다. 김영삼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12.12를 쿠데타적 사건이라 규정하며 서서히 그를 옥죄어왔던 것이다.


93년 8월 감사원의 평화의 댐 감사 건으로 서면 질의를 받았고, 94년 9월 12.12 수사, 95년 6월 검찰의 5.18 사건 수사 대상에도 올랐다. 궁지에 몰리던 전두환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희한한 논리 덕에 살아나는 듯 싶다가, 95년 11월 김영삼이 느닷없이 5.18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드디어 검찰 소환을 받게 되고, 후일 군형법상 반란수괴로 사형을 구형받기에 이른다.


95년 12월 2일 오후 3시는 바로 전두환이 검찰 소환을 통보받은 시간이었다.


12월 2일 그날은 부슬부슬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을 받쳐 든 전두환은 연희동 자기집 골목 앞에서 그 유명한 골목성명을 발표한다. 그는 고개를 당당히 들고 수많은 카메라와 기자 앞에서 비장하고도 단호한 어조로 성명서를 읽어내려갔다.


....저는 대한민국 전임대통령의 자격으로 김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해서 격려를 아끼지 않았었고 김대통령이 저를 방문했을 때에는 조언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취임후 3년이 다되어가는 지금에 와서 김대통령은 갑자기 저를 내란의 수괴라 지목하며 과거역사를 전면 부정하고 있습니다.


만일 제가 국가의 헌정질서를 문란케 한 범죄자라면 이러한 내란세력과 야합해온 김대통령 자신도 이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하는것이 순리가 아니겠습니까.


(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검찰은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로 이미 종결된 사안에 대한 수사를 재개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검찰의 태도는 더이상의 진상규명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다분히 현정국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보아 저는 검찰의 소환요구 및 여타의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성명서 전문보기]


한 마디로 김영삼 정권에 대한 정면 도전 행위였다. "3당합당해서 대통령 된 너도 어차피 나하고 한패 아니냐. 넌 뭘 잘했다고 나한테 이러냐"였다.


성명을 발표한 전두환은 검찰출두를 거부하고 국립묘지를 참배한 후 차를 타고 고향인 합천으로 내려가 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날 새벽 합천에서 체포되었다. 그가 합천으로 내려가는 길, 그리고 서울로 다시 압송되는 길, 헬기를 비롯한 각 언론사 차들이 요란한 생중계를 하던 기억이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노태우가 노태우 비자금 사건이 벌어졌을 때 화장까지 한 얼굴로 티비에 나와 국민 여러분 죄송하다며 허리를 굽신거리고 눈물까지 글썽인 것에 비한다면 대단한 의거였다. 솔직히 본 필자, 토요일이었던 그날 아침 성명서를 낭독하는 전두환의 모습을 티비로 보면서 전율마저 느꼈다. 씨바, 바로 저거야, 라고...


독자 여러분,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전두환은 5.18 살상 및 내란수괴로 사형 당해야 한다고 본 필자 생각한다. 전두환이 정당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 당당한 태도, 그것에서 전율을 느꼈다는 말이다.


역사의 확신범. 우리 역사에서 도대체 몇 명이나 저런 인물이 있었던가? 박정희의 유신독재시절 용비어천가를 불러대던 쥐새끼들은 박정희가 총에 맞아 비명횡사하자마자 숨을 구멍을 찾아 우왕좌왕하기 바빴다. 5공때 전두환에 빌붙어먹던 쥐새끼들도 전두환이 물러나자 뒤에 숨어서 독재정권이 어쩌구 해대기만 했지, 아무도 자기 잘했다고 떳떳하게 나서는 인간이 없었다.


우리가 과거 청산을 한 역사가 없다고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과거를 당당하게 긍정하는 역사도 없었다. 오로지 권력에 빌붙는 간신배들과, 세인의 눈치를 살펴서 해도 되는 말만 골라서 하는 소인배들만이 이 나라를 주물럭거렸을 뿐이다.


유신정권을 지지했던 그 수많은 사람들, 전두환 정권의 헌법개정안에 찬성했던 그 수많은 국민들은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삼청교육대가 깡패를 소탕해서 좋다고 기뻐하던 그 수많은 인간들은 어디가고, 삼청교육대의 인권유린을 규탄하는 목소리만이 난무하는가.


본 필자는 보고싶다. 숨기에 급급한 쥐새끼들이 아닌, 정정당당하고 확신에 찬 극우세력 말이다. 나 잘했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도대체 우리 현대사의 의미는 무엇이란 말인가.


 



장세동은 그 드문 사람들 중 한 명이다. 아닌게 아니라 전두환의 골목성명 때 전두환의 뒤에 서 있던 몇 안 되는 인물들 중 한명이 바로 장세동이었다.


장세동이 인기가 많은 이유를 혹자는 주군에 대한 의리라고 말한다. 배신과 이해득실에 따른 처신이 난무하는 현대사회에 드물게 보는 의리형 사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장세동이 각광받는 이유가 바로 흔히 볼 수 없는 확신범이기 때문이라 본다.


우리 정치는 하루빨리 극우정당이 출현해야 한다. 기회주의자 (좃선일보) 김대중과 극우 이데올로그 (월간좃선) 조갑제는 한 편이 될래야 될 수 없다. 극우 최병렬과 진보인사 이부영이 같은 당에서 동지로 일하는, 반 DJ라는 그것 빼고는 무엇 하나 공통점도 찾을 수 없는 잡탕세력들이 모여서 정치적 동지가 되는 정치의 왜곡을 바로잡는 길은 오직 하나이다. 극우정당의 출현이다.


이놈 저놈 다 잡탕으로 섞여 있는 구도가 보다 선명해지고 제대로 된 정치가 펼쳐지는 날은 바로 보수가 이념적으로 분화되는 날이다. 보수라고 다 같은 보수가 아니라는 것이 명확해지는 바로 그 날 말이다. 진검승부는 그때 펼쳐진다. 이번 대선이 아니라...


민주당도 이제 당이 깨지며 교통정리가 되어가고 있는 마당이다. 앞으로 우리사회는 자본주의 심화와 함께 극우적 멘탈리티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높아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빈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장세동의 출마를 환영한다.



딴지 정치부
최내현(asever@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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