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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이슬람, 왜 테러의 소용돌이에 말려드는가?

2002.10.18.금요일
딴지 국제부


작년 9월 11일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하던 뉴욕의 쌍둥이 빌딩이 비행기 테러로 인해 무너져 내리며 수많은 인명살상과 더불어 인류를 경악케 한 비극이 발생한 지 만 1년 1개월이 경과한 후인 10월 12일 이번에는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나이트 클럽에서 끔직한 테러가 발생하여 수많은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이번 인도네시아 테러를 강력히 비난하며 반테러 전쟁에 대한 국제적 연대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미국은 인도네시아 테러의 배후에 9.11테러를 주도했다고 믿어지는 오사마 빈 라덴의 알카에다 조직과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과격파가 연관되어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러한 추론도 가능하지만 우리는 단순한 추측이 아닌 사실 파악이 반드시 수행되어야만 한다고 믿고 있다.


그건 왜냐? 이번 사건이 명확하게 밟혀지지 않는다면 우리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보았던 참상을 다시 한번 또 다른 국가에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의 이슬람 국가로 이슬람 지도자였던 와히드 전임 대통령이 압력에 의해 물러나고 메카와티 대통령이 집권을 하였는데 이는 인도네시아 이슬람 세력들의 불만을 야기시킬 충분한 이유가 된다. 또한 테러가 발생한 발리는 다른 지역과는 상이하게 주민의 95%가 힌두교도로 구성되어 있고 관광산업의 발달로 다른 지역보다 월등한 경제적 부를 누림으로써 다른 지역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


이런 정치적, 종교적, 경제적 요인들이 테러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만 한다. 하지만 미국은 이러한 국내의 갈등요인들은 배제한 채 테러의 주모자가 알카에다와 연관되어 있고 이 조직을 후원하는 나라가 바로 이라크이기 때문에 테러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서도 이라크에 대한 반테러 전쟁을 반드시 수행해야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는 9.11테러 이후 미국이 테러용의자로 지목한 빈 라덴을 체포한다는 명목하에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반테러 전쟁을 수행하며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부어 수많은 무고한 인명이 살상되는 참상을 목격하였다. 정의의 명분하에 일어나는 전쟁도 결국 또 다른 테러에 지나지 않음을 목격한 셈이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의도하고 있는 이라크의 후세인을 제거하기 위한 전쟁에 대해 미국의 일방주의 정책이라 간주하며 미국의 정책에 반발하고 있으며 또한 전쟁은 또 다른 전쟁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에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부시는 "결정은 미국이 하며 다른 국가는 미국을 따르든지 미국의 적이 되라"는 오만한 자세를 취하며 공격의 시기만을 저울질하고 있었고 이번 인도네시아 참사를 이라크 공격의 명분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9.11 테러의 배후에 대한 명백한 증거도 제시되지 않았고 인도네시아 발리 테러에 대한 철저한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공격은 오히려 국제사회의 미국 패권주의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나보다 팔굽혀 펴기 잘 하는 놈 맞짱 떠!!!


특히 미국의 대 이라크 공격은 이슬람권에 속한 국가들로부터 이슬람권을 죽이려는 시도라는 의혹의 눈길을 받으며 강력한 반발을 불러 일으켜 오히려 반미주의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왜 미국은 모든 테러는 이슬람 세력이 일으키며 그 배후에 이슬람권이 있다고 단정하며 계속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으며, 또한 왜 이슬람권은 미국의 모든 정책에 대해 강력한 반미주의로 일관하게 된 것일까?
 






종교적 덕목과 윤리를 최고의 가치로 신봉하는 이슬람권의 사람들에게 미국은 타락과 퇴폐적인 서구문화의 선봉자로 간주된다. 더욱이 소련의 붕괴이후 세계의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군림하게 된 미국의 일방적인 미국적 가치 우선정책은 그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에게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당연한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슬람권의 미국에 대한 반감은 사실상 그 역사적 뿌리가 길지 않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중세시대에 성지 탈환을 목표로 한 십자군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이슬람 사람들이 살해되었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거의 모든 이슬람권 국가가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국가로 전락하여 엄청난 고통을 경험하였다. 이러한 여러 가지 역사적 경험 속에서 서구를 향한 이슬람권의 증오가 자리잡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는 서구 유럽국가와의 문제이지 미국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현재 미국과 이슬람권과의 반목에 대해 의문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물론 미국의 퇴폐적인 문화나 극단적인 물질주의 문명에 대한 반감이 미국을 싫어하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원인은 이스라엘 건국과 팔레스타인 문제에 미국이 개입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은 아브라함의 같은 자손으로서 그 역사적 관계는 매우 오래되었다. 기원 후 2세기,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유대인들이 로마에 의해 쫓겨난 이후 십자군 원정 기간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역사 속에서 이 땅의 주인은 팔레스타인인이었다. 한편, 19세기에 들어설 무렵 유럽 대부분의 나라는 국내통치수단의 하나로 이른 바 안티세미티즘(반 유대주의)을 도입, 유용한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유대인 탄압이 시작되었다. 반유대주의에 의한 이러한 정치적 박해는 유럽지역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로 하여금 국가건립이라는 시온주의를 자구책으로 강구하게 하였다. 유대인들은 성서에 기록된 약속의 땅인 팔레스타인에 지속적으로 정착촌을 건설하는 방법으로 국가건설을 준비하였다. 당시 팔레스타인은 오스만 터키 제국에 속한 아랍 연방의 하나였다. 영국은 제 1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이 지역에서 반 오스만 운동을 촉발시켜 전쟁에서 승리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승리할 경우 각각 유대인과 아랍인들에게 오스만의 지배를 벗어나 독립국가 건설을 지원하겠다는 비밀협정을 이중으로 맺었다.


그러나 전쟁 후 이러한 약속을 이행할 수 없게 된 영국은 팔레스타인 지역을 위임 통치령으로 편입하였다. 이후 세계전역에서 대규모의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이주하기 시작하였으며 두 진영간에 갈등이 시작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미국은 이 문제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 제 2차 세계대전 후인 1947년 유엔이 팔레스타인 분할안을 의결하였을 때, 이슬람 사람들은 이러한 결정이 미국의 주도하에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였다. 이 분할안은 유대인에게 매우 유리하게 되어 있어서 이 지역 올리브 농장과 곡창지대의 80%, 아랍인 공장의 40%가 유대인에게 배정되었다.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 이스라엘 건국 이후 팔레스타인인은 난민의 지위로 떨어지게 되었고 졸지에 땅과 생업을 잃게 된 이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후원하던 아랍/이슬람 진영사이에 심각한 분쟁이 발생하게 되었다. 1948년 5월 이스라엘이 건국을 선포한 바로 그 다음날 1차 전쟁이 발생했다. 그러나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이스라엘은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고, 이후 4차 전쟁까지 아랍진영은 이스라엘에 여지없이 패하여 자존심을 구기고 말았다. 아랍진영은 이스라엘의 승리를 미국의 원조 때문이라고 여겼다. 아랍인에게 있어 이스라엘에 대한 패배는 자신들의 역사적 자존심에 대한 커다란 상처를 입힌 것으로 여겨지는 문제였다.


역사적 배경을 살펴볼 때 이슬람권은 15세기경만 해도 유럽을 능가하는 세력으로 군림했었다. 그러나 이후, 유럽이 종교개혁, 르네상스, 산업혁명을 통해 성장하면서 상황은 역전되기 시작하여 18, 19세기에 들어와 이슬람권은 최악의 식민지 상태로 전락하게 되었다. 20세기에 들어서 아랍을 포함한 이슬람권은 지금의 국경선으로 확정된 근대국가로 독립하였다. 이들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며 여러 가지 개혁을 시도했지만 실패를 거듭하면서 정치/경제적인 면에서 서구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이처럼 서구의 정치/경제에 예속에 대한 분노와 한을 가지고 있던 아랍/이슬람 세력은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미국의 원조로 인해 계속해서 패배하자 더욱 미국을 증오하게 되었고 서구와 미국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슬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슬람권의 맹목적 확신은 거대한 미국과의 투쟁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바로 테러라는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다.


물론 이슬람에서는 어떠한 이유에도 자살은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하지만 극단적 이슬람주의자들은 그들이 추구하는 미국과 서구세계와의 투쟁에서의 승리라는 목표의 성취를 위해 이슬람에서 허용된 지하드 (성전)를 곡해하여 자폭은 영웅적인 일이며 알라를 영광되게 하는 일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이에 많은 젊은이들이 이들의 주장에 동조하고 이슬람을 위한 투쟁에 적극 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힘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힘이 없는 자들을 포용하고 양보하지 않으면서 전 세계를 자신이 주도하는 팍스 아메리카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한, 힘을 가지지 못한 이슬람권은 이슬람을 통해 옛 영광을 재현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전개할 것이며 따라서 미국과 이슬람권과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이며 이러한 갈등과 충돌은 양 세력간의 화해나 양보 없이는 극단적인 테러나 이에 대한 보복 전쟁 등으로 21세기에도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교수
이종화(saharal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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