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뽀오츠] 축협, 니덜의 능력 좀 보여줘바바... 2002.10.18.금요일
미국과 일본에서 공부하며 자율야구를 들고 나왔던 그는 원년 우승 이후 매년 3~4위권에만 맴돌고 있던 팀을 우승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팀 개편을 단행하기 시작한다. 타성에 젖어있던 고참선수들은 정리하고 새로운 선수들의 영입을 통해 팀의 체질을 바꾸어 나갔다. 그러나 팀컬러를 바꾼다는 것이 어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더냐. 감독을 맡고 처음으로 맞이한 페넌트레이스에서 이광환 감독이 이끄는 OB 베어스는 8개 팀 중 고작 5위에 그치고야 만다. 새롭게 팀을 정비하느라 전력의 극대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까닭이었다. 그 다음해에도 전력은 상승되지 못하였다. 5월에는 7연패를 기록했으며 급기야 한달 후, 11연패를 달성(?)하였고, 그 담날 구단주는 계약기간이 2년하고도 3개월이 남은 상황에서 이광환 감독의 모가지를 뎅거덩 경질해 버리고야 만다. 그러던 그가 스포 찌라시에서 객원기자 활동을 하며 야인생활을 한지 2년쯤 되던 해, 이광환에게 또 한 번의 감독 기회가 오게 된다. LG 트윈스에서 감독직을 제의한 것이다. 섣불리 그 제의를 받아들이지 못하던 이광환은 결국 3년 계약으로 LG 트윈스의 감독으로 취임하게 된다. 그런 그에게 구단 측에서는 당장의 우승이 아닌 3~4년 안에 우승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달라며 신뢰를 약속했다. LG에서의 감독 첫 해인 92년은 썩 좋지 않았다. 7위였다. 이미 그가 감독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와해되어있던 팀 전력을 재정비하기에 1년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93년 시즌의 출발은 좋았다. 2위까지 올라갔던 것이다. 그러나 주축선수 이상훈과 송구홍의 부상은 치명적이었다. 그들의 전력이탈로 흔들거리던 팀은 결국 4위로 시즌을 마감하고야 말았다. 그래도 고무할 만한 사실은 팀 전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다는 사실이었다. 지난해에 비해 3계단이나 오른 순위가 이를 증명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소문은 달랐다. 주위의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성적이 별루 좋지 않은 그를 대신해 다른 감독이 영입될 거라는 루머가 돌았다. 하지만 LG는 이광환 감독과의 신뢰를 져 버리지 않았다. 그와의 계약기간을 보장했고 이광환 감독은 차근차근 전력을 키워, 구단과 약속한 3년 째 되던 1994년 결국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다. 거스 히딩크. 지난 2000년 허정무 감독의 경질로 단군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 한국축구를 위해 취임한 외국인 감독.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4강으로 이끈 그는 당시 한국 축구를 구원할 유일한 구세주였다. 그러나 그의 행보는 월드컵에서의 1승과 16강 진출에 목말라하던 국민의 염원을 3단 돌려차 휘둘러 엎어치기 할 정도로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취임 후 한달 만에 출전한 첫 공식대회인 홍콩 칼스버그 컵에서의 첫 경기 노르웨이와 이대일로 앞서다 이대삼 역전패, 다음경기 승부차기 끝에 진땀승, 한달 후에 열린 두바이 4개국 축구경기에서는 1승1무1패, 그리고 5월에 열린 컨페더레이션 컵 프랑스에게 오대영으로 개망신 당하며 예선탈락, 3개월 후 체코한테 또 오대영 패배. 그뿐인가 힘아리없는 행보를 보이던 대표팀은 급기야 올 1월, 월드컵을 불과 4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북중미 골드컵 대회에 참가했다가 고작 3골 넣고, 7골 내주면서 4위. 우리의 꼴통대장 좃선을 비롯하여 모든 언론은 연일 실망스런 성적의 원인이 된 체력훈련을 왜 대회 중에 하냐며 한국축구의 현실을 모르는 무식한 행동이라고 히딩크를 비하하였다. 그리고 하루빨리 그를 경질시키고 다른 감독을 선임해야 한다고 압박을 가했더랬다. 그럼에도 히딩크는 이에 개의치 않고 팀을 조련하였다. 그리고 웬일인지, 흔들기의 명수인 대한축구협회도 아무 소리 안 하며 히딩크에게 변함 없는 신뢰의 모습을 보여주며 지둘렸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월드컵에서의 첫 승은 물론이요, 아시아 최초의 4강이라는 빛나는 업적이었다. 대한축구협회에서도 그런 그의 경력을 사서 감독생활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박항서를 감독으로 임명하였다. 그러나 그는 아시안 게임에서 12년 만에 메달을 땄음에도 불구하고 월드컵에서의 4강을 아시안 겜에서의 4강으로 계승했다는 이유로 감독 취임 후 불과 2개월 12일만에 경질되고야 말았다. 박항서 감독의 경질에 대해서 축협이 말하길 지도자 경험이 전무하고 전술운영이 미숙하며, 팀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세 가지를 들었다. 사실 히딩크를 울 나라 월드컵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한 건 일차적으로 월드컵 16강 진출이었지만 단지 성적만이 목표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를 통해 축구 선진국의 지도철학을 전수 받아 양질의 국내 축구지도자를 양성하자는 것도 히딩크의 영입 이유 중 하나였다. 그래서 감독경험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박항서를 아시안 게임의 사령탑으로 선임한 게 아닌가. 그런데 축협이 이제와서 박항서 前 23세 이하 아시안 게임 대표 감독의 자질을 문제 삼는다는 건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듯, 자신들의 무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행위다. 게다가 전술운영이 미숙하다고 한 부분, 맞다. 맞는 말이다. 근데 그거 아는가, 히딩크 역시 한참동안 전술운영이 미숙하다고 비난받은 사실을. 전술 운영이 부족한 상태에서 물론 경기 내용도 별로 안 좋았지만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처음 네 차례의 평가전을 2승1무1패로 마쳤다. 그리고 아시안 게임에서는 5승을 거두고, 이란과의 게임에서만 1패를 기록했을 뿐이다. 그것두 공식적으로는 무승부로 기록되는 승부차기 패배. 이에 비해 세계적인 지도자 히딩크의 한국대표 감독 부임 후의 초기 성적은 이보다 더 안 좋았다. 앞썰에서도 밝혔듯이, 오죽했으면 오대영 감독이라는 별명까정 붙었을까. 그럼에도 그에게는 전술운영의 미숙(?)을 극복하고 전력을 상승시킬 시간이 있었다. 근데 박항서 감독에게는 시간이,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았다. 아시안 게임보다 더 중요한 올림픽이 아직 2년이나 남아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수긍할 수 없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박항서 감독을 경질한 건, 취임부터 남북축구경기 히딩크 벤치 착석문제로 마찰을 빚고 감독계약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게 밉보여서 그랬다는 걸로 밖에는 이해가 안 된다. 물론 박항서 감독이 여러 모에서 감독으로서의 자질이 의심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에 그가 처음으로 감독을 맡았다는 것이 단적이다. 게다가 울 국민덜의 눈높이는 월드컵 4강이라는 성적으로 높아질대로 높아져 있었다. 하지만 2002 월드컵의 과정과 결과를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좋은 성적 이전에 무엇이 전제되어야 하는지 깨달았다. 바로 시간과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런데 축구협회만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히딩크 감독 부임 이후 잠잠했던 모습과 달리 박항서 감독이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을 맡자 예의 그 시어머니 참견삘이 두드러져 대사를 그르친 걸 보니...
당근 이번의 아시안 게임 축구 대표팀과 같은 문제가 생기는 거다. 우승은커녕 결승에도 진출 못하고 목적 달성에 실패해, 감독은 기회도 얻어보지 못한 채 경질 당하고, 협회는 무능하다고 욕먹고. 그런데도 만약 협회가 이를 깨닫지 못하고 이번에 새로 선임하는 감독에게도 지금처럼 신뢰를 주지 못할 경우, 한국축구가 나아갈 바는 안 봐도 비디오다. 국내 지도자 중 누군가를 감독 자리에 앉혀서 이러쿵 저러쿵 흔들어대다가 성적 별루 안 좋으면 경질이라는 미명하에 책임 다 떠 넘기구, 결국 올림픽이나 월드컵 한 1년 정도 남겨 놓은 상황에서 부랴부랴 외국감독 영입하고. 이 짓을 2년마다 혹은 4년마다 반복하게 될 거다. 그러니 이런 꼬라지 좀 안 보게, 어이 축협, 니덜의 능력을 함 보여줘바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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