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2.15.월

딴지경제주필 석진욱

최근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의 최대 화제는 역시 인터넷 관련 전자 상거래 회사들의 주가입니다. 이들 회사의 주가는 저명한 투자가, 연방준비이사회 의장 심지어 빌 게이츠등 유사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거듭되는 경고와 심지어는 인터넷 관련 주식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의 위탁 증거금율을 3배나 높게 유명 은행들이 인상하여도 오르고 있지요, 그 여파는 한국에도 불어닥쳐 한국의 코스닥 시장도 연일 활황입니다.

그 덕택에 미국 주식시장은 연일 호황을 구가합니다. 다보스 포럼뿐 아니라 미국 경제계 인사들은 프랑스인들이 "오만하다"고 할 만큼이나 거만하게 미국경제의 건전성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불안합니다. 저 인터넷 관련 주가가 폭락하면 어떤일이 발생할 것인가..

1920년대 말, 그 당시에는 인터넷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 만큼이나 미국의 역사학자들이 1920년대를 통틀어 미국인의 생활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킨 발명품으로 꼽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통신산업에 있어 가히 최초의 대중적 혁명을 불러일으킨 "라디오" 입니다.

1920년대 초,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라디오 방송국이 개설 되었을 때, 인터넷이 처음 한국에 대중적으로 소개 되었을 때 만큼이나 대중들은 그저 신기한 기계로서 라디오를 바라 보았습니다. 청취자는 거의 없었으며 불꽃방전 방식의 무선전신에 심취해 있던 많은 아마추어 무선가들은 전파방해를 일으킨다며 웨스팅하우스사의 최초의 라디오 방송국에 항의를 표명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라디오나, TV 혹은 VHS방식 VTR의 대중적 확산에는 언제나 "스포츠"가등장하는 것입니다. 일본에서의 TV보급 확대는 역도산의 레슬링 덕분이었으며 VHS방식 VTR의 확산은 수퍼볼 게임의 전 경기 녹화여부였습니다.

라디오의 경우에는 1921년 7월에 벌어진 뎀프시대 카펜터의 헤비급 권투경기의 중계이후 라디오는 급속히 확산되어 미국에서는 가히 1920년대를 풍미하는 기계가 되었습니다.

이른바 20년대 하딩과 쿠울리지 시대의 풍요는 28년 하반기부터는 주식시장을 불붙이기 시작했고 당시 미국 최대의 라디오 회사였던 아메리카 라디오 회사의 주식은 94달러 25센트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주식 전문가들은 주가가 너무나 현저히 높은수준에 도달해 있으므로 당분간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예상했습니다.

1928년 3월 3일부터 3월 13일까지의 10일간 요즘의 인터넷 주가처럼 그렇게 뛰어 올랐습니다.

3월 3일 라디오사의 주가는 94.50달러, 그것이 1주일 동안 상승하면서 120달러 50센트로 무려 30%나 상승, 3월 12일 장이 열리자 135달러 50센트로 하룻만에 10%상승, 다음날인 화요일 라디오 주는 160달러 돌파하여 무려 20%상승, 3월의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라디오사 주가의 시장이었습니다.

미 증권거래소에서는 라디오사에 대한 매점매석이 있었는지 조사가 들어가려 했고 그 바람에 광적인 라디오사의 주가상승은 주춤했지만 그 후 라디오사는 주식분할 등을 통해 1929년 9월까지 사실상 5배나 뛰어올랐습니다.

바로 그 당시는 무디스사의 투자 분석가들은 너무나 위험한 경제상황에 대해 분명히 우려하였고 경험많은 투자자들은 분명히 위험을 감지했습니다. 그러나 1929년 9월까지 6개월 동안 그들은 단지 "늑대가 온다"는 양치기 소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라디오사의 주가는 시장가격으로 1929년 9월 초 114달러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가격은 액면분할, 증자등에 의해 1929년 초기 가격으로 재 환산할 경우 약 500달러의수준)

그리고 이른바 1929년 10월의 주식시장 대폭락이 발생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시세판에 사람들이 올라가서 숫자판을 시세판에 거는 것으로서 시세를 표시했습니다. 그런데 주식사격 전부를, 예를들어 라디오사의 주가가 115달러 라면 1,1,5 세개의 숫자를 거는대신 끝의 5라는 숫자만 거는 것으로 표시를 대신했습니다.

1929년 10월 24일의 검은 목요일 당시 라디오사의 주가표시중 하나는 이렇게 되었습니다.

R : 6. 5 1/2, 5. 4.

이것이 106달러를 말하는 것인지 96달러를 말하는 것인지 86달러를 말하는 것인지 사람들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는 46달러를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11명의 유명한 투자자들이 자살하였고 군대가 증권 거래소에 출동 하였으며 은행가들과 금융업자들은 필사적으로 폭락을 저지하고자 노력했으며 Ticker는 장이 끝난지 세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세를 찍어내고 있었습니다.

그 모든 소동이 끝난 1929년 11월 3일의 라디오 사의 주가는 28달러를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의 미국 주식시장은 이 당시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또한 1989년의 블랙 먼데이라는 프로그램 매도 혹은 매수 청산에 의한 처절했던 주가 대 폭락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이 사람들이 인터넷 주가의 상승을 대폭락의 전조로서 불안하게 보고 있습니다. 이것은 신 경제시대의 도래(90년대에도 한때 있었지만...)와 영구번영론을 주창하던 1929년의 그 때와는 사뭇다른 상황입니다.

이른바 주변부 경제의 몰락으로 미국경제 역시 불안한 상황을 보일 것이라, 많은 사람들이 가슴 졸이며 다달이 발표되는 미국경제 지표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예상을 뒤엎고 언제나 각종 지표들은 상황의 악화를 표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정책당국의 심리전 방식이라면, 사람들은 이 이후의 역사를 또 어떻게 바라볼까요...

- 딴지경제주필 석진욱 ( seokjeff@hite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