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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2.15.월

음악전문 대기자 김기자



지난 호까지 총 2회에 걸쳐 한국 대중문화의 총제적인 문제점들 중 그 심각성이 우려되는 수준에 있는 몇가지 사안에 대해 비판과 함께 미흡하나마 대안을 제시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

단문을 통해 문제제기를 하다보니 다소 과격한 표현이 해당 뮤지션의 팬들을 마음 아프게도 한 것이 사실이다. 지면을 통해 그 분들에게 너그러운 양해를 구하며 이번 호부터는 보다 냉정하고 사실적인 검증을 통해 앞서 언급한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따져 보기로 하겠다.





 창작력이 실종된 데스크탑뮤직이 판을치는 한국의 10대가요


a. 디지털 샘플러라는것이 있다.


말 그대로 어떤 소리를 디지털방식으로 샘플 뜨는 기계이다. 사람 목소리를 샘플을 뜨건, 기타소리를 샘플 뜨건 말이다. 이것이 음악에 이용되는 용도는 참으로 다양하다.


테크널러지의 발달로 인해 컴퓨터와 몇 가지 신디사이저, 그리고 샘플러와 샘플씨디를 이용, 책상 위에서도 만들 수 있는 음악이 데스크탑 뮤직이며 바로 이것이 한국음반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10대취향의 댄스 일색 가요의 정체이다.


댄스가요제작의 경우 샘플러 이외에 샘플링 씨디/씨디롬은 거의 필수적이다. 샘플링을 제대로 뜨려면 상당한 기술적 자질이 필요한데 한국의 경우 샘플링에 필수적인 마이크사용법이라든가 관련 엔지니어링이 상당히 딸린다.


그래서 가요제작의 경우 직접 필요한 음색이나 악기소리, 드럼루프를 뮤지션이 직접 연주, 샘플링해서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되고 대신 미리 여러 가지 소리를 샘플링시켜서 파는 외국의 샘플시디/시디롬을 무더기로 가져다가 앨범녹음에 적극 이용을 한다.


바로 이 샘플링 씨디가 표절을 위해 구입한 외국음반과 함께 가요계를 싹쓸이하고있는 10대 댄스곡을 만드는 핵심 원자재가 된다. ( 물론 말도안되는 가사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요소이다. )


이 두 가지 재료가 없으면 제대로 된 음악지식 하나 없는 대다수 10대 가요 작곡가들 능력상 도저히 곡 하나를 완성시키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음원(가령 오케스트라 현악기음색이나 일렉트릭 기타음색) 샘플만 사용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행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음원샘플의 사용보다는 아예 4-8마디의 프레이즈가 통째로 샘플링된 씨디만을 애용한다는데에 그 문제가 있다. 음반수록곡 대부분이 표절과 샘플링 씨디의 프레이즈로 가득차 있고 거기엔 어떠한 창작에의 노력도 없다. 단지 수많은 판매용 샘플 시디 중 한국정서에 맞는 것만을 구입해내는 능력만 요구될 뿐이다.


그럼 샘플링시디는 누가 만드는가? 당연히 외국의 실력있고 연주 잘 하는 해당연주자들이 만든다. 드럼샘플씨디의 경우 유명한 드러머가, 기타의 경우도 기타리스트가, 오케스트라의 경우 실제 오케스트라음색을 샘플을 뜨고, 테크노리듬인 경우 그 방면에 도통한 드러머나 DJ가 신디사이저나 드럼머신을 이용해서 샘플을 뜬다.


이 것을 돈을 받고 파는데, 사는 사람은 이 요소를 사용해서 음악을 만들 수 있는 라이센스를 사는 것이다. 단 가공해서 사용해야지 시디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 그대로 복사해서 재판매할 경우는 법에 저촉된다.


자 이쯤해서 독자들은 물을 것이다. 음악 만드는데 쓰라고 판매하는 샘플링씨디를 가지고 곡을 만든다는데 뭐가 문제인가 하고 말이다. 그렇다. 자신이 돈주고 산 샘플링씨디를 이용하여 음악 만드는데야 법적으로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빨리 만들고 홍보하고 본전치고 빠지는 도박같은 제작, 유통형태가 판을 치는 요즘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상당수 10대 음반은 지나치리만큼 샘플링 씨디에 의존한 결과 표절문제와 함께 마치 통조림을 찍듯 창의력이 없는 음악을 만든다는데 그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판매용 샘플링씨디의 사용에 그치지 않고 외국가수의 잘 알려진 곡 중 일부를 자신의 샘플러에 통째로 샘플링시켜서 자신의 음악에 무단 사용, 원작자에게 물어야할 법적인 허가절차는 무시하고 대충 인용했다고만 표기하는 기형적인 수법이 성행하고 있는데 (예 1 참조) 이것들 모두다 판매용 샘플링시디의 과다사용에서 비롯된 한국의 대중음악 제작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며 나중에 제기될지도 모를 표절시비를 미리 일축하려는 알팍한 행동인것이다.



- 예 1, 종피디의 데뷔음반 : 과감한 사회비판적 내용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그의 활동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 역시 건즈&로지스의 Sweet child OMine의 기타인트로를 통째로 샘플시켜 자신의 곡에 사용하였는데 그는 원작자의 허가를 받지 않음은 물론 이 사실조차 표기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공정한 게임을 외치는 그의 목소리는 어딘가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일정액을 지불하여 원작자의 허가를 받고 이 사실을 명시했다면 좋았을텐데.


외국에서 파는 샘플링시디의 가격은 천차만별인데 장당 20불짜리서부터 1000불대를 호가하는 고가품들도 있다. 용도는 당연히 뮤지션들이 주로 사용하는데 외국의 경우 드럼루프나 프레이즈가 담긴 샘플링씨디는 주로 데모제작에 많이 쓰인다.


데모테잎을 만드는 단계에서는 비용을 줄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실제 뮤지션을 쓰지 않고 샘플링씨디로 비용을 절감한 다음 실제 레코딩에가서야 뮤시션의 리얼연주로 대체하는 식이다. 하지만 음원이 담긴 샘플링씨디의 경우 모든 프로덕션과정에 다 쓰인다.


그럼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서 판매용 샘플링씨디/씨디롬 안에 뭐가 들어있나를 살짝 엿보기로 하자.



A. 음원이 내장된 샘플링씨디 : 이 경우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않고 오히려 신디사이저 에디팅에 근본적 지식이 없는 국내 음악인들도 손쉽게 원하는 음색을 얻을 수 있는 유용한 소스가 된다. 최근 미국에서 발매된 세계 유수의 합창단 음원이 담긴 샘플시디는 많은 영화음악작곡가들로부터 극찬을 받기도 했다.



- 일렉트릭 베이스 샘플


- 스네어 드럼 샘플



B. 루프(loop), 프레이즈(Phrase) 샘플 : 한국가요, 특히 댄스가요에서 남용하는 것으로 문제가 되는 대목이다. 아마 독자들 중에도 다음의 샘플을 재료로 만들어진 가요를 어디서 들어본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 드럼루프(루프란 말 그대로 계속 반복된다는 것인데, 판매용 샘플시디엔 보통 2-4마디의 프레이즈가 샘플링 되어있다. 예제로 든 루프는 국내가요에서 정말 많이 사용한 샘플이다)


- 보컬 프레이즈(댄스음악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아마 댄스가요에서 많이 들어본 소리일 것이다)


- 랩 프레이즈 (국내가요에서 여러명의 가수가 이미 사용한 샘플인데 아예 흑인래퍼가 4-16마디의 랩만 수록해서 파는 샘플이다)


- 보이스 프레이즈 (영어로된 다이얼로그를 샘플시켜 파는 것으로 댄스가요에서 애용된다)


위의 네가지 샘플을 사용해서 본기자가 10대 가요식 음악을 대충 만들어 보았다. 만드는데는 대략 20분정도 소요되었다.



- 제목 : 무제 (작곡/작사/모든악기연주/프로듀싱/엔지니어링 - 김기자 : 한국식 크레딧표기법에 의거)


자, 어떠한가? 샘플시디 사용법만 알고 컴퓨터와 관련 소프트웨어만 가지고 있다면 독자들도 중고등학교때 배운 음악적 지식만으로도 최근에 유행하는 댄스가요곡 하나 정도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내용없고 우스운 가사를 쓰려면 공부는 좀 해야겠지만 말이다.


물론 외국의 가수들도 많지는 않지만 댄스뮤직의 경우 가끔씩 상업용 샘플링 시디를 돈주고 사서 그네들의 앨범에도 사용을 하는데 그 경우 대부분 출처를 밝힌다. 예를 들면 누구의 곡의 연주자 크레딧란에 드럼파트는 OOO사에서 발매한 샘플링시디에서 발췌했음.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것은 새로 개정된 샘플링에 대한 저작권법상 그래야만 하는 의무조항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99.9% 출처는 생략되고 그냥 해당파트의 프로그래밍을 담당한 인물 이름이 올라가고 이 결과 대중에겐 그가 지구상의 모든 악기를 다 다루는 만능뮤지션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10대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는 댄스풍의 가요는 대부분 바로 이 루프/프레이즈가 담긴 샘플링 씨디/씨디롬과 표절을 위한 외국아티스트들의 음반, 이 두 가지 재료로 만들어 진다. 어떻게 하면 더 신나고 멋진 리듬을 만들까 하는 고민은 한국에서는 할 필요가 없다. 이미 좋은 리듬이 엄청 담긴 샘플씨디를 외국에서 사오기만 하면 된다.


그 결과 음반 한 장을 만드는데는 기획단계에서 녹음까지 한 달도 채 안 걸리며, 제작비도 거의 안 든다. 오로지 방송국 홍보에 많은 돈이 들어간다. 우리의 10대 댄스가요 작곡가들에겐 참으로 살 맛 나고 편한 세상이다.


 무늬만 가수인 바보상자안의 앵무새들과 아크로바이트 팀들


가끔가다 본기자는 TV시청도중 신문의 TV 방송순서란을 다시 확인하고는 한다. 분명 음악프로인줄로 알고 보고 있는건데 계속 보고 있자면 마치 기인열전을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방청석에서는 뜻 모를 괴성이 쏟아지는 가운데 리어커에서 파는 카셋트 테잎을 틀어놓은 것같은 저음질의 노래에 붕어처럼 뻐끔뻐끔 입을 맞추는 둥 마는 둥하는 어린 소년소녀들은 하나같이 검은 썬글라스를 쓰고 무슨 서커스단에서 나왔는지 열심히 아크로바이트 동작을 해대기 때문이다.


재주넘고 뒤로 돌고 앞으로 구르고 쉴새없이 입을 뻐끔거리고, 자기들끼리 순서를 정해 하나가 앞으로 나와서 붕어놀이를 하고 다시 들어가면 뒤이어 나와서 인상을 쓰고 입을 뻐끔거리며 역시 붕어놀이를 하는 사이 뒤에서는 신기한 아크로바이트 동작을 해대는게...


가끔가다 코미디프로가 재미가 없으면 본기자는 가요프로를 본다. 귀를 거슬리는 저음질의 TV볼륨만 줄여놓고 보면 이건 영락없는 슬랩스틱 코미디다. 정말 웃긴다. 하지만 끝나고 나면 슬며시 화가 치미는 이유는 뭘까? 왜 우리는 매일같이 멍하게 무늬만 음악프로인 광대놀음을 봐야만 하는 것일까? 왜 이런 코미디가 문화강국이라 자처하는 한국의 대중음악계를 쥐어잡고 있는 것일까?


본기자가 언젠가 가요프로를 제작하는 PD를 만나 이런 것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당시 그 피디의 주장은 이랬다. 미국이나 일본에도 립싱크는 있다. 그네들도 쇼프로엔 립싱크 많이 한다. 뭐 이런 내용하고 제작비가 별로라 여건상 일일히 라이브를 하려면 도저히 프로 못 만든다. 그 다음 설사 제작환경이 뒷받침되서 일일히 라이브만 되는 가수들만 출연시켜서 한달만 방송하면 그 다음서부터는 나올 가수가 없다.


끝의 두 가지 주장은 상당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지만 맨 앞의 주장은 그의 잘못된 이해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AFKN을 통해서도 국내 팝세대에게 잘 알려진 SOLID GOLD 나 SOUL TRAIN, AMERICAN BAND STAND같은 TV 프로를 놓고 한 말인데 두 프로 모두 80년대말까지 미국에서 짧게는 십 년 넘도록 길게는 20 여 년 동안 상당한 인기를 누린 프로이고 (비록 지금은 모두 없어졌지만) 거기 출연한 가수 대부분이 립싱크로 노래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네들의 경우 거기엔 피치 못 할 이유가 있다.


첫째 가장 중요한 이유는 출연료와 장비의 이동문제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음악 비지니스의 구조가 잘 짜여 있다. 음반 판매 및 홍보를 하자니 시청률 높은 TV 인기 쇼프로엔 출연해야하겠고 해서 립싱크를 하는 것인데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차근차근 얘기를 풀어본다.


외국의 팝가수들은 아무리 신인이라도 담당 테크니션이 있어서 오직 그 가수의 음색만을 위한 마이크 셋팅에서부터 밴드일 경우 각각의 고유한 악기 및 P.A 세팅을 고집한다. 바로 자신들만의 최상의 사운드를 내기 위해서인데 한 프로에 나오는 가수나 밴드가 대략 5-6팀일 경우 여기에 드는 장비의 운송, 설치 및 인건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거기다가 이들 팝스타들이 라이브로 노래를 한 곡 부를 경우 소요되는 개런티 또한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더군다나 TV 쇼프로에서 부르는 노래들은 거의 다 당시 히트되고 있는 곡이니 가수나 밴드가 순회공연 중일 확률이 높다. 워싱턴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가수가 L.A의 TV스튜디오에서 노래 한 곡 부르기위해 백밴드를 다 데려오고 아울러 악기 및 장비를 다 옮긴다? 이런 여건상 라이브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80년대 말 MTV가 등장하고 뮤직비디오가 나오면서부터 이런 립싱크 쇼프로인 SOLID GOLD나 AMERICAN BAND STAND,SOUL TRAIN은 없어졌다. 더 이상 음반홍보를 위해 립싱크를 할 필요도 TV 쇼프로에 출연할 필요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앨범을 내고 싱글곡 비디오만 미리 찍어놓으면 TV에서 할 홍보는 다 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젠 립싱크로 이루어진 쇼프로는 미국엔 없다.


일본은 아직도 존재하는데 이유는 위에 언급한 미국의 80년대 후반까지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덧붙여서 의아하게도 일본엔 뮤직비디오 붐이 미국처럼 일어나고 있지 않으며 미국같은 케이블 TV중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 가수를 TV에서 볼 수 있는 길은 데이빗 레터맨 같은 심야 토크쇼나 MTV 스튜디오에서의 인터뷰, 뮤직비디오를 통해서가 아니면 흔치가 않다. 하지만 NBC, ABC 같은 전국방송에서 만드는 아침 생방송 교양프로나 유명한 SATURDAY NIGHT LIVE같은 TV 스튜디오에서 만드는 프로에 매주 게스트로 초대되는 가수들은 모두 라이브로 노래를 부른다. 물론 밴드를 대동하고 말이다. 대신 위에 언급한 시간과 제작비, 개런티상의 이유로 한 회에 한 팀이상의 가수는 초대하지 않는다. 모두 시청률이 높은 프로라 신인인 경우 출연하려고 갖은 애를 쓴다. 그런 상황이니 립싱크는 절대 용납이 안 된다.


혹자들은 선진국인 스웨덴이나 덴마크 같은 나라도 쇼프로가 온통 립싱크인데 뭐 어떠냐고한다. 그네들의 음반시장은 한국의 1/5에도 못 미친다. 즉 비싼 돈 들여서 tv에서 생음악 해봤자 실수요자, 즉 시청자가 그리 많지가 않다는 단순한 시장논리상 립싱크를 하는 것이지 우리의 어린 가수들처럼 노래를 못해서 그러는 게 아니다.


음반을 사는 수요자들도 많지 않다. 한국은 대중문화시장에 관한한 중국과 더불어 미국이나 일본이 탐내는 거대한 시장이다. 이런 마당에 국내 뮤직 프로모터, 에이전시, 프로덕션, 위성방송시장이 완전 개방되면 우리의 음악프로그램, 가수, 프로덕션은 적어도 5년 동안은 밥술을 놔야할 만큼 위험하다. 립싱크 하나 가지고 위험하다? 억지해석이다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그 안에는 많은 의미가 숨어있다. 날마다 붕어놀이에다가 표절이니 실력이 늘 겨를이 있겠는가?


미국이나 일본의 대략적인 쇼비지니스 구조를 정리하면 일반적으로 가수가 앨범을 발표하는 것을 그 시발점으로 철저한 분업화된 매니지먼트로 일단 가수가 앨범을 발표하는 것과 동시에 최소 6개월에서 1년여에 걸친 장대한 그야말로 돈과 음악이 합쳐진 비지니스가 이루어진다. 그에 비해 한국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으며 오히려 시대를 역행해서 가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비교를 해보면 다음과 같다.



* 미/영/일본



앨범발매&싱글곡 발매 -> 라디오스테이션에 샘플홍보/뮤직비디오홍보 ->반응이 좋으면 순회공연->순회공연중 반응이 좋은 신곡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싱글곡 선정 발매 -> 반응이 좋으면 순회공연연장 -> 긴순회공연중 신곡작업 -> 데모작업->새앨범 참여인물선정->녹음->앨범발매... (사이클의 주기 : 평균 1년)



* 한국



앨범발매->TV,라디오홍보/TV토크쇼,오락,시트컴,코미디,드라마,광고등 뉴스만 빼고 거의 다 매일출연을 목표-> 재충전한다며 3-4개월 동안 미국으로 사라짐 ->도깨비 방망이식 앨범발매 ... (사이클의 주기 : 평균 6-8개월, 하지만 사이클이 다시 반복되기 전 사라지는 가수가 거의 대부분임)


자, 이젠 본론으로 들어가자. 한국의 경우는 위에서와 같이 TV를 빼면 아무런 활동이 없다는 게 문제인데 유일한 활동의 중심지인 TV에 나와서 립싱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외국처럼 순회공연중이라 장비를 못 옮기나?


아니면 순회공연중이라 목을 보호해야하나? 방송 출연료가 너무 작아선가? 아니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으뜸가는 이유는 바로 노래를 못 불러서다. 노래에 소질이 없어서다. 자신의 노래조차 제대로 못해서 늘 입만 붕어처럼 빵긋거리고 그나마 아크로바팅을 하느라 숨이 차서 자기 노래에 입도 하나 제대로 못 맞춘다.


하지만 잠시 후 방영되는 오락프로나 코미디, 시트컴에서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수다를 떠느라고 정신없는 무늬만 가수인 이들을 또다시 만나게 된다.


외국의 경우, 가수들이 위에 언급한 일정을 소화하려면 정말 대단한 체력이 소모된다. 매일 저녁 비행기를 타고 다른 곳에서의 공연을 위해 이동하거나 밴드일 경우 로드트레일러로 이동하기도 하는데 국제적 밴드일 경우, 예를 들면 U2의 경우 앨범발매 후 세계 순회공연기간이 평균 1년 이상이었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 그리고 평균 일주일에 한 두 번 꼴로 거의 매일 두 세시간 씩 무대 위에서 노래한다. 목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우리처럼 오락 프로그램에 나올 겨를이 없다.


아무리 뛰어난 가수라도 사람이다.. 1 년 전 뉴욕에서 스팅의 공연을 봤다. 3 개월째 계속되는 순회공연중이라 목이 쉬어있던 상태였다. 높은 음이 잘 안나왔지만 저음으로 노련하게 처리하는 것을 보고 감탄이 나왔다.


하지만 우리의 10대 댄스가수들은 1년에 한번 할까말까한 공연에서조차 립싱크를 한다. 표절을 참 많이 해서 비난을 받은 립싱크의 대가 김원중은 립싱크에 대해 모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 쇼프로에서 실제로 노래를 안 틀리고 하면 본전이고 틀리면 망신인데 왜 모험을 해야하나? 목을 보호하는 측면도 있고 해서 립싱크를 하는 것이다 " 라고.... 가수가 무대에서 실제로 노래를 하는 게 모험이라니 참 어이가 없다.


그렇지만 목을 보호하는 측면에서는 동감한다. 조금은 다른 이유로 말이다. 앨범내자마자 허구헌 날 오락프로 인생극장, 퀴즈프로, 시트컴, 심야 라디오게스트로 나가서 수다떨고 그러는데 목이 성하겠는가? 방송 끝나면 회식이다 뭐다 우르르 강남나이트로 패지어서 누구는 무슨파 무슨파 매일 매일이 술판이고 새벽이면 또 방송녹화 때문에 일어나야하고... 정말 외국의 팝스타와 바쁜 것 하나는 동일하다... 그 바쁜 게 음악활동이 아닌 기만의 연속이라는게 문제다.


독자들이여 아시겠는가? 왜 우리의 10대 댄스가수들이 립싱크를 해야하는지? 목소리상태가 안 좋아, 음향상태가 안 좋아 팬서비스 차원에서 하는거다라는 그네들의 변명... 우습지만 일리는 있는 소리이다. 실제로 요즘의 가수들은 정작 직업이 가수인데도 노래부르는 시간은 일반인들보다 턱없이 적다. 대중들이야 노래방에 자주 가서 노래를 부르는 반면 그네들은 앨범녹음할 때 한 달 남짓 부르는 것이 다이니 말이다.


이론을 제기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10대 댄스가수들도 근본적으로야 노래를 웬만큼 하니까 가수되는 거고 또 음반을 들어보면 랩도 잘하고 노래도 그 정도면 잘하는 거 아니냐고 말이다. 자 그럼 노래 못하는 사람도 춤연습만 좀 하면 어떻게 가수가 될 수 있는가 그 비밀을 벗긴다.


비밀의 열쇠는 바로 컴퓨터를 바탕으로 한 테크널러지이다. 댄스가수들은 말 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발라드 가수들 중에도 악보도 못 보는 것은 물론 음정 하나 박자 하나 못 맞추는 이들이 즐비하다. 이들의 연령층은 두 말 할 것 없이 한국의 가요시장을 석권하고있는 10대이다.


아래는 고음이 전혀 안되거나 음치인 가수도 컴퓨터만 있으면 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는 예이다. (참고로 아래의 예는 국내가수가 아닌 외국인의 데모샘플을 이용, 본기자가 컴퓨터를 이용 만들어 본 것이다)



- 예 1 (오리지널 음정으로 부른 프레이즈, 가수는 사실 여기까지 밖에 안올라간다)


- 예 2 (위의 오리지널을 컴퓨터 및 피치프로세서를 사용하여 반옥타브 올린 프레이즈, Pitch Shifting 이라고 불리는 기술이다.)


다음의 예는 라이브로는 빠른 속도의 랩을 못하지만 컴퓨터만 있으면 그 어떤 속도의 랩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 예 1 (실제로 부를 수 있는 속도의 랩, 하지만 도저히 빠른 리듬에 맞춰하긴 턱도 없는 랩) audio file 10


- 예 2 (위의 오리지널을 컴퓨터를 사용하여 속도를 빠른 리듬에 맞추어 늘인 프레이즈, Time Stretching 이라고 불리는 기술이다)


이러니 립싱크가 아닌 실제로는 자신의 노래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서두에 밝힌 표절과 샘플링시디의 과다사용, 위의 컴퓨터를 이용한 보컬편집으로 만들어진 음반을 어떻게 실제로 연주하고 노래할 수 있겠는가? 한마디로 불가능이다. 바로 이것이 립싱크를 하는 이유가 외국의 그것과 틀리는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이런 편한 컴퓨터를 이용한 기술은 분명 외국에서 만든 기술일진데 외국가수는 사용 안 하냐고 물을 수도 있다. 물론 사용한다. 하지만 다음과 같이 우리와는 그 용도 및 목적 면에서 판이하게 다르다.



예1) 과 같이 피치 쉬프팅 기술을 사용한 예 : 마이클 볼턴이 소니클래식 레이블로 발매한 오페라 아리아모음을 들 수 있다. 하지만 한국과는 달리 반음정(도와 도샵 사이) 미만의 미세톤 수정에 쓰였고 다른 이들도 모두 마찬가지 용도로 가끔 쓴다.


예2)와 같이 타임스트레칭기술을 사용한 예 : 셀린디온의 타이타닉 주제가를 댄스클럽 버전. 즉 느린 발라드곡을 빠른 댄스곡으로 리믹스 할 때만 이 기술을 쓴다. 가수가 노래를 댄스풍으로 한번 더 녹음하기가 번거로우니까 그냥 이 기술을 쓰는 거라 보면 된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래퍼가 이 기술을 쓰다 발각되면 그 날로 그는 팬들의 차가운 외면 속에 직업을 바꿔야 한다.


자, 지금까지의 장문을 주의 깊게 읽고 예를 든 파일을 일일이 들어본 독자들은 대략 이해가 되셨을 것이다. 노래를 못해도 가수가 될 수 있는 참으로 신기하고 좋은 세상이다. 21세기를 앞둔 한국에서의 인기가수 입문의 길은 뼈를 깎는 창작의 고통도, 음악에의 열정도 아닌, 컴퓨터와 표절 그리고 대중들을 향한 기만에서부터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십 년 전 목소리를 제대로 내보려고 똥물까지 마셔가며 목에서 피를 쏟은 조영필은 어느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이젠 편한 세상을 악용하는 장사꾼들에 의해 한국의 대중음악은 변질되고,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


진정한 대중음악을 듣길 원한다면 이젠 대중들도 음악을 많이 알아야한다. 이것만이 날로 후진화되는 한국의 대중음악을 살려내는 길이다. 가짜와 진짜를 밝혀내고 만일 지금처럼 가짜가 판을 치다못해 감히 한나라의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양 행세를 한다면 철저히 외면하여 사라지게 해야한다.


우리의 언론이 나몰라라 장사속으로 뒷짐을 지고있는 이 마당에 진정한 대중음악 풍토를 자리잡게 하는 길은 오로지 우리 대중들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 음악전문 대기자 김기자 ( critica@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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