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8.31.월
새로운 차가 발표되면, 졸라 광고도 하고 신문지상에 시승기도 실리고 이벤트도 열리지만 정작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자동차의 안전도에 대한 정보는 전혀 제공되지가 않는다. 수천억을 쏟아부어 새로운 자동차를 만들어 내고 그런 제품 하나 하나가 사운을 좌우지할 수 있는 자동차회사들의 입장에선 당연히 좋은 부분을 더 부각시키고 차의 장점만 열심히 선전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단점은 되도록 감추고, 더 많이 팔아야 한다는 자동차회사의 대명제보다 더욱 중요하고 더욱 확보되어야 하는 원칙은 그 차를 타는 소비자가 안전을 추구할 권리이며 동시에 그와 관련된 정보를 얻을 권리이다. 자동차 회사의 이익이 소비자의 안전보다 앞설 수는 결코 없다. 외국인들에겐 다 까발려진 정보가.. 정작 그 차를 만들어 내는 울나라 국민들에게는 공개되지 않고 쉬쉬..되고 있다는 것은 對 국민기만이다. 외국인들은 가격과 안전도를 비교해 선택할 권리가 있고 울나라 국민들은 조또 주는 대로, 맹글어 내는대로 대충 타고 다니란 말인가. 그런 정신으로는 암에푸고 나발이고 극복 안된다. 이제 제발 외국인들말고 울나라 소비자를 먼저 아끼고 먼저 챙기고 더 무서워해라. 본지는 이에, 자동차 전문위원 메탈헤드 기자의 울나라 자동차 안전도 리포트를 싣기로 한다.
그러나 과연 SM 파이부가 구조적으로 뛰어나기 때문에 석두홍씨가 세번째 SM 파이부를 타고 있을까? (여기서 세번째가 아니라 두번째라고 말씀하시는 독자는 딴지광고를 먼저 보시기 바란다.) 택도없는 소리다.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그는 겁나게 운이 좋았던 사람 중의 하나일 뿐. SM 파이부가 아닌 다른 차를 몰고 다니는 당신도, 석두홍씨처럼 차를 폐차할 지경까지 이르는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골절상만 입을 수 있다. 석두홍씨처럼 운이 좋다면 말이다. 차량사고는 다양한 조건하에서 다양한 형태로 벌어진다. 차 대 차 사고의 경우 최소한 운전자 2명이 관련되며, 그들의 운전하고 있던 상태의 자세나 환경에 따라서 똑같은 형태의 사고라고 하더라도 사람이 더 다칠 수도 있고 덜 다칠 수도 있다. SM 파이부의 원형이 되었던 닛산의 맥시마는 미국의 충돌테스트(고속도로보험안전연구소-IIHS 주관)에서 별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동급차들에 비하면 평균을 밑도는 수준이었다. 그런 차의 구조를 그대로 옮겨다 쓴 SM 파이부를 탔던 석두홍씨는 팔만 부러지고 말았으니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가. 자동차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탑승자의 안전이다. 메이커들이 충돌테스트가 실제 상황과는 차이가 있어 신빙성이 없다고 하면서도 차량 개발단계에서부터 충돌테스트를 거치는 것은 수출을 위해 외국의 기준에 맞추기 위한 것도 있지만, 그 자동차는 안전하다는 인식이 판매에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테스트라는 것이 표본조사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분명히 실제상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조사를 통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고유형을 표준화시켜 테스트하기 때문에 결과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더구나 점점 고속에서의 오프셋 충돌 테스트(충격점이 차량 중심선 밖으로 치우친 테스트)로 테스트 유형이 변화해 가고 있어 그 결과가 점점 현실치에 가까와 지고 있다. 이쯤 해서, SM 파이부와 함께 대한민국의 도로 위를 굴러다니고 있는 여러 차들의 구조적인 안전에 대해 살펴보자. 이 차들은 바로 여러분들이나 본기자나 몰고 다니는 차들이다. 비록 물 건너가서 테스트 받은 것이긴 하지만, 구조적으로는 여러분들이 타고 다니는 차와 다를게 전혀 없다. 박살난 차의 사진들과 함께 간략한 설명들을 읽어보시라. 과연 어떤 상황에서 어느 차를 몰아야 당신은 석두홍씨와 같은 레벨이 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도 충돌테스트를 하는 기관은 있다. 성능시험연구소(이하 성시연)라고, 국가에서 돈을 대서 만든 공인기관이다. 주로 형식승인을 위해 관련 법규에 맞는지 테스트를 하고, 메이커의 테스트를 대행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는 외국처럼 충돌테스트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주 고객이 우리나라의 자동차 메이커이기 때문이다. 메이커는 자신들이 만든 차의 안전도에 대한 실상이 드러났다가는 죽쒀서 개주는 꼴이 될까봐 겁이 나는 것이다. 몇 년 전에 자동차 잡지 월간 굴렁쇠에서 자기네 돈으로 중형차 세 대를 사다가 성시연에서 직접 충돌테스트를 하고 독자적으로 결과를 공개한 적이 있었다. 메이커에서는 난리가 났다. 결과가 형편없었기 때문이었다. 이후에 성시연에서는 자동차 잡지 주관의 테스트는 치르지 않고 있다. 아예 접수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자동차 메이커의 로비가 있었다는거다. 삼승의 SM 파이부도 형식승인을 얻기 위해 성시연에서 테스트를 거쳤을게다. 지금 팔리고 있는 경쟁사의 이에푸 소났다, 내감자, 그래도써 등의 경쟁차들과 마찬가지로. 테스트를 해 본 사람들은 충돌시의 결과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차를 사고 타고다니는 (혹은 살, 타고 다닐) 사람들은 도대체 이 차들이 충돌시에 얼마나 개박살이 나는지, 사람이 얼마나 다치는 지 알 방법이 없다. 테스트 결과를 공개 하지 않으니. 이러니 삼승은 결과가 어떻게 나왔든 신경쓰지 않고 "SM 파이부는 존나 튼튼함다. 석두홍씨도 골절상을 입고도 또다시 SM 파이부를 타지 않슴까"하고 광고를 때려대는 것이다. 석두홍씨가 겁나 운이 좋았다는 사실과 차가 진짜 얼마나 튼튼한지는 덮어둔 채로 말이다. 여기에 SM 파이부의 원형인 95년형 닛산 맥시마의 오프셋 충돌테스트(IIHS 주관) 사진을 덧붙여 본다. SM 파이부가 95~96년형 닛산 맥시마/세피로의 앞뒤 디자인만 바꿔만든 차라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다 아니까 기자가 왜 여기에 맥시마의 사진을 덧붙이는지는 말 안해도 잘 아시리라. 잘 보시면 알겠지만 아작나는 정도는 다른 국산차들과 별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총평은 다음과 같다. 총평 - 나쁨(Poor) 결론적으로, SM 파이부는 다른 국산차들과 구조적 안전측면에 있어서는 크게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팔에 골절상을 입는게 아니라 양다리가 아작이 났어야 말이 된다. 그래도 삼승은 "우끼지 마라"고 할꺼다. 여태껏 그래 왔듯이, "그 차와 이 차는 다른 차다"라고 외칠테니 말이다. 나라에서는 이런 헛소리를 하지 못하게, 성시연의 테스트 결과를 만천하에 공개해야 한다. 성시연이 자동차 메이커들과 짝짜꿍 해서 누이좋고 매부좋고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산차의 충돌시 안전성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외국의 충돌테스트에서 꼴찌에서 1,2등을 다투던 국산차들이 이제는 평균수준까지는 올라왔으니 장족의 발전이기는 하다. 이제는 어지간한 일본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준에 올라와 있다. 그러나 비슷한 가격대에 팔리는 다른 외국차들 중에는 국산차보다 충돌안전도가 높은 차들이 아직 더 많다. 재수좋게 큰 사고에서 약간의 부상만 입은 사람을 내세워 눈가리고 아웅 식으로 자기네 차의 안전도를 자랑하기 보다는, 보다 안전한 차를 만들고 자신있게 차의 안전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그런 메이커의 자세가 절실하다 하겠다.
- 자동차 전문가 기자 메탈헤드 ( lightblue@iname.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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