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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8.31.월

딴지과학부



지난 8월 9일, 본지에 한통의 초대장이 날아왔다.






- 초대장 -

안녕하십니까.  청기와 사장임다.

다름이 아니오라 이번에 저희 청기와 를 새로 단장해서 오픈을 하게 됐음을 알리고자 이렇게 초대를 합니다.

저희 청기와 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2번지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고려시대 양조장 가운데 하나였다가, 조선 색종 18년 기생집 명월관이 창건됨에 따라 기생전용식당으로 그 용도 변경된 후 연무장, 융무당, 경농재, 과거장이 만들어 졌고 장안 오렌지들의 친견장소로 널리 쓰였습니다.

그 이후, 1927년에는 일제총독이 오운각 외의 모든 건물을 헐고 우동집을 지었으며, 1945년 해방과 더불어 군정장관을 위한 돈까쓰집이 되었다가, 1948년 정부수립 후 전통한식집 경무관으로 명칭을 변경했었으며, 1960년 4.19 메뉴개편후 윤보쌈 주방장에 의해 오늘날의 청기와로 개칭한 기나긴 전통을 자랑합니다.

이곳에는 약 7만 6천평의 부지에 조리실, 짱박혀서 자는 창고, 보일러실, 화장실 등이 있으며 그 외에 야외바베큐장, 춘추관, 영빈관 등을 완비하고 있어 단체손님도 언제나 접대 가능합니다.

한번 들르셔서 전통의 향취에 흠뿍 젖어보세요. 

- 청기와 사장


이 초대장을 받고 본지 기자단은 담 회식때 단체로 방문해서, 국민화합 차원에서 거국적으로 열나 먹어주리라 굳게 다짐했었다.

더구나 과거, 배째 요리학당과 미 뿌린스프 꼴리지에서 라면조리학 박사를 땄던 초대 이주방장이   "4.19 집단 식중독" 사건으로 면직된 후, 육군 취사병 출신들 주방장들이 내리 해먹어서 메뉴가 완전 짬밥 수준이었을 때는 도저히 푸석푸석해서 먹을 것도 없었고, 가장 최근만 해도 칼국수밖에 몬 만들었던 빵삼이 주장장 때문에 영 땡기지 않는 곳이었다가, 드뎌 확 뜯어고쳐 완전개조공사를 마치고 궁민의 식당으로 다시 개업했다니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청기와 식당이 갑자기 폐업을 하게 되었단  충격적인 비보가 날아들었다.

아무리 암에푸라지만 개업한지 한달도 안된 식당이 폐업이라니... 졸라 식당으로 달려가 청기와 식당 사장을 만나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청기와 사장이 직접 털어놓은 사연은 이랬다.

어느날 갑자기 정보보호센터에서 전화가 와서  "총와대 쪽에서는 패러디를 잘 이해하지 못하니 표현을 완곡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 사건으로 주간좃선 모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단다. 이 인터뷰는 과거 주간좃선이 터트려 일파만파가 되었던 "김훙신 구케으원"의 미싱+조디 발언 케이스처럼 갑자기 부풀어서 괜한 해가 될까봐 거절했다고 한다.

청기와 사장 자신도 주간좃선에 기사가 난 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사실 그 전화는 총와대의 공보실에서 대검찬 애들에게 청기와식당 주인에 대한 내사를 의뢰해서 이뤄진 것이었다고 한다. 총와대 주인장 모독혐의가 없는지...

주간좃선에 따르면 이 사이트를 내사한 대검찬 애들의 결론은 "전혀 범죄혐의가 없다"이며 대검찬 애들 중 한 관계자는 "패러디 사이트를 어떻게 처벌하겠느냐"면서 "총와대에도 이같은 결론을 공문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태가 이런 식으로 흘러가자, 청기와 식당사장은 기분도 나쁘고 무엇보다 힘도 엄꼬 빽도 없는 일개 평범한 식당주인이 이런 일련의 사건들 속에 당연히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해서 눈물을 머금고 식당 폐쇄를 선언한 것이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말로 끝을 맺었다.

" 겉으로는 정보대국이 되자, 인터넷을 배우자 그럴듯한 소리를 하지만 결국 말짱 헛소리였습니다. 사실, 총와대 공보실에서 직접 인터넷을 뒤지고 총와대를 알리고 하는 작업을 하고 있을 정도로 정보화 마인드가 있었더라면 이런 식의 웃기는 반응은 없었을 것입니다. 공보실의 정보화 마인드가 이정도라니..

대통령이 곧 국가는 아니지 않습니까. 대통령을 풍자한게 이렇게 대검찬 애들이 나서 수사를 할만큼 죄로 인식을 하는 대한민국이, 과거 북한에 파견되었던 KEDO 직원이 김정일 사진이 게재된 신문을 찢었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북한과 과연 다른점이 뭘까 궁금합니다. 씨바... 입니다."


 


그렇다. 씨바이다.

50년만에 처음으로 정권교체해서 제2의 건국을 목놓아 부르짖고, 죽어가는 벤처들을 살리겠다는 정부의 공보실 마인드가 겨우 이 정도인가. 총와대를 청기와 식당이라고 부르고 대통령 아자씨를 주방장이라고 불렀다고, 졸라 무섭게 대검찬 애들까지 동원하는가.

물론 인터넷에서 대통령 패러디한다고 정보화사회 앞당겨지는 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인터넷 문화에 대한 최소한 이해라도 있었다면 결코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대통령 주방장 만들었다며 대검찬 애들 출동시킨다고, 대통령 위신이 보호되고 권위가 바로 서는 것은 더더욱 아닌걸 모르는가 말이다.

총와대 상표도용이라고 고발하믄 또 모르겠다. 무슨 반국가 사범도 아니고 왠 중수부가 등장하고 난린가. 국민의 정부라며. 국민이 이 정도 소리도 못하는가. 내가 뽑은 대통령이다. 대통령 아자씨는 국민의 심부름꾼이라며. 주방장 좀 시키면 안되나.

지금이 무슨, 뻑하면 " 친애하는 궁민 여러분.. " 하고 연설 시작해서 지 혼자 졸라 무게잡고 대국민 성명발표하는 정치 군바리들이 나라의 짱 하는 80년대인가.

 미국처럼 백악관이 뽀르노 사이트로 변하고, 대통령 꼴렸던을 벗기고 매달고 뒤집어 자지를 쥐고 흔들어 대는, 그런 패러디 사이트가 용인되는 수준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국민들이 눈치 안보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말할 수 있는 자유의 정도가 거기까지 되길 바라지도 않는단 말이다. 당분간은 택도 없을테니까.

그저, 대통령 아자씨 머리에 주방장 모자 씌웠다고 대검찬 애들이나 풀지 않는 나라. 그 정도면 된다.

그게 그렇게 어렵나.. 씨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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