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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뚝심송 추천0 비추천0

2010.02.11.목요일


정치불패 물뚝심송


 


사실, 여러사람이 읽게 되는 글을 쓰는 입장에서 섣부른 예언글은 절대 금물이다. 맞아봐야 별 볼일 없고 틀리면 완전 헛발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래저래 고민을 하다보면 결국 유효시한이 지나 버리고, 일 벌어진 다음에 맞추는 지각생 점쟁이가 되기 마련이다. 그래도 맘 편하게 글 올릴 수 있는 곳은 여기 뿐이니까..

아니나 다를까, 세종시 수정안은 슬슬 후퇴를 하는 모양이다.

사실, 자신들이 통과시킨 법을 헌재에 걸어 위헌으로 만들어버리고 축배를 들 정도로 뻔뻔한 한나라당이라 해도, 재차 수정해서 만든 행정부 분할이전에 근거한 세종시 법을 또 무산시킨다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거기에 이미 행정부처가 오는 것을 조건으로 땅을 판 지주들이 조건이 바뀌었으니 내 땅 도로 내놓으라고 나설 수도 있으며, 세종시 건설 사업은 근본적인 방향 전환을 하기에는 일이 너무 나간 경향이 있다.


 



 


박근혜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한마디로 엄청난 정치적 자산을 획득하며 세종시 원안을 지키는 대장군이 되어 버렸으며, 친박계의 숫자는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는 것을 밧줄을 바늘에 끼우는 것만큼이나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

남아있는 방법은 과감하게 국민투표를 하거나, 아니면 박근혜에게 엄청난 떡밥을 제공함으로써, "내가 말을 뒤집더라도 분당은 막아야 한다"정도의 구라를 날리며 후퇴하게 만들어주는 수 밖에 없는데...

국민투표는 백프로 정권의 재신임 투표가 되어 버린다. 이것은 세종시 잡으려다 이명박 잡는 일이 될 것이니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선택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고, 박근혜에게 줄 떡밥은 다락방 구석까지 뒤져봐도 찾을 수가 없다. 이대로 가면 차기전담이 되는데, 더 이상 무슨 떡밥을 준단 말인가.

애시당초 이런 수순을 읽지 못했다면, 청와대 스탭들은 모두 물러나야 될 정도로 너무 쉽고 명확한 진행이다.

결국, 이병막(오타를 치고 보니 그럴싸 해서 놔둠)과 박근혜가 미리 입을 맞추고(뽀뽀에 관한 얘기는 아니다. 맞을 수도 있나??) 세종시에 행정부를 분할이전하는 것에 대한 수도권 부동산 부자들에게 체면치레도 할 겸 한바탕 쇼를 벌인 것으로 보는 것이 정확할 거 같다.

더우기 그 쇼의 최대 흥행 수익으로, 뒤켠에서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는 4대강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4대강도 세종시와 유사해서 일단 어느정도까지 수순이 진행되면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이 존재한다. 그것만 넘기면 된다는 것이다. 오니층이 발견되고, 그 오니층에 대한 평가를 미리 했다고 구라를 친게 들통이 나고, 보의 실제 모형테스트 따위는 가볍게 넘어서서 실 설계를 마쳐 버리고, 법도 통과되기 전에 예산부터 집행해 버리고, 뭐 이런 따위의 날로 먹는 진행들도 임계점만 넘어서면 아무도 책임을 묻기 어려운 보호장치 안으로 들어가 버리게 된다.

상당히 훌륭한 시나리오였다.


 



 


그리고 세종시를 둘러싼 한판의 쇼로 4대강, 아니 대운하 사전사업의 임계점은 어느새 코앞에 다가와 있다.

이 정도의 시나리오라면 대단히 훌륭한 설계였고, 그 설계는 이미 어느정도 실현되어 있다. 거기에 그 설계단계에서 한가지 골치아픈 점이 있었다는 것 역시도 예측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 시나리오를 공연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하나는 죽어 자빠진다는 점이다. 정권차원에서 수정안을 들이댔다가 포기하게 되면 최소한 중량급 인사 하나는 책임을 지고 할복을 해야 된다는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이 나설 수도 없고, 박근혜가 그런 열등한 캐릭터를 연기할 이유도 없다. 또한 배역상 박근혜는 "승리의 여신"이 되는 결말이다.

결국 이명박과 청와대는 안전한 벙커 속으로 피하고, 평생토록 정승 한번 해 보는게 소원이던 폴리페서 한명 데려다가 깨방정을 떨게 만들고 상황이 종료되면 "애석하게 되었소~ 내 그대를 잊지 않으리~" 라는 정중한 추방명령으로 누더기를 만들어 버리는 것으로 시나리오는 완성된 것이다.


 



 


그리고 그 역할은 정운찬이 맡게 된다. 거기다가 고향도 충청도라니 얼마나 더 좋은 일인가.

먼 훗날 정운찬의 자서전에서 우리는 이런 내용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 나는 당시, 세종시 계획을 수정하기 위해 총리가 된 것은 아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였겠지만, 사실상 내가 위장막을 펼침으로써 4대강 사업을 안전하게 추진하고자 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을 읽고 내 자신을 희생해서 국가 중대사에 협조한다는 살신성인의 자세로 총리직을 수락한 것이다. "

이렇게라도 해야 덜 쪽팔리지, 아래와 같이 되면 더 쪽팔릴 것 같다.

" 난 이명박에게 속았다. 스탭들을 속이고, 당을 속이고, 국민을 속이고, 대한민국을 속인 결과 이름없는 남태평양의 외딴섬으로 도망가버린 이명박은 천하의 사기꾼으로 내가 아무리 신중하고자 했던들 그에게 속아넘어가지 않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를 대면하지 않아서 속지 않은 사람들은 나를 비난하지 말기 바란다. 이명박에게 안 속아넘어간 넘은 나에게 돌을 던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