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CZT* 추천0 비추천0

2010.02.18.목요일


네덜란드 특파원 CZT*


 


 


 




 


지난번 석현준 선수의 데뷔전 기사에 많은 관심을 보여준 독자 제위에게 감사한다. 생각보다 좋은 반응에 나도 놀란 것이 사실이다. 내가 쓴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다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다. 다시 한번 감사한다.


 


나만 알고 있거나 경험한 어떤 사실을 다른 사람들과 가감 없이 공유함으로써, 모두가 더 정확한 진실과 보다나은 식견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기자라는 직업의 가장 큰 의무이자 이 직업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보람이 아닐까 싶다. (어쩌다보니 딴지에서는 네덜란드 특파원으로 "무단" 임명되었지만 나는 글밥 먹고 사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때로는 상황에 따라서 모든 이가 특정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하는것 보다, 조금 늦게 공유하는 것이 더 큰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이러한 경우를 위한 장치를 우리 모두가 알듯이 "엠바고"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는 모든 이의 당연한 권리인 "알권리"와 정면으로 반대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이의 활용은 매우 엄격하고 신중하며 정말 필요한 곳에만 최소한으로 사용이 되어야 한다. (돌발영상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사건처럼 편한대로 쓰이는 게 절대 아니라는 뜻이다.)


 



미래를 알고 싶냐...?


 


돌발영상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 참조(http://ko.wikipedia.org/wiki/%EB%8F%8C%EB%B0%9C%EC%98%81%EC%83%81)


 


내가 글밥 먹고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런 저런 일로 가끔 글을 쓰곤 하는데, 내 글 읽어주는 사람들, 나 격하게 아낀다. 이제서야 이야기 하지만, 지난번 기사를 쓰면서 내 나름대로의 약간의 엠바고를 적용한 부분도 있었다. 엠바고는 사실 여럿의 "담합"인데,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아는 사람이 나 밖에 없으니 엠바고라는 거창한 말을 갖다 붙이기도 민망하기는 하지만 어쨌건, 내가 그 날 경기장에서 체험한 것은 그 기사에 나와있는 것 보다 훨씬 많은 것이었다. 그 글을 읽으면서 일부 독자들이 혹시 느꼈을지도 모르는 소위 감질나는 느낌은 거기서 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기사 말미에도 이야기 했듯, 적당한 관심은 새싹이 자라날 수 있는 자양분이 되는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때로는 지나친 관심이 독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나 스스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개인적 엠바고의 근거에는 마이너리티 리포트 사건만큼 중차대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린 이미 지나친 관심이 독으로 작용한 경우를 목격한 적이 있기 때문에 조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어떤 기사나 소식도, 석현준 선수가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 나가는 것 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또한, 비단 관심의 문제 뿐만 아니라 여과되지 않은 내용들은 구단과 선수 본인의 입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할 수 밖에 없었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글을 쓰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글들에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따라서 이러한 부분은 여러분의 깊은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이거 가지고 뭐라 그러면 나 이제 기사 안 쓸 거다.) 하지만 대형 언론사에서 어떤 기사가 나오건간에 선수에게 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보다 한 발 앞서가는 정보를 딴지에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약속하고 싶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몇 가지도 있으니 순서대로 하나 하나 이야기 할까 한다.


 


서론이 좀 길었다.


 


지난번 기사에 이은 후속 기사다. (현재 분위기로는 모든 기사가 후속 기사일것 같아 보이지만...)


 


데뷔전 이후로 한 경기는 엔트리에서 제외되었고(당일 석현준 선수에 대한 열기가 지나치게 뜨거웠었다. 숨 돌리라는 감독의 배려로 판단된다.) 지난 월요일 마틴 욜 감독이 석현준 선수에 대해서 약 4분간의 평가를 하는 인터뷰 장면이 아약스 홈페이지에 올라오게 된다. 올라온 게 월요일이니 인터뷰 자체는 데뷔전 직후에 진행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겠다.


 


그 누구의 평가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감독의 평가라는 점에서 이는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또 달랑 데뷔전 소식 하나 전하고서 나몰라라 하고 있는것도 내가 맘이 불편하다.


 


인터뷰는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http://www.ajax.nl/Ajax-TV/Interview-Martin-Jol-over-Suk.htm


다 같이 광고 한 편 봐 준 다음에 마틴 욜 감독의 네덜란드어 실력을 감상하자.


 


어떤가...
감독의 진솔한 평가를 들어보니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지 않은가?


라고 물어보면 화 내리라는 것..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친절한 설명 들어간다. 동영상을 다운 받으면 자막처리라도 할 수 있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니 요점 위주로 정리할까 한다.


 


단,.. 세상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
몇 가지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좀 더 이해하기가 쉬워진다.


 


- 아약스의 팁들(TIPS)


 



못생긴 안마사를 고르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게 팁이다..


 


중국집은 신속 정확 배달로 그 정체성을 표현하듯, 축구팀들 또한 나름대로의 인재 채용/육성 기준을 가지고 있다. 즉, 이 기준에 맞을것 같아 보이는 선수 위주로 영입해 와서 아약스의 플레이어로 키워 나간다는 것인데, 아약스의 이 기준은 TIPS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이는 다음 네가지 항목의 약자인데,


 


Technique : 테크닉. 이거 당연히 중요하다.
Insight (혹은 Intelligentce) : 사람에 따라서는 식견(insight)라고 하기도 하고 똑똑함(Intelligence)라고 이야기 하기도 하는데, 뭘 말하건 비슷하다. 머리가 있어야 한다는거다.
Personality : 인격. 우리가 말하는 도덕적인 관점의 인격도 포함하겠지만, 원만한 사회성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과의 관계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보는게 정확할것 같다.
Speed : 속도. 힘을 이기는 것은 스피드다.


 


이 네 가지 단어의 머릿 글자를 따서 TIPS라고 부르고 이는 지금도 아약스의 선수 영입의 기준이 되는 네가지 항목이다. 뭐 각각의 항목을 정해놓고 정확히 점수를 따지면서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아약스는 이 네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이야기 된다.


 


Technique과 Speed는 어느 축구팀이든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겠지만, Insight와 Personality는 우리의 관점에서는 조금 독특해 보이기도 한다. 어쨌거나 아약스는 이 두가지를 매우 중요시 여긴다는 점을 우선 눈여겨 두자.


 


- 네덜란드 사람들의 직설적 화법


 


어느 나라 사람은 어떻다.. 라고 정의 내리는 것, 개인적으로 참 싫어하는 일이지만, 내용 전개의 편의를 위하여 이번만 예외로 하고 이야기 할까 한다.


 


나의 얼마 안되는 세계 경험으로 미루어 볼때, 세상에서 제일 직설적인 사람들은 바로 네덜란드 사람들인것 같다. 소위 말하는 "얄짤" 없다. 느낀 그대로 이야기 하고 바로 협상한다.


 



네, 얄짤 없습니다.


 


따라서 표면적인 예를 중요시 하는 동양 사람들은 이런 직설적인 표현에 당혹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고, 또 반대로 동양 사람들이 표현을 은유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어설프게나마 알고 있는 네덜란드 사람들은 오히려 오버다 싶을 정도로 간접적으로 이야기 할때도 있기는 하지만, 뭐 어찌되었건 자기가 느낀 바를 그대로 이야기 하는 것이 이 동네의 일반적인 특성이고 이는 감독의 인터뷰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었다는 것이 나의 느낌이다.


 


이 두가지 사실을 염두에 두고 내용을 한번 가 보다. 자막 처리가 안되니 요약 정리하는 형식으로 가 볼까 한다. (우리 말에 좀 맞게 약간의 의역이 들어갔다. 혹시 네덜란드어 할줄 아시는 독자분들, 단어 정확히 번역 안했다고 태클 삼가 부탁한다.)


 


※이하 마틴 욜 감독의 말은 오렌지색으로 처리함


 


- 축구에 신경 쓰는 것 보다 언어에 신경을 쓸 필요가 많아 보인다. 특히 많은 에너지를 네덜란드어에 쏟아 부어야 하며 이미 아주 빡센 네덜란드어 코스를 진행하고 있다. 공부에 굉장히 집중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Goede Morgen(오전 인사)까지 밖에 할 줄 모른다. 그래서 통역자를 사용하고 있다. 네덜란드를 집처럼 여길 수 있는 수준까지 되면 좋겠다. 훈련시에 네덜란드어로 지시를 내리면 알아듣는 것 같기도 하고, 항상 "네"라고 이야기 하기는 하는데 자세히 보면 못알아들은것 같아서 통역사를 사용할 때가 많다.


 


네가지 항목 중 Insight/Intelligence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훌륭한 네덜란드어의 구사는 동료들과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해 낼 수 있으며 이른 궁극적으로 원만한 Personality 형성에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축구 감독이 축구 연습보다 언어 연습을 더 시킨다는건 어찌 보면 우리의 입장에서는 신기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게 바로 아약스의 분위기이다. 참고로 PSV의 박지성 이영표 선수, 그리고 페예노르트에 있었던 송종국 선수는 구단으로부터 네덜란드어를 배우라는 특별한 주문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이,송 선수님들, 혹시 이 글 보시면 리플로 사실 내역 확인 부탁드립니다.)


 


- 아직 어리고 그 가능성은 무한하다. 10분간 뛰었던 지난 경기를 면밀히 분석해보면 잘 한 부분도 있고 엉뚱했던 부분도 있다. 아약스 팬들이 석현준 선수에게 거의 완벽하게 매료되어 있는데 아직은 어린 선수이고 하니 너무 지나치게 어린 선수에게 부담을 주지 않도록 관중들도 적당히 했으면 한다.


 


사실 지난 경기 분위기를 보건데 감독이 이런 우려를 표명할 만도 하다. 지난 글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그 날 경기장은 여기 저기서 쑥쑥 거리는 바람에 온통 "쑥"밭이었다. 경기의 주인공이 석현준 선수였다라고 하면 네 골 넣은 수아레즈가 섭섭해 할꺼고, 조연 정도는 되는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 아약스의 모든 선수들이 석현준 선수에게서 배워야 한다. 축구를 즐겁게 하는 것이 눈에 보이고... 아약스의 모든 선수들이 석현준 선수와 같은 마인드를 갖기를 바란다.


 


사실 우리나라 선수들 만큼 축구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운동하는 선수들은 없는것 같다. (뭐 우리나라 선수라고 모두 다 사명감이 있는 건 아니겠지만...) 하지만 얘네들은 솔직히 돈 때문에 축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선수들에게 석현준 선수의 모습을 귀감으로 삼고자 하는 것 같다. 실제로 2군에서 1군으로 승격할때 욜 감독은 다른 선수들의 귀감을 위해서라도 이런 선수는 1군에서 뛰어야 된다고 이야기 했던 적이 있다.


 


- 질문자 : 당신도 어렸을때 외국 생활을 시작하지 않았었냐.
- 난 25세에 외국 생활을 처음 했다. 아주 처음에는 아스날에서 오라는 제의가 있었는데 안갔다. 네덜란드가 좋았다. 그랬다가 4년 후에 급여 때문에 영국으로 갔지만 나는 여전히 네덜란드에 있고 싶었다. 그곳에서 외국 생활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웠으며 영국인들도 매우 친절했다. 나 스스로가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곳에 와 있는 외국 선수들에게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급여 때문에 영국으로 갔다고 솔직하게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게 사회적으로 흠 잡힐 일도 아니다.) 네덜란드에서 영국은 한국에서 일본보다도 가까운 나라인데 이것도 외국은 외국이다보니 어쨌거나 힘들기는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특별히 석현준 선수를 더 신경 써 주고 싶어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대충 알다시피 아약스에는 외국인 선수들이 더 많다. 물론 석현준 선수가 가장 멀리서, 그리고 가장 이질적인 나라에서 온 선수이다.


 


- 내가 듣기로는 석현준 선수는 연습 끝나고 집에 가면 그 집 가족들과 인사만 간단하게 하고 자기 방에 올라간다고 한다. 그런 벽을 없애야 한다. 아약스에는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축구 실력 이전에 한명의 완성된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들을 보면 누구는 너무 고립되어 있고 누구는 너무 오픈되어서 나이트도 신나게 출입하는 등 오버다 싶을 정도도 있는데, 딱 중간이 좋다.


 


석현준 선수는 현재 구단측에서 마련해 준 홈스테이 비슷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이 홈스테이도 아무 집이나 하는 게 아니라 구단과 계약한 집에서만 한다. 따라서 그 집 식구들도 축구선수들의 생활 습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보니 생활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완벽한 지원을 해 줄 수 가 있다. 또한 그런 집에 머무름으로써 네덜란드어 실력 향상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의 가정 생활등에 대한 이해를 잘 할 수 있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집안이 든든해야 바깥일도 잘 한다는 관점이랄까. 또한 Personality 측면의 접근이라고 할 수 있겠다.


 


- 질문자 : 석현준은 어떤 종류의 선수이냐? (중요한 질문이다.)


- 생각보다 빠른것 같지는 않고 실제 경기에서 보여주는 것 보다 훨씬 많은 스킬을 가지고 있다. 16m 영역 안에서는 무조건 슛을 때린다. 슛을 안때리면 죽을것 같아 보일 정도로 무조건 때리고 정확한 골이 나오기도 하고 어쩔때는 ArenA 밖으로 날려버리기도 한다. (물론 농담 섞은 말이다.)


 


중요한 질문에 생각보다 시원찮은 답변이기는 하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서 득점 본능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우물 쭈물 하다가 슛 타이밍 놓치는 일은 별로 없나보다.



이상이다.


새로운 소식이 있는대로 또 추가 기사 작성해 보도록 하겠다.


 


(PS. 참고로 욜 감독 동영상 옆에서 Highlights Jong Ajax를 클릭하면 2군 경기 하이라이트를 감상할 수 있다.)


 


편집자 주 - 조만간 CZT*님의 국내 최초 석현준 선수 단독 이너뷰가 게재될 예정입니다. 기대하시라!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