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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1.목요일


영준비


 


사실 얼마전까지만해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대한 기대는 사상 최고로 올라와 있었다. 물론 2002년의 기적이 있은 후 대한민국 언론들의 설레발과 사람들의 기대심은 언제나 월드컵을 앞두고 가득했지만, 왠지 이번만큼은 근거가 확실해 보였다. 박지성이라는 한국이 낳은 슈퍼스타는 맨유라는 세계최고의 팀에서 몇 년째 플레이를 해오며 스쿼드 플레이어로 인정받았고, 터지지 않을 것 같던 fc서울 출신의 유망주들은 각기 모나코, 볼튼, 셀틱에서 팀의 중심선수로 거듭난데다 기존의 안정적이던 윙백진들과 몇몇 케이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로 인해 어느 때보다도 탄탄한 대표팀을 꾸렸다는 평가를 받아왔었다. 특히 최근 들어 골이라는 축구에서 가장 가시적인 결과물을 톱 리그에서 보여주는 선수들이 많아져 사람들은 들뜨고 있었고, 분명 들뜰만해 보였다.


 


하지만 아니다 다를까. 비록 해외파가 빠졌다고는 하지만 해외파가 오더라도 최소 3명 이상의 수비진과 1명 정도의 미드필더, 1명의 공격수를 담당할 선수들로 이루어진 동아시컵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중국에게 3:0의 참패를 당했고, 32년이라는 왠만한 베테랑 축구선수의 나이보다도 많은 역사를 가진 공한증은 오늘부로 적어도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르게 정의되기 시작했다.



분명 해외파가 없다는 것은 특히나 요즘같이 대한민국 국가대표에 해외파가 많은 시절에는 전력적으로 큰 마이너스요소인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거기에 동아시아 컵 직전 염기훈의 부상과 경기 시작 후 이정수의 부상, 거기에 대한민국 대표팀의 최악의 경기력으로 인해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비교적 편파적이었던 (홍콩) 주심의 판정은 분명 허정무호에 변명거리가 있다고는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편 중국 또한 기존의 국가대표팀 선수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유망주들 위주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결코 대한민국 대표팀에게 손을 들어줄 수가 없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현 축구협회장이 문제일수도 있다


 


4명의 수비수와 4명의 미드필더 2명의 공격수를 들고나왔지만, 분명 이번 경기의 포메이션은 기존의 442가 아니었다. 4명의 수비수(이정수-곽태휘-조용형-오범석)의 경우 적어도 기존의 허정무식 4백과 연속선상에 놓여있었고, 2명의 공격수(이동국-이근호) 또한 현재의 자원 중 가장 문안하며 정석적인 선택이었지만, 4명의 미드필더는 기존의 허정무식 운영과도 또한 일반적인 442의 운영과도 다른 선택이었다.


 


김정우와 오장은은 기본적으로 다재 다능한 선수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중앙 지향적인 선수들이고, 구자철과 김두현은 어떤 의미에서의 전형적인 공격형미드필더이다. 이 네 선수들 모두 경기 중 종종 사이드로 빠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나, 기본적으로는 중앙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고, 또 그럴 때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이다. 근데 오늘의 경기에서 허정무 감독은 중앙지향적인 선수4명을 한꺼번에 기용하면서 조금 과장을 보태면 ‘유사’ 이래 대한민국 축구의 가장 주되며 효과적인 공격루트였던 윙어를 통한 공격루트를 포기하게 된다. 거기에 뒤를 받쳐주고 있는 사이드백 오범석과 이정수또한 수비지향적이라는 측면에서 사실상 공격수 이전라인에서 측면돌파를 해줄 선수는 없었고, 이는 분명 오늘 경기의 답답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왜 허정무 감독은 이런 식으로 말 그대로 솔리드한 4백과 4미들을 구성한 걸까? 바로 포워드 두 명과 그들의 움직임, 그리고 허정무 감독이 말했던 점을 생각해보면 이 축구초보자가 봐도 말 도안되는 포메이션의 실마리가 약간 나온다.


 


허정무가 이동국에 요구하는 모습과 관련된 기사


 


오늘의 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지만 별 효과는 없었던)이었던 부분은 바로 이근호와 이동국의 위치였다. 둘은 마치 윙포워드 같은 느낌으로 좌우 측으로 빠져있었으며, 보통 이런 식으로 선수 구성을 할 경우 왼쪽으로 공이 가면 왼쪽 포워드는 사이드로 빠지지만 오른쪽 포워드는 제자리(중앙)을 지킴으로써 왼쪽 윙 포워드의 크로스나 패스를 기다리는 반면 한 명의 포워드가 사이드로 빠져서 공을 잡았음에도 반대쪽의 포워드가 중앙으로 많이 침투하지 않은 체 공격진의 가장 사이드에 위치해있었다. 그리고 그 선수들이 침투해야할 중앙의 위치에는 차고넘치는 중앙 미드필더들이 침투해 최대하게 밀집된 공격진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는 수비 시에도 크게 달라짐이 없었고, 경기 내내 반복되었던 전략적 모습이었다. 물론 그 결과는 엄청난 실패였지만……



 



이 시간 중국의 반응


 


하지만 바로 그 점이 허정무감독이 의도하는 바였다고 생각한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 준주전급인 국내파 선수들을 총체적으로 시험한다는 의미일수 있는데, 각기 쪼개서 그 시험의 의미를 살펴본다면, 공격수에게는 대기하고 있다가 골을 넣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이 사이드로 빠져서 플레이를 하고 시선을 분산시키며 수비 또한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걸 허정무 감독이 원하고 또 그것을 잘할 수 있는지를, 미드필더에게는 2선 침투와 중앙지향적인 패스연계를 허정무 감독이 원하고 또 시험했다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축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다면 지금 대한민국 공격을 이끌 3명의 이름은 누구나 댈 수 있을 것이다. 한 명은 요즘 폼이 조금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성실함과 투지로 소속팀에서와 다르게 골도 곧잘 넣는 박지성이며, 나머지 두 명은 젊고 창조적이며 유럽에서 검증 받은 박주영과 이청용이다.


 


그리고 이 3명을 뒷받침해주는 미드필더의 한자리를 기성용이 확실히 차지한다고 생각할 때 남은 3명(만약 3백을 쓸 경우 2명)의 자리를 미드필더와 포워드진에서 선발하는 것이 현재의 화두이고, 만약 포워드를 한 명 더 쓴다면 442 미드필더를 한 명 더 쓴다면 433으로 가는 것이 3백 플레이를 제외한 허정무 감독의 기본적인 플랜이자 가장 모범답안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가정에서 선수들을 살필 때 각 포지션에서 필요 되어지는 능력은 명확하다. 만약 포워드를 뽑는다고 치면 사실상 그 포워드가 누가 되더라도 현재로서는 박지성-이청용-박주영보다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고 예상되기는 힘들다.


 


그만큼 이 세 명은 공간에 대한 이해나 순간적인 센스가 뛰어나며 포워드가 한 명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이 포워드의 주된 역활은 어떠한 의미로든 이 세 명을 보좌하는 느낌이 될 것이다. 물론 보좌한다는 것은 단순히 이 선수들에게 어시스트를 제공한다는 의미라기 보다는 저 선수들이 침투할 때 수비수 한 명을 달고 나가면서 수비수들의 밀집도를 엷게 하며, 역시나 같은 맥락에서 저 선수들의 2:1패스를 받아주는 등 기본적으로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다가 결정적인 순간에는 득점도 하는 일꾼 같은 스타일을 말하는 것이다. 


 


 


 
클래스는 다르지만 어쩌면 허정무는 남은 한자리의 포워드를 라르손 같은 스타일로 뽑고자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득점력도 가지고 있으면서 연게플레이와 움직임이 뛰어나고 위치와 상관없이 활약가능한…


 


특히나 박지성과 이청용의 뛰어난 장점은 사이드에서 순식간에 파고드는 플레이이기에 포워드에게 특히나 요구되어지는 것은 꼭 윙어적인 돌파까지는 아니더라도 사이드로 빠질 수 있는 플레이가 중요해진다. 그리고 만약 남은 선택이 포워드가 아니라 미드필더가 될 경우 한 명은 분명히 수비적인 미드필더를 기용할 테고 기성용은 좀더 공격적인 역할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남은 한자리의 미드필더는 기본적으로 압박에 중점을 둔 플레이를 펼치다가 유사시에는 중앙으로 침투해 공격에도 가담하는 그런 미드필더를 필요로 할 것이다.


 


만약 그러지 않을 경우 과거의 베어백 축구마냥 밀집된 수비가 즐비하게 서있는 곳에 타워형 스트라이커 한 명을 세워놓고 끝없는 크로스만 날릴 것이고, 일반적으로 대한민국 선수들의 높이는 그 정도로 높지 않고, 윙어의 크로스는 그 정도로 세밀하진 않기에 수많은 공격기회를 날려버리게 될 것이다. 433의 경우 많은 장점이 있는 포메이션이 분명하나 히딩크 이후에 그 포메이션으로 엄청난 효과를 보지 못했던 것은 중앙에서의 유기적인 전진패스가 실종된 체 압박-미드필더 공점유-사이드로 종패스- 사이드라인 돌파- 타겟플레이어를 향한 크로스를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남은 자리의 미드필더에게 요구되는 플레이는 압박, 2선 침투, 좋은 연계플레이, 횡 패스이기 때문에 그 부분들을 시험하기 위해 이 도박적인 4명의 중앙미드필더를 기용해서 중앙지향적인 플레이밖에 할수 없는 ‘시험’을 강행했던 것이다.


 


근데 여기서 허정무 감독이 한가지 간과했던 부분이 있다. 중국 신예들의 알 수 없는 실력이야 번외로 친다고 하더라도, 허정무 감독이 이렇게 사이드 공략을 포기한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던 데는 분명 수비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동아시아 컵이 이벤트전 형식이라고 하지만 중국과 일본은 축구내외적으로 대한민국의 가장 큰 라이벌이고, 그 라이벌에게 3-0으로 패배를 당하는 것이 가져오는 축구내외의 정치적 효과에 대해서 허정무 감독이 모를리 없는 사람이기에, 실험을 하면서 0-0으로 비기는 것을 생각하기는 했겠지만, 3-0으로 깨질 정도의 수비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다른 포지션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지는 포지션이긴 하나, 허정무 감독이 부임 이후 그렇게 많은 중앙수비 실험을 하지 않았음에도 (즉 계속해서 같은 선수들을 기용했음에도) 수비적으론 비교적 괜찮았고, 또 그 선수들이 그대로 이번 동아시아 컵에도 온데다, 사이드백 또한 수비적으로 구성했으니, 아마 허정무 감독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던 것처럼 보였다. 중국의 메시를 만들기 전에는 말이다.






세 번째 골을 넣은 덩주오샹, 그는 이미 짜장메시라고 불리고 있다.



그러면 왜 곽태휘-이정수-조용형등은 이렇게 갑자기 무너진 걸까? 육회라도 먹고 체한 걸까? 아마 이 미스터리 아닌 미스터리는 축구에서 공격과 수비가 맞물려 작용하는 방식과 연관되어서 설명되어야할것같다.


 


축구와 다른 구기종목이 다른 가장 결정적인 점은 수비와 공격의 기회배분에 있다. 야구든 농구든 배구든 기본적으로 다른 종목들은 상대방과 내가 같은 기회를 가진다. 즉 내가 공격을 한번 하면 상대방도 하고 내가 이 정도의 공격시간을 가졌으면 상대방도 그만큼 가진다. 물론 세부적인 룰은 틀리고 공격시간의 배분에 대한 변칙적인 룰은 존재하나 기본적인 방침은 서로가 같은 기회를 가지며 하는 스포츠란 것이다. 하지만 축구는 전혀 그렇지 않다. 어떤 식으로든 내가 공을 더 많이 소유하면 그만큼 상대방이 가질 공격의 기회는 줄어든다.


 


극단적으로 우리 팀이 계속해서 공을 소유한다면 우리 수비가 아무리 허술해도 상대방은 공격을 하지 못하게 된다. 과거 삼바리듬시절 브라질이나 최근 6관왕의 바르셀로나는 바로 이런 점들을 전술적, 전략적으로 극대화시켜 상대방의 볼 소유를 최소화한 체 끊임없이 몰아쳤으며 사람들은 그랬기에 그들을 공격축구라고 기억하지만, 사실 그들의 공격은 수비의 또 다른 이름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저 두팀과 같은 극단적인 예가 아닐지라도 일반적인 팀들의 경기에서도 이런 부분들은 분명히 드러난다.


 


분명 대한민국이라는 팀이 브라질이나 바르셀로나만큼 공을 소유하고 전진시키는데 뛰어난 능력을 가진 팀은 아니다. 하지만 그 어떤 팀보다도 많이 뛰고 전방위적인 압박을 시도하는 팀이며, 그렇다는 이야기는 상대방이 가진 볼을 자주 탈취해서 상대방이 가진 공격의 기회를 분쇄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윙어들중에서 이 분야에서는 세계최고인 박지성을 비롯해서 거의 모든 공격수들이 압박을 가능케 한 체력을 가지고 있기에 또 조금은 브라질과 바르셀로나와는 다른 의미에서 ‘공격적’으로 수비한다.




박지성은 같은편조차 압박한다… 조금 다른 의미로..


 


꼭 상대방의 공격기회를 분쇄한다는 의미가 아닐지라도 非수비수들이 강력하게 압박을 해주다보면 상대방 선수가 상대방 선수들에게 연결해주는 플레이들이 약화되기 마련이고, 이 약화된 크로스나 패스 등은 상대방의 공격수들에게 도달하지 않거나 이상하게 도달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수비수입장에서는 좀더 침착하고 수월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을만한 시간을 벌게 되기 마련이다. 어쩌면 이런 방식으로 폭넓은 체력을 통해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를 안두고도 수비를 굳건히 굳히며 공격적인 방식으로 풀어나간다는 점에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대한민국 대표팀의 스타일이 되려 더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두팀의 수비수의 클래스자체는 틀리다)


 


어쨌든 요점은 압박이 강력한 팀에서의 중앙 수비수는 상대적으로 다른 팀에서의 수비 상황보다는 좀더 쉬운 상황들이 많이 주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분명 우리나라의 수비수들이 순간적으로 어색하고 엉뚱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여줘도 대한민국이라는 팀 전체적으로는 괜찮은 수비가 완성되었던 것이며, 이는 또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수비수들의 질을 ‘은폐’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리고 전방위적인 탈압박을 줄 수 없는 선수들로 구성되자(이동국은 폭넓은 압박을 해주는 선수가 아니며, 이근호는 제이리그에 간 후 퇴보했고, 구자철과 김두현은 전형적인 공격형 미드필더이다.) 대한민국의 수비수들은 더 많은 상대방들의 공격적인 기회에 노출되었고, 거기에 약간의 불운과 곽태휘선수등의 폼저하가 겹치면서 대한민국은 참패를 당하고 만다.


 



아무리 대한민국대표팀에 비판적인 필자도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


 


정리하자면, 분명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허정무 감독이 바보는 아니라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본선 경쟁력이고, 이동국을 들들 볶아서 경쟁력을 만들든 아니면 안정환을 데리고 오든 본선에서 훌륭한 플레이를 보여 줄만한 도정에 있는 것이라면 중국에게 패하든 홍콩에게 패하든 상관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베어백처럼 수비조직력만을 강화한 체 정해진 것만 반복하고 어떠한 실험도 거부하는 플레이를 하는 것보단 이런 기회를 이용해 극단적인 실험을 하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 우리가 지금은 신으로 추앙하는 히딩크도 한때는 별명이 오대영 아니 였는가.
 



아 이제는 인간들이 다 잊어먹어서 이 짤방 찾느라 고생했다. 하여간..


 


하지만 한가지 종류의 실험이 아니라 여러 가지 부족한 부분을 다 테스트한다고 팀 전체의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실험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실험’적이었고, 결과론적으로 너무 중국에게 기회를 많이 내준 나머지 우리의 플레이를 제대로 펼치지도 못해 ‘실험’으로서의 가치도 별로 없어져버렸다.


 


거기에 사실은 좋은 수비력 때문에 계속해서 넘어갔던 허정무 감독과 정해성 코치의 연고주의적인 케이리그 선수선발은 분명 사상누각이었던 점이 분명함이 들어났고, 이정수 곽태휘 조용형등의 고집이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었음을 만방에 알리게 되었다. 상식적으로 케이리그도 나름 나쁘지 않은 리그인데 리그 1위팀 전북과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한 포항의 선수들이 중용 받지 않고 전남과 제주의 선수들이 중용 받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인가. 처음 정해성 코치와 허정무 감독이 발탁된 후 자신들이 예전에 소속돼있던 팀 선수들에 더 기회를 많이 주는 연고주의에 대한 비판이 있었고, 그 후에 좋은 결과들을 내면서 그 비판들이 누그러졌지만 분명히 지금이라도 다른 수비수 옵션들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명백해졌다.


 



분명 초반에 고기구(당시 제주)등의 선발은 수많은 논쟁거리를 불러일으켰다.


 


허정무 감독은 분명 지금까지는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왔다. 전술적으로 고집되어왔던 박지성쉬프트와 433을 극복했고, 2002년 골든제네레이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며 세대교체에 성공했으며 442를 위시해 체력과 투지에만 기반하지 않은 조금 더 깔끔한 축구를 보여주었다. 그는 허정’무’라고 놀림 받으며 수많은 무승부를 양산해냈지만, 이걸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승리할 팀에는 승리하고 비길 팀에는 비기며 질 팀에게는 비기는 그런 실용적인 결과들을 이어왔다. 무엇보다 히딩크 이후 계속된 외국 감독들의 러쉬속에서 처음으로 한국 토종감독으로 성과를 내왔다는 점은 분명 여러 가지 측면에서 대한민국 축구의 발전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대한민국 축구 계의 누적된 어떤 악습들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분명 그가 아직 주눅들 필요는 없어 보인다. 분명 지금은 시험을 하는 단계이고, 설령 역사적인 패배를 당했다고 하더라도, 월드컵에서의 결과가 좋으면 모든 것이 용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우리 수비수들을 헤짚었던 중국의 ‘유망주’들보다 본선에서 만나는 선수들과 감독들은 더욱더 날카로운 마음가짐과 기술로 무장해있는 선수들이고, 분명 그때의 패배는 어떤 종류의 변명도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허정무 감독의 패배가 계속되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고집스럽게 기용했던 과거 자신의 소속팀 선수들의 실수에서 비롯된다면 정말로 허정무 감독은 다른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모든 비난을 감수하며 그가 말했듯이 그의 축구인생을 완전히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빈다.


 



아무쪼록 간지 나게 이 모습 한번 나오길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