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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의 해, 2020년

 

연말 모임이 없어졌다. 2020년 코로나19는 인류의 삶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 보이지 않는 적으로 사람들이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다. 외부 활동이 줄어드니 소비 형태도 바뀌었다. 기술은 문 앞까지 모든 것을 배달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모일 수 없으니 집안, 집 앞으로 찾아오는 서비스만 흥했다.

 

올해 극장은 망했다. 극장을 갈 수 없으니 사람들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넷플릭스의 성장으로 전통적인 미디어 혹은 IT 기업은 스트리밍 시장에 적극적으로 달려들었다. 전통 미디어의 강호 디즈니는 극장 수익에서 망했지만,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로 엄청난 성공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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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미디어 회사인 디즈니가 발표한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는 신의 한 수였다. 

 

집 안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스트리밍 영상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스마트 홈 시장의 가치는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아마존의 경우, 비교적 새로 시작한 사업인 오프라인 마켓에서는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스마트 스피커의 저변을 확실히 넓힐 수 있었다.

  

게임하는 것이 죄책감 없는 한해였다. 집안에서 게임을 하는 것을 말릴 수 없게 되었다. 닌텐도는 운동하는 링피트 상품으로 집안에서 게임하는 것을 정당화했고, 이 어려운 시기를 위로하기 위해 MS(마이크로소프트)는 Xbox를, Sony는 플레이스테이션을 발표했다.

 

바이러스는 사람들을 물리적으로 격리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이 격리를 ‘기술’로 극복하고자 했다. IT기업들은 기다린 듯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었다. 안타깝다. 이 기술을 서비스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미국 기업이다. 그 서비스의 핵심 기술은 사람들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얻어진 것이다. 

 

데이터 기반 기술들이 발달할 수록 인간은 더 왜소해 보인다. 올해도 여전히 지배적인 IT 기업은 구글과 아마존 같은 회사였다. 구글의 Youtube는 올해에도 승승장구했고, 아마존과 MS 등이 가지고 있는 클라우드 기술은 보이지 않게 우리를 지배하고 있다. 

 

데이터 기반 기술은 앞으로도 계속 중심 기술이 될 것이다.

 

2020년을 마무리하며, 올해 IT분야에서 가장 빛났던 것들을 뽑아보았다. 기술 플랫폼으로는 Zoom, 유독 빛났던 기업은 AMD, 가장 혁신적인 기술은 애플의 M1 AP(CPU)로 정했다. Zoom은 우리 삶의 방식을 바꾸었고, AMD는 언더독에게 희망을 주었다. M1은 PC 아키텍처(시스템에 대한 구조의 집합) 자체를 변화하게 했다.

 

 

코로나 국면의 대안, Zoom

 

바이러스로 인해 학교에 갈 수 없었다. 여럿이 모인 회의도 가급적 피해야 한다. 공부와 업무는 계속해야 하는데, 비말감염 없이 해야 한다. 코로나19로 급부상한 플랫폼이 바로 영상통화를 기반한 화상회의 소프트웨어다. 

 

바이러스가 무섭긴 한가보다. 바이러스를 집안으로 못 들어오게 하기 위해 자신의 얼굴과 집안 모습을 카메라로 여과 없이 비취게 나뒀다. 개인방송 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카메라에 자신의 얼굴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건 쉬운 게 아니다. 

 

과거에 소리만 전달하는 전화는 탄생과 함께 모스 전신기를 압살하며 성공하였지만, 영상통화는 그러지 못했다. 영상통화 기술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1876년 전화기를 만들어 세상을 지배한 벨사(AT&T)는 1964년 뉴욕 세계박람회에서 영상 전화기를 발표했다. 신기술에 대한 호기심으로 박람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막상 시장에 선보이자 폭망하게 된다. 화질이 나쁘고 가격이 비싸서 실패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바로 보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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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pe로 영상통화 하는 모습.

 

현재 대표적인 영상통화 프로그램 Skype는 2003년에 나왔지만, 어찌어찌하여 2011년 MS에 인수되었다. 공짜로 통화가 가능했던 Skype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비싼 국제전화 때문이기도 했다. 

 

2010년 아이폰으로 부자가 된 애플은 영상통화 플랫폼인 Facetime을 대대적으로 발표했지만, Skype만 어렵게 만들 뿐 음성통화를 대체하지 못했다. 음성 서비스를 결합한 Facetime Audio를 발표한 후에야 사용자층을 넓힐 수 있었다. 

 

이제 영상통화는 1대1보다는 1대 다수에 있어 성공적인 플랫폼이 되었다. 가장 크게 성공한 건 개인정보 유출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Zoom 플랫폼이었다.

 

Zoom의 수요 급증에는 코로나바이러스라는 갑작스런 변수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어쩔 수 없었다는 게 맞겠다. 수업은 해야겠고, 회의로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데 내방에서 해야 한다. 침대 등 가구가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바이러스는 사람들이 익숙하지 않은 행동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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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으로 화상 채팅하는 모습.

 

 

작지만 강하다, AMD

 

바이러스와 관계는 없지만, 바이러스가 비교적 유행하지 않았던 2020년 초반 IT 분야의 주인공은 단연 AMD다. 2020년 1월 17일 AMD는 최초로 주가 50달러를 돌파하였다. 2020년 전반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4.5배에 달했다. 

 

2020년 내내 욕먹은 건 인텔이다. 그럼 인텔이 망했나? 전혀. AMD가 아무리 잘 나간다고 해도 인텔 매출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1분기 기준 인텔 24조, AMD 2조). 매출과 수익에서 인텔은 AMD와 비교될 회사가 아니다. 

 

매출에서 인텔과 비할 바는 아니지만, AMD가 많은 성장을 하며 연일 뉴스에 등장했다. 뉴스에서 AMD를 더욱 다룬 이유는 AMD의 리사 수 CEO의 유능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극적인 언더 독 효과도 한 몫한 것 같다. 3년 전까지만 해도 AMD는 CPU에서 인텔에 밀려 존폐위기에 있었던 처지였다. AMD의 다른 경쟁자로는 NVIDIA가 있지만, 현재 NVIDIA를 이기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인텔과 달리 NVIDIA는 게으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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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의 CEO 리사 수

 

그런데 인텔은 너무 돈을 많이 벌어서인지, 지난 5년 동안 CPU에 대한 기술개발을 방치하게 된다. 그 때문에 인텔과 계약하여 CPU를 공급받던 애플은 빡침의 나날을 보내게 된다.

 

CPU 기술개발은 방치하던 인텔은 크르자니크 CEO 시절 갸우뚱 할 기술들에 투자한다.  드론도 그중 하나다. 평창 동계 올림픽에 선보인 1,218대의 드론이 인텔이 만든 것이었다. 평창 하늘을 멋지게는 만들며, 자신들의 기술을 뽐내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기술로 만든 제품의 수요자는 찾지 못한 것 같다. 

 

인텔이 뻘짓(?)을 하는 동안, AMD는 CPU 칩의 설계와 생산을 같이 하다가 생산은 대만의 TSMC에 맡기고, 설계에만 집중하는 등의 과감한 전략을 시도하며, CPU 기술개발에 집중했다. AMD의 성취는 이런 전략의 성공 덕분이기도 하지만, 인텔이 뻘짓을 하지 않았다면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인텔은 일명 ‘틱톡 전략’(공정의 미세화와 아키텍처 쇄신을 번갈아 가는 전략)으로 업계 선두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텔은 자신의 독점적 지위를 자만해 노력을 게을리하게 된다. 공정 기술에서 10nm 이하 공정기술 개발하려면 엄청난 투자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데, 이것을 게을리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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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틱톡 전략.

 

≫용어설명

틱톡 전략: 반도체는 정보가 지나가는 길(채널)이 짧아질수록 성능이 더 좋다. 예를 들면, 10nm의 길보다 7nm의 길을 만들 수 있으면 더 좋다. 하지만 길을 줄이는 것은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틱톡 전략으로 신제품을 내놓을 때 한번은 길을 줄이고(틱), 다음 한번은 같은 길이의 길을 좀 더 정밀하게 그리는(톡) 방식으로 신제품을 출시하는 전략.  

 

인텔이 ‘틱톡’을 폐기하며 내놓은 새 전략 PAO(공정-아키텍처-최적화)전략은 인텔이 기술개발을 등한시하면서 결국, 예전의 ‘틱톡 전략’보다 신제품 출신까지 시간이 훨씬 걸리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가지게 되면서, 신제품 개발에 등한시하게 되는 사례는 많은데, MS(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을 지배한 이후로 윈도우즈와 인터넷 익스플로러 개발에 등한시하였고, 결국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구글의 크롬에 점유율을 빼앗기게 된 사례도 있다.

 

AMD의 성공에는 인텔은 14nm에 머무르고, AMD는 7nm 이하 공정기술로 집중한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긴 하지만 인텔이 기술적으로 놓친 건 많았다.

 

인텔은 집적회로 그 자체를 창조한 기업이다. 혁신의 대명사이며 실리콘 밸리 그 자체가 인텔에서 시작되었다고 과장해서 말할 수 있다. 물론 AMD도 인텔과 같은 고향인 쇼클리 반도체 회사에서 시작되었지만, 집적회로를 창조한 인텔 CPU를 대리 생산하며 수발 역할을 하는 정도였다.

 

대리 생산하는 처지에서 좀 더 성장하여 자체품을 생산했지만, 시장에서는 인텔의 모조품 취급을 받으며 살아가다가 1999년 Athlon이라는 제품이 나오고 1GHz를 인텔보다 먼저 돌파하며 성능에서 인텔에 비빌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다가 인텔이 64bit를 아직 못 만드는 와중 AMD는 64bit 생산을 성공해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인텔은 CPU를 만드는 과정에서 AMD의 64bit 기술을 빌려와 쓰게 된다. 그러다가 2003년에 인텔이 Core 시리즈(인텔 CPU 제품군)를 내놓고 시장의 반응을 얻으며, AMD를 밟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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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칩 디자이너 짐 켈러 

 

2014년에 AMD CEO가 된 리사 수는 천재 칩 디자이너 짐 켈러를 영입한다. 그리고 짐 켈러가 디자인한 ZEN 아키텍처 기반인 라이젠 CPU를 2017년 발표하여 성공하게 된다. 방랑벽이 있는 짐 켈러는 명작 ZEN 아키텍처를 만든 후 퇴사한다. 

 

망해가는 회사가 뛰어난 CEO가 등장하여 골리앗을 이기고 성공하게 된다는 스토리는 많은 이들에게 감명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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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탑 시장에서 AMD는 엄청난 성공을 하고 있다.

 

라이젠 CPU 이후로 AMD는 인텔이 독점했던 CPU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게 되고,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AMD는 기술적으로 인텔을 앞지르게 되었다. 하지만 AMD에겐 넘어서야 할 산이 하나 더 생겼다. 주인공은 다음에 소개할 놈이다. 

 

 

2020년에 또 한 번의 혁신, 애플 M1

 

미안하다. 영어 할 줄 모른다. 한국 매장에서 영어 할 줄 아냐며, 여행하기 힘든 코로나 시대에 미국 느낌(?)을 흠껏 느끼게 해준 ‘빅서게이트’는 애플의 한국 AS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그래도 올해의 기술로 애플 M1에 대해 말을 안 할 수 없다. M1이란 애플이 Mac 용으로 특별히 설계한 최초의 AP 칩이다.

 

≫용어설명

AP: Application Processor의 약자로, CPU, 메모리 카드, 그래픽 카드가 하나로 합쳐진 중앙처리장치. 스마트폰의 경우, 공간이 작아 CPU, 메모리, 그래픽 카드를 다 넣을 공간이 없어서 모든 기능을 하나로 합친 AP를 사용한다. 개념이 어려운 독자들은 AP=CPU라고 생각해도 기사를 읽는 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코로나는 애플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코로나로 인해 애플은 신제품을 효과적으로 발표했다. 2020년 6월 애플이 WWDC(개발자회의)에서 보여준 온라인 발표는 비대면 발표의 표준을 보여주었다. 물론 돈이 많다면 말이다.

 

애플은 보통 신제품 발표 이벤트를 1년에 2~4회 정도 한다. 올해는 9, 10, 11월에 발표했는데, 이렇게 연달아 한 건 처음이다. 영상 발표도 안 한 airpods Max를 비롯 올해 발표한 애플 제품은 모두 이슈의 중심이 되었다. 보통 아이폰 발표를 가장 성의있게 발표해 왔는데 올해의 주인공을 꼽자면 M1을 달고 나온 맥(애플에서 출시한 개인용 컴퓨터 명칭) 시리즈였다. 아니다. M1 AP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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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 핵심 기술인 Unified memory architecture

 

M1이 왜 중요한가? Apple Silicon에 들어간 SoC, RISC, Unified Memory 등등 혁신 기술이 주요하지만, 그보다 사용자가 CPU 변경으로 인한 기능 향상을 몸소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M1 리뷰는 ‘클릭을 하자마자 실행된다’로 시작된다. 리뷰어들은 여러 앱을 동시에 실행시켜도 버벅거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영상 렌더링 같은 무거운 작업을 하게 되면 인텔의 상위 CPU(맥북 프로 16인치 9세대 i9 기준)보다는 성능이 뒤처지지만, 배터리 효율에서 인텔 CPU는 열로 에너지를 다 써버린 듯 보인다. 발열이 많고, 배터리 효율이 안 좋다는 뜻이다.

 

애플이 이번에 CPU를 인텔 제품에서 자체 생산으로 변경했지만, CPU 변경이 처음은 아니다. 1997년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복귀했을 때 맥(Mac)의 CPU PowerPC 성능이 형편없음에 거품을 물고 CPU에 관해 같이 일을 진행하던 IBM과 모토로라를 다그쳤다. 

 

다그치고 다그쳤지만 발전 없는 IBM과 모토로라를 보며, 잡스가 더 이상의 요구를 포기했다. 성질이 지랄 같았지만, 잡스가 IBM과 모토로라에 요구한 성능은 절대 지나친 게 아니었다. PowerPC G5 CPU는 열이 너무 많이 나서 공냉식이 아닌 수냉식 쿨러로 해야 했다. 수냉식 쿨러는 부피가 훨씬 크다. 그만큼 공간이 많이 필요하다. 

 

때문에 공간이 적은 노트북 제품은 물론이고, 일체형 맥(Mac)인 iMac에도 장착할 수 없었다. 그러다 어찌어찌하여 2004년이 되어서야 iMac에 G5가 장착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잡스가 IBM과 모토로라에 마음이 완전히 돌아선 이후였다. 1년 후, 잡스는 CPU를 공급받는 거래처를 인텔로 바꾼다. 윈도우즈를 설치할 수 있게 맥(Mac)을 인텔로 이전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애플은 인텔로 이전하고 PC 시장에서 살아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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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맥 G5 수냉식 쿨러에서 물이 세어 고장 난 모습.

 

그 후, 애플은 아이폰으로 도약하게 되어 맥의 애플이 아닌 아이폰의 애플이 되었다. 애플의 기술은 아이폰에 집중하게 되었고, 애플은 아이폰을 위한 독자 AP(CPU)를 개발하게 된다. 2010년 애플이 처음 개발한 AP인 A4는 데스크탑 컴퓨터를 넘볼 수 없었다. 컴퓨터에 쓸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이 전혀 안 됐다. 아무래도 여러 부품들의 기능을 한데 모으다 보니 하나하나 떨어져서 기능할 때보다 각각의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타사 스마트폰에 비해서나 성능이 좋았을 뿐이었다. 하지만 해가 거듭할수록 PC의 CPU 기술보다 스마트폰의 AP 기술이 훨씬 가파르게 성장하게 되었다. 애플이 개발한 AP가 선두에 있었다. 인텔은 이  중요한 시기에 CPU 기술개발에 등한시하게 된다. 이래서 맥(Mac)의 생산을 위해 인텔 CPU를 공급받던 애플은 인텔의 게으름에 개빡쳤다.

 

2008년만 하더라도 인텔은 애플이 요구한 사항을 너무도 잘 지켜주었는데 당시 세상에서 가장 얇은 노트북인 맥북 에어를 위한 CPU를 애플만을 위해 만들어 주기도 했다. 성능이 형편없는 것이 흠이었지만. 애플로부터 인텔이 버는 매출이 크지 않았지만 중요한 고객이었다. 맥북에 들어가는 인텔의 팬리스 CPU 등 덕분에  인텔은 혁신기업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다. 

 

아이폰이 급부상하고 IT 세상의 중심이 스마트폰으로 집중된 이 중요한 시기에 인텔은 CPU 기술개발에 투자를 안 하게 된다. 2015년 인텔은 스카이레이크를 발표하였지만, 애플은 성능이 형편없다며 비난했다. 나사 빠진 인텔은 애플에 대응하지 않는다. 

 

애플은 CPU 이전을 2번씩이나 성공적으로 한 기업이다. 모토로라 68000에서 PowerPC로 PowerPC에서 인텔로 이전 경험이 있는 애플에게 새로운 CPU로 변경하는 건 도전의 문제지 불가능의 영역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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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결국 스마트폰을 넘어 컴퓨터에도 무리 없이 쓸 수 있는 성능의 AP를 결과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2020년 인텔 CPU에서 애플의 자사 AP로의 CPU 이전은 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2021년을 바라보며

 

많은 기술들을 놔두고 Zoom, AMD, Apple M1으로만 정한 이유가 무엇일까? 

 

다른 뉴스들이 덜 중요해서가 아니다. NVIDIA가 손정의의 ARM을 인수한 것은 올해 중요한 IT 뉴스였다. 그러나 이 뉴스는 ‘사건’에 해당할 뿐 올해의 기술로 보기 어렵다. NVIDIA가 인수한 ARM의 기술로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면 ‘기술’이라 말할 수 있다(내년에  기대할만한 제품이 나올 수도 있다). 

 

올해의 기술로 Apple M1을 선택한 이유는 M1이 2020년 기술의 진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이 하나의 칩에 들어가는 기술은 향후 우리가 상상하는 기술들이 총망라되어있다. 

 

AI, 자율주행 등의 배경에는 SoC(System on (a) Chip)가 기반이 된다. NVIDIA, 테슬라, 아마존 그리고 알리바바 등 기업들이 독자 기술의 SoC에 매달리는 이유다. 올해의 SoC의 완성은 M1이라고 할 수 있다.

 

≫용어설명

SoC: System on (a) Chip의 약자로, 단일 칩 시스템을 의미한다. 앞에서 설명한 AP처럼 CPU, 메모리, 그래픽 등으로 나뉘어 있던 부품들을 단 하나의 칩으로 응축하는 것을 말한다. 나누어져 있던 기능을 하나의 칩에서 하다 보니 정보처리 속도가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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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는 완전자율주행을 위해 독자 칩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 스트리밍 서비스가 급부상한 것은 코로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급부상한 기술 플랫폼으로는 스트리밍 영상서비스 대신 Zoom의 손을 들어주었다. 영상으로 소통하는 우리 삶의 방식이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카메라로 타인에게 비추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것 자체가 매우 큰 삶의 변화다. 

 

Xbox, Playstation 등 게임기의 발표가 있었다. 중요한 기술 발표이긴 하지만 연말에 발표하여 전개를 지켜봐야 한다(M1 맥 시리즈도 11월에 발표했지만, 그 파장은 완전히 다르다). 이 게임기들은 2021년에 당연히 급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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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는 모든 것을 덮었다. IT 기술은 올해도 진보하였지만, 유례없는 전염병 사태로 예년과 달리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기술의 방향을 제시하였다고 볼 수 있다. 서로 격리되어 있을 때 기술은 어떻게 삶을 도울 것인가? 일하고 먹고 즐기는 이 과정에서 기술은 우리에게 어떤 편의를 주고 있는가? 기술이 인간의 환경을 바꾸기도 하지만 우리가 처한 환경이 인간을 위한 기술을 요구하기도 한다. 

 

2020년도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IT 기술의 도움을 받았고 IT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 무서운 것을 깨달은 한 해였다. 그리고 인류가 2020년에 마주한 삶의 태도는 한동안 안 바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