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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8.목요일


화성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선고공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야권은 물론 여당 내에서조차 '이미 재판과정에서 도덕성 부분에 흠집이 났다'며 설레발 치는 것으로 볼 때 당연히 무죄판결이 날 것으로 생각하지만 판단은 순전히 재판부의 몫이니 섣불리 유무죄를 논하고 싶지는 않다. 


 


또한 언론을 통해 그간의 재판과정에서 벌어진 각종 해프닝을 보며 대한민국 검찰의 수준을 충분히 알고도 남았을 터, 굳이 아까운 시간을 쪼개어 웃기지도 않는 저질 코미디를 재탕하고 싶지도 않다. 자꾸 들춰봤자 구린내 밖에 더 나겠는가.  





 

다만, 한 가지 염려스러운 것은 객관적이고 공정해야할 재판부의 판단에 혹시라도 보수라고 우기는 수구꼴통 세력들의 입김이 작용하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얼마 전 대법관 증원과 양형위원회의 대통령직속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발표도 따지고 보면 사법부에 일종의 '압력'을 넣은 것이나 마찬가지고 '우리법연구회'도 좌파로 몰아 강제로 해체하겠다고 까지 했으니 아무리 독립적인 기관이라지만 신경이 쓰일 것은 분명하고... 


 


더욱이 선거 결과가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까지도 고려한다면 경우에 따라선 전혀 의외의 판결이 나올 수도 있음이다. 그리고 그동안 정치적 사건의 재판에서(KBS 정연주 사장을 시작으로 미네르바, 강기갑 의원, 전교조 교사, 그리고 PD수첩까지) 연이어 무죄판결이 내려진 것도 사실은 조금 걸리는 부분이다.-물론 당연한 결과였지만- 


 


 





 


축구경기만 하더라도 아무리 공정한 심판이 주심을 보더라도 한 팀에게만 계속해서 카드를 주게되면 판정시비를 의식한 나머지 중요한 상황에서 일상적인 몸싸움을 벌인 상대팀 선수에게 갑자기 옐로카드를 빼드는 경우를 그동안 우리는 종종 보아오지 않았던가. 혹시라도 저들이 들이대는 이념의 잣대를 의식해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양심의 눈을 한 번 질끈 감아버린다면. 그래서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같은 비교적 가벼운 형을 선고하는 '정치적 판결'을 내린다면?


 


물론, 상상하기조차 싫은 시나리오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에 따른 후폭풍이 클 것은 너무도 자명할 터, 그때 가서 항소를 하고 나중에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판결이 확정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경기는 끝나고 관중들은 이미 다 경기장 밖으로 나간 후인 것을.


 


따라서 필자는 법관의 자율성을 뿌리째 뒤흔드는 세력들에게 엄중히 경고하는 한편, 이번 사건이 유무죄를 떠나 얼마나 엉터리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다소 엉뚱한 상상을 해보고자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아래의 내용은 모두가 '가정'과 '상상'에 기초한 완벽한 픽션일 뿐이니 괜히 읽다가 흥분하는 분이 없기를 바란다.     


 


 


 


1. 먼저 가정을 해보자


 







검찰이 주장하는 대로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그랬다면 한 전 총리의 심정은 어땠을까. '인생을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며 국민 앞에서 자신의 무고를 주장했는데, 그동안 자신이 쌓아온 청렴한 이미지는 한순간에 땅에 떨어질 것이고...


 


하여, 이로 인해 고민하던 한 전 총리의 변호인단 중 한명인 A씨가 한 전 총리를 위해 담당 검사에게 '잘 봐달라는 의미로' 5만 달러를 건넸다고 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물론 직접 건네지는 못하고 책상이나 의자 위에 두고 나왔는데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게다가 그래서(뇌물을 주어서) 그래서 그에 대한 대가성으로 그 검사가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 것 같다는 진술까지 덧붙인다면?




 


 


2. 좀 더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자


 







어차피 가정이니 무시하고 좀 더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자. 돈을 줬다는 사람이 있다. 한명은 수사를 하는 입장이고 한명은 변호를 하는 입장이니 둘은 분명히 만난 사실도 있고 정황상으로 볼 때 가능성은 있는 일이다.


 


물론 증인이나 증거는 없다. 당연히 그 검사는 안 받았다고 펄쩍 뛸 것이다. 하지만, 안 받았다는 뚜렷한 증거를 그 검사가 제시하지 못하는 한 검찰은 그 검사를 기소해야만 한다. 왜? 그들이 한 전 총리를 기소한 내용과 똑같으니까. 


 


그리고 법정에서 검사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물론 돈을 줬다는 뚜렷한 물증이 없기에 무죄 판결이 내려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어차피 나중 일이고 여기에서 중요한 건 그 검사도 한 전 총리와 똑같은 수순(재판)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 여기서 한 가지만 정리하고 가자.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와 담당 검사의 뇌물수수, 두 재판이 있다. 모두 한쪽은 주었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받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뚜렷한 물증이나 증인이 없으므로 판사는 진술과 정황만으로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는 것이다.


 


 


 


3. 대법원의 판례를 살펴보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물증 없이 진술만 있는 뇌물 사건의 경우, 뇌물 공여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여자의 진술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고 판시돼 있다.


 


신빙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진술 내용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진술자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진술자에게 어떤 범죄의 혐의가 있고 수사 개시 가능성이 있거나 이를 이용한 협박이나 회유 등의 의심이 있는지 여부 ◆그로 인한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4. 판례에 근거,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해 볼까? 


 







 ※ 진술 내용의 합리성.객관성.일관성 


 


 곽영욱)


 - 뇌물 액수: 10만 불 →3만 불→ 안줬다→ 5만 불로 오락가락.


 - 받았다는 주체: 본인 주머니에서→의자→배달사고 가능성 →서랍으로.


 - 돈을 건넨 날짜: 정확한 기억이 안 난다며 횡설수설.


 - 돈을 준 목적: 남동공사 사장→ 석탄공사 사장→ 청탁할 입장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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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 A씨)


 - 한 전 총리를 위해 총대를 메야겠다는 생각으로 5만 불 전달.


 - 직접 전달은 못하고 책상인가 의자에 두고 나왔음.


 - 건넨 날짜는 검찰 조서를 받던 ○월 ○일 이었음.


 - 돈을 준 목적은 재판에서 잘 봐달라는 것이었고(그것 때문인지) 검찰은 별다른 물증을 제시하지 않았음.


 



 


 







 


 ※ 진술자의 인간됨과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곽영욱)


 - 5년간 비자금 83억원 가량을 조성, 이 중 37억 8천여만원을 횡령.


 - 상당수의 비자금을 로비자금으로 사용함. 


 - 이 진술을 통하여 자신의 죄에 대한 검찰 구형을 낮출 가능성이 존재함.


 (실례로 검찰은 돈을 받았다는 한명숙은 5년 구형, 돈을 건넸다는 곽영욱은 3년 6월을 구형함으로써 그 가능성이 더 높아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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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 A씨)


 - 변호사로 일한 것 외에 특별한 전력 없음.


 - 이 진술을 통하여 본인이 얻게 될 것은 없고 잃을 것만 있음.


 (해당 검사로부터 무고죄 및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민.형사상의 소송을 당할 가능성 100%)


 



 


 







 


 ※ 진술자에게 어떤 범죄의 혐의가 있고 수사 개시 가능성이 있거나 이를 이용한 협박이나 회유 등의 의심이 있는지 여부와 그로 인한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


 


 곽영욱)


 - 거액의 비자금 조성 및 횡령 혐의가 이미 입증되었음.


 - '호랑이보다 검사가 더 무서웠다','죽을 것 같았다'등의 증언을 통해 협박을 당했을 의심이 다분하고, 죄질과 수뢰혐의 피의자에 비해 검찰의 구형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볼 때 회유의 의심도 있음.


 - '살고 싶어 진술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보아 이 진술로 자신의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고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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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 A씨)


 - 이 건 외에 특별한 혐의 없음.


 - 해당 사항 없음.


 



 


 


 


5. 상식


 


어차피 우리에겐 법률적 지식이 별로 없으니 그냥 저 판례에 비추어서 상식적으로만 판단해보자. 사적인 감정이나 정치 논리도 배제하고 객관적 시각으로만 보자. 당신이 재판관이라면 두 명의 진술자 중에서 누구의 진술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겠는가? 그래서 과연 어떤 판결을 내리겠는가?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온 나라의 시선이 그쪽으로만 쏠려있는 것 같아 잠시 황당한 상상을 해봤다. 물론 말도 되지 않는 상상이다. 하지만 웃긴 건 필자의 이런 어이없는 상상조차도 검찰이 유일하게 내세우는 곽영욱의 진술 보다는 훨씬 더 신빙성이 있다는 것이다. 


 


제3자의 입장에서 감히 유무죄를 점칠 수는 없겠으나 만약 곽영욱의 엉터리 진술만으로 유죄가 선고되는 전례를 남기게 된다면 필자가 가정한 상상속의 변호사 A씨는 실재의 인물들로 탈바꿈하여 수많은 이에게 무고한 죄를 뒤집어씌우게 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필자는 믿는다. 한 전 총리의 양심과 함께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믿는다. 그 어떤 외부의 압력이나 정치적인 고려 없이 법과 정의와 양심에 근거한 판결로 국민들의 상식으로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올 것을 믿는다.


 


그래야 법치(法治)가 산다. 아니면 양아치만 산다. 


 


 


P.S.) 한 전 총리의 선고공판은 4월 9일(금) 오후 2시에 있다. 당일 이 시간에 즈음하여 뭔가 더 큰일이 속보기사로 전해질 것이라는데 50원 건다. 가령 천안함 사건과 관련된 중대 발표나 실종자(사망자) 발견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