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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4.12.월요일

 

문화불패 아외로워

 

 

 

 

 

아이패드 떡밥좀 뿌려보려 내 블로그에서 퍼옴. 어차피 내 블로그에는 올 사람이 없기에 내 맘대로 쓴 것임. 감안하고 보시길.

 

 

 

 

 

1. 스티브 잡스 신화의 본질

 

 

 
 

 

 

 

 

 


 

 

1997년까지 스티브 잡스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CEO중 한명이었다. 한 때 애플의 신화를 만든 인물이었으나 자신이 피땀 흘려 일군 회사에서 쫓겨난 야인에 불과했다. 물론 그가 손가락만 빨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픽사를 인수해 대박을 쳤고, 무었보다 철저히 객체지향을 추구한 넥스트 플랫폼을 개발하였다. 이는 애플에 복귀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역량이 되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후에 논할 것이다. 이것 만으로도 훌륭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었으나 그의 진짜 전설은 1998년에 시작되었다.

 

 

 

당시 애플은 컴퓨터 시장에서 죽을 쑤고 있었다. 애플은 과거의 영광에 기어대 연명하는 '늙은' 회사였고 애플의 거의 유일한 리테일 제품이었던 매킨토시 시리즈는 일부 전문직 종사자에게만 환영받았다. 전통적으로 애플에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공급하던 모토로라는 경쟁력 있는 CPU를 공급해 주지 못했다. 어느 모로 보나 애플은 죽어가는 회사였다.

 

 

 

 

 

 

PC업계의 주변인이었던 매킨토시 (1990년대 발매된 매킨토시 클래식)

 

 

 

 

 

스티브 잡스의 복귀 신고작이었던 iMac G3는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얼핏 자취생용 TV처럼 보이는 이 컴퓨터에는 플로피 디스크도 없었고 시리얼 포트나 페러렐 포트도 없었다. 오로지 CD롬 드라이버와 USB포트 4개만 갖추고 있었다. 1998년 기준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혁신적인 제품이었던 것이다.

 

 

 

 

 

 

애플을 죽을 고비에서 살려낸 iMac G3

 

 

 

 

 

그러나 동시에 시대에 뒤떨어진 제품이기도 했다. 이미 17인치 평면 브라운관이 대중화되고 LCD 모니터가 등장하던 시절에 1024x768해상도만 지원하는 15인치 비평면 모니터를 달고 있었다. 게다가 이 모니터를 교체하거나 외부 디스플레이를 추가 할 수도 없었다. 내장된 광드라이브도 24배속 CD롬이었다. 당시로서도 터무니없는 저성능이었다. 프로세서의 속도도 인상적이지 않았다. 애플은 G3프로세서가 빠르다고 광고했지만 동시대 인텔의 프로세서에 비해 우수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iMac의 성공은 스티브잡스 신화의 토대일 뿐 그 핵심은 아니다. 컴퓨터의 경쟁력을 하드웨어의 스펙이나 범용성이 아닌 단일 제품으로서의 완성도와 친화력에서 찾으려는 노력은 이미 1980년대 초반부터 애플이 추구했던 바이다. iMac은 그 철학의 결정체였을 뿐 스티브 잡스가 복귀 후에 보여준 행보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지 골골대며 죽어가는 환자였던 애플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보양식일 뿐이었다.

 

 

 

 

 

 

PC용 운영체제 이상의 의미를 가진 MacOS X

 

 

 

 

 

애플이 병석을 벗어나 비로소 혈색을 되찾아가자 드디어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전설에 포석을 놓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이 스티브 잡스 복귀 신화의 시작으로 iPod을 들지만 사실 진짜 시작은 그 이전, MacOS X라고 하는게 옳다. 애플이 만든 컴퓨터는 자신들만의 운영체제를 사용했다. 1984년부터 조금씩 발전해 오던 MacOS는 1998년 당시 버전이 9 까지 올라가 있었다. 애플은 자신들의 OS에 지금처럼 조금씩의 개선이 아닌,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애플은 당시에도 퀵타임이나 tiff같은 비디오 및 이미지 관련 표준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것들을 다루는데 매킨토시는 최적의 도구였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애플은 보다 발전된 하드웨어를 지원하고, 완벽하게 그래픽 사용환경을 구현하며 멀티미디어를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 OS가 필요했다. 애플은 완전히 새로운 OS를 독자 개발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외부에서의 수혈이 불가피했다. 당시 대안으로 검토했던 것 중 하나가 BeOS였으며 또 다른 하나가 바로 스티브 잡스가 만든 넥스트 플렛폼이었다.

 

 

 

 

BeOS(왼쪽)와 세계 최초의 웹서버로 쓰인 NeXT의 컴퓨터

 

 

 

그들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무슨 속사정이 있었는지 어땠는지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애플은 자신들의 미래를 넥스트 플랫폼에 걸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CEO로 복귀했고 자기가 넥스트에 쏟아부었던 비전을 애플에 적용시켰다. 넥스트의 철학과 유닉스의 커널과 애플의 하드웨어가 만나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혁신적인 운영체제 MacOS X 였다. 그리고 여기에서 신화가 시작되었다.

 

 

 

내가 MacOS X를 높이 평가 하는 수많은 이유중 하나가 iTunes이다. 때는 넵스터와 소리바다로 음악파일을 무제한으로 다운로드 받던 시절인데다 당시 iPod은 루머로나 존재하고 있었으니 iTunes는 돈주고 음악 파일을 구입하여 컴퓨터에서만 들을 수 있는 정신나간 전용 소프트웨어에 불과했다.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소프트웨어 같았지만 돌이켜 보면 이 말도 안되는 소프트웨어가 스티브 잡스 신화의 핵심이었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스티브 잡스의 신화는 무엇일까. 디자인? 애플의 디자인은 훌륭하다. 그들의 제품은 우리가 21세기에 살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그러나 디자인 하나 만으로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이렇게 광범위하게, 이렇게 광적인 지지층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감성? 디자인이랑 비슷하다. 훌륭하지만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지극히 모호한 개념이다.

 

 

 

마케팅? 잘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결과론에 불과하다. 애플이 성공했으니까 마케팅도 잘했나보다 생각할 뿐이다.

 

 

 

신개념 제품? 장담컨데 스티브 잡스가 손댔던 어느것 하나도 신개념 제품은 없었다.

 

 

 

객체지향성? 상당부분 수긍이 간다. 그러나 이것 역시 디자인이랑 비슷하다. 훌륭하지만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스티브 잡스 복귀 이전의 애플 또한 누구 못지 않은 객체 지향형제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 신화의 핵심은 단언컨데 '탈 PC전략' 이다. iTunes는 애플이 PC 밖으로 나서는 탈출구였다. 이 소프트웨어를 통해 PC시장에 고립되어 있던 애플은 최초의 식민지 iPod을 구축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iTunes가 그 자체의 완성도나 효용성을 떠나서 애플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대단히 높다고 본다.

 

 

 

 

 

 

 

 

PC시장에 고립되어 있던 왜 스티브 잡스는 PC에서 벗어나려 했을까? 그리고 PC에서 탈출하는 것이 어떻게 돈이 될 수 있었을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2. 애플 사기(史記)

 

 

 

 

 

 

스티브 잡스가 내놓은 제품들로 만든 스티브 잡스의 초상화. 사람들 참 대단하다.

 

 

 

사람들은 애플이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 마다 이 회사가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스티브 잡스 복귀 이후 애플의 행보는 매우 단순하다. 지난 10여년간 애플은 고집스레 PC시장에서의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왜 PC시장에서 탈출하려 했는가, 그리고 그게 어떻게 시장에서의 성공을 가져왔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 이게 생각보다 단순하다. 스티브 잡스도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초인은 아닌 것이다.

 

 

 

197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홈브루 컴퓨터 클럽(Homebrew Computer Club)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 시절 컴퓨터는 거대한 기관이나 기업에나 가야 한 대씩 있었고, 그 컴퓨터를 시분할해서 여러 명의 사람들이 사용했다. 한 마디로 컴퓨터가 엄청 귀하고 비쌌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IT(그 시절에 이런 용어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관리하는 컴퓨터에 엄청난 애착을 보였다. 그리고 이런 애착은 자연스럽게 '우리 집에도 컴퓨터가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꿈이 되었다. 이런 꿈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 모임이 바로 홈브루 컴퓨터 클럽이다.

 

 

 

 

아이폰을 구입하고 기뻐하고 있는 스티브 워즈니악. 이 사람이 애플1을 맨손으로 만들었다

 

 

 

컴퓨터로 뭘 해야겠다는게 아니라 그냥 컴퓨터를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시중에 굴러다니는 마이크로 프로세서로 뚝딱뚝딱 만든 컴퓨터가 유용한 도구일리 없었다. 전구 몇 개 깜빡이게 하는 기능 밖에 없는 알테어(Altair 8800)같은 (같잖은)컴퓨터가 400달러씩이나 받고 팔렸다. 이들은 엄연히 말해서 컴퓨터의 유저라기 보다는 그저 '컴덕후'에 불과했다.

 

 

 

이런 덕후들 중에 한 사람이 지금의 애플을 공동으로 창업한 스티브 워즈니악이다. 스티브 잡스는 워즈니악이 만든 컴퓨터를 애플1 이라는 이름으로 팔았다. 그리고 시장성이 있다고 느껴지자 애플2의 비전을 제시한다. 그가 제시한 비전은 스티브 잡스의 이후 행보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스티브잡스가 직접 정리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애플2의 개발 컨셉을 보자.

 

 

 

1. 완결된 제품을 만들자. 당시의 컴퓨터는 사서 조립하는 식이었다. 즉 컴퓨터를 모르는 사람도 접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말이다.

 

 

 

2. 가전제품처럼 쓸 수 있어야 한다. 당시의 컴퓨터에는 콘덴서가 내장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배터리로 구동됐다.

 

 

 

3. 유용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 컴퓨터를 켜는 것 만으로도 만족하는 사람들은 컴덕후들 뿐이다. 돈을 벌려면 덕후들 주머니만 털어서는 부족하다.

 

 

 

 

그렇게 탄생한 전설의 애플2 (1977)

 

 

 

애플2가 성공을 했네 말았네, 이 당시의 사회적 맥락이 어쨌네 저쨋네 하는 소리는 일단 접어두자.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스티브 잡스의, 그리고 애플의 제품 컨셉은 뼛속 깊이 객체지향적이라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이 컴퓨터의 성능이 어느 정도인가, 연산을 얼마나 빨리 처리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사용자가 이 제품을 보고 만지고 쓸 때 어떻게 느껴지는지, 어떻게 느껴져야 하는지, 그걸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하는게 이들의 사고방식이다. 사용자가 만족을 느끼기 위해서는 컴퓨터의 성능도 좋아야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래서 이들은 소프트웨어의 사소한 부분도 매우 신경을 쓴다.

 

 

 

예를 들어 영어 폰트 입출력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치자.

 

 

 

 

 

 

윗 줄에 있는 알파벳 같은 경우 각 알파벳마다 균등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아무 문제 없지만 사람이 보기에 자연스럽지는 않다. 잘 살펴보면 비록 차지하는 공간은 같을지언정 A와 V 사이가 V와 W의 사이보다 훨씬 넓어보인다. 컴퓨터에게가 아닌,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서는 위 그림의 아랫줄 처럼 쓰여져야 한다. 자세히 보면 A와 V가 수직선 상에서 중첩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A와 V의 사이는 V와 W의 사이보다 가깝다. 사람에게는 이런 편차가 있는 것이 더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이런 사실적인 폰트를 최초로 구현한 컴퓨터가 애플의 매킨토시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세심함이 제품 전반에 나타난다. 이들의 이런 특징은 가장 최근에 나온 아이팟이나 아이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아마도 아이폰은 전화기중에 조작성이 가장 좋을 것이다. 이것은 기술의 문제도, 디자인의 문제도 아닌 30년간의 노하우의 문제다. 당연히 사람들은 좋아한다.

 

 

 

이게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 하는 판단도 일단 접어두자. 내가 주목하는 것은 애플의 이러한 객체지향적인 성향이 그들의 제품과 기업 경영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하는 것이다.

 

 

 

 

 

 

 

1. 극도의 최적화

 

 

 

애플이 추구하는 객체지향성에는 사용의 쾌적함도 포함 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아이폰을 써보고 놀라는 것 중 하나는 핸드폰에서 느낄 수 없었던 쾌적한 속도이다. 속도는 빠른데 들어간 프로세서를 보면 다른 핸드폰 제조사가 쓴 것과 같거나 오히려 느린 칩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우선 애플은 최적화의 귀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내가 최적화의 무서움을 처음 느꼈던 것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1을 보고 난 뒤였다. 당시 PC는 보통 2~300Mhz의 CPU를 장착하고 최신 3D가속 카드를 달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빠른 컴퓨터도 플레이스테이션 1의 3D가속 성능을 따라가지 못했다. 플레이스테이션에는 겨우 33Mhz의 32비트 프로세서 한개가 달려 있을 뿐이었다.

 

 

 

 

놀랍지 않은가. 프로세서의 작동 속도가 33Mhz에 불과하다.

 

 

 

놀라운 예는 또 잇다. MS의 콘솔 게임기 X-Box 1을 뜯어보면 그냥 컴퓨터다. 인텔의 펜티엄3 700Mhz CPU가 달려있고 메모리는 32MB내외이다. 그러나 3D성능은 펜티엄 4 최고기종에 최고급 그래픽 카드를 단 컴퓨터보다 좋았다.

 

 

 

이처럼 특정한 기기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는 범용 소프트웨어에 비해 훨씬 빠르게 움직인다. 컴퓨터가 플레이스테이션보다 게임에 약한 것은 당연하다. PC는 수십만가지 하드웨어 조합이 가능한 범용 시스템이고, 이런 광범위한 종류의 시스템 간에 호환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거운 범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야한다. 만약에 컴퓨터의 모든 부품을 한 가지로 통일하고 MS가 그 컴퓨터에 최적화된 윈도우를 만든다면 아마 하드웨어 성능에 비해 놀랍도록 빠르게 작동할 것이다.

 

 

 

다시 말해 다양하지 않은 하드웨어 구성이 소프트웨어의 최적화에 기여한다는 뜻이다. 애플이 IBM과 달리 자신들의 플랫폼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애플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서로 긴밀하게 피드백하며 개발하고 있는데, 만약에 제품 구성이 복잡해 진다면 이들이 가진 최대의 장점, 즉 최적화와 최적화를 통해 구현되는 객체지향적 특성을 살릴 수 없는 것이다.

 

 

 

2. 폐쇄적인 플랫폼

 

 

 

위의 1번과 이어지는 이야기다. 객체지향을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간의 긴밀한 튜닝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긴밀한 튜닝은 대부분의 경우 호환성을 저해한다. 반대로 범용성은 객체지향을 저해한다. 애플용 소프트웨어의 가장 큰 특징은 맥 플랫폼을 떠나면 무척 무겁고 불편해 진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애플이 운영체제 자체를 마케팅 한 것은 아마도 MacOS X가 최초가 아니었나 싶다. 애플 컴퓨터에 쓰이는 운영체제의 이름이 왜 MacOS일까? 정답은 간단하다. 매킨토시에 쓰는 OS이기 때문이다. 애플에게는 매킨토시란 OS와 컴퓨터 하드웨어를 묶은 단일한 제품이다. OS는 매킨토시 안에 깔아주는 소프트웨어일 뿐이었다. 하드웨어 따로 OS따로 생각하고 사용자가 OS를 설치하고 관리하는 것은 매킨토시의 객체지향적 철학에 합치하지 않는다.

 

 

 

이런 폐쇄성은 요즘에도 여전하다. 혹자는 앱스토어를 통해 배포되는 아이폰 소프트웨어를 보며 '애플은 더이상 폐쇄적이지 않다' 라고 하는데, 이것은 완전한 오해이다. 매킨토시가 아무리 폐쇄적인 시스템이었어도 이 컴퓨터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 까지 폐쇄적이진 않았다. 아이폰은 매킨토시의 패러다임을 핸드핼드 디바이스에 옮겨놓은 것일 뿐이다. 내가 말하려는 폐쇄성은 플랫폼 자체의 이식성을 뜻한다.

 

 

 

앱스토어 로고

 

 

예를 들어 아이폰의 OS를 삼성 핸드폰에 이식 할 수 있을까? 내 오른손을 걸고 장담컨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반대로 삼성의 바다OS를 아이폰에서 돌릴 수 있을까? 누군가 해킹에 성공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애플이 여기에 협조할 가능성은 0이다.

 

 

 

누군가는 '다른 핸드폰 제조사들은 지금의 애플보다 더 폐쇄적'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다. 그러나 애플이 등장하기 전의 IBM컴퓨터도 더 할 나위 없이 폐쇄적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만약에 삼성이나 모토로라의 핸드폰 사업부가 80년대 IBM이 했던 결단을 한게 된다면 매우 광범위하고 과감한 공개를 할 것이다. 애플은 그렇게 할 수 있는 여지가 전혀 없다. 여기에 대해서는 1번에서도 언급 한 바 있다.

 

 

 

3. 싸지지 않는 가격

 

 

 

애플은 결코 싸지 않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뻥튀기 되는 면도 없지 않아 있으나 그걸 감안해도 싸지 않다. 이따금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우며 출시되는 제품이 있고, 실제로 '나름 저렴한' 제품도 널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는 언제나 애플 제품과 비슷한 성능의 더 싼 제품이 존재한다. 컴퓨터의 경우는 더 심하다. iMac G3와 eMac 이후에 나온 모든 제품이 동일한 스펙의 x86기종보다 비싸다. 사실 가장 쌌던 eMac도 '애플 치고는' 싼 것이었지 절대적인 의미에서 싼 것은 아니었다.

 

 

 

애플이 프리미엄 전략을 적절히 구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게 정답은 아니다. 애플이 결코 싸구려 제품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이들이 주구장창 추구하는 객체지향성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최적화를 해도 사람 쓰기 좋고 컴퓨터로 구현하기 어려운 객체지향형 기능을 넣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이상의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애플은 일반적인 완제품 제조 업체가 아니다. 다른 회사들에 비해 짊어져야 하는 기술개발 비용이 크다.

 

 

 

 

같은 성능의 삼성 정품 컴퓨터를 모니터까지 140만원이면 구입 할 수 있다. 용산가면 같은 성능의 컴퓨터 세대도 살 수 있을거다 

 

 

 

그렇다면 애플은 왜이리도 객체지향성에 집착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좋게 말해 이들의 핵심역량이기 때문이고, 솔직하게 말해 그것 말고는 애플이 할 줄 아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애플의 명백한 기술적 경쟁우위는 최적화의 노하우밖에 없다. 이러한 특성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게 없다. 그러나 1998년 이전의 애플과 이후의 애플은 분명히 달라보인다. 이것은 어떻게 된 일일까.

 

 

 

1998년 이전으로 가보자. 애플은 컴퓨터 완제품 제조업체이자 소프트웨어 제조업체이자 하드웨어 설계업체였다. 이들은 1.극도로 최적화된 2.폐쇄적인 플랫폼을 바탕으로 3.비싼 컴퓨터를 만들어 팔았다. 1984년, 1세대 매킨토시까지는 행복했다.

 

 

 

매킨토시 시절만 해도 개인용 컴퓨터는 그 개념 자체가 자리잡지 않은 상태였다. 사실 애플의 전작 애플2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어도 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결과적으로 애플은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지나치게 큰 성공을 거두면서 공룡 IBM의 관심을 끌게 됐다.

 

 

 

IBM은 자신들이 개발한 개인용 컴퓨터의 플랫폼을 공개했다. 어떤 회사나 개인도 IBM호환 플랫폼을 개발 할 수 있었으며 운영체제도 개발 할 수 있었다. PC가 더이상 '컴덕후'들의 장난감이 아닌 업무의 필수품이 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매킨토시는 매력적이었지만 비쌌다. IBM호환기종들은 가격대가 무척 다양했고 모든 기종이 호환됐다. 그리고 먹고 살기 위해 개인용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애플의 강점인 객체지향적 특성에 대체로 둔감했다.

 

 

 

 

IBM PC Model 5150

 

 

 

 

 

애플이 주춤하는 사이 인텔을 필두로 한 마이크로 프로세서 제조업체들의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했다. 이에 따라 애플에 비해 '덜 최적화 되고', '덜 세련되고', '미치도록 다양한' IBM호환기종들도 애플의 객체지향적 특성들을 따라 할 수 있게 되었다. 애플의 세련된 노하우를 느끼기 위해 IBM의 호환성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었다. 이 때 애플을 먹여살린 것은 객체지향적 특성이 아니라 시각효과와 관련된 몇 가지 특허와 핵심 소프트웨어엿다.

 

 

 

 

원래 포토샵은 대표적인 매킨토시 전용 소프트웨어였다. 

 

 

 

그러다가 스티브잡스가 돌아왔다. 나는 스티브잡스가 처음부터 IBM 호환기종에 대해 경쟁력 있는 컴퓨터를 만들려는 의지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iMac은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기획상품이었고, MacOS X 는 이후에 출시될 제품의 객체지향적 기반을 시험하는 테스트 베드였을 뿐이다.

 

 

 

애플은 컴퓨터 시장에서 더이상 자신들의 '유일한' 돈벌이 수단인 1.극도로 최적화된 2.폐쇄적인 플랫폼을 3. 비싸게 팔기를 할 수 없었다. 

 

 

 

1. 마이크로 프로세서가 발달해서 특별한 최적화 노하우가 없어도 객체지향적 기술을 구현 할 수 있게 되었고,

 

 

 

2. 사람들은 다양한 작업을 여러 곳에서 할 수 있는 범용 플랫폼을 원했으며,

 

 

 

3. 90년대 말부터 PC업계의 마진율이 바닥을 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애플에 CPU를 공급하던 모토로라가 마이크로 프로세서 사업에서 철수할 것임을 천명했다. 그리고 실제로 애플은 G5를 끝으로 더이상 모토로라 프로세서를 쓰지 않았다. 2006년부터 애플의 컴퓨터는 하드웨어적으로 IBM호환기종들과 사실상 다를게 없어졌다.

 

 

 

어쨌든 스티브 잡스는 애플에게 남은 선택은 PC시장을 탈출하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탈출의 게이트웨이는 iTunes였고 첫 목적지는 iPod였다.

 

 

 

mp3플레이어와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이 좋아하는 조건을 모두 가지고 있다. 모든 회사들의 플랫폼이 극도로 폐쇄적이다. 애플의 폐쇄성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제품의 다양성도 크지 않다. 또한 '프리미엄' 이 살아있는, 비싸게 팔 수 있는 시장이다. 이런 시장에서 애플은 극도로 객체지향적이고 소프트웨어적으로 최적화된, 이른바 '손에 쩍쩍 달라붙는'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애플은 iPod에 이어 iPhone을 히트시키고 이제 iPad를 발표했다. 분명 대박이다. 그러나 가만히 살펴보면 1984년 매킨토시의 서글픈 성공때와 엇비슷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 같다. 애플의 PC탈출은 성공적이었다. 자신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세계인의 돈을 끌어모았고, 당분간 계속 그럴 것 같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나는 왜 애플의 쇠락을 말하는가.

 

 

 

 

 

3. 다가오는 위기

 

 

 

 

 

애플의 제품 성향과 한계에는 뚜렷한 개성이 있다. 그들이 가진 개성은 이미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바 있고, 그 한계도 확인 되었다. 지금 상황만 보면 사람들은 왜 애플이 더 지를 제품을 빨리 내놓지 않는지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는 것만 같다. 그러나 이런 시절이 영원하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이 시절의 종말을 알리는 제품은 iPad가 될 가능성이 크다. iPad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아니다. 단지 1세대 매킨토시처럼 기나긴 몰락 이전의 마지막 히트상품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2편에서도 다룬 바 있는 매킨토시의 실패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매킨토시는 아이폰이나 아이팟같은 현재진행형의 애플 전설과 제품 컨셉이 놀랍도록 유사하다. 매킨토시는 어떻게 몰락했던가.

 

 

 

1. 매킨토시의 악몽

 

 

 

2편에서 정의한 애플의 특성을 다시 떠올려 보자. 극도로 최적화된, 폐쇄적인 플랫폼의 제품을, 비싸게 파는게 애플이다. 이런 애플의 특징은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IT제품 시장에 엄청난 파급을 가져 올 수 있다. 사용자들은 생소했던 IT 기기를 아날로그의 감성을 가지고 접근 할 수 있다. 매킨토시가 지향했던 이른바 WIMP(Window, Icon, Mouse, Pulldown menu)를 80년대 초반의 사람들이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물론 애플이 완전 원조는 아니다) 처음 출시된 매킨토시의 메인 메모리는 128Kb였다. 애플은 이런 하드웨어로도 나름대로 GUI를 구성할 수 있었다. 거기에 각종 소프트웨어를 구동 할 수 있는 능력도 있었다.

 

 

 

IBM 호환기종이 애플의 사용자 환경에 비로소 근접할 수 있었던 것은 1990년 윈도우 3.0에 들어와서였다. IBM 호환기종이 1984년부터 시작된 사용자 환경에서의 열세를 극복하는데는 6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그런데 이 상황을 애플의 관점에서 보면 자신들이 일구어놓은 최적화와 객체지향의 노하우, 그리고 거기에서 비롯된 경쟁우위를 상실하는데 불과 6년이 걸렸다는 말이 된다.

 

 

 

여기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비롯한 하드웨어의 비약적인 발전이다. 동일한 하드웨어에서 비슷한 소프트웨어를 구동할 경우 무조건 애플의 제품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한다고 가정하자. 처음에는 그 차이가 무척 크다. 그러나 하드웨어가 발전하면 할수록 그 차이가 가져오는 사용자 환경의 차이는 줄어든다.

 

 

 

예를 들어보자. 동일한 하드웨어로 유사한 GUI환경을 구동한다고 했을 때, 초기에는

 

 

 

애플 : 실행 가능, IBM호환기종 : 실행 불가

 

 

 

그러다가 하드웨어가 발달하면서 IBM 호환기종도 애플을 따라갈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아직 실행 시간에 차이가 난다.

 

 

 

애플 : 1초, IBM호환기종 : 2초

 

 

 

1초와 2초의 차이는 매우 큰 것이다. 사용자들은 애플이 확실히 더 빠르고 가볍다고 느낀다.그러다가 하드웨어가 10배 발달한다고 가정하다.

 

 

 

애플 : 0.1초, IBM호환기종 : 0.2초

 

 

 

하드웨어가 또 열배 발전하면

 

 

 

애플 : 0.01초, IBM호환기종 : 0.02초

 

 

 

여전히 속도에 두 배 차이가 나지만 사용자가 느끼는 쾌적함의 정도는 점점 비슷해진다. 한 마디로 말해서 애플의 우위는 하드웨어가 발달하면서 의미를 잃어간다. 그리고 사실 애플의 최적화 마법이 다른 전자기기보다 두배 이상의 속도 차이를 내지도 못한다. 실제로 애플과 윈도우의 소프트웨어 실행 속도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저 애플의 사용자 환경이 좀 더 따뜻하고 부드럽다고 느낄 뿐이다. 그리고 그 느낌도 점점 옅어진다.

 

 

 

이 예의 중요한 가정 중 하나는 애플과 IBM 호환기종의 하드웨어 성능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하드웨어가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최적화의 마법보다는 하드웨어의 성능이 더 중요해 진다고 보는게 옳다. 애플은 이 가정을 성립 시키기 위해 다른 완제품 PC회사들은 엄두도 못낼 고뇌를 했다. 애플과 같이 폐쇄된 플랫폼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회사가 하드웨어 수준을 일정 수순으로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애플은 80년대 부터 하드웨어 성능의 수준을 IBM호환기종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애를 먹었다.

 

 

 

애플이 부동소수점 연산에서 IBM 호환기종보다 우위를 보인다고 자랑하던 PowerPC 프로세서는 애플의 고뇌를 담고 있다.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개발하는데는 엄청난 돈이 들어가고, 또 생산하고 단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 능력과 수율이 뒷바침 되어야 한다. 애플은 이런 반도체 전쟁에 뛰어들 능력이 없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애플은 태생적으로 폐쇄적인 플랫폼을 활용 할 수 밖에 없다. 범용 프로세서를 활용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다수의 이질적인 프로세서를 동시에 가지고 갈 수는 없다. PC제조 업체로서는 엄청난 위험부담이다. IBM호환기종들이 열린 플랫폼 구조를 바탕으로 여러 업체로 부터 프로세서를 공급 받아 위험을 분산 할 수 있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유일했던 프로세서 공급업체가 삽질을 시작하면 애플도 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애플은 초기부터 가장 안정적으로 단일 플랫폼의 프로세서를 공급 받을 수 있었던 모토로라와 손을 잡았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실리콘 밸리의 벤처기업에 불과했던 인텔이 반도체 시장의 강자로 떠올라서, 가장 막대한 기술 개발 자금과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생산능력은 단가와 직결되고 단가는 판매 규모와 직결된다. 모토로라는 인텔처럼 PC에 최적화된 프로세서를 개발하는데 막대한 돈을 쏟아부을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PowerPC이다. PowerPC가 서버용 프로세서에 버금가는 (당시로서는)선진적인 아키텍쳐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PowerPC가 애초에 서버용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애플은 모토로라의 새 프로세서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면 자기들이 먼저 말라죽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예 모토로라와 손을 잡고 모토로라의 서버용 플랫폼 개발을 함께 진행한다.(덕분에 애플은 메인프레임 시장도 어느 정도 점유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개발된 PowerPC프로세서의 아키텍쳐를 매킨토시와 공유하게 된다.

 

 

 

덕분에 애플의 파워 매킨토시는 혁신적인 컴퓨터가 되었다. 매킨토시가 미디어 데이터를 다루는데 각광받은 것도 PowerPC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일반적인 PC용으로 쓰기에는 비효율적인 면이 있었고 단가가 비쌌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애플은 죽을 듯이 노력해서 IBM 호환기종과 유사한 수준의 하드웨어를 유지했지만 그 노력으로 사용자가 얻을 수 있는 성능향상은 미미했다. 매킨토시는 '가격은 비싼데 어디가 좋은지는 잘 모르겠고 게임도 안되는' 컴퓨터가 되어갔다.

 

 

 

이 상황까지 왔으면 애플은 자신들의 장점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PC시장 자체가 성숙하면서 애플은 더욱 어려워졌다. 마진율이 낮아지면서 경쟁사들은 핵심역량에 집중하고 오버헤드를 줄이는 반면 애플은 프로세서 설계에서부터 OS개발, 조립, 판매까지 혼자 다 해내야 했다. 그리고 이런 프로세스를 온전히 감내 할 수 있을 만큼 판매량이 많지도 않았다.

 

 

 

애플은 2006년에 인텔의 코어2듀오 프로세서를 사용한 아이맥을 내놓았다. 그리고 이제는 더이상 PowerPC 프로세서를 사용한 매킨토시를 시장에서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이젠 애플의 컴퓨터에 MS의 윈도우를 설치 할 수 있다.그리고 일반적인 PC에도 실력만 있다면 Mac OS X를 설치 할 수 있다. 하드웨어적으로 애플의 컴퓨터는 다른 완제품 PC회사들의 제품과 다를 것이 없다.

 

 

 

애플은 이 변화를 통해 두 가지를 얻었다. 첫째, 가장 든든한 프로세서 공급원을 확보했다. 모토로라는 이제 더이상 강건한 반도체 회사가 아니다. 둘째, 일반적인 완제품 PC시장도 넘볼 수 있게 됐다. 윈도우를 사용하는 유저들도 애플을 선택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역시 두 가지를 잃었다. 첫째, 이제 애플은 PC시장에서 iMac G3와 같은 신화적 성공을 거둘 수 없게 됐다. G3프로세서를 사용한 제품들이 저렴하게 팔릴 수 있었던 것은 플랫폼의 이질성 때문에 IBM호환 컴퓨터들과 직접적인 비교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맥OS에 극도로 최적화 되어 체감 성능은 괜찮지만, 단가는 극도로 낮춘 제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성능이 완전히 노출되어 있다.

 

 

 

둘째, '애플은 선택해야만하는 이유' 하나가 사라졌다. 애플의 광적인 팬이 아니라면 이제 iMac을 사는 이유는 딱 두 가지 밖에 없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거나, 아니면 MacOS X가 마음에 들기 때문일 것이다. '멀티미디어에는 애플' 이라는 믿음은 이제 없다.

 

 

 

iMac이 몇대 팔렸는가에 상관 없이 애플이 PC시장에서 최적화된 폐쇄적 시스템을 판매 하던 시절은 끝났다. 물론 지금도 애플의 컴퓨터는 잘 팔린다. 그러나 나의 철저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iPod과 iTunes가 애플 빠돌이 빠순이들을 양산하지 않았다면 애플 PC의 돌풍은 금새 잠잠해졌을 것이다.

 

 

 

 

 

2. 안드로이드는 윈도우를 꿈꾸는가

 

 

 

굳이 스마트폰이 아니어도 핸드폰을 켜면 OS가 작동한다. 그 구조가 무척 단순하고 해당 핸드폰에만 쓰이기 때문에 OS라고 부르지 않고 펌웨어라고 부르지만, 사실 이 펌웨어는 20년 전 PC용 OS보다 복잡하다. 사실상 임베디드 OS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OS들에 마케팅용 이름이 붙지는 않는다.

 

 

 

MacOS의 이름은 매킨토시에 쓰이는 operating system이기 때문에 붙었다. 한마디로 애플이 따로 이름을 붙이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이름을 붙일 필요가 없었다. MacOS는 매킨토시를 사면 깔려있는 것이었고 MacOS의 유저를 확보하려면 단지 매킨토시를 팔기만 하면 됐다. MacOS는 매킨토시에 딸린 일종의 펌웨어였다.

 

 

 

윈도우나 리눅스 처럼 따로 이름이 붙은 OS가 등장했다는 것은 범용시스템의 등장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OS에 따로 이름을 붙일 필요가 없지만,

 

 

 

 

 

 

 

 

이렇게 되면 OS들에 이름이 붙기 시작한다. 다른 OS와 차별화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킨토시가 OS시장 90%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PC시장 점유율도 90%가 되어야 하므로 사실상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MS의 점유율이 90%가 되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지금 아이폰을 구동하는 OS에는 이름이 없다. 사람들은 그냥 iPhoneOS라고 부른다. 아이폰을 구동하는 운영체제이기 때문이다. iPad가 아이폰과 같은 OS를 쓴다고 하니 이제 이 OS를 뭐라고 부를지 모르겠다. 애플 모바일 OS라고 불러야 하나. 어쨌든 아이폰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서로 극단적으로 최적화되고, 극단적으로 객체지향적인 기기이다. 사람들은 아이폰 OS에서 기존에 느끼지 못했던 친밀함을 느낀다. 그리고 아이폰과 아이폰OS를 동일시한다. 나만의 착각인지는 몰라도 나는 아이폰의 지금 상황이 매킨토시의 전성기 상황과 대단히 유사하게 느껴진다.

 

 

 

구글은 스마트폰을 비롯한 소형 전자기기에 쓰일 수 있는 범용 OS인 안드로이드를 내놓았다. 그리고 유수의 제조업체들이 안드로이드를 속속 채택하기 시작했다. 삼성도 범용으로 쓰일 수 있는 독자적인 OS '바다'를 발표했다. MS도 Windows Mobile을 무서운 속도로 발전 시키고 있다. 이 OS들의 성공이나 실패 여부를 떠나 범용 OS들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애플에게는 위기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모바일 OS들을 간략하게 비교해 보자. 내가 위의 모바일 OS들에 대해서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는 못하므로 너무 믿지는 말자.

 

 

 

iPhoneOS

 

 

 

장점 : 사용자에 극단적으로 친화적인 인터페이스. 하드웨어 성능 대비 빠른 속도. 아날로그 느낌. 앱스토어와 두터운 지지자들

 

단점 : 오직 iPhone에서만 쓰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매우 제한된 하드웨어에서만 쓰일 수 있다.

 

 

 

안드로이드

 

 

 

장점 : 구글이 만든 OS이니 만큼 구글 기반의 클라우드 컴퓨팅에 유리할 거라 기대 할 수 있다. 거대 제조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기능상 iPhone보다 못한게 없다. 하드웨어 제작사의 의도에 따라 엄청난 기능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HD영상을 찍고 편집 할 수 있다.

 

단점 : 검증되지 않았다.

 

 

 

Windows Mobile

 

 

 

장점 : 윈도CE시절부터 PDA와 스마트폰에 널리 쓰여왔다.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넘치도록 돌아다닌다. 기능과 확장성이 매우 좋다. 특히 MS오피스 파일을 다루기 가장 좋다. 하드웨어 제작사의 의도에 따라 엄청난 기능을 가질 수 있다.

 

단점 : PC의 운영체제를 그대로 옮긴 느낌. 느리고 무겁다.

 

 

 

바다OS

 

 

 

장점 : 삼성이 만들었다. 다양한 기기에 이식 할 수 있다.

 

단점 :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 OS분야에 있어서 삼성의 인지도는 0이다.

 

 

 

결국 애플의 모바일OS가 가진 장점은 사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밖에 없다. 최적화된 쾌적한 환경과 손에 달라붙는 조작성, 그리고 거기에 반한 앱스토어 유저들이 애플의 무기이다. 애플은 이것을 가지고 모토로라, 노키아, 구글, 삼성, LG, 소니-에릭슨,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들과 경쟁해야 한다. 이 회사들이 개별적으로 스마트폰시장에 뛰어든다면 모를까 이런 저런 형태로 힘을 합치고 있으니 애플에게는 큰 문제다.

 

 

 

 

 

3. 애플의 데자뷰, 돌아오는 위기

 

 

 

애플은 지금까지 삼성, 노키아, 모토로라 등의 기존 핸드폰 제조업체와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했다. 폐쇄적인 플랫폼으로 경쟁하는 시장에서 애플이 지난 수십년간 쌓아온 객체지향의 노하우는 시장에 강렬한 충격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더이상 동일한 조건이라고 볼 수 없다.

 

 

 

매킨토시때와 비슷하다. 우선 범용 OS가 출시되면서 애플의 제품 라인업이 무척 초라해졌다. 애플의 모바일OS는 iPhone과 ipod touch, 그리고 곧 출시될 iPad만을 커버할 뿐이다. 그러나 안드로이드를 비롯한 범용 OS의 가능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데스크탑 컴퓨터에 사용되지 말라는 법도 없을 뿐더러 디지털 카메라나 자동차의 트립컴퓨터, mp3플레이어에 쓰일 수도 있다.

 

 

 

범용 플렛폼이 가시화 되면 애플의 최대 장점인 객체지향성도 머지 않아 경쟁자들이 따라잡을 것이다. 애플의 최적화 기술을 따라갈 수는 없을 지라도 발전하는 프로세서 속도를 이용해 흉내 낼 수는 있다. 하드웨어의 속도는 엄청난 속도로 발전할 것이며 애플이 따라잡이는데에는 매킨토시가 MS에 따라잡혔던 6년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매킨토시를 말려죽이던 '윈텔(Windows와 intel의 합성어. MS와 Intel이 시장을 지배한다는 의미)'도 머지 않아 애플의 모바일 OS를 위협 할 것이다. 인텔은 아톰 프로세서를 통해 소형 기기용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개발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핸드헬드 기기용 프로세서도 인텔이 마음만 먹으면 평균 이상의 시장 점유를 가져갈 능력이 있다. 머지않아 스마트폰에도 인텔 인사이드 스티커가 붙을지 모른다.

 

 

 

애플은 응용 프로그램 수급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경쟁자들은 앱스토어의 개발자들을 어떻게든 빼가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하드웨어의 스펙에서 점점 열세를 보이게 될 것이다. 애플은 검증된 하드웨어를 철저히 최적화시켜서 내놓는다. 그것이 이들이 가진 유일한 장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범용 플랫폼이 일반화 되면 한국이나 대만의 기업들이 엄청난 속도로 최신 하드웨어를 장착한, 그리고 충분히 애플에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을 것이다. 애플은 이들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게다가 애플은 한국이나 대만 업체들 처럼 저렴한 제품을 만들 능력도 없다.

 

 

 

애플은 PC시장에서 고전하다가 자신들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 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으로 피난갔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디바이스 시장이다. 그러나 애플의 적들은 애플의 피난지까지 쫓아오고 있다. 그리고 PC시장에서 했던 방식으로 애플을 말려 죽이려고 한다.

 

 

 

이번에 내놓은 iPad는 애플의 모바일 OS를 활용한 덕분에 덩치 큰 아이팟 터치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누가 뭐라든 훌륭한 제품이다. 훌륭한 조작성과 편이성을 지니고 있을 것은 자명하다. 성능도 나쁘지 않고 가격도 비싸지 않다. eBook보다는 활용도가 높고 타블렛PC보다는 저렴하고 가볍다. 절묘한 포지션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제품을 장난감으로 치부할 것이다. iPad를 위한 진지한 업무용 소프트웨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타블렛PC가 머지않아 iPad의 포지션을 침식 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인텔의 아톰 프로세서, 혹은 AMD의 차세대 모바일 프로세서는 iPad 만한 기기에 윈도7을 돌릴 수 있게 할것이다. 애플 모바일 OS의 애플리케이션이 아무리 많아도 전통적인 윈텔에 비할 바는 되지 못한다.

 

 

 

반대로 iPad보다 훨씬 저렴한 안드로이드 기반의 타블렛 컴퓨터가 나타날 수도 있다. 유사한 성능에 더 저렴한 가격, 그리고 지극히 다양한 제품 선택의 기회는 소비자들에게 분명 매력적이다. 애플은 경쟁력을 가지겠지만 그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글이 너무 길어지고 중언부언 하게 되는 것 같다. 정리하자면 iPad는 수 백만대가 팔릴 것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윈텔 계열의 제품들이 등장하게 되고 조만간 시장을 잠식당하게 될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모바일OS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길 바라는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iPad는 애플의 피난처를 지켜주는 방패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애플 모바일OS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이 또다시 도망갈 곳을 찾아내지 않는다면 80년대에서 90년대까지와 같이 '서서히 말라죽는' 상황이 되풀이 될 것이다. 그리고 iPad가 커버하는 시장이 타블렛, 혹은 ebook처럼 잠재적 위험이 큰 부분이라는 것은 이제 애플이 안전하게 피신할 새로운 시장이 마땅치 않다는 반증 일 수 있다. 나의 소견으로 볼 때 애플의 영광은 머지 않아 저물기 시작 할 것이다. 나는 그 시간으로 2년을 잡겠다. 그 때가 되어도 애플은 여전히 세계적인 기업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애플 신제품이 주는 충격은 서서히 약해지고, 언론에서는 하나 둘 애플의 위기를 말하기 시작 할 것이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아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