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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이 옳았다

2010-04-0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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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4.9.금요일

 

정치불패 아무

 

 

 

 

 

북한 어뢰설, 유실 기뢰설, 미군 오발설, 중국 잠수함설, 피로파괴설, UFO 외계침략설...

 

 

 

 

 

사건 발생 보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이 시점까지 무엇이 진실인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배를 만들어보신 각하께서 1년이 넘게 걸릴지도 모른다고 넉넉히 말씀하셨으니 사고원인의 규명은 그렇다 치자.

 

 

 

 

 

북한 어뢰설이라면 남북간의 역학관계상 미묘한 문제일테고, 유실 기뢰설이라면 엄청난 정치적 부담이 될 터이고,(각하 입장에서 그렇다는거다. 각하가 그러면 그런거니까.) 미군 오발설, 중국 잠수함설 역시 국가적 차원에서 세심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치자. (각하 위에는 하나님과의 사이에 미국이 있다는 걸 명심하자) UFO외계침략설은 세계 종교의 근간을 흔들수도 있는 일이니 이것 역시 섣부르게 발표할 수는 없을테다. (스스로는 크리스쳔이라 우기신다.)

 

 

 

 

 

다 좋다. 하지만, 각하와 정부의 대응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틀렸다.

 

 

 

 

 

헐리웃 영화의 공식에 의하면 재난영화에서는 초반부에 재난의 형태나 파괴력을 가늠할 수 있는 샘플의 재난을 제시한다.

 

 

 

 

 

 

 


<아마게돈>에서는 축구공만한 유성이 뉴욕시 빌딩들을 부숴버리는 장면을 보여주고, <더 록>에서는 작은 신경가스 하나가 운반하던 테러범을 부글부글 끓여죽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걸로 관객들은 이제 영화가 내내 위기라고 전제할 재난의 성격과 규모를 인지하게 된다. 요만한 것도 이 정도의 재앙이다. 다음 번엔 더 큰 놈이 온다. 그러니 그 때는 다 죽는다. 물론, 이 쯤에서 국가적 차원의 의협심과 가정에 대한 소박한 감상에 충만한 영웅들이 나타나고... 이제 엄청난 재앙 혹은 테러의 효과에  전제가 인지된 관객들은 손에 땀을 쥔 채 영웅들의 활약을 응원하게 되는거다.

 

 

 

 

 

내가 각하였다면...? 생각해보자.

 

 

 

 

 

상황보고를 처음 접했을 때, 지하벙커에서 회의를 연 것은 일단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의 도발이라는 냄새를 강하게 풍기면서, 발표는 신중하게... 위기분위기를 자연스레 조성하면서, "하지만, 나 고뇌중이야. 국익을 위해.."라는 느낌 강하게 줄 수 있겠다. 가만 있었으면 아주 좋았을 초반전이었다. 하지만, 찍찍.. 본능이 나와서인지 떠들고 만다.

 

 

 

 

 

"초기 대응 잘했다."

 

 

 

 

 

앞서 언급한 그 어떤 침몰 시나리오에도 이 대사는 적절하지 않다.

 

 

 

 

 

1) 유실기뢰나 피로파괴라면 안전관리에 소홀한 군의 책임이 전부이므로,

 

 

생존자를 살린 것을 칭찬하는 것보다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을 질책해야 함이 옳다.

 

 

 

 

 

2) 북한, 중국, 미국, 외부 어뢰에 맞은 거라면, 이 발언은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군인이 총맞은 건, 어떤 경우든 잘못 한 일이다. 다만, 국제정세상 적은 희생으로 뭔가의 큰 파장을 막았다면 여지가 생기기는 한다. 하지만, 이 경우도 벙커에서 속닥하게 할 얘기지, 외부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릴 만한 내용은 결코 아니다.

 

 

 

 

 

각하가 종종 잊고 계시는 듯 하지만, 각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대통령이고, 군 통수권자다. 그러라고 뽑아준거다. 이 대사를 듣고 기뻐할 캐릭터는 중국이나 미국의 관료들 뿐이다. 영화에서 대통령을 악역으로 만들 생각이 없는 한. 이런 대사는 치지 않는다.

 

 

 

 

 

지하벙커에서 외부로 알려져야 할 대통령의 첫 대사는..

 

 

 

 

 

"북한의 이상징후는 일단 보이지 않는다. 원인규명은 정확해야한다. 단, 지금은 실종자들의 구조가능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쯤 되시겠다. 게다가 첫 문장은 한미연합사 사령관께서 넌지시 포석을 깔아주신거 아닌가?

 

 

 

 

 

이 대사 정도 쳐주시고, 지하벙커 뛰쳐나와 백령도로 곧장 갔어야 했다. 그래서, 현장에서 구조작업하는거 사건발생 24시간 안에 사진찍어서 미니홈피에 올려주셨어야 된다. 안경벗으며 눈물 한번 훔쳐주시고...

 

 

 

 

 

정치인 캐릭터. 영화에서도 영웅만들기 쉽지 않다. 이건 정말이지 절호의 기회였다. (백령도 가도.. 아무도 안 죽인다. 적국이.. 널.. 왜 죽이겠냐..)

 

 

 

 

 

이제 실종자 구조 문제로 넘어가보자.

 

 

(진실 공방은 사실 이쯤되면 헐리웃 영화에서도 음모론으로 넘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언제나 병신캐릭터인 국회의원들은 또 입만 살아서 떠드는거다.

 

 

진짜 영웅은 썩소를 머금으며 이쯤이면 현장에서 활약을 시작한다. 뉴스는 현장에 있지, 국회에는 없다.)

 

 

 

 

 

현장에서 쳐주실 첫 대사는, "0.0000000001%의 가능성이 남아있더라도, 다른 무엇보다 생존자의 구조에 모든 걸 집중해라." 되시겠다. 그리고, 해군의 첨단 장비를 총동원하고, 미 해군의 협조도 요청한다고 '발표'하는거다.

 

 

 

 

 

그래. 숨기고 싶은 것이 많으니까 제대로 실행할 필요는 없다. 다만, '발표'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표하면 언론은 일제히 사실로 써줄꺼다. (그 정도 믿음은 서로 있지않나? 청와대와 조중동..방송사도 다 잡았겠다..) 날씨 핑계대면 안되는 거였다. 계속해서 뭔가 대안을 제시해야했다.

 

 

 

 

 

그래서, 국민들이 듣는 뉴스는,

 

 

 

 

 

"날씨는 이래서 a작전은 못했지만, 더 울트라 첨단인 b작전을 새로이 시작하고 있다."

 

 

 

 

 

"그런데, b작전은 파도가 높아 큰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이번에는 다시, 검증됐던 a작전 재개와 울트라캡숑 첨단의 c작전을 펼치고 있다."

 

 

 

 

 

어차피, 침몰된 배의 구조작업. 레카차에 고장차 끌고 가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하는 건지 국민들 대부분 모른다. 적당히 어려운 용어와 군사보안 섞어가며 발표만 해도 그런가 부다 하고 있었을꺼다. 응원했겠지. 우리 국민들, 착하잖은가.

 

 

 

 

 

주도권을 각하가 쥐고 구조작업을 펼친다는 모습 보여줬어야 했다. 여차하면 이런 대사도 좋다.

 

 

 

 

 

"미군의 빠른 협조를 바란다."

 

 

(미군 빨리 올꺼다. 대신 우리 해군이 협조 안해주면 걔들도 걍 멀뚱히 있는거다.)

 

 

 

 

 

이제 보름이 다 되어간다. 각하와 정부의 초기 대응은 심지어 6.25의 이승만을 떠올리게 할 만큼 속상하는 걸 넘어서 패 죽이고 싶을 정도다. 왤까? 각하와 정부가 정권 잡고 있는게 지겨워 빨랑 탄핵받아 하야해야지..라고 마음먹은 걸까?

 

 

 

 

 

 

 


아니다.

 

 

 

 

 

이제 보름을 넘긴 지금. 현실은 이명박이 옳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각하는 재난영화를 찍어 영웅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각하는 영웅주의가 아닌 실용주의를 좋아하신다.) 원하는 시나리오는 공포영화였다. 공포영화에는 영웅이 필요없다. 악의 정체도 명확할 필요가 없다. 다만, 스크린에 관객들 시선을 붙잡아 두면 된다. 그런데다가, 기분나쁜 자극이 용인되는 유일한 상업장르가 공포물이다.

 

 

 

 

 

각하, 자신이 욕먹는 것 쯤 아무 감흥 없으시다. 너무 많이 먹어서 이미 무한에 수렴한 탓에 무한에 무한을 더한들 의미없으시다.

 

 

 

 

 

실용. 실리.

 

 

 

 

 

이제, 천안함 사태를 보름넘게 질질 끌며 각하는 심각했던 위기에서 벗어나셨다. 그거면 된거였다.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보고를 받으면서, 각하의 공포영화에서 편집된 막간 장면은 이렇게 예상된다.

 

 

 

 

 

"날씨가 나빠 구조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럼, 4대강 얘기는 좀 잠잠해진거지? 예산통과됐으니 집행을 빨리 해. 조각난 배와 집행된 예산은 돌이킬 수 없는 거거든."

 

 

 

 

 

"구조작업하던 요원이 안타깝게 사망했습니다."

 

 

"이제 상수는 좀 괜찮아졌나? 이젠 입단속 좀 시키고.. 지방선거 앞두고 있으니까, 나보다는 선거치룰 사람들 조문 빠짐없이 가라고 해."

 

 

 

 

 

"이제는 각하께서도 한 말씀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검찰애들 싸이질말고 딴 거 없대냐? 공가는 죽이고, 나머지라도 살려봐야지. 부동산은 좀 어때? 그런데.. 뭐 하라고?"

 

 

 

 

 

국민들은 기분 나쁜 자극에도 어쩔 수 없이 반응해야하는 공포영화를 관람중이다.

 

 

 

 

 

이렇게 쓴 내 마음도 참 엿같다. 함미 인양이 되면 나머지 실종자들이 기적적으로 살아있다는 대반전을 기대한다. 하지만, B급 호러영화의 끝은 절대로 상쾌하지 않은 법이니.. 진짜 마음 엿같다.

 

 

 

 

 

이명박은 옳았다. 명박월드에서는 옳았다.

 

 

 

 

 

이제 관객들이 할 일은 딱 하나 남아보인다. 북한개입설을 슬쩍 흘리며 속편을 예고하는 엔딩장면을 다함께 감상하고나면.

 

 

다시, 탄핵이다.

 

 

 

 

 

공포영화는 극장에서 보면 된다.

 

 

현실에서 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원한다.

 

 

부글부글 끓는 심정으로 이제 우리가 옳아야 할 차례다.

 

 

내 동생들의 희생에 대한 형된 도리로 무엇이든 해보자.

 

 

 

 

 

그 방법을 다 함께 찾고. 실천할 때다. 졸라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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