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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4.7.수요일


아홉친구


 


아이패드가 화제다. 웬만한 사실은 읽는 독자들이 더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해서 패스. 안 그래도 이어질 글이 길다.


 


그런데 체감상으로는, 우리보다도 중국이 더 난리다. 



 


일개 제품 출시를 놓고 뉴스 전담 사이트가 만들어졌다.


 


일단 기사 하나를 보자.


 







아이패드 10일경 베이징 도착
- 2010년 4월 4일 法制晩報


 


아이패드가 발표됐을 때, (중국) 업계에서는 전자책과 넷북 시장에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했다.


 


기자가 오늘 아침 중관촌(베이징의 하이테크 단지) 시장을 조사했을 때, 최근 전자책과 넷북 판매량이 확실하게 하강세로 돌아선 걸로 미루어, 많은 소비자가 현 상태를 관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미국에서 오늘 발송되면, 첫 화물이 10일경에 도착하게 된다.


 


중관촌에서는 1주일 동안 넷북과 전자책 시장의 수요가 20% 정도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주류 전자책, 예로 아마존의 킨들, 한왕(漢王) 전자책은 3000위안 정도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주요 넷북의 가격도 역시 3000위안 안팎이다. 그러나 아이패드의 보급형 모델이 미국에서 499달러, 인민폐 3400위안 정도이므로 다른 상품보다 확실히 비싸다.


 


기자는 아이패드를 예약한 장홍씨를 인터뷰했다. 그녀는 3월 상순에 예약을 했고, 예약가는 5000위안이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중관촌의 최저 예약가는 이미 8000위안을 넘은 상태다.


 


또한, 중관촌의 애플 관련 기기 수입상에게 물어본 결과, 첫 화물의 수량이 30만 대 정도일 것이므로, 베이징에 풀릴 물량은 1000대를 넘지 못할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 물량은 예약자에게 돌아가고 나면 여유분이 없다.


 


애플 도매상의 한 관계자는 아이패드 물량이 대량으로 시장에 풀리게 되면, 아이폰 출시 당시 중관촌 모든 가게가 아이폰을 구비했던 상황처럼, 전자대리점의 필수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도매상 관계자는 이미 아이패드를 예약한 한 소비자를 기자에게 연결시켜 주었는데, 그는 아이패드가 현재 애플 관련 기기 중에서 가격 대 성능비가 가장 뛰어난 상품으로 보고 있었다.


 


캐나다 언론에서는 아이패드의 전세계 발매일을 4월 24일이라고 보도했다. 애플 중국공사에서는 이와 관련해 미국 본부의 어떤 소식도 전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중국에 공식 출시될 스케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얼마 전 중국이동통신의 왕지엔저우(王建宙) 회장은 아이패드에 대해 대단히 관심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아이패드가 중국에 진입시 이동통신사와 합작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높다고 예측한다.




중국에서 왜 아이패드를 먼저 손에 넣으려고 난리일까? 이에 대해 평론한 기사도 있긴 하지만, 필자의 추측을 들어보시라.


 


먼저 문화 요인. 중국에는 희소물품을 선점하는 것이 곧 권위와 명예를 뜻하는 풍조가 있다. 우리도 있긴 하지만 중국처럼 전방위적이진 않다. 이를테면 손님을 접대할 때 소위 ‘가오’를 잡는다고 하는데, 우리의 경우 옷차림이나 식당 정도를 신경 쓴다고 볼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어떤 차로 모시느냐, 어떤 담배를 권하느냐, 어떤 자리에 앉히느냐, 어떤 술을 권하느냐 등등 신경써야 할 ‘가오’가 굉장히 많다. 사업차 중국에 가서 그곳 사장을 만나는데, 식사 중에 중국산 휴대폰을 꺼내어 놓는 일은 아마 웬만해서는 겪기 힘들 것이다.


 


물론 아이패드는 기존의 문화권에서 해석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휴대폰 문화가 자리잡았으니까 아이폰 열풍이 가능한 것 아니겠나. 때문에 아이패드를 보지도 못하고 계약한 초기 예약자들은 약간 모험을 하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최소 예약가가 남들 한달 월급은 훌쩍 넘는 5000위안이었으니, 설사 아이패드가 히트치지 않더라도 ‘가오’는 나름 잡을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아이패드가 전자책 기기로서 자리매김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전자책처럼 전자잉크를 쓰는 것도 아니고, 액정 코팅 반사가 심해서 눈의 피로도가 꽤 높다고 알려져 있다. 아이패드의 배터리가 오래 간다고는 하나 이미 출시된 전자책의 배터리가 그보다 더 오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패드가 전자책 붐에 일조하고 있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우리나라에도 삼성, 아이리버를 위시한 여러 전자책이 출시돼 있는데, 아이패드 붐은 전자책 시장을 키우는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상생작용이 예상된다.



 



국산 전자책의 출시속도가 최근 빨라지고 있다.
왼쪽이 삼성의 SNE-60, 오른쪽은 아이리버의 Story.



그렇다면 전자책이 과연 필요한가, 그리고 그럴만한 컨텐츠가 얼마냐 제공될 수 있는가가 관건일텐데, 이 부분에서는 중국의 관심에도 이유가 있다. 그것이 중국의 아이패드 열풍을 해석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다.


 


미국과 중국의 공통점 중 하나가 드넓은 땅덩이다. 만약 뉴욕의 어느 서점에만 있는 책을 LA에서 구하려 한다면, 책값보다도 더 많은 운송료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2500원짜리 택배료를 선불 지급하는 우리 인터넷 상거래에서는 상상하기 힘들다. 괜히 중국 무협지에 보디가드 격인 ‘표국’이 나오는 게 아니다. 물건이 운반되는 거리와 안전성은 반비례한다는 건 중국인들의 상식이다. 더군다나 조금이라도 시골에 살고 있는 경우라면 불편함은 더욱 가중된다.


 


또 중국에는 산더미 같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무진장한 컨텐츠가 각처에 널려 있다. 제아무리 책을 보급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잘 팔리지도 않는 실용서나 고전 한 두 권을 찾아 헤매는 노력을 전자책은 클릭 다운로드 한번에 해결해준다. 그러기 위해선 전자책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하드웨어의 보급이 선결 과제였는데, 아이패드 열풍은 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젊은이들은 어디서나 책 읽기를 등한시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다. 원래 사회주의 국가는 정치 사상의 계몽 교육을 중시하기 때문에, 좀 배웠다 싶으면 책 읽기를 꽤 즐긴다. 정치체제의 영향인지 중국 서점에는 인문 사회과학 서적이 우리보다 훨씬 많은 면적을 차지한다. 전자책이 보급될 충분한 여건은 갖춘 셈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물가 상승과 함께 책값도 상승하는 국면이었는데, 전자책 보급이 어쩌면 중국 삼림의 벌채를 조금이라도 줄여줄 지 모르겠다.


 


위에서 언급한 문제의 상당수는 기존의 인터넷망으로도 해결 가능했다. 그러나 편리함만이 이유라면 전자책이 등장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터넷으로 책을 읽게 되면 ‘그걸 알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책은 서가에라도 꽂아놓으면 나름 든든하지 않던가. 독서와 더불어 충족되는 과시욕은 내 방과 사무실의 모니터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선 최소한 ‘책을 읽는 행위’를 누군가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 사실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왜 그 많은 사람들이 하필이면 스타벅스의 유리창가에서 책을 읽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거다. 우리 아버지들이 한번도 들춰보지 않을 백과사전이나 전집류를 산 이유도 모를 것이고.


 


결론적으로 중국인의 과시욕, 풍부한 컨텐츠, 그리고 젊은 얼리어답터의 수요가 합쳐져 지금의 아이패드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필자가 보기엔 우리나라도 과시욕이나 얼리어답터의 수요는 충분하며, 컨텐츠의 수야 중국보다 적을지 모르지만 ‘기타 컨텐츠’의 수요는 충분하다고 본다. 예컨대 학생들의 참고서, 문제집류를 전자책에서 소화한다면 어떻게 될까. 중국에서는 기성세대가 주소비자층이고 점차 젊은 층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는 절대적으로 젊은 층의 소비량이 많고, 아이들에게 공부 투자하는 걸 아까워하지 않는다. 가방 한 가득 문제집이나 원서를 넣고 다니느니, 아이패드에 터치하면서 답을 체크하고 메모할 수 있다면 꽤나 번거로움을 덜 것이다.


 


이렇게 보니 지금 상황에서 더 관심이 가는 건, 아이패드 열풍을 중국 전자업체가 그냥 놔둘 것이냐는 점이겠다. 궁금해할 사이도 없이, 짝퉁 아이패드는 벌써 나와버렸다.


 







첫 짝퉁 아이패드 출현… 90% 이상 똑같다
- 2010년 3월 31일 太平洋電腦罔


 


아이패드가 아직 시장에 풀리지 않았지만 모방품은 이미 나와 있다. 중국의 아이패드 클론판 사진이 이미 나돌고 있는데, 모방도는 90%에 달하는 것으로 보이나, 디스플레이에는 10인치 액정을 채용했고 인터페이스에는 안드로이드판의 아이패드 UI를 끼워넣었다. 진짜 아이패드는 1Ghz의 애플 A4 프로세서와 9.7인치 멀티 터치스크린을 채용하고 있다.


 




 사진상으로 이 상품은 아이패드와 거의 다르질 않으며, 단지 해상도가 좀 다르고 비율도 9.7인치처럼 딱 들어맞지는 않다. 이 평판 디스플레이는 150달러에 팔리고 있다고 하며, 윈도우 CE 또는 기타 OS 판본 또한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산자이(山寨)란 말은 원래 말 그대로 ‘산채’, 즉 야인 내지는 도적들의 소굴이다. 관가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오히려 토벌 대상인 무리들. 오늘날 산자이는 원래의 의미를 이어서 ‘짝퉁’으로 해석된다. 뭐 하나만 히트했다 싶으면 우루루 몰려들어 짝퉁 상품을 만들어내고, 엄청난 염가에 팔기 시작한다.


 


이와 비슷한 말로 쉐이훠(水貨)란 말이 있다. 물 건너온 물건이란 뜻인데, 위에서 말한 산자이와는 좀 차이가 있다.


 


산자이는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기존 제품을 모방한 제품이다. 모방의 범위는 범죄 수준의 완전 모방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아이디어를 취해 수용한 제품까지 포함된다. 예전 우리나라가 일제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엔카 등을 베끼던 시절을 생각하면 되겠다. 그러니까 우리가 당시의 기업들과 가수들을 마냥 비난하지 않듯이, 중국에서도 산자이를 무조건 배타적으로 보진 않는다. 산자이가 없다면 중국산 전자제품의 발전이 그리 빠르지도 못했을 것이고, 또한 전자제품의 보급 속도도 상대적으로 느렸을 것이며 그 이익을 전부 외국기업이 가져갔을 것이다. 중국 당국이 산자이를 강력 단속하지 않는 이유가 다 있다.


 


쉐이훠(水貨)는 일반적으로 수입품이고, 외국, 홍콩, 마카오, 대만 등지에서 세관을 거치지 않고 들어온 상품을 말한다. 홍콩 마카오 등지에서 물건을 쪽배에 싣고 본토로 운반했던 데서 이 말이 생겨났다. 오늘날엔 의미가 좀더 엄밀해져서, 공식 판매상이 없음에도 판매가 되는 물건을 뜻한다. 그러니까 앞서 ‘아이패드 수입품’이라고 번역된 말이 원래는 ‘水貨’로 쓰여져 있었던 거다. 또한 중국 국내에서 생산된 수출 전용 모델을 개조한 것도 쉐이훠로 통한다.


 


쉐이훠의 대표품은 휴대폰으로, ‘水貨’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휴대폰을 가리키는 시절이 있었다. 중국 이동통신은 처음부터 유심카드를 꽂아 쓰는 시스템이니, 약간의 개조 절차만 거치면 유럽시장용 모델을 중국서 유통시키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중국 소비자들은 같은 모델이라도 중국산보다는 외국산을 선호하고, 희소가치가 있으면 더욱 좋아하기 때문에, 노키아나 삼성의 단말기 상당수가 이런 식으로 유통되고 있다.


 


그러니까 휴대폰으로 말하자면 산자이는 sammeng 같은 짝퉁을 뜻하는 거고, 쉐이훠는 공식 출시되지 않은 단말기를 개조해 파는 것을 가리킨다.


 


이에 관련해 좀 재미있는 관점이 있다. 쉐이훠로 인해 가장 득을 본 휴대폰 회사가 바로 삼성이라는 점이다. 바이두닷컴(baidu.com)에는 네이버 지식인처럼 묻고 답하는 사이트가 있는데, 水貨로 검색해보면 휴대폰에 대한 설명이 한 챕터를 차지하고 있다. 쉐이훠의 의미부터 감별법까지 자세히 다루고 있으므로, 관심 있는 분은 링크 따라가서 보시라.


 







쉐이훠 휴대폰의 생산지
http://baike.baidu.com/view/1768.htm


 


전세계의 모든 휴대폰 브랜드는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노키아는 베이징과 동완, 삼성은 텐진과 선전... 그렇기 때문에, 삼성을 예로 들자면 정품의 생산지는 모두 중국이다(극히 소수인 몇몇 상품을 제외한다면). 삼성이 중국 본토에 공장을 세우기 전에는, 삼성의 ‘쉐이훠’는 밀수입품(水行) 과 홍콩정품(港行), 밀개조품(水改) 세 종류가 주로 있었다.


 


삼성이 텐진에 공장을 세운 후(선전 공장도 포함해서), 삼성의 쉐이훠는 홍콩정품(말레이시아 포함)과 밀개조품만 남았는데, 이와 때를 같이 하여 홍콩정품(텐진 혹은 선전에서 생산된 제품)은 가격이 밀개조품보다 높고, AS는 정품만큼은 안되어서 서서히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에, 현재 소위 말하는 삼성 쉐이훠는 기본적으로 밀개조품을 지칭한다. 당연히, 때때로 일부의 동남아 단말기, 가령 싱가폴과 말레이시아 쉐이훠가 중국 내로 유입되기도 한다.


 


삼성의 정품과 쉐이훠의 하드웨어는 다르고, OS도 상호 호환되지 않는다. 그러나 기능은 완전히 똑같고, 가격과 외관, AS가 다를 뿐이다. 삼성 정품은 삼성KF(중국 내 법인인 듯)의 AS를 받을 수 있지만, 쉐이훠는 판매자에게 가서 받아야 한다. (그러나) 삼성 단말기의 품질은 줄곧 지나치게 튼튼했기 때문에, 삼성 쉐이훠의 중국 내 판매도 줄곧 좋았다. 중국내 80% 이상의 삼성 휴대폰이 쉐이훠라고도 한다.


 


그래서 쉐이훠는 중국 생산품일 수도, 외국 생산품일 수도 있다.


이 이야기에 의하면, 삼성 휴대폰이 중국 시장에서 빠르게 보급되고 또 품질의 신뢰성을 얻은 데에는 쉐이훠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볼 수 있다. 80%라는 말이 과장이라고 해도, 어찌 보면 최대의 광고 효과를 누렸던 셈이다. 쉐이훠는 일단 제품을 놓고 개조하든 찜쪄먹든 하는 형태니까, 삼성 입장에서는 어쨌든 출고된 제품이 유통된다는 점에서 완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부가가치와 마케팅비를 맞바꾼 셈이겠는데, 중국 시장 진입 초기에는 아마 후자쪽이 훨씬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아이패드 짝퉁이 출현했다는 소식의 진정한 의미는 여기에 있다. 중국 시장에서 짝퉁은 그 제품군의 보급률과 광고 효과를 높여준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전자책 시장 내지는 무선인터넷 환경이 급속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아이패드 짝퉁이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다른 관점에서 고민거리가 생긴다. 중국이 IT관련 산업에서 독자 모델을 먼저 구축한 적이 있던가? 미국이나 일본에서 직수입하기 좀 껄끄러워서 한국이 덕본 경우가 제법 있지 않던가? 하지만 아이패드가 촉발시킬 전자 컨텐츠의 경우엔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우리가 끼어들 틈이 없다. 아니, 낄 능력도 안된다.


 


아래 기사를 마저 보고 결론을 내리도록 하자.


 







산자이 아이패드, 앞날이 캄캄하다
- 2010년 4월 2일 深?商?


 


이번 주, 가장 관심을 모았던 전자업계의 핫 아이템이라면 역시 애플의 아이패드다. 이 평판 컴퓨터는 예약 첫날에 12만 대를 넘었고, 미국의 수많은 애플빠들이 아이패드 출시에 맞춰 각종 파티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구 반대편의 선전(?) 사람들은 벌써 ‘아이패드’를 쓰고 있다. 물론 이 아이패드는 잡스의 손에서 나온 게 아니라 산자이(山寨) 업자의 걸작품이다.


 


첫날 12만대, 2주에 걸쳐 25만대의 예약물량을 확보한 아이패드는, 선전 내지는 주삼각(珠三角) 산자이 업자들의 시선을 확실하게 사로잡았고, 하나둘씩 서둘러 대규모 투자를 하도록 만들었다. 현재 아이패드가 출시되기도 전에 화챵베이(華强北) 전자시장에는 이미 여러 대의 짝퉁이 모습을 드러낸 상태다. 몇 주 내에는 50종이 넘는 짝퉁 아이패드가 시장에 들어설 것이다. 작년 넷북 시장에서 날개가 꺾인 채 돌아와야 했던 산자이 업계는 모두 아이패드에 올인할 기세다. 산자이 업계가 백가쟁명하는 가운데 업주들은 이번에야말로 죽음의 경쟁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인가?


 


어쩌면, 업주들이 너무 낙관한 것인지도 모른다.


 


우선, 아이패드가 외국 소비자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이유로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애플의 독특한 창의성이다. 완벽에 가까운 디자인과 세심한 마무리는 애플을 트렌드의 대명사로 만들었다. 또 하나는 소비자가 믿을만한 시스템을 애플이 창조해냈다는 점으로, 스티브 잡스의 전략 속에서 아이패드는 그 중 하나의 개체일 뿐이다. 애플의 새로운 수익 모델은 판매로 그치는 게 아니라, 거기에 컨텐츠와 어플리케이션을 더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컨텐츠가 삼위일체되어 완성된다. 전자제품이 빠르게 발전하는 오늘날에는, 하드웨어로서는 이미 이윤을 내기 어렵게 된 지 오래다. 하드웨어 판매는 전자업계의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머문다. 최근 엄청난 화제를 모았던 ‘아이폰녀’가 전형적인 사례다. 아이폰으로 음악을 연주한 이 한국 여성의 모습은 한 달 동안 애플을 통해 2500만 회 이상 다운로드되었고, 애플은 100만 달러의 수익을 얻었다. 국내의 산자이 업자가 수년간 기계를 팔아먹어도 그만큼은 안될 것이다.


 


그러니, 산자이 업계가 비록 모방능력이 극강하다고는 하나, 애플 상품의 모방은 결국 외관에 머무를 뿐이다. 게다가 조악한 물건들이 여전히 넘치다보니 싸구려 저질의 낙인이 줄곧 붙어 있다. 또한 가장 중요한 건 산자이 업계의 수가 많기는 하지만 어느 업자에게도 핵심 기술이 없기 때문에, 신형 CPU와 솔루션 모두 외국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도 없고 아이디어도 없는 모방이니, 산자이 상품은 결국 위아래의 압박 속에서 생존공간이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결국, 오직 판매 영업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는 산자이 업주들은, 혹여 외관이나 기능의 조합에서 개성을 발휘할 수도 있겠지만, ‘정규군’이 아직 도착하기 전에 저들끼리 먼저 전쟁의 포문을 연 셈이다. 출시가 시작되면 스펙으로 싸우다 결국 가격전쟁으로 치달으며, 매번 혈투가 정리되면 한 무더기의 공장들이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한다. 당연히, 살아남은 자들도 내상이 얕지 않다.


 


몇 년 전, 산자이 전자제품들이 선전의 기존 대형 전자업계의 감수를 통해, 특유의 예민한 시장성을 살려 여러 창의적인 제품들을 개발해낸 적이 있었다. 이들은 확실히 소비자의 환영을 받았고, 심지어 대기업 브랜드 제품이 가격을 내리도록 압박하기도 했다. 특히 휴대폰의 보급화 과정에서 이들은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하지만 시장경제의 성숙과 대기업 브랜드의 시장 장악을 거치면서, 한 시대를 풍미한 산자이 현상은 이미 예전의 그 모습이 아니다. ‘제품 하나 만들면 업종 하나가 무너진다’는 산자이 업계의 저주는 더욱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산자이 업체의 탈출구는 어디에 있는가? 사실, 작년 선전에서는 산자이 업체들을 공인된 법인으로 전환하고 유도하는 방안이 제출됐었다. 비록 1년 동안 별다른 소득이 없긴 했지만, 그래야만 한다는 데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선전의 산자이 업체가 계속 살아남고 싶다면  법인 등록하여 자신의 참신성과 이점을 살리는 길밖에 없다는 얘기는 입 아프도록 강조돼왔다. 관건은 제품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전제 아래, 선전의 산업 광역망을 이용할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사실 선전의 산자이 업주들이 마땅히 배워야 할 점이 바로 애플의 수익 모델이다. 제품의 판매로부터 서비스, 어플리케이션, 컨텐츠까지 수익을 이어나가야 한다. 현재 한 기업이 단독으로 온라인 마켓이나 어플리케이션 센터를 구축하는 건 비현실적이지만, 선전에 숱하게 있는 광역망 기업과 합작할 수는 있다. 특히나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 커뮤니티 운영업체 등을 통해 중국인에게 익숙한 전자 시스템 환경을 만들어 냄으로써, 소비자가 단말기를 구입한 후 여기에 가입하여 계속해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처럼 하다가는 그저 한철 장사에 그칠 뿐이다. (하략)


물론 중국 업체들이 애플의 수익 모델을 쉽게 ‘모방’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건 중국 업체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다. 우리 휴대폰 기업들이 얼마나 소비자의 편의성을 등한시했는지를 아이폰은 아주 짧은 시간 내에 가르쳐주지 않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애플의 수익 모델로 지적된 컨텐츠다. 중국이 제아무리 외국산을 좋아하고 하드웨어와 어플에 종속적이더라도, 중국은 다른 나라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언어 컨텐츠가 있고, 무수한 사용자가 있다. 그게 있는 한, 중국이 선진국이 되지 못할지언정 ‘중화 문화’의 영향력은 시들지 않는다.


 


그러면 자문해보자. 우리에겐 그런 컨텐츠가 있을까? 겨우 몇 개 기업의 하드웨어 판매 이익에 기대어 선진국을 외치는 형편이 아니었는가. 소프트웨어와 어플리케이션은 우리 스스로 죽였다. 불법복제, 그리고 정권의 삽질. 하드웨어도 소프트도 없는 우리에게 기댈만한 컨텐츠가 남아 있기는 한 걸까?


 


새로운 어떤 기기는 장차 새로운 시스템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만들어낼 수 있고, 직접 대면하기 전에는 그 가능성을 짐작하기 어렵다. 우려스러운 것은 그거다. 위에서 나온 컨텐츠에 대한 얘기는 아이패드로부터 촉발된 가능성을 읽은 것뿐이다. 어쩌면 아이패드는 그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수도 있으니, 그러면 또 우야무야되며 중요성은 잊혀질 거다. 그러나 아이폰의 경우에서 보듯, 우리가 어떤 계기를 또 갑작스럽게 맞닥뜨리게 될지는 모른다. 컨텐츠를 단시간에 구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하드웨어 스펙에 소비자를 끼워 맞추고, DRM을 걸어 음원 수익을 독점하면서 3.5파이 이어폰 단자조차 외면하는 행태는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일이 터져서야 겨우 명텐도나 만들어 보려는 게 우리의 미래가 돼선 안되겠다, 필자의 얘기는 그거다. 짝퉁 아이패드 조심하라는 건 둘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