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흐린뒤갬 추천0 비추천0

2010.04.07.수요일

 

정치불패 흐린뒤갬

 

 

 

 

 

 

 

 

모두들 헛다리만 짚고 있으니, 할 수 없지..

사고 발생 직후부터 입이 근질근질했는데, 섣불리 발설했다가는 내 개인이 문제가 아니라, 이후에 어떤 식으로 사건이 전개될지 몰라서 꾸욱 참고 있었더니만 병 나기 직전이다.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게 아니었어. 오늘은 독투가 대나무 숲 역할을 해줘야 할 것 같아.

일단, 대규모 해상훈련이 있으면 상대국이 집적거리는 건 상식이라는 거, 모두 알고 있겠지? 예를 들어 과거 냉전시대에 어느 바다에서든 서방측 기동훈련이 있으면 소련 잠수함이나 해상전력, 혹은 비행기들이 집적거리는 거고, 거꾸로 소련측이 훈련할 때는 미국이 집적거리고…

 

 

 

 

 

 

 

훈련 열심히 해. 등 뒤 조심하고...

 

 


하다못해 비행기가 하나 떠도 상대 측 스크램블 전력이 같이 떠서 견제한다는 건 상식이지. 잠수함 전력 같으면 탄도탄 발사가능 잠수함의 경우 평소에도 거의 맨투맨으로 쫓고 쫓기는 상황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지. 그러다가 접촉사고를 일으키기도 할 정도로, 그 견제라는 게 치열하다는 말씀. 거의 실전을 방불케 할 정도라는 거.

포인트는 서해에서 있었던 독수리훈련이야. 항공모함만 출동하지 않았다 뿐이지 - 서해에서 항공모함을 어디 쓰겠어 - 사실상 막강한 해상전력이 모여서 훈련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지. 누가 제일 켕겼을까? 당근 중국이지. 거기 모인 해상전력은 사실 북한으로서는 아예 걱정도 안 해도 될 정도로 상대가 안 되는 전력이었으니까.

사실상 전쟁이 정말 터진다고 해도 서해에서의 - 뭐 동해도 그렇지만 - 해군끼리의 전투란 전략적으로는 이미 포기한지 오래인 북한을 공격하자고 그 정도 해군력을 투입할 리가 없잖아? 북한이야, 신경 쓸 이유도 없거니와 한국해군 단독작전이라면 모를까, 그 정도 함대를 어째 볼 능력도 애당초 없지. 그 반잠수정이라는 게 외계인이 김정일에게 선물로 준 UFO가 아닌 한.

그럼 신경 쓰이는 쪽은 당연히 중국이지. 또 당연히 자기네 견제전력을 파견한거고.

목적이야 늘 두 가지지. 견제를 통해 쉽게 뭘 할 생각을 버리라는 경고도 하고, 가급적이면 근접해서 실제 방어태세를 시험하면서 틈을 찾아보는 거지. 이런 목적으로 투입되는 잠수함이라는 건 대개 공격형 핵잠함이니까, 한급이나 상급이었겠지. 훈련하고 있는 한미함대 사이의 틈을 노리면서 파고드는 거지. 당연하잖아? 서해는 중국입장에서 보면 전략적으로 자기네 내해인데.

이지스함이 떼거리로 몰려있던 한미함대가 당연히 지나치게 근접해 들어오는 중국 잠수함을 탐지했지. 뭐 중국해군의 실패도 아니야. 탐지가 될 정도로 과감하게 파고 들어야, 탐지능력도 테스트하고, 탐지 후 대응태세도 확인하고, 그리고 견제효과도 있는 거 아니겠어? 물론 탐지 안되고 함대 사이를 아예 통과해버리면 더 좋겠지만, 그거야 희망사항이고.

이 잠수함을 내쫓는 임무가 훈련에 참가하지 않고 있던 한국해군에 떨어진 거지. 뭐가 들어왔는지 미국 애들이야 알고 있었지만, 그걸 한국해군에까지 알려주지는 않은 거야. 동원된 전력은 호위함 1척, 초계함 2척, 고속정 9척. 그 이후엔 전형적인 Hide and Seek 상황이 펼쳐진 거지.

한국 해군이야 뭐 잡아서 격침시키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으니 - 그게 그쪽 세계 불문율이지. 쫓고 위협은 해도 죽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거 격침시켜서 뒷수습을 어떻게 하겠어? - 찾아내고 몰아내는 것이 주 작전목표지. 대개의 경우 그렇듯이.

중국잠수함이 어디로 도망갈까? 직진해서 집으로? 그럴 순 없지. 최대한 정체를 숨기는 방법은 북쪽으로 도망쳐서 NLL부근에서 따돌린 후 서쪽으로 가는 거지. 그럼 북한잠수함인지 중국잠수함인지 알 길이 없잖아. 여기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데, 중국잠수함이 너무 잘 숨어 버린거야. 그런 점에서 보면 신예 상급이었거나 최신예 재래식 잠함인 위안급일 수도 있어.

 

 

 

 

 

 

 

최소한 이런 건 아니겠지?

 

 


사실 한국해군이 무슨 핵잠함 잡으러 다닐 일 없잖아. 북한 잠수함만 상대하다가 급이 다른 놈을 만나니 아주 완벽하게 몰아가기 힘든 게 당연하지. 숙련된 소나담당이라고 해도 중국잠수함 소리 들으면 쫓아다녀본 적이 얼마나 되겠어. 자, 해상상황은 안 좋고, 미국 애들은 지켜보고 있고, 당연히 지휘관은 똥줄이 타고 열이 뻗치지. 잡히면 혼 내주기로 마음을 먹어.

혼내 준다고 해서, 기합을 주거나 그럴 수는 없고, 그렇다고 폭뢰를 앵길 수도 없는 거잖아? 일반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혼내준다고 하면, 굉장히 공격적이 모션을 보이는 거야. 이 쪽의 우세를 확보한 후 액티브 소나를 사용하고 각종 공격준비를 실시해서 상대방을 엿먹이는 거지. 아무리 장난이래도 장전한 총을 너한테 바짝 겨누고 실실 웃고 있는 적은 만나면 너도 똥줄이 타겠지?

사실 우리 해군이 꽤 실력이 있어. 림팩훈련때 덜덜거리는 잠수함으로 미해군 항모 격침시켜서 화제가 된 이야기는 유명하니까 잘 알지? 그건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해군 수비라인을 뚫었다는 것 의미해. 빗장수비를 펼치는 이탈리아를 혼자 공 몰고 들어가서 해트트릭 기록하기 보다 힘든 일을 해내게 되지. 그리고 사실 서해라는 데가 잠수함이 숨기엔 너무 얕잖아? 13척이 그물망을 펼쳐서 결국 발견하고, 중국 잠수함은 된통 혼나지.

그렇다고 항복하고 나와서 집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게 또 잠수함의 숙명이요 자존심이지. 다시 한번 도망친 중국잠수함은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해서 백령도 옆에 바짝 붙어. 섬 그림자를 이용해서 탐지를 피해보겠다는 의도지. 한국해군 군함이 그렇게 연안으로 근접할 리도 없고. 근데, 그게 아닌 거야. 천안함을 비롯해서 계속 가까이 오는 거지. 이제 더 이상 붙을 데도 없고 마지막 선택은 부상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 근데 이미 엿을 먹을대로 먹은 중국잠수함이 그걸 선택할 수는 없잖아? NLL이 바로 저긴데.

그래서 잠수함 함장은 최후의 선택을 하지. 대륙기질의 미친 작전이라고나 할까. 부상해서 전속항진 해서 도망치는 거야. 죽기 살기인 거지. 근데 사실 그때 한국해군은 다시 한번 중국잠수함을 놓치고 있는 상태였어. 이미 NLL을 넘어 도망갔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거지. 24시간 넘게 지속된 숨막히는 Hide and Seek 상황이 사실상 종료되었다고 보고 휴식시간을 가지고 있었어. 완전히 서로 잘못 계산한 거지.

그래서… 결국 아는 대로 잠수함과 천안함은 충돌하게 돼. 아주 작은 접촉사고라서 그저 기스만 갈 정도로. 근데 한급만 해도 5,500톤이야. 최신예인 상급은 6,000톤이고. 천안함도 작은 배는 아니지만, 덤프트럭과 승용차가 살짝 스쳤다고 보면 돼. 중국잠수함은 잘 빠져나가지만, 천안함은 물이 새기 시작하지. 그 다음 상황은 모두 다 아는 대로. 당연히 근처에 있던 속초함은 미친 듯이 사격을 해댈 수 밖에 없지. 하지만 빠져나간 중국잠수함을 그땐 다시 잠항으로 들어가고 있었으니 의미가 없지.

이렇게 보면, 사건 이후의 한국과 미국의 대응이 다 이해가 가지? 미국으로서는 이 사건, 덮고 지나갈 수 밖에 없어. 이걸 까버리면 북한이 문제가 아니라 세계전략 전체가 기우뚱 하는 거야. 비슷한 일이 비일비재한 상황에서 이것만 문제 삼을 수도 없고, 어차피 자기네는 피해 하나 없고. 오히려 좋은 정보 많이 건졌겠지. 다만 남한정부가 이걸 가지고 북한을 걸고 넘어지는 것 만은 막아야 했던 거야.

한국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언질을 받지. 확대시키면 안된다는 건 알아. 하지만 어떻게 처리해야 해? 그게 바로 한도 끝도 없이 이어진 청와대 벙커 회의야. 거기가 바로 미국측 정보가 직접 들어오고 보안통신이 가능한 곳이니까. 다만, 문제의 잠수함이 중국거였다는 건, 백악관 브리핑 이후인 것 같아. 그전엔 상황을 전혀 파악 못한거지. 북한 잠수함 같은데, 증거는 없고, 미국은 덮으라고 하고….

 

 

 

 

 

 

 

 

어     쩌

 

 

 

 

라     고

 

 



해군을 비롯해서 국방부까지 당연히 게거품을 물지. 북한이 공격해서 천안함이 침몰됐는데, 보복을 못하게 할 뿐 아니라, 이유없이 침몰했다고 하면 책임은 해군쪽이 독박써야 하는 거잖아? 국방부도 따라서 들어갈 테고. 그러다 보니 유출되면 안 될 정보들이 줄줄 새고 있는 거지. 평소 같으면 그런 고급정보가 어떻게 마구 새나오겠어? 상황일지 방송해버린 MBC엔 벌써 병력 들어갔을 거라고. 정부와 여권 내에 대처를 놓고 심각한 이견이 있으니까 이게 가능한 거야. 조선이 어디로 붙었는지는 알겠지? 걔들도 아무 근거 없이 소설 쓴 게 아니라고.

이명박이야 중간에서 갈피 못잡고 있다가 드디어 미국으로부터 중국잠수함이라는 언질을 받고는 마음을 굳히지. 그래서 국회에서 답변하는 국방부장관에게 부랴부랴 메모를 내려 보낸거고. 그렇다고 모든 사실을 다 발설할 수는 없으니, 정부 여권의 불협화음은 당분간 심각하게 전개될 거야. 내가 왜 이 이야기를 발설하냐고? 걔들끼리 싸우는 게 재미있기는 하지만, 잘못하다간 큰 일 날 것 같아서야. 어느 선에서든 신호를 좀 줘서 그만 하게 해야지. 북한에 보복이라도 하겠다고 설치는 놈 있음 큰 일이잖아? 안그래도 미필이라고 대통령 우습게 보고 있을 텐데… 지들끼리도.

이 글은 잠시 후에 도로 지울 거야. 퍼가는 일은 없길 바래. 왜냐고? 다 뻥이니까. 내가 군생활을 이태원에서 했는데, 알긴 뭘 알겠어? 우리 부대가 이건희네 뒷집이었다고. 연병장에서 공차다 넘어가면 이건희네 경비한테 굽신거리며 되찾아와야 하는... 그저 실종장병 하나라도 기적처럼 살아 돌아왔으면 하고, 가족들의 슬픔이 조금이라도 덜어지게 진실이 밝혀지길 바랄 뿐이야.

 

 

 

※잠시 후에 도로 지우기 전에 마빡에 게재함 - 편집부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