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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와 외주로 이뤄진 '대규모 접종센터'

 

스가 정권의 명운은 코로나 백신 접종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가는 '방위성이 자위대를 동원, 동경과 오사카에 3개월 짜리 대규모 접종센터를 만들어 동경은 하루에 1만 명, 오사카는 5천 명 접종을 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접종하는 백신은 모더나로, 생리식염수를 넣고 희석해야 하는 화이자와는 달리 희석이 필요 없기 때문에 접종 스피드를 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대규모 접종센터'에 대해 스가 총리나 고노 백신 담당상은 목표로 하는 숫자만 강조했지 방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았다. 지난 5일 TV에 출연한 고노 백신 담당상은 '하루 1만 명을 어떻게 접종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전적으로 '자위대에 달려 있다'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게 다였다. 다른 말로 하면 자위대가 알아서 할 것이기에 구체적인 내용까지 모른다는 뜻이다. 무책임하기 짝이 없지만 일본에서는 보통 일이기에 그런가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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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스가 총리나 고노 백신 담당상이 하루 1만 명 접종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알면서 답변을 하지 않은 게 아니라, '할 수 없었다'는 게 드러나고 말았다. 방위성을 통해 대규모 접종센터를 송두리째 외주 주었기 때문이다. 접종센터 설치에서부터 접종 업무까지 전부 37억 엔에 맡겼다. 외주처가 여행회사여서 Go To 캠페인의 중지로 지원할 수 없게 된 업계에 대한 지원책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아니, 슈킹이나 이권 개입을 의심하고 있다. 이건 처음부터 외주에 의존하는 걸 전제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언론은 스가 총리의 '동경 하루 1만 명, 오사카 5천 명'이라는 목표치를 기정사실처럼 보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런 일을 한 적도 없는데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까 의문인 단계에서 스가 총리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한 말을 현실처럼 받아 쓰고 있다.

 

그런데 1회 접종 때 화이자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이 2회에서는 모더나 백신 접종을 받아도 문제가 없을까? 만약 모더나 백신 접종을 받은 사람은 2번째도 같은 백신 접종을 받아야 한다면 같은 대규모 접종센터에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대규모 접종센터는 3개월이라는 한정된 기간만 운영한다. 그 기간 내에 고령자 2회 접종을 끝낼 수 있다는 말인가? 궁금한 것이 산더미지만 어떤 언론도 이런 내용을 다루고 있지 않다. 

 

 

접종 신청부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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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일본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는 백신 접종이지만, 접종을 '신청'하는 것부터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일본 각지의 병원에 고령자 백신 접종 예약문의가 쇄도해서 작은 병원은 진료에 지장이 갈 정도란다. 뿐만 아니라 예약을 하기 위해 통신망이 처리할 능력을 넘는 전화가 오고가, 일반 유선전화 통화가 되지 않는 등의 문제도 있었다. 

 

고령자는 인터넷으로 예약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따라 고령자가 병원까지 찾아와서 원래보다 일찍 접종 예약을 했다고 한다. 직접 주민센터로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지역 자치회'라는 한국의 반상회 같은 조직이 고령자의 백신 접종 예약을 지원하는 곳도 있다. 

 

아예 아날로그 방식으로 주민센터 창구에서 신청을 받는 곳엔 또 다른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오사카부 이바라키시에서는 6일부터 65세 이상 시민을 대상으로 콜센터, 시 홈페이지, 창구, 총 세 군데서 예약을 받았다. 창구 예약이 있는 10일, 새벽부터 많은 고령자가 창구에 모였지만, 이미 9일 낮부터 줄을 서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120번까지의 순번을 배부한 뒤였다. 철야로 줄 서려는 고령자의 건강을 고려했다고 하지만, 10일에 찾아간 시민은 납득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결국 새벽에 시장이 불려 나와 경찰관이 동원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결국 이바라키시는 창구 예약을 중지했다. 담당자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고령자를 위해 창구를 개설했지만 오히려 장시간 기다리게 만들었다. 시민의 건강상태를 고려해서 창구 예약을 폐지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지자체장도 행정에서도 주민들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지만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해서 안타깝다. 

 

 

일본의 백신접종,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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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자체의 85%가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접종을 7월 말까지 완료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7월 말까지 고령자를 접종하기 어렵다'는 지자체에는 총무성에서 직접 전화를 해 "발표한다"고 협박했다고 한다. 다음 선거에서 투표율이 높은 고령자에게 표를 받지 못하면 자민당 정권이 무너지기 때문에 아주 필사적이다. 

 

실제로 7월 말까지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현재 일본은 도착한 백신의 15% 밖에 접종을 하지 않은 상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일본에 도착한 2,800만 회의 백신 중, 접종된 것은 15%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일손부족과 배분의 문제 등으로 사용되지 않은 상태로, 접종 스피드가 "여전히 느리다"라고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스피드가 조금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백신 접종 현장에선 일본 정부가 만든 시스템, 후생노동성의 HER-SYS(감염자 등 정보 관리 지원 시스템), V-SYS(백신 접종 원활화 시스템), 내각관방의 VRS(예방 접종 기록 시스템) 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가뜩이나 통상적인 업무에 코로나로 일이 늘어난 지자체 공무원은 미비하고 쓰기 불편한 시스템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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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에도가와구의 '접종권' 샘플

 

예를 들어 V-SYS는 지자체의 실시간 수요를 파악하지 못하고, 개개인의 백신 접종 상황을 기록하는 VRS 시스템은 '접종권'에 기재된 정보를 잘 읽어내지 못한다. VRS 시스템이 '바코드를 읽을 수 있다"고 해서 각 지자체가 인쇄 회사와 계약해 바코드를 인쇄했지만, 실제로 VRS 시스템은 바코드를 인식하지 못했다. 

 

각지에서 예약 시스템이 고장나서 언제 복구될지 모른다는 얘기도 있다. 이게 코미디인지 실제 상황인지 헷갈릴 것이다. 일본에서는 항상 실제 상황이고 열심히 한 결과다. 

 

접종과 관련해서 각지에서 크고 작은 사고도 이어진다.

 

고베시는 백신 960회 분을 폐기하기로 했다. 백신은 상온에서 해동한 경우 2시간 이내에 희석하지 않으면 접종에 사용할 수 없는데, 3시간이나 상온에 방치했기 때문이다.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으면 이런 실수가 벌어진다. 앞으로도 다양한 실수가 벌어질 것으로 본다. 그래도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기에 백신이 아깝다고 사람들을 비난하는 일을 없었으면 좋겠다. 

 

나라현 이코마시에서는 1명에게 백신 대신에 생리식염수를 접종하는 일이 일어났다. 기접종자 54명 중 누구에게 식염수가 들어갔는지 몰라서 항체검사로 특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이치현에서는 병원 측에서 거절당한 사람이 분풀이로 병원 문 유리를 깨는 사건이 있었다. 트럭 운전사가 한 병원에 가서 백신 접종 예약을 부탁했지만, 병원 측에서 '우리 병원에 다니는 환자가 아니라 건강상태를 파악할 자료가 없으니 시에서 하는 집단접종을 하라'고 권했다고 한다. 거절당한 그는 화가 나서 병원 입구 자동도어를 발로 차 유리창이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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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약회사에서 변이종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는 뉴스가 있었다(링크). 비록 '착수'라고 해도 코로나가 언제까지 갈지, 백신 접종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언제 어떤 결과가 날지 몰라도 반가운 소식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제 겨우 '착수'했다고 해도 말이다. 일본에는 워낙 반가운 소식이 없기에 이런 소식에 '꿈과 희망'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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