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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난한 인사인가, 또 다른 빌런인가

 

차기 유력 대권주자가 되기 위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옷을 벗어던진 지 두 달, 드디어 차기검찰 총장이 내정되었다. 김오수 전 법무차관(58세, 사법연수원 20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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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3일 박범계 장관의 제청을 받아 김 전 차관을 새로운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그동안 법무부장관이나 검찰총장 후보에 단골로 오른 인물로, 5수 끝에 검찰총장에 지명되었다. 

 

문 대통령은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김 후보자를 최종 검찰총장으로 지명한 이유를 밝혔다. 

 

“김 후보자는 대검 과학수사부장, 서울 북부지검장, 차관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풍부함 경험을 쌓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주요 사건을 엄정 처리 하여 인권 보호와 검찰 개혁에 앞장섰다”

 

“김 후보자가 적극적 소통으로 검찰 조직을 안정화 시키는 한편, 검찰 개혁의 시대적 소임을 다할 것을 기대한다”

 

아마 '검찰총장' 혹은 '검찰총장 후보'에 대한 인물의 소식만 들리면 왠지 모르게 머리카락이 쭈뼛서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이 시대의 건전한(응?) 분들이 계실 것이다. 왜? 불과 두달 전까지 전대미문의 스트레스 최강 유발자인 검찰총장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검찰총장 임명장에 잉크도 마르기 전부터 자신을 상왕이라 칭하더니, 이전 정권에서 징계 먹고 한직을 떠돌던 자신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까지 임명해준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향해 칼을 휘둘러 대던 윤 전 총장 말이다. 그 공로(?)를 수구세력에게 인정받다 못해 열렬한 지지를 받아 최근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1위에 오르니, 이미 대통령 된 사람 마냥 한미동맹부터 LH부동산 불법비리 문제까지 ‘낄끼빠빠’도 모르고 열 마디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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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해 총장직에 오른다면 문재인 정권의 임기 말까지 함께 하는 검찰총장이 된다. 이번 검찰총장은 검찰개혁을 마무리하기도 하지만, 내년에 있을 3월 대통령 선거와 6월 전국지방선거에서 검찰총장으로서 소임을 감당해야 한다. 정권 차원에서나 국민들 입장에서나 중요한 인사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후보 임명부터 오는 17일 경으로 예정된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철저하게 검증해야 할 필요가 있다. 검증에 실패해 사정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검찰총장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는 이미 충분히 경험했기에 더 이상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2. 왜 현직 떠났던 김오수를 다시 불러들였나

 

문재인 대통령과 박범계 장관은 왜 김오수를 택했는지, 인사청문회 전에 어떤 인물인지를 맛보도록 하자. 

 

일단 이번 검찰총장 임명부터 절차가 달라졌다. 국민의 공개 천거를 받아,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천거인에 대한 심사를 통해 최종 3인 이상을 법무부장관에게 추천한다. 법무부장관은 이들 중에서 최종 1인을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대통령이 이를 지명,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지난달 15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 국민천거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포함해 14명 가까이 추천됐다. 그 중에는 검찰 내부에서 검찰개혁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임은정 대검감찰연구관 뿐만 아니라 ‘검언유착’ 사건의 피의자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포함돼 있었다. 물론 한 연구위원은 후보인사추천위원회에 총장후보자 검증에 동의하지 않으며 스스로 고사하긴 했다.

 

(참고로 법조계에선 한동훈 위원이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검찰을 나와 책을 집필한 뒤, 4.7 서울시장재보궐 선거 출마를 진지하게 고려했을 거라는 풍문이 떠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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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의 아이콘으로 상당한 팬덤을 지닌 임은정 연구관은 검증에 동의는 했으나, 낮은 기수로(속된 말로 짬이 안 되서) 최종 3인 후보자에 뽑히지는 못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도 유력했으나, 후보추천위원회의 심사를 앞두고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등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의 집요한 ‘이성윤 검찰총장 막기 총궐기’에 당해, 최종 후보에 들지 못했다. 

 

어쨌든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최종적으로 김오수 전 법무부차관, 구본선 광주고검장, 배성범 법무연수원 원장,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추천했다. 이들 중에서 박 장관과 문 대통령은 2020년 7월 현직을 떠난, 김 전 차관을 선택했다. 

 

 

3. 무난한 관리형 김오수, 운 때가 맞았다

 

문 대통령의 선택을 두고 여권과 언론계에서는 “정해진 수순이고, 당연한 선택”이라고 평가한다. 

 

수사 대상이 되고 야권과 검찰 내부에서도 반발이 많은 인물인 이성윤을 내정하는 건 모험이다. ‘강한 윤석열 트라우마’가 작용해 청와대가 모험을 하지 않은 거라는 분석이다. 야당이 반발하는 이성윤을 임명하면 검찰총장 문제로 야당과 검찰 내 윤석열 사단과 싸울 수밖에 없으니, 처음부터 옵션에서 제외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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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그래서 몇 년 동안 검찰총장 후보로만 하마평에 여러 차례 오르내린 김오수가 최종 후보자가 되었다. “문재인 정권 임기 말 관리하고 맞아떨어지는 인사”라는 평가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19년 10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퇴 직후 법무부차관으로 있으면서 법무부장관 권한대행을 역임했다. 조 전 장관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었지만, 망나니 칼춤을 춰대고 있는 윤 전 총장을 상대할 강성 인물이 필요해 고심 끝에 추미애 장관으로 갔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법무부장관 권한대행이었던 김 후보자와 검찰국장이었던 이성윤 현 서울중앙지검장을 청와대로 불러 조 전 장관 후임 법무부장관과 검찰개혁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듣기도 했다. 

 

'청와대에서 김오수를 바라보는 시각은 대체로 검찰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임기 말에 검찰개혁을 다시 한다는 것은 사실 쉽진 않다. 어차피 그동안 진행해왔던 감찰개혁들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에 김오수가 검찰총장으로 적당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김오수는 무난하고 안정적으로 검찰조직을 관리할 만한 스타일이다. 그래서 아마 추 장관이 임명될 때에도 하마평에만 오르다 결국엔 임명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김오수의 스타일이 때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추미애를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하기 직전에 김오수와 이성윤이 대통령에게 보고할 때도 잘했고, 아마 여권에서는 김오수의 역할을 어느 정도 찾아주고 싶었을 것이다.'

 

김 후보자는 광주대동고 출신으로 여당 신임 대표가 된 송영길 대표와 강기정 전 정무수석과 동문으로, 여권 인사들과의 접점도 있다. 

 

그런데 김 전 차관 임명 직후 법조계에서 쏟아진 평가는 대부분 이렇다. 

 

"그나마 차악을 선택한 것이다!"

 

“나머지 셋은 윤석열 사단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할 것이기 때문에 김오수가 차라리 덜 조마조마 하다!”

 

왜 이런 반응일까?

 

 

4.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총력 집중할 으리으리한 분들

 

김오수 전 차관을 제외한 세 사람, 구본선, 배성범, 조남관이 불과 얼마 전까지 벌린, 드라마틱하게 유치한(?) 행적을 한 번 상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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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구본선 광주고검장은 윤석열 총장 임기 처음에 대검 차장을 지낸 윤석열 사단이다. 지난해 8월,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사단을 해체시킬 때 명단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야말로 '윤석열 최측근'이다.

 

배성범 법무연수원장도 마찬가지로 윤석열 사단이다. 2019년 8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족 수사와 무혐의 처분을 받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를 진두지휘한 인물로, 지난해 12월 윤 전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와 징계청구가 이뤄지자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공개적으로 추 장관을 저격하고 윤석열을 비호했다. 

 

그는 이프로스에 ‘최근 상황에 침묵할 수 없어 의견을 올립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에,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가) 개시의 상당성, 사실 관계의 공정한 조사, 검찰총장의 반론권 등이 적법, 적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보장되었는지에 심각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사건관계인 등 국민들께서 검찰이 사실과 법리 외에 정치 상황 등의 부당한 영향을 받지 않았는지 우려할 때, 어떻게 해명할 수 있을지도 걱정된다”

 

라며, 평소에는 안중에도 없던 ‘국민들의 우려’를 들먹거리며 윤석열을 쉴드쳤더랬다. 검찰내부망에 올린 글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어떻게 알았는지, 마치 자신들이 검찰내부자인 것처럼 이프로스에 글이 오라오기 무섭게 써재꼈다(검언유착을 보면 내부자 맞는 듯도 하다!).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은? 윤석열 사퇴 이후 검찰총장 대행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발탁한 인물이지만, 지난해 연말 추 전 장관이 윤석열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하자 “한 발만 물러달라”며 추 전 장관의 뒤통수를 때렸다. 징계위원으로서 징계 당일 윤석열과 저녁식사 회동을 가지고, 결국엔 ‘정직 2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징계결과가 나오게 한 인물로, 결정적일 때 윤석열 편에 섰다. 

 

구본선, 배성범, 조남관, 이들 셋은 검찰총장이 되면 대놓고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에 앞뒤 재지 않고 달려들 인물로 보고 있다. 김오수는 셋과는 다를 것이기에 최종 검찰총장으로 지명됐을 거라는 분석이다. 적어도 김오수는 선거 개입용으로 수사, 기소권 가지고 장난치지 않을 인물이란 소리다. 

 

검찰 내부의 말을 한 번 들어보자. 

 

“검찰총장 최종 후보자까지 간 사람 중 괜찮은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 자리 갔던 사람 중에서 괜찮은 사람이 있을 수가 없다. 김오수를 제외한 나머지 셋 중에서 누구라도 검찰총장이 되면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위해서 난리를 칠 것이다. 어차피 누가 검찰총장이 되더라도 원심력이 세지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위해서 밑에 있는 검사들이 움직일 텐데, 김오수는 대놓고 윤석열에게 투항할 인물은 아니다.”

 

그리고 김 후보자는 특정 사건에 대해 혐의도 명확하지 않은데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사하는 윤 전 총장과는 최소한 결이 다르다는 게 주류적인 평가다.

 

그는 호남 출신이라는 출신 성분 때문에 대놓고 ‘호남인사 홀대’를 했던 이명박 정부에서 중용되지 못했다. 이뜻은 검찰에서 저지를 수 있는 '대놓고 나쁜짓'을 좀처럼 할 수 없는 환경이고 그렇기에 문재인 정부 들어선 법무부차관까지 간 것이다.

 

그런 그도 2008년부터 2009년까지 대검찰청 범죄정보 1담당관으로 재직하면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포괄적 뇌물 수수’ 수사정보를 첩보로 입수, 손에 쥐고 만지작(?)거렸다는 사실은 검찰 내부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차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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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윤 전 총장 때와는 다르게 언론도 그렇고 국회 인사청문위원들이 인사검증을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9년 7월, 윤 전 총장이 지명됐을 때 <뉴스타파>를 제외한 언론도 제대로 검증을 못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여당 의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윤 전 총장의 의혹을 쉴드 쳐주기 바빴다. 

 

그 결과는 정부여당에 대한 ‘배신의 칼’로 돌아왔다. 그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윤 전 총장의 막가파식 수사‧기소권 남용 행태를 비판하는 여당 의원들을 향해 ‘과거에는 저한테 이러지 않으셨지 않습니까. 지금은 왜 달라지신 겁니까?’라고 고래고래 따지는 상황이 재연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