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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의 리뷰노예로 납치된 불가사리. 거액의 제작비로 복수하겠다 다짐했지만, 딴지가 던져준 주제는 고작 안경닦이. 천 쪼가리로 도저히 뭘 어떻게 해볼 수 없어 절망에 빠졌던 불가사리는, 오직 딴지의 기둥을 뽑겠다는 일념 하나로 폭풍검색에 나서고.

 

결국 고액의 초음파 안경 세척기를 찾아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주문했으나, 이 모든 걸 정무수석 박형준처럼 사찰하고 있던 '웃는 낯의 암살자' 딴지 편집장 죽지않는돌고래(이하 죽돌)는 결제취소를 시전한다. 과연 불가사리는 성공적으로 딴지의 등골을 빼 먹을 수 있을 것인가!

 

불가사리의 소비 대모험, 기대하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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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박스의 습격

 

불가사리는 소비나 리뷰 작성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직업을 가진 성실한 직장인이다. 회사에서는 그 누구도 내가 딴지에 인질로 잡혀있다는 것, 암살자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이런 변태적인 기사를 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보수적인 어르신들이 가득한 우리 회사에서 나를 좋게 볼 리가 없다. 철저히 숨겨야 한다. 누구도 알아서는 안된다.

 

여느 때처럼 평온한 출근길, 회사 문으로 들어가려는데 사람들이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수군거리기까지 한다. 무슨 일일까. 연세가 지긋한, 점잖기로 이름난 대표님과 마주쳐 인사를 드렸는데, 대표님이 웃으며 말한다.

 

대표님: 불가사리 군, 딴지일보 김어준과 아는 사이인가?

 

불가사리: ... 네?

 

대표님: 허허, 역시 불가사리 군은 재미있게 사는 모양이야.

 

싸늘하다.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대체 무슨 말일까? 대체 나와 딴지의 관계를 어떻게 아는 거지. 어디까지 아는 것일까? ‘재미있게 산다’는 뜻은 뭘까? 그렇게 고민하면서 회사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스믈스믈 검은 기운이 피어오르는 거대한 박스가 입구에 떡하니 놓여있다. 회사에 이런 큰 박스를 주문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에 사람들이 박스 주변에 웅성웅성 모여 있다.

 

"이거 불가사리님 앞으로 왔는데요?"

 

"네에? 아니 이게 무슨.."

 

하며 그 문제의 박스에 다가섰는데, 거대한 운송장에 대문짝만 하게 박힌 발신인.

 

‘딴지그룹 김어준’

 

ㄷㄷㄷ. 예고 살인을 위한 일종의 통지문같은 것인가. 지하세계에서 온 판도라의 상자를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오며 가며 수군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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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터지는 거 아니여?"

 

"국정원에 신고해야지 않을까요?"

 

"어머 불가사리님 어떡해."

 

"거기 라면집 가봤어요?"

 

정신이 아득하다. 뭘까 이 상자의 의미는. 딴밍아웃으로 회사에서 쫓겨나 오갈 데가 없어진 나를 충정로 벙커에 가두고 본격적으로 리뷰 노예로 만들 심산인 걸까. 아귀 수육을 수염에 문지르며 협박하던 죽돌 편집장의 눈빛이 운송장 위로 오버랩된다. 죽돌은 나한테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떨리는 마음으로 언박싱을 한다. 세 개의 초음파 세척기가 들어있다. 수염을 길렀다고 꼭 위생관념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아무래도 죽돌이 코딱지 후비다가 택배를 쌌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알콜 스프레이로 열 번 이상 소독을 한 뒤, 라텍스 장갑을 끼고 조심스럽게 초음파 세척기들을 뜯어보았다. 딴지가 구매해서 보내온 초음파 세척기들이다.

 

아마도 중학생 때였던가, 안경을 처음 맞추었을 때가 기억난다. 왠지 안경을 끼면 공부를 더 잘할 것만 같았지만 아무 상관도 없었던 기억. 당시 안경점에 있던 초음파 세척기는 무척 신기했다. 왠지 뿌연 색의 물이 들어있는 네모난 기계에 안경을 넣고 스위치를 올리면 이잉 하는 특유의 소리와 함께 아지랑이처럼 기름때가 피어나며 안경의 모든 때가 말끔히 제거되었던 기억. 손가락을 넣어 보았는데 아무렇지도 않아서 신기했던 기억. 거품이 나오는 게 신기해서 스위치를 올렸다 내렸다 반복하다 안경점 아저씨에게 혼났던 기억. 너무 신기해서 안경점 밖에 나와 있는 기계를 몰래 집에 들고 가려다 걸려서 반성문 10장 쓰고 손들고 있던 기억... 같은 건 물론 없다. 정말이다.

 

우연치고는 얄궂지만 마침 나는 이런 기억을 잊지 못하고 초음파 세척기를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13달러 정도에 사고 한 달 뒤 구매 사실을 잊어버릴 때쯤 배송받았던 물건인데, 플라스틱 재질의 마감이 조잡하고 색과 디자인도 영 별로지만, 세척 기능은 충분했다. 사고 나서 안경 외에도 시계, 반지, 면도기, 전기면도기 등을 세척하는 데 사용했는데 매우 만족스러웠다. 특히 전기면도기 세척에는 정말 탁월했다. 그런데 대체 어떤 과정으로 세척이 되는 것일까? 어릴 때 신기한 마음에 손을 넣어 세척기 안쪽을 만져보기도 했는데, 약간의 진동만 느껴질 뿐이었다. 초음파로 뭐 어떻게 한다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무슨 원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초음파가 뭐길래.

 

먼저 말해두지만 불가사리는 딴지일보 편집부에 인질로 잡혀있는 문과 출신 소비 모험가일 뿐이다. 안경닦이와 섬유와 렌즈 세척에 대해서도 주워들은 정보만 있었지, 내가 박쥐도 아니고 초음파 뭐 그런 거 잘 모른다. 그러니 귀엽게 봐 주시고 틀린 내용이 있다면 댓글로 지도 편달을 부탁드린다.

 

초음파란 무엇인가

 

초음파(超音波, ultrasonic sound)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보다 더 높은 주파수를 가지는 ‘소리’이다. 높은 소리로 유리잔을 깨는 광고처럼, 소리도 일종의 진동 에너지이므로 충분히 크고 주파수가 높으면 큰 진동을 발생시킬 수 있다. 이 초음파를 물 같은 유체(fluid)에 쏘게 되면, 초음파의 에너지로 인해서 물이 빠르게 운동하게 되고, 액체의 압력이 증기압 이하로 낮아져서 증기 기포가 발생한다. 이것을 캐비테이션(공동현상, Cavitation)이라고 한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간다면 당신은 정상인이다. 그냥 물이 흔들리면서 빠르게 거품이 생겼다가 터지는데, 이 충격 에너지로 더러운 것들을 떨어져 나가게 할 수 있는 원리라 생각하면 된다. 물의 온도를 적절히 만들거나, 적절한 세제를 넣거나 하면 더 원활한 세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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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소린지 모르겠다..

 

초음파 세척의 가장 큰 장점은, 손이나 솔 등이 들어갈 수 없는 구석을 물과 기포가 침투하여, 구석구석 세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초음파 세척기는 안경, 귀금속뿐 아니라 야채나 과일, 식기를 세척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이외에 반도체 부품 세정이나 공업용 공구, 자동차 등의 기계 등의 세척에도 사용한다. 실제로 쿠팡에서 ‘초음파 세척기’를 검색하면 나오는 가장 비싼 물건은 700만 원에 달하고, 업계에서는 이보다도 비싼 물건이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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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샀어야 했는데 ㅂㄷㅂㄷ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안경의 기름때를 닦아내는 정도의 초음파로, 엔진이나 기계 부품들에 묻은 기름때를 닦아낼 수 있는 것일까? 반대로 기계 부품의 기름때까지 제거하는 초음파를 안경이나 반도체 등에 사용하면 손상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당연한 생각이다. 모든 종류의 세척은 결국 물체에 충격을 가하는 일이고, 물건 위의 때를 닦아내면서 그 정도는 다르겠지만 물건에도 어느 정도의 손상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초음파의 경우는 주파수, 즉 얼마나 높고 낮은 소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용처가 달라진다.

 

초음파의 주파수가 높아지면, 그만큼 캐비테이션(거품)은 적고 잘게 생긴다. 그러므로 미세한 부분까지 닦아낼 수 있고 물건을 덜 손상시키지만, 세척력은 그만큼 떨어진다. 그래서 기계 부품 등 강한 세척이 필요한 경우에는 28kHz 정도의 주파수를 사용하고, 일반적인 유리나 금속, 틀니, 시계 등에는 40kHz 정도의 주파수를 사용한다. 즉 야채, 과일의 잔류 농약을 세척하면서 동시에 안경 등도 세척하려면 40kHz가 적절하고, 안경 세척에만 한정한다면 45~50kHz 정도의 더 높은 주파수를 사용해도 된다.

 

결국 초음파 세척기의 가격은 수조의 크기, 초음파의 주파수, 그리고 초음파의 출력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주파수는 대동소이하다고 치면, 출력과 수조의 크기는 생각해 볼 만하다. 초음파 세척기는 세척 수조 안에 진동자를 넣어, 그 진동자가 진동하면서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구조이다. 따라서 수조가 크고 물이 많으면, 같은 진동일 경우 세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반대로 수조가 작으면 같은 진동일 경우 세척력이 셀 수밖에 없다. 다만 세척력이 너무 셀 경우(주파수가 낮고, 출력이 강한 경우)에는 안경의 코팅을 벗길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딴지가 보내준 제품은 네오트레이딩 CDS-A 분리형 초음파 세척기(약 11만 원), Dr.Ozawa(흔히 ‘샤오미’로 검색된다) 초음파 세척기 3세대(최저가 23,900원), 제이케이 초음파 세척기(27,210원) 세 가지이다. 또 레퍼런스가 될 만한 물건을 보내달라고 하여 안경점에 가장 많은 초음파 세척기인 새한 SH-1025D 초음파 세척기(160,500원), 그리고 내 맘대로 대충 보내달라고 하여 거대한 니봇 스마트큐브 초음파세척기(JSK-20019, 17만 8000원)를 받았다.

 

본격적인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일단 위 기기들의 스펙을 비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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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네오트레이딩 CDS-A 분리형 초음파 세척기

 

굉장히 중국적인 마감의,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매한 저가형 제품들이 보이는 형태의 뭔가 없어 보이는 광택의 제품이다. 크롬 도금 부분도 고급스럽지는 않아 보인다. 크기가 꽤 크고, 뭔가 잡다한 바스켓 등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정확한 용도를 알기가 힘들다. 그러나 장점이 있는데, 수조를 분리해서 들고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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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 분리가 되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한 장점이다. 초음파 세척기를 사용하다 보면 물을 버리고 수조를 세척해야 할 일이 꽤 있는데, 수조와 기기가 붙어 있는 경우 전자기기 부분에 물이 들어가는 것이 조심스러워서 물을 버리고 수조를 세척하는 것이 꽤나 어렵다. 작은 물건들은 그나마 낫지만, 무게가 2kg가 넘어가는 새한이나 물이 4L나 들어가는 니봇은 물 버리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데 수조를 따로 분리할 수 있는 것은 매우 편리했다.

 

안경을 닦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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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링크)

 

50W라는 출력에 비해 소음은 매우 적은 편이다. 문제는 소리가 작은 만큼, 출력에 비해 세척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네오트레이딩 세척기에서 한 번 돌린 뒤 제이케이에서 다시 돌리면 이물질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수조의 너비가 넓은 편이라 안경을 닦을 수 있는 정도의 수위까지 물을 채우면 물이 꽤 많이 들어가서 출력 대비 효율이 떨어질 수 있을 것 같고, 추측건대 분리형 수조를 채택하여 출력에서 손해가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친김에 전기면도기도 닦아 보자. 이거 그래도 솔로 털어주면서 쓰던 물건인데 잔인할 정도로 기름과 털(...)이 나온다. 혐짤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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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링크)

 

총평하자면, 성능은 무난하고 소음이 적으며 무엇보다 수조가 분리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너무 크고 디자인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며 잡다한 부품이 많아 실제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현재 ‘네오트레이딩’은 해당 제품을 정식 판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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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에겐 누구나 말리는 못생긴 초음파세척기 하나 있지”

 

장점: 무난한 성능, 적은 소음, 수조 분리

 

단점: 디자인과 마감이 좋지 않음, 크기가 애매하게 큼

 

2. Dr.Ozawa 초음파 세척기 3세대

 

흔히 ‘샤오미 초음파 세척기’라고 불리는 물건이다. 해당 제품은 샤오미(小米)가 아닌 샤오저(小泽)에서 만드는 물건이고, 해당 회사는 샤오미와 엄연히 다른 회사로 초음파 세척기 외에 다른 물건을 거의 만들고 있지 않다.

 

애초에 샤오미라는 회사 자체가 ODM으로 ZMI, Huami 등의 회사 제품을 받아서 최소한의 마진만 붙여서 샤오미 이름으로 팔거나, 혹은 다양한 별개 중고기업들이 샤오미에 지분 일부를 주거나 약간의 마진을 줄 경우 자사의 앱인 미유아이(MiUI)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는 기업이다. 미지아, 샤오이 등등 여러 제품이 있고 이를 ‘샤오미 생태계’라 부르는데, 실제 샤오미의 ‘자회사’라 부를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아서, 해당 제품들에 품질 보장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어쨌든 해당 제품도 샤오미의 채널을 통해 팔린 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정확하지는 않다(현재 홈페이지 상에는 그런 이야기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실제 샤오미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회사라도 샤오미 특유의 희고 깔끔한 디자인 + 골판지 포장이면 무조건 ‘샤오미’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기도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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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은 깔끔하고 특히 마감이 아주 좋다. 디자인에서는 거의 최상급이라 봐도 좋을 정도. 뚜껑에는 자석이 있는데 착 닫히는 느낌도 좋고 어디 하나 흔들거리는 구석이 없다. 모양도 예쁘고 크기도 작아서 집에 두기에 부담이 없다. 물을 넣어보면 수조가 생각보다 넉넉한 너비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양날의 검인데, 일반적인 안경을 모두 담그려면 물을 ‘MAX'라고 쓰여있는 높이까지 물을 채워야 하고, 물을 다 채우면 밖으로 튈까봐 걱정이 되는 수준이 된다.

 

소음은 정말 매우 적다. 다른 제품과 차이를 불허할 정도. 그런데... 세척력도 그만큼 떨어진다. 안경의 기름때가 제거되지 않는 수준을 넘어서, 해당 제품에서 2분 이상 돌린 안경을 다른 세척기에 넣어도 하얀 기름때가 쉽사리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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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링크)

 

아무래도 18W라는 매우 적은 출력, 그러면서도 거의 네오트레이딩에 필적할 정도로 큰 수조 때문에 생겨나는 일로 보인다. 충전식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작은 출력을 사용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물론 이 경우 안경 코팅에 손상을 가할 가능성도 적어지기는 하겠지만, 이 정도로 세척이 되지 않아서야 초음파세척기를 쓰는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다. 무언가(팔찌나 목걸이, 또는 콘돔 등)를 담아두는 통으로 사용해도 충분할 정도의 디자인이지만 통 치고는 무겁고 비싸다.

 

경공이 공자께 정치에 대하여 묻자, 공자께서는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 답하였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소크라테스 이래의 그리스 철학 역시 어떤 존재의 본질적 역할을 덕성(Arete, Virtus)이라 칭하고 이 역할을 다할 때 훌륭함에 이를 수 있다고 보았다.

 

초음파 세척기의 세척기다움, 즉 덕성은 무엇일까. 최소한 세척이 잘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얘는 덕성이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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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XXX”

 

장점: 훌륭한 디자인, 알맞은 크기,

 

단점: 세척력 부족

 

3. 제이케이 “마하” 초음파 세척기

 

위의 Dr.Ozawa만큼은 아니지만 외관이 깔끔하다. 크기도 작아서 역시 방에 두기에도 부담이 없다. 다만 마감은 그리 훌륭하지 않은데, 세척기 수조와 세척기 단은 묵직하고 견고해 보이지만, 뚜껑은 굉장히 어설픈 재질로 만들어져 있고 단차도 있어서 흔들거린다. 조금의 충격만 있으면 부러질 것 같기도 하다. 뚜껑이 없이 출시된 물건인데 급하게 혹은 수입사의 요청으로 뚜껑을 붙인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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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 최고 장점은 사이즈다. 안경에 딱 맞는 정도의 너비와 길이를 가지고 있는데, 어지간히 큰 안경도 거의 들어갈 수 있으면서도 낭비가 없는 크기다. 이렇듯 너비가 좁으면 상대적으로 높이를 더 키울 수 있어서 안경을 물에 잠기게 하기 좋기도 하고, 출력의 낭비가 없어서 세척력을 증대시킬 수 있다. 다만 좀 큰 선글라스는 안 들어갈 수 있다. 우리가 주로 세척기에서 세척하는 물건이 안경, 시계, 악세사리류이고 더 해봐야 면도기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딱 들어맞는 훌륭한 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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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넣어도 딱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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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링크)

 

영상으로 보면 크기의 적절함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소음이 꽤 크다. 새한이나 니봇보다는 작지만, 출력이 훨씬 높은 네오트레이딩만큼이나 큰 소음이 난다. 그런데 세척력은 탁월하다. Dr.Ozawa와는 비교도 안 되고, 네오트레이딩보다도 더 세척이 잘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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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아도 할 건 다 한다”

 

장점: 좋은 세척력, 괜찮은 크기와 무난한 디자인

 

단점: 큰 소음, 좋지 않은 마감

 

4. 새한 SH-1025D 초음파 세척기

 

우리가 어릴 때부터 친숙하게 보던 그 물건이다. 투박한 디자인. 2kg가 넘어가는 육중한 무게. 그러나 왠지 모르게 신뢰가 가는 모습. 스펙을 생각하면 꽤나 비싼 가격이고 집에서 쓰기에는 약간 꺼려지는 디자인이지만, 기기 자체의 마감은 매우 훌륭해 보인다. 다만 단점이라면, 기기 자체가 무게가 있다 보니 옮기면서 기기가 많이 흔들리고, 그러면 물이 넘칠 가능성이 높다. 이 리뷰를 하면서 몇 번이나 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기기의 방수 여부가 검증이 되지 않았고 아무래도 방수가 되지 않을 것 같은지라 여러모로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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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돌려 보았다. 크기는 넉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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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링크)

 

세척력은 충분해 보이지만, 기름때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그런데 이것은 이 기기만의 문제는 아니고, 모든 초음파 세척기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문제다. 물만 넣어 사용하면 지문 등의 기름때는 말끔하게 닦이지 않는다. 그래서 세제나 세척액을 따로 넣어서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계면활성제가 들어가면 코팅의 손상 가능성도 좀 더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소음은 꽤나 큰 편이다. 대부분 안경점에서 사용하는 물건이다보니 더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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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리는 김에 흙 고구마도 돌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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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링크)

 

 

 

역시 세척력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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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워낙 무겁다 보니 들고 가서 물을 갈고, 흙물을 제거하느라 세척하고 하는 것이 큰일이다. 이 제품의 특이점은 히터를 제공한다. 가장 세척이 잘 되는 온도가 조금 미지근한 정도이기 때문. 다만 안경의 경우 온도가 너무 올라가면 코팅에 손상이 갈 수 있으니 적당히만. 여러모로 괜찮아 보이지만, 디자인과 성능, 가격을 고려할 때 아무래도 좀 과거의 물건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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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eo killed the radio star"

 

장점: 괜찮은 세척력, 견고한 기계 마감

 

단점: 투박한 디자인, 큰 소음, 무거움.

 

5. 니봇 스마트큐브 초음파세척기(JSK-20019)

 

애초에 이 물건을 ‘안경닦이’로 리뷰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안경 닦는데 4리터 수조가 필요할 리가 없잖아. 이 물건을 굳이 고른 이유는 초음파 세척기의 다른 가능성, 과일이나 채소 등을 세척할 용도로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지 않나 생각했기 때문은 아니고 딴지의 재정을 거덜 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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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매우 깔끔하다. 좀 쌀통 같기는 하지만... 플라스틱도 싸구려 느낌이 아니고 꽤나 견고해 보이고, 큼직한 크기를 감안해도 정육면체 형태라 공간 활용에도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크기는 아까 새한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까지 모든 제품은 진동자 하나를 철판에 붙이고 철판 전체를 울리는 방식으로 초음파를 발생시켰는데, 이 제품은 철판 없이 진동자 두 개를 플라스틱 수조 안에 넣었다. 아무래도 출력 대비 성능이 조금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무게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 세련되어 보인다.

 

안에는 바스켓이 있어서 안경을 돌리는 데는 넉넉하고(...), 채소나 과일 등을 씻을 때도 유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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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링크)

 

안경을 돌렸는데 지금까지 물건 중 가장 세척력이 좋은 것 같다. 기름때도 여전히 부족한 면이 있지만 약간은 때가 지는 것 같다. 다만 소리는 지금까지 모든 제품 중 가장 크다. 새한과 큰 차이가 나지는 않으나 좀 더 울리는 듯한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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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고구마도 돌려 보았다. 그런데 이 기기의 문제인지 아니면 기기 자체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메뉴 부분은 터치가 잘 먹는데 ‘start/stop'의 역할을 하는 버튼은 터치가 잘 먹지 않는다. 몇 번이나 누르다 겨우 터치가 되었다. 기기 전체의 문제는 아닐 거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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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링크)

 

고구마의 흙도 잘 제거된다. 물의 양이 많음에도, 바스켓을 이용할 수 있어서 사용성은 좋다. 여기에는 나오지 않지만 상추와 깻잎을 넣고 돌리면 생각보다 흙이 많이 떨어지고 먼지인지 농약인지 식물의 기름기인지가 살짝 뜨는 것을 발견할 수 있기도 했다. 다만 물을 옮기고 세척할 때가 문제여서 수조 부분이 분리되면 더 좋지 않을까 아쉬움은 있다. 채소나 과일의 농약을 제거하는 데는 아주 좋은 효과가 있다고 들었다. 현재 한국 농산물에서 잔류농약이 문제 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이가 있거나 하여 잔류농약을 없애야 하는 경우에는 추천할 만 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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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봇 초음파 세척기를 봐줘. 어떻게 생각해? / 크고... 아름다워요...”

 

단점: 큰 소음, 안경닦이치고는 너무 과한 성능과 큰 크기, 안경닦이치고 크고 아름다운 가격

 

장점: 안경과 채소 과일을 함께 닦을 수 있음. 가격은 비싸도 가성비는 좋은 물건.

 

마무리 

 

대체 뭘 리뷰하는지도 모르게 흘러갔지만, 처음으로 돌아가 안경닦이라는(안경닦이 리뷰는 1편을 참고하시라-링크)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위 안경닦이 영상과 사진에서 느낄 수 있겠지만, 안경에 있는 기름때나 지문 등은 생각보다 초음파 세척기로 잘 지워지지 않았다. 따로 세제나 세정액을 넣으면 좀 더 잘 닦이지만, 그래도 안경닦이로 닦아내거나 세제로 닦는 것에 비해서 깔끔하다고 보기 어렵고, 수조 세척이 그리 쉽지 않은 초음파 세척기의 특징을 생각할 때 세제를 넣어 사용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다.

 

적어도 안경에 있어서 더 좋은 방법은 지구상에서 가장 유해하고 무서운 세척액인 ‘일산화이수소(Dihydrogen Monoxide, DHMO)’를 사용하는 것이다. 해당 물질은 이온 결합으로 이루어진 대부분의 물질을 녹일 수 있는 무시무시한 물질로, 자연계에서 생분해되지 않고, 다량 노출 시 화상, 피부 손상, 사망까지 이르게 할 수 있는 위험한 물질이며, 중독성이 매우 강한 위험한 물질인 주제에 문제의식 없이 아이들에게도 노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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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는 이를 ‘물(H2O)’이라 부른다. 위는 10여년 전 유행했던 ‘일산화 이수소 농담’인데 아재개그지만 뭐 틀린 말은 없다. 어쨌든 우선 미지근한 온도 이하의 물(뜨거울 경우 코팅이 손상될 수 있다)로 안경에 붙은 먼지 등을 제거하고(먼지 등이 있는 상태에서 안경닦이를 사용하면 이물질이 눌려 코팅이 손상된다), 주방용 세제나 중성세제를 조금 짠 뒤 아주 살살 문질러 기름 등을 닦아낸 후, 다시 물로 씻어내고 물기를 제거하는 것이다. 다만 염기성이 강한 비눗물은 코팅을 손상시킬 위험성이 있으니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고, 염기성에 더하여 스크럽을 위한 미세플라스틱 등이 들어 있기도 한 샴푸 등은 절대로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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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 세척기는 모든 기름때를 없애주는 물건이라기보다, 안경에 있는 찌든 때를 지우는 용도, 코받침이나 안경다리, 안경테와 안경 사이 등의 기름때 등을 없앨 때 더 효과적인 물건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매일 사용할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사용하면 안경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면도기나 전기면도기, 목걸이나 팔찌, 시계 등 다양한 물건을 세척하는 데 생각보다 편리하고 효과가 좋다.

 

생각보다 힘들었다. 애초에 고른 50만원짜리 초음파 세척기 결제를 취소한 편집장 죽돌에게 보란 듯이, 5개를 합쳐 50만 원을 지출하는데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 남은 초음파 세척기는 어떻게 하지. 집안에 수북하게 쌓인 안경닦이들과 초음파 세척기들을 보며, 애초에 이 기사를 왜 시작했는지 회의에 젖었다. 결국 나는 또 아무짝에도 쓰잘데기 없는 물건을 잔뜩 쌓아 두기만 하는 것인가. 정말 이런 거 말고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사고 싶다.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가. 그래, 술이다. 오늘은, 취해도 된다.

 

술에 취해, 편집장 죽돌에게 전화를 했다.

 

불가사리: 저 이제 정말 저에게 필요한 걸 사고 싶어요.

 

죽돌: 하하. 무엇이든 말만 하세요.

 

불가사리: 정말인가요. 아파트, 차...

 

죽돌: (말을 막으며) 말씀인가요? 녹차, 보이차, 우롱차? 중화 2000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일인데 너무 방대하지 않겠어요?

 

불가사리: 왜 맨날 그런 식이에요! 에이 진짜... 술이나 한잔 더 마셔야겠는데... 왜 와인 따개가 없어!

 

죽돌: 와인 따개, 좋네요.

 

불가사리: 그거 와인 사면 그냥 주지 않나요...

 

죽돌: 안경닦이도 그랬죠. 흐흐.

 

해서, 다음 시간에는 와인 오프너 (코르크 스크류) 리뷰에 들어간다.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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