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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스라엘의 다층방어체계

 

미사일 방어 체계는 당연하게도 ‘중첩’되게 만든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인데,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미사일 방어 체계를 저(底)고도와 중(中)고도 및 고(高)고도 요격 체계로 갖춰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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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고고도 요격체계이다.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고고도 요격체계 미사일로 애로우(Arrow)-3를 만들었다. 지상 100킬로미터 이상의 대기권 밖에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게 이 녀석의 임무다. 이게 미국의 사드(THAAD) 체계와 비슷하다. 원래 미국은,

 

“야, 뭐 하러 그걸 만들어? 우리한테 그거랑 똑같은 미사일 있어, 사드라고 싸고 튼튼해. 걍 우리거 사.”

 

라고 말했지만, 이스라엘은 곧 죽어도 자체개발하겠다고 각을 세운 거다. 미국은 늘 그렇듯 이스라엘의 몽니를 받아줬고, 결국 이스라엘 IAI(이스라엘 국영 우주항공)과 미국 보잉이 공동 연구 개발하게 된다.

 

(이스라엘 미사일 요격체계 개발에 있어서 미국은 지대한 협력을 해준다. 이스라엘 독자적으로 이걸 연구하기엔 무리가 따랐을 거다. 대신 이스라엘도 자신들의 수많은 데이터들을 아낌없이 공유하고 있다)

 

이 애로우 시리즈는 이란의 탄도탄을 목표로 만들어진 거다.

 

이 고고도 방어망이 뚫리면, 중고도에서 애로우(Arrow)-2와 다비즈 슬링(David's Sling)이 대기하고 있다. 에로우-2는 스커드 탄도탄을 잡기 위해 특화돼 있다면, 에로우-3는 이란의 샤하브-3같은 큰 놈을 잡기 위해 준비됐다. 그러면, 다비즈 슬링은?

 

(이름에서 알 수 있을 거다. 골리앗 뚝배기를 뚜까 팬 그 돌팔매질을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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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사일은 이스라엘 라파엘과 미국의 미사일 명가(?!) 레이시온 社가 공동 개발한 미사일이다. 레이시온의 대표작이 ‘패트리어트’ 시리즈란 걸 생각해야 한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라파엘과 레이시온은 이 다비즈 슬링을 차세대 패트리어트로 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아니, 레이시온에선 스터너(Stunner)라 불리 녀석이다. 패트리어트 시스템에 통합시켜서 제4세대 패트리어트로 팔겠다는 수작을 부리고 있는 중이다.

 

“야, 이 녀석 봐봐. 생긴 거 부터가 엘레강스 하지 않냐? 이 유려한 곡선! 이게 또 2단 부스터예요. 쭉쭉 나가! 사거리 300킬로미터까지 보장한다니까!”

 

레이시온에서 한참 약을 팔고 있는 중이다. 이스라엘에선? 이미 실전 배치가 됐다. 이 녀석의 사격통제 레이더는 EL/M 2084 다기능 S밴드 AESA 레이더인데, 이 레이더는 아이언 돔에도 쓰이는 녀석이다. 즉, 아이언 돔 시스템과 통합해서 쓸 수가 있다는 거다.

 

2. 아이언 돔

 

이제 그 말 많고, 탈 많은 아이언 돔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이제까지 개략만 훑어봤는데, 이스라엘은 애로우(Arrow)-3, 애로우(Arrow)-2, 다비즈 슬링(David's Sling), 그리고 아이언 돔(Iron Dome)으로 이어지는 다층 방어체계를 구축했다.

 

애로우-3부터 다비즈 슬링까지는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만들었다면, 아이언돔은 그 목적이 좀 다르다. 이 녀석은 로켓이나 박격포 공격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녀석이다.

 

뉴스에서 나오는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무유도 로켓 같은 걸 주로 잡는 녀석이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하는 게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인 하마스(Hamas)다. 정치결사단체이기도 한 이 녀석들은 처음부터 이스라엘과는 함께 할 수 없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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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몰아내고, 이슬람 국가를 만들자!”

 

라고 주장하는 존재다. 하마스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게 또 복잡다단하다. 어쨌든 이 녀석들이 이스라엘과 대척점에서 미사일도 쏘고, 로켓도 쏘고 하는 존재다. 2014년 7월에 이스라엘 청년 3명이 살해되면서 시작된 가자 전투에서 미친 듯이 이스라엘을 물어뜯었던 것도 이 녀석들이다.

 

이게 또 애매한 게 PLO가 평화외교를 통해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거 같았다. 이 덕에 PLO의 아라파트와 이스라엘 라빈 총리가 같이 노벨 평화상 타고 참 좋았다. 제2차 오슬로 협약을 통해서,

 

“야, 이제 팔레스타인도 나라 되는 거야? 그동안 고생 많았다!”

 

이런 분위기가 형성됐는데... 이스라엘 라빈 총리가 덜컥 암살을 당한 거다. 그 뒤로 이스라엘은 바로 강경 노선으로 돌변했고, 2001년 9.11 테러 직후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자치권을 박탈하면서 그동안의 평화 외교 노력은 물거품이 된다. 그리고 2004년 아라파트가 죽으면서 PLO의 외교 노력은 물거품이 됐고(나중에 파타당이 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아예 극단적인 하마스를 지지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무장투쟁을 하긴 하는데... 무장단체이긴 하지만 그 수준은 상당히 떨어진다. 아직 정식 국가도 아니고, 지원도 부족한 하마스가 주로 애용하는 무기가 로켓 까삼(Qassam)이다. 농담 삼아,

 

“슈퍼를 털어서 만든 로켓”

 

이라고 불리는데, 질산칼륨이나 설탕 등을 섞어서 만들었다(철제 분말도 넣고... 한마디로 수제 로켓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도 나름 위력이 있어서 사거리 10킬로 넘어가는 녀석들도 있고, 파괴력도 쓸 만하다. 결정적으로 싸다. 80~100만 원이면 1발을 만들 수 있다.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그러니까 아이언 돔이 격파하는 로켓의 대부분은 이 까삼 로켓이다.

 

이 까삼 로켓이 나오면서 전투의 양상이 상당히 달라지게 됐다. 예전에는 순교자(?!)들을 선발해 폭탄조끼 입힌 다음에 테러를 했는데, 이제는 안전하게(!) 로켓을 쏜다. 그러면, 이스라엘에서 이 로켓을 아이언 돔으로 막고, 좀 심하게 많이 쏘면... 자주포나 전폭기를 동원해 폭격을 한다. 이스라엘 육군이 투입되는 건 최후의 최후의 순간이었다.

 

깨끗하고 스마트 해졌다고 해야 할까? 이제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일이 많이 줄어들었다.

 

아이언 돔의 순기능이라면... 이스라엘 보병이 가자지구에 들어갈 일이 줄어들었다는 거다. 스마트해졌다는 게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가자 지구에서 하마스가 공격을 하면, 이스라엘 입자에선 응사를 하거나 근원지를 때려야 한다. 그러려면 가자지구에 들어가야 한다. 이제는 하마스가 까삼을 쏘면, 이스라엘에선 아이언돔으로 막고, 로켓 공격 지대를 항공전력으로 타격하는 거다.

 

애초에 아이언 돔의 ‘원초적인 아이디어’는 간단했다.

 

“하마스의 로켓을 하늘에서 막으면, 이스라엘의 피해가 경감될 거다.”

 

라는 단순한 아이디어였다. 하마스가 100만 원도 안 되는 로켓을 쏘면, 이스라엘군은 원점을 타격하거나 가자 지구에 병력을 밀어 넣어서 그걸 제거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걸 중간에서 막는다면?

 

문제는 가격이었다. 이스라엘 군과 정부에서 초기에 아이언돔 계획을 반대했던 게 돈 때문이었다. 하마스의 몇 푼 안 되는 싸구려 로켓을 막기 위해 요격 미사일을 발사하다간 이스라엘이 파산할 거란 논리다. 실제로 아이언돔 미사일 1발의 가격은 2~8만불 사이다. 심하게 말하자면, 800달러짜리 싸구려 로켓을 막기 위해 8만불짜리 미사일을 쏜다는 개념이 나오는 거다.

 

이렇게 지지부진했던 아이디어가 다시 탄력을 받은 게 2006년이었다.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 4천 발을 날린 거다. 이 로켓 공격에 이스라엘 민간이 40여 명이 죽은 거다.

 

“...싸구려 로켓이라 무시했는데, 이대로 놔두면 우리 국민들 다 죽는다. 저 로켓을 막아내자.”

 

이스라엘이 결단을 내리게 된다. 덤으로 미국의 지원도 얻어낸다. 미국 의회에선 2010년 아이언돔 예산 2억 5,000만 달러를 이스라엘에 전달했고, 2012년도에도 6억 8,000 만 달러를 추가로 지급했다.

 

(아이언돔이 이스라엘 국산이라 말하지만, 애로우 시리즈나 다비즈 슬링처럼 이 역시도 미국 기술이 들어갔다. 보잉이나 레이시온이 아이언돔 프로젝트에도 투입돼 기술 개발을 같이 했다)

 

한 대 시스템 가격만 5,000만 달러가 넘어가고, 한 발 쏠 때마다 중형차 한 대씩을 하늘로 쏘아 올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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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사람 목숨을 구할 수 있고, 아이언돔의 등장 이후 이스라엘 사람들이 대피하거나 도망가지 않고, 여유 있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예전에 로켓이 날아올 때 이스라엘 사람들은 대피호를 찾았는데, 이제는 핸드폰을 들고 하늘을 찍거나 맥주를 마시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불꽃놀이를 보는 것 같은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제작사 말로는 90% 이상의 요격 성공률을 말하고 있고, 이스라엘 군도 로켓 날아올 때마다,

 

“우리가 90% 이상 다 격추했다!”

 

라고 대변인 통해서 친절히 홍보하고 있다. 자, 문제는 하마스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걸 그대로 두고 보지 않는 거다.

 

“그래? 로켓에 박격포까지 섞어서 쏴 보자! 너네 미사일이 많은지 우리 박격포랑 로켓이 많은지 해보자!”

 

이거저거 막 섞어서 쏘기 시작한 거다. 아이언돔의 미사일 숫자가 얼마나 있는지 모르지만, 그거 다 떨어질 때까지 쏴보자는 거다. 이렇게 되니 이스라엘군의 대응도 달라진다.

 

“민간인 지역에 위협이 될 만한 것들 위주로 요격한다.”

 

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 언제나 말하지만, 창과 방패의 대결에서 우위에 있는 건 창이다. 그리고 방패는 창보다 비싸다는 거다. 이러다 보니 레이저를 장착한 아이언빔이 나오기도 했지만, 하마스가 작정하고 1천 발 단위로 쏜다면, 이스라엘은 그에 대응하기 위해 이에 상응할 만한 미사일을 쏴야 한다. 가성비로 보자면, 너무 효율이 떨어진다. 이것 때문에 미사일 대신 레이저로 요격하는 아이언빔(Iron Beam)이 등장했다는 거다. 물론 가성비에 있어선 이쪽도 문제가 많다.

 

팔레스타인 사람들과의 반목과 충돌은 이스라엘이란 나라의 천형(天刑)이니 누굴 탓할 수만은 없을 거다. 이 와중에 온갖 기기묘묘한 무기들이 등장해 TV로 세상을 보는 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는 거 같다. TV 화면 속에 등장하는 아이언돔을 보면서 ‘신기하다’, ‘재밌다’, ‘우리도 저거 사자!’란 말을 하기 이 전에 저게 왜 나오게 됐는지를 한 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정말 나이브한 생각일 지도 모르지만, 하늘에 흩뿌리는 아이언돔 쏠 돈을 모아서 하마스에게 주고, 다시 한번 평화 무드 조성하고, 제2의 오슬로 협약을 만든다면 어떨까 하는... 진짜 나이브 한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