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지난 글 말미에 재난지원금, 실업 급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얼레벌레 어사무사하게 '그르타더라'하고 끝나는 원고를 보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편집자가 제멋대로 (강제)연재물로 만들어놓고,

 

미국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역대급이며 특히 한국은 밀접한데다, 중요한 글로벌 자본주의의 실험이 이루어지는 이때, 이 이슈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냐며, 왜 자본주의의 미래에 관한 심도깊은 논의를 망치고, 왜 처음부터 좀 더 자세히 쓰지 않았는가

 

 라며 되려 당당하게 나오는데, 이제는 대거리하기도 지쳤다. 이들은 항상 이런 식이다.

 

아무튼 그래서, 코시국 미국의 특이점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보자. 오늘은 돈에 관한 이야기다.

 

트럼프의 편지

 

코로나 기간 동안, 미국에서는 총 3회의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었다. 그 내역은 다음과 같다.

 

1차 : 인당 1200불 (자녀 500불)

 

2차 : 인당 600불 (자녀 600불)

 

3차 : 인당 1400불 (자녀 1400불)

 

여기에 인당 2천 불에 달하는 4차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이 현재 논의 중이다. 지급 대상은 소득으로 결정하는데, 1차와 2차의 지급 대상은 상대적으로 넓었고 (인당 1억 이하), 3차에서는 약간 좁혔다 (인당 7천500만 원).

 

여기에 코로나 기간 동안, 기존 자녀 양육수당과 실업급여 제도가 대폭 개선되었다. 먼저, 자녀 양육수당의 경우, 5세 미만 자녀의 경우 최대 3600불의 수당이 지급되었다 (5세 이상 3000불). 지급 방식 또한, 정산 시 공제로 돌려받는 방식에서 일부를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 기간 동안에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가 바로 직접 지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앞서, 돈을 곧 보내겠다는 편지를 보냈다. 집집마다 백악관 명의로, 트럼프 대통령의 사인이 포함된 편지가 배달되었다. 재난지원금 결정은 의회가 한 것이지만, 생색은 본인이 낸 셈이다.

 

SSI_20200626034324_O2.jpg

 

 

이러한 전통은 바이든 행정부로도 계승되었다. 비슷한 내용의 편지가 3차 재난지원금, 양육수당 지급 시에도 발송되었다. 지극히 실무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정산으로 돌려주나 현금으로 지급하나, 지급 시기만 달라질 뿐 큰 차이는 없다. 오히려, 지급을 받으면 안 되는 사람들은 돈을 토해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연말정산 시 큰 혼란이 예상된다. 이와는 무관하게, 직접 지급은 가장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기 좋은 형태(대통령 서명이 똭 박힌 돈)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확대될 것이다.

 

실업 급여의 경우, 거의 모든 부분이 업그레이드되었다. 고용보험이 가입되지 않은 일용직 노동자와 자영업자도 실업급여를 수령할 수 있게 되었으며, 최대 수령 기간 또한 26주에서 아예 올해 9월까지 (당초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했던 시기)로 대폭 연장되었다. 금액도 월 120만 원이 추가되어,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아메리칸 코로나 : 어느 4인 가족의 사정

 

이렇게 숫자를 나열해봤자, 감이 안 올 것이다. 예를 들어보겠다. 코로나 기간 동안 실직한, 4인 맞벌이 가구 (5세 미만 자녀 2)가 있다. 이들은 얼마를 받았을까?

 

asdfww.JPG

 

 

*기존 실업급여는 주당 최대 378불, 최소 60불이었다. 위 계산은 최대 378불에, 코로나 지원금 300불을 더한 주당 678불을 가정하고 계산한 것이다. 코로나 지원금은 지금까지 300불 - 600불 사이를 오갔다)

 

이 가족은 1회성 재난지원금과 양육수당으로 지금까지 15800불을 받았을 것이고, 매월 실업급여 (부부)로 최대 5424불을 수령해 왔을 것이다. 1년으로 단순 환산하면 약 65000불이다. 재난지원금, 양육수당, 실업급여를 모두 합친 지난 1년간의 가구 소득은 8만 불이 된다.

 

이는 어디까지나 최대 수령 가능 금액이다. 부부 중 한 명이 코로나 이전부터 일을 하지 않았거나 (이경우 가구 소득은 4만 8천 불이 된다), 소득증명을 하기 힘든 일용직 노동자였을 경우 실업급여 수령액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가령, 코로나 이전 음식 배달 일을 하던 내 장인어른은 주당 최대 수령액 678불이 아닌 475불을 받는다.

 

이런 변수들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큰 금액이다. 여기에 추가로, 코로나로 인해 주택 담보대출금을 갚기 힘들어진 집주인들에게 대출금 상환을 유예해주는 법안, 소상공인 대출 지원 법안, 그리고 월세를 내지 못하는 세입자의 강제퇴거 조치를 막는 법안 등이 통과되었다.

 

코로나의 역설 : 낮아진 실업률

 

미국에서도 누군가는 포퓰리즘, 근로의욕 저하를 비난했고, 누군가는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했다. 모든 복지정책에는 이런 반론이 반드시 뒤따른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는 비슷한 전례를 찾을 수도 없는 큰 위기였다. 이런 미증유의 위기에 맞서, 미국 정치인들은 본인들이 생각할 수 있는 최대 수위에 대응책을 내놨다. 일단 할 수 있는 건 다 해놓고, 다소 과했다 싶었던 것은 나중에 가서 되돌리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대 수령 가능 실업급여는 주당 최대 978불에서 678불로 줄었고, 올 9월부터는 다시 378불로 줄어들 전망이다. 과잉대응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하지만, 대응이 충분하지 못하면 개인 혹은 가정이 파탄 날 수 있다. 한번 발생한 파국은 되돌릴 수도 없다.

 

대폭 늘어난 재난지원금과 실업급여는 과연 근로의욕 저하를 발생시켰을까? 코로나 발생 초기 14.8프로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2021년 8월 현재, 연준이 발표한 실업률은 5.4%이다.

 

sfsdafasdf.JPG

 

실업률 감소의 가장 큰 이유는 경제가 좋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는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작년 상반기 바닥을 찍고 반등에 성공했다. 이후 경제는 회복되었기 때문에, 사기업들은 일시적으로 줄였던 고용을 늘렸다. 그러나 이미 실업급여를 받게 된 노동자를 직장으로 되돌리기 위해선, 그만큼 매력적인 임금을 제시해야만 했다.

 

특히 실업 급여와 직접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시간제 노동자들의 시급이 많이 오른 느낌이다. 아직 본격적인 연구결과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그건 경제학자들에게 맡기자), 길거리에 붙어있는 구인광고, 시급 그리고 각종 인센티브 (학자금 대출 지원, 사인업보너스등)내용만봐도 구인이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느낌이다.

 

노동의 미래

 

암만 그렇다고

 

'아무리 실업급여를 늘려도, 임금이 올라 아무 문제 없습니다!'

 

라고 단정 짓기에는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실업급여는 기본소득이 아니다. 노동 여부와 무관하게 보편적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과 달리, 실업급여는 실직자에게만 지급된다. 노동자는 실업급여를 계속 타먹을지, 아니면 구직을 통해 직장을 구할지를 택일해야 한다. 이러한 판단을 내릴 때는, 당장 받게 되는 소득 (실업급여 vs 임금)도 물론 중요하지만, 미래 안정성과 소득 향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개선된 실업급여 제도는 오는 9월에 종료된다. 9월 이후 실업급여 제도가 계속해서 유지될지, 유지된다면 얼마를 받을지를 구직자는 알 수 없다. 이런 불확실한 정책에 기대기보다는, 빨리 괜찮은 직장을 잡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게다가 실업급여 최대 지급액은 매년 고정이지만, 새로운 직장에 월급은 조금씩이라도 오를 가능성이 있다.

 

실업 급여라는 제도 자체가 원래 좀 불편하라고 만들어진 제도이다. 마치, 오래 앉지 말라고 딱딱하게 만들어진 패스트푸드점 의자처럼 말이다. 실업급여는 노동자에게 일하지 말고 놀고먹으라고 떠먹여주는 돈이 아니라, 새로운 일을 찾는 동안 필요한 소득을 일부 보전해 주는 돈이니까.

 

그럼에도 지난 글에서 기본소득 베타테스트라고 했던 것은, 이 정도로 큰 직접 지원금이 오랫동안 풀린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1년 동안 1인당 3천만 원의 실업급여 + 재난지원금이 지급되었다. 넉넉하진 않아도, 그럭저럭 생활을 꾸려갈 수 있는 정도의 돈이다. 이 정도의 돈이 지급될 때,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지금까지 드러난 결과는, 그래도 계속 일을 한다는 것이다. 부정수급자, 일보다는 실업급여를 택한 사람도 물론 무수히 많다(정부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실업급여 대상과 지급금액을 조금씩 줄여가면서 노동 복귀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는, 충분한 임금이 지급되는 일자리를 찾아갔다. 이렇게 늘어난 임금이 얼마나 유지될지 (실업급여가 줄어들면, 최저시급도 같이 내려갈까?), 이로 인해 생필품 등의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진 않을지, 마지막으로 기업들은 늘어난 최저임금 속에서도 계속해서 이익을 낼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이다.

 

1Z7TB0W9ZJ_1.jpg

 

문제는 지금부터

 

"많은 재난지원금, 실업급여가 지급되었고, 미국에서는 최저임금이 자발적으로 오를 정도로 경기 좋다."

 

이렇게만 적고 나면, 미국은 역시 선진국이고, 그래도 살기가 좋은 나라인 것 같다. 분명히 그런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런 단편적인 사실들만으로는 보통 미국인들이 코로나 사태 동안 어떠한 생각을 하는지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

 

최저임금과 재난지원금으로, 최소한의 생존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지원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이다. 생존 그 이상, 예를 들어 자산을 모으고 집을 마련하는 문제에 있어서, 대다수 미국인들은 코로나 이전보다 더 부정적이 된 것 같다. 집값이 미친 듯이 오르고, 주식시장도 크게 상승했다. 집이 없는 사람, 자산이 별로 없는 사람들은 심각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이미 집이나 주식을 보유하던 사람들은 어느 정도 덕을 봤다. 그러나, 내가 사는 집보다 더 좋은 집의 가격은 더 올라버렸다. 지금 사는 집의 집값이 올랐다고, 그만큼 부자가 됐다는 느낌은 받지 못하는 것이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티끌 굴려봤자 어차피 티끌이다. 차라리, 그때 비트코인을 살걸, 코로나 때 주식을 샀어야 하는데 같은 후회가 많다. 분명히 경기가 좋아진 것은 맞는데,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바뀔 정도는 아니다.

 

202006091427766601_13.jpg

 

상대적이든 절대적이든, 미국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빈부격차 문제를 살펴보면 한국에도 좋은 참고가 될 듯하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좀 더 알아보도록 하자. 이상 끗!

 

(편집부 주 - 씻퐈의 <현장르뽀,특이점이 온 미국 3: 코로나로 인한 빈부격차>편이 계속됩니다. 조.만.간.)



 

추신

 

딴지스 여러분 덕분에, 『재무제표가 만만해지는 회계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이전에 쓴 딴지 연재물을 확장하여, 이때다 싶어 열쒸미 공부, 정리하여 낸 책입니다. 아마, 현직 회계사 중, 저만큼 회계공부를 싫어했던 회계사는 거의 없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저만큼도 공부를 안 했다면 못 붙으셨을 테니까요). 회계 공부를 싫어했던 사람이 저와 비슷한 독자분들을 위해서 쓴 책이다 보니 재밌습니다(아마도...). 그동안 회계 공부가 하기 싫었다거나, 회계에 관심이 없었던 독자분들(사실상 전원)에게 추천합니다.

 

 

k062732553_1.jpg

 

[재무제표가 만만해지는 회계책]

<알라딘 구매 링크>

<인터파크 구매 링크>

<교보문고 구매 링크>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