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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정수입 외에 목돈이 좀 생겼다. 이런 돈이 생기면 보통은 저축해야지, 빚 갚아야지, 혹은 비상금으로 숨겨놔야지 할 테지만, 아니!!!!! 내 사전에 내일 따윈 없다. 난 아주 진지하게, 그 돈을 어떻게 다~~ 쓸지 고민했다. 쇼핑? 맛집? 여행? 캠핑 장비?

 

그런 행복한 고민을 며칠 하다가 결국, 목수 연장 몇 가지 더 샀다. 바보, 일밖에 모르는 바보!! 그래,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사겠나. 목돈 생겼을 때 사야지. 그렇게 공구 가게에서 100만 원도 넘는 거금을 썼다.

 

‘찍먹’ ‘부먹’보다 역사가 긴 논쟁

 

형틀목수(이하 목수)가 가장 많이 쓰는 연장은 역시 망치다. 정확하게는 ‘장도리 망치’라는 걸 쓴다. 대가리 앞으로는 못을 박고, 뒤로는 못을 뺄 수 있다. 우선은 이 망치 얘기부터 해야겠다.

 

목수 세계엔 찍먹이냐 부먹이냐 하는 논쟁만큼, 아니 그 이상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논쟁거리가 하나 있다. 쇠망치를 쓸 거냐, 나무망치를 쓸 거냐. 둘 다 대가리는 당연히 쇠다. 손잡이 재질이 쇠와 나무로 나뉜다.

 

이 논쟁이 해결되지 않는 건 찍먹 부먹처럼 각각의 장단점이 명확해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개취’로 갈 수밖에 없다. 정답이 없단 얘기다. 근데도 목수 둘 이상만 모이면 쇠망치가 좋니 나무망치가 좋니 목소리를 높인다.

 

무엇이 어떻게 다르냐. 우선은 가격이 다르다. 쇠망치는 무조건 DOGYU(일본 브랜드) 망치를 쓴다. 이게 약 35,000원이다. 나무망치는 브랜드 관계없이 7,000원이다. 가격만 보면 5배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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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내구성이 확실히 다르다. 쇠망치는 하나 사면 통상 2년 쓴다. 2년 써도 손잡이엔 거의 문제없다. 보통 대가리가 마모돼서 바꾼다. 나무망치는 1년에 3개 이상 쓴다. 서너 달 쓰면 손잡이가, 정확하게는 모가지 부분이 똑 부러져버린다. 가격으로만 따지면 별 차이 없다.

 

그래도 그렇지. 가격 차이가 별로 안 난다고 해도 나무망치는 서너 달에 한 번씩 바꿔야 하는데 번거롭지 않나? 근데도 굳이 나무망치 쓰는 이유가 뭘까? 나무망치파 김 씨 형님의 말이다.

 

“손목 때문이지. 나무는 충격을 흡수해주잖냐. 너 쇠망치 계속 쓰면 손목 나간다. 그것만 알고 있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마침 옆에서 듣고 있던 쇠망치파 박 씨 형님이 쏘아붙였다.

 

“야야. 저 양반 말 듣지 말어. 누가 망치질을 손목으로 하냐. 어깨로 하는 거지. 망치질 못하는 사람들이나 나무망치 쓰는 거여. 저 양반 손바닥 봐라. 굳은살 투성이잖어. 나무망치 쓰면 다 저렇게 돼~ 내 손바닥 봐봐. 깨끗하잖아. 그뿐이냐? 쇠망치는 못 박기도 편하잖어~”

 

쇠망치가 못 박기 편하다는 얘긴 대가리 때문이다. 쇠망치 대가리는 바둑판 모양으로 홈이 파여있다. 해서 쇠망치는 못 정중앙을 때리지 않아도 어지간하면 박힌다. 그에 반해 나무망치는 대가리가 ‘맨들맨들’하다. 살짝만 비껴 때려도 망치가 미끄러진다. 박 씨 형님은 그 얘길 한 거다. 놓칠쏘냐. 이번엔 김 씨 형님이 따지고 들었다.

 

“참나~ 그래서 망치질 못하는 놈들이 쇠망치 쓴다는 거여. 못 중앙에 때릴 자신이 없으니까 쇠망치 쓰는 거 아녀~ 내 말이 틀려?”

 

“뭐 하러 중앙에 때리려고 애를 써~ 못 한 번 찍어놓고 때리면 되는걸!”

 

그렇다. 쇠망치 대가리엔 자석이 하나 붙어있다. 그래서 망치에 못을 고정한 후, 나무에 한 번 찍어놓고 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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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망치 대가리엔 자석이 없다. 다른 손으로 못을 잡고 때려야 한다. 그래서 나무망치 쓰는 목수가 더 자주 자기 손을 망치로 때린다. 이 밖에도 손잡이 길이, 대가리 무게와 강도 등을 근거로 이게 좋니 저게 좋니…. 곧잘 논쟁을 벌인다.

 

위에서도 느꼈겠지만, 실은 그 모든 차이가 별것도 아니다. 저마다 망치질 스타일이 다르고, 해서 각자 몸에 맞는 망치를 쓰는 것뿐.

 

나는 주로 쇠망치를 쓴다. 이유는 별 거 없다. 목수 일 처음 시작할 때 오야지가 도규 망치 사 오라길래 사 왔고, 크게 불편하지 않아 지금까지 그냥 쓰는 거다. 그럼 왜 그렇게들 답도 안 나오는 논쟁을 벌이느냐. 참 먹으면서, 점심 먹고 쉬면서 할 일 없으니까 수다 떠는 거다. 일종의 놀이랄까.

 

“형님들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저는 그냥 제가 쓰고 싶은 거 쓸게요. 쇠망치 좀 더 써보고, 나중에 나무망치도 한 번 써볼게요. 하하. 하하하;;”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

 

망치 다음으로 목수가 많이 쓰는 연장은 ‘스킬’이다. 스킬이란 각재를 자르거나 합판을 켤 때 쓰는 유선 원형톱을 뜻한다. 독일 전동공구 브랜드 ‘SKIL’이 고유명사로 굳어졌다. 대일밴드, 스카치테이프와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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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틀목수도 어쨌거나 목수인 만큼 일상적으로 나무를 다룬다. 해서, 스킬 없으면 작업 자체가 안 된다. 근데 스킬이 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국내에 없었단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집을 지었냐. 오직 ‘손톱’ 하나로 집을 지었단다. 아, 여기서 말하는 손톱은 Nail이 아니다. 가정에서 나뭇가지 같은 거 자를 때 쓰는 ‘목공용 톱’을 현장에서 손톱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야, 거기에 손톱 없냐?” 하면 손등을 쭉 내밀면서 “여기 있다, 손톱!!”이라고 되받아치는, 아재개그를 가끔들 한다. 휴-우.

 

아무튼, 목수 경력 35년 형님에게 그 시절 얘기를 물어봤다. 스킬 없던 시절 말이다.

 

“그 시절에 스킬이 어딨냐!! 지금이야 목수들 옆구리에 망치만 차고 다니지. 그땐 손톱도 차고 다녔어. 오비끼(현장에서 쓰는 각재 중 가장 두꺼운 각재. 폭이 80mmX80mm이다.)도 다 손톱으로 잘랐어. 너 오비끼 손톱으로 잘라봤냐? 하나만 잘라봐라. 어깨가 뻑쩍~ 지근~ 할 거다. 푸하하. 그래서 그때는 점심 먹고 쉬지도 못했어. 쉴 시간이 어딨어? 다들 손톱 날 갈기 바빴지. 니들은 일 편하게 하는 거여.”

 

그렇듯, 그 시절 연장이라고는 고작 망치와 손톱뿐이었다. 기계 도움 없이, 오직 어깨 근육과 손목 힘만으로 집을 지었단 얘기다. 그래서 '목수는 연장 탓을 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었던 거다. 연장보다는 목수 개개인의 신체적 역량과 기술이 중요하던 시절이었으므로.

 

그 시절에 비하면 요즘은 정말 '일 편하게 하는' 세상이 되긴 했다. 위에서도 언급한 스킬은 기본이고, 합판만 켜는 테이블 원형톱(말하자면 책상에 스킬을 고정해놓은 연장. 재봉틀에 원단 밀 듯, 합판을 쭉 밀어서 켠다.), 각재만 자르는 절단기(나무 자르는 작두라고 생각하면 된다.)까지 모두 일상화됐다. 절단기만 있으면 그 두꺼운 오비끼도 1초 만에 자를 수 있다.

 

그뿐 아니다. 불과 2~3년 사이 ‘충전스킬’도 많이 대중화됐다. 충전스킬은 말 그대로 배터리 끼워 쓰는 휴대용 스킬이다.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며 작업하는 형틀목수 특성상 유선 스킬은 아무래도 번거로움이 있다. 특히 아파트 현장에서는 전기가 아예 없거나 배전판이 너무 먼 작업장도 있다. 그럴 때 충전스킬이 요긴하다. 최근엔 대용량 배터리도 나와 시간 제약도 거의 없다.

 

이처럼 노가다판도 최첨단(?) 시대로 가고 있다. 오죽하면 요즘은 이렇게 말한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연장이 하는 거다.”

 

 

그건 그렇고, 거금 100만 원이나 들여 난 무엇을 샀는가. ‘내돈내산’ 연장 Flex 와 전동공구 3대장 보쉬(독일), 디월트(미국), 마끼다(일본)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소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