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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의 기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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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줄 요약하자면,

 

1. 러시아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귀국한 30대 남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2. 코로나 바이러스가 백신의 결계를 막 '돌파'해부럿다.

 

뭐 여기까지는 사실 전달 측면에서 큰 하자는 없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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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백신도 국내에서 바이러스에 '돌파' 당한 사례가 등장한 것이다. K언론은 기다렸다는 듯이 새로운 전선을 짠다. 전 지면에 이런 돌파감염 뉴스가 은하수처럼 수놓아진다. 고오급 화이자는 확보 못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싸구려 아스트라제네카나 들여왔다고 핏대세운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1. 화이자 백신 접종 완료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었다.

 

2. 화이자 백신은 코로나에게 막 돌파나 당하는 무용지물이다.

 

이 어깃장 기사들의 화력은 상당했다. 화력의 화심은 '돌파감염'이라는 단어. 이 얼마나 호전적이고 살벌한 어감인가. 그냥 감염도 아니고 바이러스가 백신의 결계를 뚫고 들어가서 감염된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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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미국에서 발생한 수천 건의 돌파 감염 사례를 기사 말미에 가져다 붙이고 접종 완료 후 사망 신고된 국내 사례로 방점을 찍으면, 이런 결론에 이르러 완벽한 세기말적 공포 분위기가 완성된다.

 

마지막 방어선까지 돌파당했으니, 도망갈 데가 없네? 와 다망했다 망했어.

 

조작된 공포 : 돌파감염

 

돌파감염이란, 백신 접종 후 항체 생성 기간이 지난 후에도 감염되는 경우를 말한다.

 

'Breakthrough Infection'이라는 의학용어를 직역하다보니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에 무시무시한 어감을 가지게 되었지만, 사실 의료인들에게는 익숙한 단어다.

 

다시 독감의 예로 돌아가보자. 신종플루 이후로 우리는 독감 예방접종을 거의 매해 잘 받아오고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주사를 맞아놔도 독감에 걸리는 경우는 주변에 왕왕 있다. 그게 돌파감염이다.

 

어휴 쯧쯧 윤초시네 증손녀가 글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돌파당해서, 결국 독감에 걸려버렸다네. 그런데 그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 않어? 앓아누워서도 "주사도 맞았는데도 감기에 걸리다니,, 당장 그 소아과를 불싸질러 주세요.." 했다는군.

 

우리가 주변에서 이런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듣지 못한 이유는, 독감 예방 접종의 목적이 독감에 걸리지 않게 하는 게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방접종의 목적은 1차적으로 감염으로부터의 안전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감염이 되더라도 가볍게 앓고 지나서 더 큰 면역을 획득하거나, 중증으로 이완되지 않아 사망 등에 이르게 하는 중증 합병증을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모두 백신의 효용이다.

 

즉, 돌파감염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세기말의 징후도 아니다. 코로나19 백신의 돌파감염 사례가 코로나 만의 특이점도 아니다. 더구나 무증상 감염이라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특성상 누구에 의해 어떤 경로로 돌파감염에 이르게 되었는지 파악하는 건 사실상 어려운 문제다.

 

의학전문기자가 아니더라도, 기사를 쓰기 전에 잠깐만 검색해봐도 알 수 있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K언론들은 그 잠깐을 투자할 생각이 없다. 오직 '돌파감염'의 공포스러운 어감만을 부여잡고 흔들어댈 뿐이다.

 

금붕어 저널리즘 : 초치기 신공

 

들여온 백신마다 온갖 트집을 다잡던 K언론들은, 어느 순간 한국의 백신 접종률이 외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다며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직전까지 백신 맞으면 당장 큰일 날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던 지면에는 이런 것들이 채워졌다. 이젠 놀랍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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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갔다 장난하나 싶지만, 이들의 장난질은 진심이다. 어느 정도로 진심이냐면, 스토리에 거대한 설정 충돌이 일어나도 그대로 밀고 나간다. 봉쇄 조치 완화로 부러워 죽겠다는 영국 백신 접종자들의 대부분이 맞은 것이,

 

"어디서 지금 믿을 수 없는 싸구려 백신을 들여와서 맞으라고 하냐"

 

며 딱 두 달 전에 그렇게 욕해대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라는 것쯤은 조또 신경 쓰지 않는다. 이제는 이들의 투쟁에서 막 진짜 어떤 결기 같은 게 느껴질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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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K언론의 재난보도는 지나간 일은 즉시 휘발시키는 '금붕어 저널리즘'이라거나,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전혀 관심이 없는 '쥴리허즈밴드도리도리 화법'이라 명명해야 할 것 같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던데, 진짜 빌런은 디테일 따위가 없었다.

 

6월. 정부가 하반기 백신 접종 계획을 내놓았다. 백신 공급 상황과 시기를 고려해 연령대 별로 가능한 많은 사람이 백신을 접종하기 위한 방향으로 정책이 발표되었다. 우리의 K언론, 역시 성실하다. 그 얼마나 터무니없는 숫자이며 허황된 계획이냐고, 중국집 단무지 그릇 만난 듯 신나게 초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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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이 지난 지금. 어제(9월 30일) 김부겸 총리가 발표한 백신 접종 완료율은 전체 인구의 50%. 18세 이상 기준으로는 58.2% 다. 같은 날 뉴욕타임즈는 <한때 백신 느림보(laggard)였던 아시아가 어떻게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는가>라는 기사에 한국 사례를 인용했다.

 

'한국의 백신 1차 접종률은 76.02%, 1차 접종률만 따졌을 경우 미국, 일본 가운데 최고 수준'

 

입 아프다. K언론이 당시에 얼마나 허튼소리를 했는지 길게 이야기해봤다.

 

이토록 높은 백신 접종률을 달성한 것은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방호복 안에서 매진하는 의료진, 불안정한 백신 수급 상황 속에서도 시간과 용기를 들여 질서 있게 백신을 접종한 시민들. 이 결과가 위대한 건, 틈만 나면 초치기 바쁜 뉴스들을 뚫고 이뤄낸 것이다. 막 가슴이 웅장해질라 그런다.

 

아프니까 백신이지

 

하지만 여기에 굴할 K언론이 아니다. 백신접종 자체에 대한 트집이 더 이상 먹혀들지 않자, 백신 접종 후 후유증에 대해서 떠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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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성이 입증되지 않은 중증 증상을 백신 접종과 연결시켜 자극적으로 전시하는 전통적인 수법은 기본으로 깔고 가는 것 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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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익숙한 연예인들 사례를 들어 좀 더 살에 닿는 공포감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공격 초식이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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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시 상식가동타임이다.

 

백신이란 무엇인가. 병원체에 감염되어서 아프기 전에, 인체 내에 인위적으로 약독화된 병원체 등을 주입하여 인체의 면역체계를 활성화시키는 거다. 바꿔 말하면, 백신이란건 원래 무릇 아픈 것이다. 가볍게 병을 앓아서 몸에 항체를 형성시키는 게 그 목적인데 아픈 건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러니까 백신을 맞으면 얼마나 아픈지를 강조하는 기자들은 둘 중 하나다.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들의 두려운 마음을 휘저어 공포감을 일으키는 것. 그래서 우짜든 정부와 질병관리청이 하는 일에 초를 치는것. 그게 아니라면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졸았거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 모더나 배송 지연 사건

 

화이자가 원활히 공급되자 이번에는 좋은 백신은 모더나 백신밖에 없는 것처럼 떠들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모더나 백신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정부를 욕하기 시작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사람, 주기로 한걸 제대로 못 준 쪽을 욕하는 게 상식에 부합하지만, K언론은 그런거 없다. 왜 속았냐며 정부를 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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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도 K언론에서 200만 개, 300만 개씩 모자르다고 하던 백신은 불과 몇십만 개에서 몇 만 개 수준을 못 받았을 뿐이라는 게 시시각각으로 증명되었다. 불과 두어 시간 전에 못 받는다던 백신이 도착할 예정임을 알리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 모든 게 불과 5일 동안 일어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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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바이러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의 K언론의 백신투쟁사다. 코로나19와 상존하고 있는 지금, 그 투쟁은 계속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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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정도의 투쟁 기록은 빙산의 끄트머리에 불과하다. 산발적으로 치고 빠지는 가짜 뉴스들은 정말이지 가관이다. 마지막으로 눈뜨고 보기 힘든 게릴라전 하나를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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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도 기사를 내기전에 죽지않는돌고래 편집장이 '기사 타이틀을 어떻게 뽑아야 한 사람이라도 더 클릭을 할까'하며 아이코스 배터리가 방전되도록 머릴 쥐어짜지만, 이 방면에서는 조선일보을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사람 다리가 폭발해버렸다는데 이 헤드라인을 어떻게 이기나.

 

선정적인 주제를 주로 다루는 영국 타블로이드 매체 '데일리스타'의 기사를 가져온 것인데, 원문 제목에 'explode'라는 단어를 '폭발'로 직역해놨다. 아니 무슨 킹스맨 인가. 옥스포드 제너연구소의 어떤 미치광이 박사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마이크로 폭탄이라도 삽입해놓기라도 했단 말인가. 조선일보 공채를 '돌파'할 정도의 지성이면, 주어가 사람의 신체일 땐, 최소 '파열' 정도의 의역을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어쩐지.. 조선일보 공채에는 토익점수 필수로 내라고 안 하더구먼.. 토익이 이렇게 중요하다.

 

사실 이러한 해외 언론을 인용해 그럴싸한 사실로 만드는 초식은 이 신문의 전매특허 레시피다. 이 뉴스의 원출처를 따라가보면 '스템퍼드 머큐리'라는 매체가 나온다. 바로 다리가 '파열'된 미어스씨가 사는 영국 스탬퍼드의 지역신문이다. 내가 내일쯤 '마포튜리뷴'같은 사이트를 하나 파서, <이명박 알고 보니 정직해>라고 대강 써 올린 것 같은 글도 물 건너가 저 초식을 적용하면 누군가의 근거가 안될 것도 없다.

 

조선일보는 그 와중에도 거짓 인용을 했는데, <데일리스타>의 원문에서 '현지 의료진이 백신과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는 입장'은 의도적으로 발췌하지 않았고, 미어스씨가 몇 년 전부터 당뇨 합병증을 앓아 이미 발가락 세 개를 절단했다는 <스템퍼드 머큐리>의 기사 역시 제껴놨다. AZ백신이 사람 다리를 폭발시켰다는 아스트랄한 결론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이후 K언론들은 그걸 또 신나게 받아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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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언론은 코로나19라는 재난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아직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들의 투쟁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정말이지 답이 없다. 우리가 싸워야 할 바이러스는 어쩌면 코로나말고 더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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