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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는 우리 생각보다 중요하고 복잡한 나라다

 

우리는 일본과 중국에 대해서 나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 말레이시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고,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마 잘 모르고 굳이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꽤 있을 것이다. 

 

동남아시아에 속한 나라, 정글 속의 더운 나라, 열대우림의 후진국, 배낭여행 하기에 꽤 괜찮은 나라, 신혼여행지, 골프장 많고 값이 저렴한 가성비 좋은 열대의 휴양지 정도만 알아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를 안다는 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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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는 매우 다양한 종족과 민족, 언어, 종교, 문화가 뒤섞인 다채롭고 복잡한 나라다. 다언어, 다종교, 다종족, 다문화의 나라이며, 국제적,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우리의 생각보다 세계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라다. 우리의 신남방정책에서도 역시 중요하다. 

 

말레이시아는 신남방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자리하며, 아세안 국가들 사이에서 오랜 기간 중개자와 허브로서 역할을 하며 축적된 역량과 경험이 있다. 이는 한-말레이시아 교류와 협력의 현재와 미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추후 신남방정책의 지향점과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호기를 제공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잘 알아야 하는 나라다. 

 

이 기사에서는 말레이시아란 나라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포인트만 쏙쏙 집어 소개해보려 한다.

 

 

말레이시아가 스스로를 나타내는 말 ‘진정한 아시아’

 

말레이시아를 대표하는 홍보 문구 중 하나가 ‘진정한 아시아’(truly Asia)다. 이 말에 담긴 뜻으로는, 

 

①말레이시아가 ‘아시아의 축소판’, ‘아시아의 중심’, ‘아시아 중의 아시아’, ‘작은 아시아’라는 것. 

②아시아의 다양한 문화와 복잡한 종족들의 역사와 문화가 집약되어 있다는 것. 

③말레이시아에서 ‘진정한 아시아’의 세계와 문화를 발견하고 느껴보는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누구나 대환영한다는 것. 

 

이다. ‘진정한 아시아’에는 말레이시아가 아시아 각 지역을 연계하는 허브의 기능과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다는 확고한 의지와 강한 자신감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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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는 오랜 기간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사이에서 중개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 외교적으로 싱가포르의 경제적 부와 인도네시아의 천연자원을 포함한 잠재력을 적절히 활용하는 정책을 펼쳐 왔다. 

 

또 유럽과 미국을 향해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아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유럽 서방국가의 제국주의적 행태에 대해 고유하면서도 독자적인 자기 특유의 목소리를 내어 왔으며, 미국을 향해선 패권주의적, 팽창주의적 태도에 대해 쓴소리를 가하기도 했다. 이는 중국을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세계 무대에서는 영연방의 일부 국가로, 영국 식민지 경험을 현실적으로 잘 활용하여 생존과 발전전략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한 국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을 창설할 당시부터 중요한 지위와 역할을 담당해 왔으며, 창립 이후 운영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아 수행해 왔다.   

 

 

동남아시아의 허브, 말레이시아

 

동남아 국가들은 대륙부동남아해양부동남아로 크게 나뉜다. 말레이시아는 대륙부동남아와 해양부동남아를 연계하는 중간 지역에 해당하는 북위 7도의 동남아 중심부 내 열대 지역에 위치하며 각 지역을 연계하는 동남아의 허브 역할을 한다.  

 

대륙부동남아는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버마), 태국 이렇게 5개국, 해양부동남아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필리핀 이렇게 6개국으로 나누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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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구분은 문화적 특히 종교적인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대륙부동남아는 주로 불교(상좌부불교) 문화권, 해양부동남아는 주로 이슬람 문화권에 속해 있다. 

 

대륙부와 해양부동남아는 종족 구성에서도 차이가 있으며, 기후적으로도 대륙부가 몬순 기후를 지닌 데 비해 해양부는 주로 습윤한 아열대 및 열대기후에 속한다. 이 중간 지역에 말레이시아가 위치하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서말레이시아와 동말레이시아로 나눌 수 있다. 서말레이시아는 말레이시아 반도에 위치하며 북으로 태국, 남으로 싱가포르와 이웃하고 있다. 

 

동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 깔리만딴(Kalimantan) 지역과 경계를 이루는 보르네오섬 북부에 위치한다. 그리고 사라왁(Sarawak)과 사바(Sabah)주 사이에 브루나이가 자리 잡고 있다. 해양과 바다를 경계로 인도네시아와 국경을 이루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독특한 정치 시스템 : 국왕과 주왕

 

말레이시아는 독특한 정치 시스템을 갖고 있다. 전술했듯 말레이시아는 다종족 사회이기 때문에 정치체계는 일반적으로 의원내각제와 비슷한 점이 많지만, 종족 간 합의와 조정을 고려해야 하는 특징이 있다. 

 

또한 아직 국왕이 존재한다. 행정체계는 국왕이 국가원수로서 상징적 지위와 역할을 맡고, 행정수반은 총리에게 주어지는 이원화된 체계다. 

 

말레이시아에서 국왕은 ‘양 디-뻐르뚜안 아공’(Yang di-Pertuan Agong, 연방의 최고 대표자, 또는 국가원수)이라 불린다. 말 그대로 직역하면 ‘주인이신 분’이라는 뜻이다. 원래부터 지금 같은 왕의 직책이 있던 건 아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1957년에 만들어진 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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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궁전에서 주최한 국민만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과 압둘라 이브니 아흐맛샤 현 말레이시아 국왕.

출처-<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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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국왕 일가가 거주하는 이스타나 네가라 궁전.

출처-<위키피디아>

 

원래는 지금의 말레이시아라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조그마한 9개의 술탄국이 존재했다. 그러다 이 지역의 모든 술탄국이 영국의 식민 통치를 받게 되었고, 후에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며 술탄국들이 연방국을 결성했다. 그게 ‘말레이시아’다. (연방의 각 주는 국방 및 외교를 제외한 분야에서 상당한 자치권과 실권을 가진다)

 

독립하며 말레이시아는 입헌군주제를 채택했고 그에 따라 국왕 직책을 만들었다. 그리고 국왕을 국가원수로 칭했다. 다른 입헌군주제 국가의 국왕과 차이점은 임기가 있다는 것이다. 임기는 5년이고 선출직이다. 

 

말레이시아의 13개의 주 중에서 말레이계인 9개의 주에 있는 주왕(州王)들이 통치자 회의(Majlis Raja-Raja/Conference of Rulers)를 열어 그들 중에서 1인을 국왕으로 선출한다. (대부분의 주에서 주왕은 술탄이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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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말레이시아 9개 주의 주왕들 모습.

 

임기가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암묵적으로 순번이 있어 서로 번갈아 돌아가면서 국왕이 된다. 순번제이기 때문에 중임은 가능하지만 연임은 불가능하다. 국왕의 임기가 5년인데 반해 주왕은 죽을 때까지 할 수 있어 한 번 국왕을 했다가 다시 순번이 돌아와 국왕을 한 사례도 있다. 

 

국왕에 선출되더라도 자신의 지역 주왕(州王)에서 퇴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둘을 겸임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관계로, 실제로는 자신의 친척을 섭정으로 임명해 주왕의 권한을 대리하도록 한다. 

 

‘부국왕’(Timbalan Yang di-Pertuan Agong)이라는 직책도 존재하며 마찬가지로 9명의 주왕 중에서 선출한다. 부국왕은 국왕 공석 시에 새 국왕이 선출될 때까지 권한을 대행한다. 국왕은 국회와 내각의 권고에 따라 총리, 대법원과 고등법원 판사, 군 총사령관을 임명하는 등의 권한을 가진다. 

 

9개 주의 주왕은 국왕이 그러듯, 주 의회 의원 과반수의 신임을 얻은 주 의원 중에서 주지사 또는 주 총리를 임명한다. 

 

말레이시아의 총 13개 주 중 이 9개 주를 제외한 4개의 주는 비 말레이계인 말라카, 페낭, 사바, 사라왁주이다. 이 주들에는 주왕이 없어 국왕이 직접 임명한 주지사(Yang di-Pertuan Negri/Governer)가 통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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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13개 주. 빨간 동그라미가 쳐진 4개 주는 주왕이 없다.

 

국가 전반에 걸친 정치적 실권은 총리가 주도하는 내각에 있다. 정부 형태는 내각책임제, 의원내각제이다. 말레이시아를 지배했던 영국 식민 지배의 유산이다. 그런데 법을 제정할 때는 마지막에 국왕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내각은 총리실과 24개 부처로 구성되어 있다(총리/부총리 포함 내각 인원은 28명이다). 총리는 국왕이 하원의원 과반수의 신임을 얻었다고 판단되는 하원의원 중에서 임명한다. 기타 각료는 국왕이 총리의 추천을 받아 하원의원(일부 상원의원) 중에서 임명한다. 

 

 

말레이시아의 이슬람

 

말레이시아는 종교가 중요한 나라라 이슬람에 대해서도 말해야 한다. 말레이시아에서 이슬람이 차지하는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말레이시아는 총인구 약 3,300만 명 중 약 69%가 무슬림(이슬람 신자)이다. 국교도 이슬람이다. 그렇다고 종교의 자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 개인의 종교적 자유는 헌법에서 보장된다. 

 

말레이시아는 각 종족집단의 인구분포가 말레이계 69.6%, 화인 22.6%, 인도계 6.8%, 기타 1.0%로 이루어진 다종족, 다민족, 다언어, 다종교 국가에 속한다. 그렇다 보니 국교인 이슬람 외에도 불교, 도교, 기독교, 천주교, 힌두교 등 다양한 종교가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이슬람만이 국교로서 정부의 공식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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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의 행정수도 ‘푸트라자야’에 있는 ‘페르다나 푸트라’(Perdana Putra). 총리집무실이 있는 곳이다.

페르다나 푸트라를 중심으로 하여, 도르의 양옆에는 각종 부처의 청사들이 위치해 있다.

사진에서 총리집무실이 이슬람 양식으로 지어진 것을 볼 수 있다. 국왕이 있는 궁전도 마찬가지다.   

 

말레이시아 이슬람은 다른 동남아 이슬람과 유사하게 매우 고유하면서도 독자적인 특유의 개방성과 포용성을 특징으로 한다. 

 

근본주의적 성향의 이슬람을 거부하고 근대적 이슬람이나 개혁주의적 이슬람을 표방하면서 정치적 이슬람에 대해 견제와 균형을 취한다. 한편, 서구화, 세속화, 자본주의화, 상품화 등에 대해선 이슬람의 규범과 원칙을 내세워 견제한다.

 

 

기사를 마치며..

 

지금까지 말레이시아에 대해 몇 가지 포인트만 집어 이야기해봤다. 

 

“진정한 아시아를 추구, 다양한 종족과 문화, 아세안 내의 중개자와 허브 역할, 미국과 유럽에 대해 할 말은 하는 태도, 영국 식민지 경험을 무기로 사용, 독특한 국왕과 주왕 시스템, 개혁주의적 이슬람 등”

 

말레이시아는 이런 나라다. 전술했듯 우리에게 신남방정책이 중요하고, 신남방정책에서 말레이시아가 중요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말레이시아에 대해 오랫동안 공부한 사람으로서 ‘말레이시아에 대해 대중에게 조금은 알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 기사는 그런 마음에서 썼다.

 

첫 편인지라 말레이시아의 특징적인 부분을 얇게 훑어봤는데, 다음 편에선 말레이시아란 나라가 세계 무대에선 또 동남아시아에선 어떤 위치에 있는 나라인가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려 한다.

 

홍석준(목포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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