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일본은 오랫동안 막대한 재정 적자에 시달려왔다. 그런 한편, 세금과 사회보장 비용을 부담할 사람 수는 줄고 있다. 재정 적자가 감소하기는커녕 증가하는 상황에서 인구 감소는 치명적인 위험 요소다. 2018년 가을, 나는 일본 주식을 전부 팔았다. 지금은 주식이든 통화든 일본과 관련된 자산은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 살 생각도 없다. 일본 경제를 파괴하는 아베노믹스가 지속되고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이 판단을 거두지 않을 것이다.

- <짐 로저스의 일본에 보내는 경고> 中

 

2021년 일본, 유니콘 기업

 

유니콘(unicorn) 기업이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1조 원) 이상이고 창업한 지 10년 이하인 비상장 기업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CB인사이트 기준으로 2021년 한국은 현재 11개의 유니콘 기업이 있다. 일본은 6개다. 한국은 인구가 5,200만이고 2020년 명목GDP는 1조 6310억 달러(세계 10위)이다. 일본 인구는 1억 2천6백만이고 1년 경제규모는 5조 490억 달러(세계 3위)이다. 단순 비교하면 일본이 더 많은 유니콘 기업이 있을 법한데 그렇지 않다. 

 

유니콘 기업이 많다고 ‘그 나라 경제가 튼튼하다’, ‘그 나라가 선진국이다’라는 것에 충분조건이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 나라의 경제 모양을 파악하는 하나의 잣대는 될 수 있다. 2021년 미국은 유니콘 기업이 374개이고 중국은 151개이다. 이어서 영국(24개), 인도(24개), 이스라엘(17개), 독일(12개) 순이다. 미래 경쟁력을 위해서 각 나라는 유니콘 기업을 만들려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엔젤 투자자, 벤처 케피탈리스트, 액셀러레이터 등 다양한 형태로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여전히 제조업 강국이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강국이다. 여러 일본의 유니콘 기업들도 소부장 분야에서 배출된다. 그런데 현시대의 필수적인 테크놀로지는 IT다. 유니콘 기업 숫자가 경제규모에 비해 적고 세계적 흐름 속에서 매우 커지고 있는 시장에서는 각광받는 비즈니스가 충분히 나오지 않는 현실이 일본 경제의 어두운 미래를 보여준다.

 

세계적인 벤처 투자자이자 세계 30위권, 일본 1위 부호 소프트뱅크 회장 손정의 씨는 한국이나 중국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한국의 쿠팡과 중국의 알리바바에 투자했다. 최근에는 야놀자에 2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손정의 씨는 "일본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느냐고 (누군가가) 묻지만, AI 유망기업이 아직 거의 없다는 것이 현실이어서 투자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는 실태"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때까지 일본 스타트업에 한 곳도 투자하지 않았다. 2021년 10월 말경에야 최초로 애큐리스파머에 68억 엔(약 724억 원)을 투자했다.

 

아시아 국가이며 인구 560만인 싱가포르에 유니콘 기업이 6개가 있다. 한국 인구수의 2.5배에 가깝고, 세계경제규모 3위인 일본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본기업 소니, 혼다, 교세라 등도 처음에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왜 지금은 세계적으로 성장할 유니콘 기업이 일본에서 나오지 않는 걸까.

 

원인 1. 대국의 함정

 

일본이 경제대국이라는 것을 도쿄 시부야에서 느꼈다. 시부야는 젊은이들의 음악과 패션으로 유명한 도쿄의 번화가다. 한국에는 진출하지 않은 유명 브랜드들이 많다. 패밀리 레스토랑 데니스(Denny's)나 디즈니 매장 등이 있다. 속도의 차이도 있다. 다이슨 매장, 애플 매장 등은 한국보다 일본에 먼저 들어왔다. 일본의 번화가 길거리는 한국보다 더 다양한 브랜드로 가득 차 있어 보였다. 로스엔젤레스에서 1년 살 때 800 Degrees 피자(800 Degrees Woodfired Kitchen)를 좋아했다. 서브웨이처럼 토핑을 고르면 그 자리에서 조리해 주는 화덕피자다. 이 가게가 미국 외에 없을 줄 알았는데 일본에 있는 걸 보고 놀랐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스타벅스도 가장 먼저 진출한 나라가 일본이다. 

 

노동자들도 많이 진출한다. 한국에도 외국인 노동자가 많다. 그러나 일본은 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더 많은 분야에 종사한다. 미국이 전세계 사람들의 용광로(또는 샐러드 그릇)라면, 일본은 아시아 사람들의 용광로(또는 샐러드 그릇)이다. 편의점 알바부터 시작해서 IT기업 개발자까지, 필리핀·인도·파키스탄·방글라데시·베트남·한국·중국·대만·터키·스위스 등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일한다.

 

그런데 지금은 일본의 큰 시장이 족쇄가 되었다. 최근 전 세계적인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기업들 중에 일본 기업이 없다.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메신저는 라인(한국기업)이다. 일본에서 가장 점유율이 높은 온라인 쇼핑몰은 아마존(미국기업)이다. 일본인들 66%는 애플의 아이폰을 쓴다. 우리가 쓰는 제품 중에 일본 것은 대부분 제조업이다. 당신이 미국이나 유럽의 선도적인 기업의 CEO라고 가정해 보자. 두 나라가 있다. 인구 1억 2,600만인 A 나라와 인구가 5,200만인 B 나라가 있다. 둘 다 개개인의 구매력이 좋다. 더군다나 B에는 삼성, 네이버, 카카오, 쿠팡, 마켓컬리 등 잠재적 경쟁자들이 있다. 어느 시장을 먼저 선택할 것인가? 나라면 A로 간다. 전 세계 선도적인 기업들은 일본시장에 메리트를 느낀다. 팔로우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지 못한 채 일본시장은 공룡기업들에 잠식된다. 

 

Galaxy Harajuku  사진.jpg

도쿄소재 삼성의 Galaxy Harajuku

출처-<삼성전자 뉴스룸>

 

원인 2. 안 변하려고 애쓰는 문화

 

새로운 기술을 도입했으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은 어느 대형 은행의 사례가 있다. 이 은행에서는 해외 출장을 갈 때 사전에 신고를 해야 했다. 신청서류는 컴퓨터로 작성하여 매일에 첨부파일로 보낸다. 이 첨부파일을 인쇄해서 결재 도장을 찍는다. 그리고 인감을 찍은 실물 서류를 스캔하여 PDF로 만들어서 다음 사람에게 메일로 보낸다. 그 메일을 받은 사람은 또다시 그것을 인쇄하고, 날인하고, 스캔해서 메일로 보내는 것이다. 이런 식의 프로세스가 여러 사람 사이에서 반복돼야 출장을 갈 수 있었다. 

- 책 <위험한 일본 경제의 미래> 中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2년 했다. 새벽에 전차(電車)로 통근했다. 직장생활 하기 몇 년 전에 왔을 때만 해도 전차에서 책이나 신문을 보던 일본인이 많았다. 1열 7석(席) 중에 6명은 기본으로 스마트폰에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한국과 다르구나 느낀 기억이 있다. 몇 년이 지나 다시 찾은 일본에서는 대부분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뭐하나 얼핏 보면 대략 3가지 부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한국과 비슷하게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다. 두 번째는 한류 드라마다. 세 번째는 웹툰을 보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 웹툰이라는 것이 한국과 다르다. 일본인들이 주로 보는 만화는 그들이 기존에 보던 종이책 망가(漫画, 만화)를 축소한 것이다. 우리가 90년대 흔히 보던 흑백 만화책 화면을 그대로 스마트폰에서 본다. 과거 만화책을 흑백으로 만든 것은 비용절감을 염두에 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스마트폰 시대에도 컬러가 아닌 흑백만화를 보고 있는 건 뭘까? 흑백만화를 보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마치 도장을 찍기 위해 도장 찍는 기계를 이용하는 것과 흡사해 보인다. 

 

일본은 전통을 중시한다. 크리스마스가 휴일이 아니지만 천황의 생일은 휴일이다. 그들은 서기 2021년보다 레이와(令和) 3년이라는 표기를 더 쓴다. 이건 한국에서 주민센터나 은행 용무를 볼 때 단기(檀紀) 4354년이라고 적는 것과 유사하다. 일본 서점에서 팔고 있는 책들은 대부분 세로쓰기이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기는 방식이다. 전통추구는 안정추구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가는 게 아닐까. 안정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다만,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며 안정만 추구한다는 게 문제다. 

 

세로쓰기 일본책_hiroshi-tsubono-UyVbyimlAgE-unsplash.jpg

일본 도서

출처-<Hiroshi Tsubono on Unsplash>

 

한국은 반도국가로서 과거에 수많은 외세의 침략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주변인들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주변 정세에 민첩하게 반응하고 피난을 신속하게 가는 자들이 살아남는다. 그러다 보니 유행에 민감하다. 타인들이 하는 걸 빨리 따라해야 한다. 반면 일본은 섬나라다. 그러다 보니, 대항해시대 이전까지 큰 외세의 침략 없이 안정적으로 독특한 내집단의식을 공고히 쌓았다. 제도, 풍습 등 문화는 안정을 추구하는 것에 최적화되었다.

 

사족으로 일본 웹툰시장에서 한국의 카카오와 라인은 70%를 차지하며 1, 2위를 다투고 있다. 플랫폼만 한국산인 것이 아니다. 해당 플랫폼을 통해서 이용하는 콘텐츠에서 점차 한국산 웹툰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덧붙여 한국의 카카오와 네이버는 일본시장을 선도하는 것뿐만 아니라 미국시장에서도 1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 업체도 네이버가 투자한 곳이다. 만화하면 일본이다. 일본은 만화가 일상인 나라다. 그런 나라가 자신들의 밥그릇을 눈뜨고 빼앗기고 있다. 눈은 떴는데 보지 못했고 손쓰지도 않았다. 김대중 정부시절 한국정부는 일본문화를 개방했다. 한쪽에서는 일본문화에 잠식될 한국의 문화콘텐츠 시장을 우려했다. 2000년 일이다. 2021년 격세지감을 느낀다. 

 

원인 3. 무(無)책임자 문화

 

IT업계에서 일할 때 들은 이야기다. 한국은 설계도 없이 개발을 한다면, 일본은 설계도만 3년을 만든다고 한다. 모든 변수를 검토하고 회의하여 정교하고 정밀하게 설계를 하려고 한다. 

 

일본에서 행정업무를 위해 구청에 갔을 때 일이다. 내 이름을 쓰다가 한자 한 글자를 틀렸다. 한국 주민센터나 은행이었다면 두 줄을 좍좍 긋고 썼을 것이다. 어차피 종이는 목적이 아니라 업무절차를 위한 형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그게 통하지 않는다. 구청 직원은 친절한 목소리로 모든 내용을 다시 써달라고 했다. 어느 누구도 흠결이나 결함을 초래하려 하지 않는다. 필자는 이게 무(無)책임자 문화라고 생각한다. 일본 회사에 회의가 많은 것도 같은 이유다. 의견을 공유하게 되면 개인이 져야 할 책임의 몫이 줄어든다. 그만큼 불필요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롤랑 바르트는 <기호의 제국>에서 일본은 중심이 텅 빈 나라와 같다고 했다. 도쿄는 중심부가 텅 비어 있다. 천황의 거처인 황궁 때문이다. 도쿄의 중심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천황은 마치 도쿄의 황궁 같다. 최종책임을 소거해버린다. 일본의 지도자는 과거부터 쇼군인지 천황인지 헷갈렸다. 지금도 총리와 천황이 공존한다. 내각체제는 책임을 분산하기에 적합하다. 

 

1849 Edo Period Japanese Woodcut Map of Edo or Tokyo Japan_by_ Geographicus Rare Antique Maps.jpg

황궁(皇居, 고쿄)이 가운데 보이는 

1849년 에도시대 도쿄 고(古)지도 

출처-<Geographicus Rare Antique Maps>

 

일본은 할복(割腹, はらきり)문화가 있다. 이 또한 무책임의 문화다. 패배한 리더가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죽음을 선택한다. 죽음은 선택이지 살아있는 자들을 위한 행동이 아니다. 문(文)이 발달하지 않은 전통 때문에 책임에 대한 숙고(熟考)가 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일본은 리스크를 떠안고 새로운 블루오션을 개척할 모험가가 나오지 않는다. 장인은 많지만 모험가는 없다. 20세기 중엽, 소니와 혼다, 교세라 등이 탄생하던 시절과 상황이 다르다. 그 때에는 미국의 모델을 참고하여 장인정신을 발휘할 시간이 있었다. 회의하고 검토할 여유가 있었다. 2~3년 그렇게 해도 한국, 중국에서 경쟁자가 치고 올라오지 않기 때문이다. 2, 3년이 뭔가. 20년이 걸려도 한국은 일본을 못 따라온다는 책이 1990년대에 출간되던 20세기다. 그러다 보니, 장인정신을 곁들인 경쟁력을 기를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장인정신 기를 시간을 글로벌 마켓이 허용하지 않는다. 지금은 하면서 배우는 행동주의자(behaviorist)의 시대다. 

 

2021년 일본 출신 노벨상이 또 나왔다. 주인공은 마네바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2000년 이후로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수상자를 배출했다. 대단하다. 역으로 보자면 노벨상을 수상할만한 과학적 역량을 갖춘 나라이자 소부장 기술과 산업에서 최강국인 일본에 유니콘 기업이 6개 밖에 없다는 것은 기술과 자본은 있지만 모든 책임을 감당하고 움직일 퍼스트무버(first mover)의 존재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원인 4. 상장(上場)이 편한 나라

 

일본의 스타트업 기업들은 유니콘이 되기 전에 상장을 한다. 상장이 무척 쉽다. 회사가 좀 컸다 싶으면 도쿄 마더스시장(Mothers, Market of the high-growth and emerging stocks, マザーズ)에 상장한다. 이 시장은 1999년 신흥기업에 자금 조달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개설됐다. 그런데 어지간한 기업은 기업공개(IPO)가 가능할 정도로 상장 문턱이 낮다 보니 유니콘의 등장을 가로막는다.

 

2010년 이후 2021년 5월 초까지 마더스시장에 상장한 기업 315곳의 상장 첫날 평균 시가총액은 199억 엔(약 2075억 원)을 기록했다. 유니콘 기준의 20%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사 1705곳의 첫날 평균 시가총액은 935억 엔이었다. 마쓰모토 나오히토 퓨처벤처캐피털 사장은 “일본은 투자 회수 수단이 IPO로 한정돼 있어 미성숙한 상장사가 양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상장함으로써 유니콘 기업이 되지 않는 것까지도 좋다. 상장 후 문제가 존재한다. 경제규모가 크다는 것은 자국기업들에게 내수시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기업들은 굳이 해외진출을 하지 않아도 사장이 금전적으로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참고로 행복에 관한 연구를 보면 돈이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한계 액수는 연수입 약 9천만 원이라고 한다. 9천만 원이 넘으면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시장에서 사장 개인이 풍족하게 생활할 수 있는데, 굳이 해외시장을 통한 천금을 노릴 동인(動因)이 없다. 더군다나, 외국어 울렁증이 심하고, 타국문화에 배타적인 풍토를 가진 나라(ex, 혐한·혐중)의 보수적인 기업가들이라면 더욱더 내수시장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일본에 있던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일본에서 그러한 풍경들을 눈으로 봤다. 일본의 영어학원 광고는 마치 한국의 20년 전 영어학원 광고 같았다. 한국에서는 전화영어 프로그램이 20년 전에 나왔다. 그리고 지금은 온라인을 통한 화상수업이나 영상강의 시장도 치열하다. 유재석·강호동·조정석 등 탑스타들이 나와 이미지 광고를 한다. 기술적으로는 업체마다 정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소비자도 잘 안다. 그런데 일본은 마치 전화영어가 대단한 혁신인 것 마냥 2018년에 광고를 하고 있던 것으로 기억에 남았다. 90년대 기술과 정서로 먹혔을 법한 광고나 상품, 스타일들이 여전히 먹힌다. 광고 뿐만 아니라 패션, 영화, 드라마가 그러하다. 도전에 보수적이고 내향적인 문화와 세대교체의 부재가 곁들여져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고 있다. 

 

alex-knight-vaA6EQiUSo4-unsplash.jpg

도쿄 시부야 번화가

출처-<Alex Knight on Unsplash>

 

결론. 여전히 강점이 많은 나라, 그러나 새로운 강점이 없는 나라

 

일본과 한국에 대해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결론은 이런 식으로 난다. “예전에 일본은 따라잡을 수도 없는 거리에서 뛰고 있는 선두였는데 말이야. 지금은 손 뻗으면 어깨에 닿을 것 같단 말이지” 그렇다. 여전히 일본은 앞서 있다. 한국은 이제서야 선진국 그룹에 들어왔다. 다크호스 같은 포지션에서 조금 더 존재감이 커졌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세계 경쟁력 순위에서 2021년에 한국은 23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31위다. 

 

일본은 여전히 강한 나라다. 유니콘 기업의 절대수는 적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하다. 한국의 유니콘 기업들은 유통과 서비스업이 많은 반면, 일본의 유니콘들은 소재와 부품, 에너지(수소) 쪽에 포진한다. 

 

일본의 유니콘 기업인 클린플래닛은 금속과 수소를 일정 조건 하에 자극을 가해 핵 반응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통상적인 화학반응보다 훨씬 높은 에너지를 얻는 신수소에너지 기업이다. 수소를 이용한 종래의 ‘수소 에너지’에 비해 에너지 출력이 방대한 ‘신 수소 에너지’의 개발과 실용화를 추진해 전력 코스트를 현재의 평균 전력 비용의 1/10로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TBM은 석회석을 활용해 종이나 플라스틱 대체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유니콘 기업이다. 기존 플라스틱의 주요 핵심 원료는 석유(나프타)나 TBM 제품인 LIMEX는 주원료가 석회석이며, 석유의 사용량을 많이 줄여 종이나 플라스틱 대체 제품을 제조한다. LIMEX는 석회석을 주원료로 하여 소량의 석유 제품과 조합해 생산되며, 단가가 싼 석회석을 주원료로 하여 가격 경쟁력을 가진다. LIMEX의 주원료인 석회석은 세계 각지의 매장량이 풍부하고 종이를 대체할 경우는 물이나 목재 펄프의 사용량을 줄여 환경 배려형 신소재로 시선을 끌고 있다. 

 

Spiber는 거미줄에서 힌트를 얻어 인공 거미줄로 불리는 인공 단백질을 소재로 제조하는 회사이다. 기술을 거듭 발전시켜 현재는 식물 유래 당류를 이용, 미생물 발효를 통해 생산된 인공 단백질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Spiber의 인공 단백질 소재는 나일론 등의 석유 유래 화학섬유나 다른 유한한 자원에 의존하지 않는 제조 공정을 통해 생산되고 있으며, 물에서도 분해가 가능한 생분해성 소재이다. 

 

이처럼 일본의 유니콘 기업들은 신소재·가상통화 플랫폼·수소·반도체·AI 분야에서 사업 중이다. 한국의 여러 유니콘 기업들은 기존 대기업들이 점하고 있는 시장에 도전하기보다 동네 가게들의 밥그릇을 나눠먹는 인상을 준다. 배달업·의류업·식품업·숙박업 등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에 들어와 우위에 있는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성장을 이뤘다. 반면에 일본 유니콘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모습이다. 

 

경제는 다양한 변인들이 많다. 정치도 영향을 미친다. 기후·지리·환경·전염병 등도 영향을 미친다. 이와 같은 사실은 팬데믹 속에서 더 와닿는다. 일본에는 좋은 유니콘 기업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대해 어둡게 글을 쓴 이유는 좋은 변인들에 비해 나쁜 변인들이 더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일본은 선거나 국가행사가 있을 때마다 코로나19 검사자 수를 줄였다. 과학과 기술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인·언론인·아베 마스크·골판지로 상징되는 짬짜미(Kartell, 카르텔)는 일본의 좋은 변인들을 잡아먹는다. 얌얌. 

 

 


 

참고문헌

 

<짐 로저스의 일본에 보내는 경고 - 돈의 흐름으로 본 일본과 한반도의 미래> 짐 로저스 (지은이), 오시연 (옮긴이), 고사토 하쿠에이, 하나와 요코 (감수) | 이레미디어 | 2019년 12월

<위험한 일본 경제의 미래> 데이비드 앳킨슨 (지은이), 임해성 (옮긴이) | 더난출판사 | 2020년 5월

<일본 경제 30년사> 얀베 유키오 (지은이), 홍채훈 (옮긴이) | 에이지21 | 2020년 5월

<한손에는 논어를 한손에는 주판을> 시부사와 에이치 (지은이), 안수경 (옮긴이) | 사과나무 | 2009년 11월

<일본경제 위기보고서> 마이클 포터 (지은이), 신동욱 (옮긴이) | 세종연구원 | 2001년 5월

<기호의 제국> 롤랑 바르트 (지은이), 김주환, 한은경 (옮긴이), 정화열 | 산책자 | 2008년 9월

 

기사

韓유니콘기업 보유수 세계 6위…일본보다 많아(링크)

'투자할 곳이 없다'..손정의도 외면한 日스타트업 시(링크) 

韓国、世界視野に大型上場 クラフトンが5000億円調達へ(링크)

[팩플] "일본에도 유니콘이 있나요?" by 윤휘곤(링크)

손정의 "일본은 AI 후진국..투자할만한 기업 없어"(링크)

노벨 과학상에서 25번째 일본 출신 과학자 나왔다(링크)

"세계적 기업 왜 안나오나" 도쿄대 총장도 나서서 "창업하라"(링크)

만화의 나라 일본 정복한 K-웹툰...일본 웹툰 시장 1위 경쟁도 치열해진다(링크)

[IT돋보기] "디즈니·넷플릭스도 제쳤다"…카카오 '픽코마' 글로벌 매출 '톱5'(링크)

 

결론부 일본 유니콘 기업 현황 내용참조 ; 

2021-04-06 KOTRA (코트라) 해외시장뉴스 일본 나고야무역관 <일본 유니콘 기업, 소재·부품 분야에서 두각>(링크)

 

이메일 : ddanzi.minw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