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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멘타인

 

고종 할아버지! 일어나세요!

 

고종황제 폐하는 무덤에서 일어나시면 한 번 실신했다가 다시 일어나셔야 할 것 같다.

 

"무어라. 양이들이 우리 대한의 국력을 세계 8위에 놓고 군사력은 그 이상이라 하며 나라 밖에 무기를 수출한단 말이냐?"

 

"예 폐하. 그리됐습니다."

 

"크으 어주에 취한다. 참 왜놈들은 어찌 살고 있느냐?"

 

"에 그... 잃어버린 30년이라고 해서 크게 한 번 꺾이긴 했는데, 그래도 부자가 망해도 3대는 간다고 잘 버티고 있습니다. 근데 최근에 1인당 GDP를 우리가 추월한 일이 있었습니다. 뭐 구매력 평가 기준이긴 하지만..."

 

"뜨헉 김상궁 여기 어주 한사발 더!"

 

"헌데 왜놈들이 작살낸 상태에서 남북이 분단돼가지구 내전도 크게 있었고 폐허도 한 번 됐고요. 아직 종전은 못했고 에 그... 중간에 IMF라고 양것들한테 한 번 곳간이 크게 털린 적도 있습니다."

 

"... 그런데 너네 여기까지 어떻게 온 게냐?"

 

"세계 최장의 학습시간과 노동시간, 최악의 자살률과 노인 빈곤율을 자랑하며 고도 경쟁을 통해 실패자에게 다시는 재기의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를 구축하고 결혼율과 출산율이 세계 최저가 될 때까지 달려왔습니다. 헉헉..."

 

"어 그, 그래 고생들 했다... 근듸 북쪽 애들은 어떻게 지내니?"

 

"... 일단 어주 좀 더 드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은 얼씨구, 이제 열강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제는 선진국이 됐네, 아직 아니네 하는 논쟁도 조금은 민망한 게 되어버렸다. 왜곡된 근현대에 100년간이나 명맥이 끊겨 있던 화력에 대한 열망도 그대로 되살아났다.

 

폭력의 차원에서 본 한중관계는 그대로다. 세도정치가 본격화되기 전 정조 시대로 되돌아가보면, 우리는 세계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대충 그때쯤의 수준을 복원한 것 같다. '중국'도 다시 전근대의 향취를 품고 되돌아왔다.

 

홍도야 어디 갔니 오빠가 돌아왔다...

 

'화력조선'과 중국은, 같은 시기에 함께 돌아온 것이다.

 

그전에,

 

먼저 예민한 야그부터 함 지르고 시작하자.

 

박정희와 노무현

 

박정희의 공과 비율을 어떻게 계산할지는 각자의 자유다. 그러나 그의 과가 얼마나 되든, 우리의 산업화 성공 역사에 박정희의 역할은 지대했다. 박정희라는 물적 토대 위에서 민주화가 성취되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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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하게 노무현 역시 박정희처럼 이제는 우리의 조건이 되었다는 사실을 똑같이 인정해야 한다.

 

노무현이 내치와 실시간으로 변동하는 경제에 있어 매우 추상적이고 막연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경제와 부동산 정책에 있어 인위적으로 선악을 설정하고 이념적으로 접근하는 태도는 그가 문재인 정권에 남긴 나쁜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외교 국방의 설계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노무현 이전까지 한국에는 현대적인 의미의 '함대'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2차대전 직후 수준의 물 새는 전함들이 있었을 뿐이다. 그가 '전쟁광' 소리를 들어가며 첨단 군사력 확충에 드라이브를 걸지 않았다면 2021년 현재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으로 공포에 떨었을 것이다. 아래 이야기를 보면 아시겠지만, 지금부터 정신을 차렸다 해도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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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동북아 정세의 미래를 예측했다. 그 예측은 틀릴 수도 있었겠으나 결과적으로 맞았고, 지금의 우리를 살려냈다.

 

무슨 이야기인가?

 

손 놓고 있었더라면

 

냉전기. 우리의 군사력은 독립적일 수 없었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독일. 미국의 태평양 제해권이 제공한 무역망을 통해 성장해 세계 3대 제조업 국가가 된 나라들이다. 날것으로 말해 일 잘하고 돈 잘버는 미국의 3대 꼬붕이다. 미군이 주둔하는 나라들이기도 하다.

 

냉전기에 자유세계 블럭의 최전선에 위치한 한-독-일은 독자적으로 전쟁을 수행할만한 전투력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일본은 아예 군대도 없었고. 독자적인 전쟁을 수행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상대는 어디까지나 북한이었다. 미군이 도와줄 것이고 소련과 중국은 전적으로 미국의 국력이 상대해 줄 것이었으니까.

 

소련이 붕괴된 후에 우리는 정말로 북한만 상대하면 되었다(고 보였다). 중국이 개혁개방 후 우리의 충실한 캐시카우이자 IMF 극복의 노다지가 되어주었을 때는 더욱 그렇게 여겨졌다.

 

노무현 이전에 북한의 군사력은 이미 미군이 빠져도 한국과 싸울 수 있는 수준에서 한참 뒤떨어졌다. 노무현은 미국이 전 지구적 제해권과 제공권을 통치하는 시기에 세계에 드리운 자신의 촉수를 거두고 중국과 일본이 팽창의 욕망을 드러내는 시대를 예상했다.

 

아예 '일본과 제주 앞바다에서 싸우면 어떻게 될까'를 논하며 미래 국방을 설계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노무현은 세종대왕함 진수식에서 분명히 말했다.

 

"우리가 언제까지 북한하고 아웅다웅하고 있을 일은 아니잖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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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 경쟁은 끝났으며, 이미 시대정신은 냉전을 떠나갔다는 이야기. 무엇보다 북한과 싸우는 데 애초에 이지스함은 필요 없다.

 

"동북아시아의 멈추지 않는 군비경쟁이 있기 때문에 우리도 구경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거죠."

 

그렇다.

 

그 경쟁의 대상은 바로, 폭력의 차원에서 본 중국이다(중국은 물론이요, 일본도 이 개념에 포함됨은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다).

 

노무현의 큰 그림에서 시작해 한반도 주민의 화력에 대한 뜨거운 본능은 다시 재점화되었고, 국방부는 포방부가 되어 미쳐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국군의 머릿수가 아니라 현대적인 의미에서도 군사강국으로 급성장했다.

 

노무현의 국방력 강화는 지난 보수정권의 경제성장에 힘입은 성과지만 해당 분야에 대한 그의 상상력과 예측력 그리고 거대한 스케일은 이전의 어떤 한국 지도자도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이 자리를 빌려 역사를 편가르기 없이 통합적으로 볼 것을 제안한다. 박정희가 그렇듯 이제는 노무현도 좌우를 떠나 거기에 기대지 않을 수 없는 조건이 되었다.

 

포방부의 광기

 

포방부의 광기는 정상적인가?

 

아니다. 외국에서도 다들 미쳤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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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을 벗어나는 급박한 신무기 개발 속도와 그 곤충같은 집요함은 해외에서 이른바 'Beast mode'로 불리며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왜 한국은 국방에 대해 그다지도 다급한가? 그건 당연히 중국과 일본, 특히 중국이 우경화되는 속도에 있다.

 

이미 시진핑 체제는 한계점에 봉착해가고 있으며, 정권의 재생과 부활 그리고 중국사회의 내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그중 하나는 역사가 증명하듯 전쟁이다.

 

이미 중국은 정점을 찍었으며, 쇠퇴기를 맞기 전인 향후 10년이 국제질서에 가장 위험하다는 예측이 미국에서 나왔다. 외교전문지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를 통해서다.

 

물론 중국의 제1번 타격 목표는 대만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대만 다음으로 가까이 있으면서 만만하고, 가장 입맛을 돋구는 대상 역시도 명확하다. 한반도다.

 

계속된 현무 시리즈의 업그레이드, SLBM 발사, 누리호 발사를 한데 묶어 판단하면 그림은 아주 명확해진다. 우리 입으로 직접 말할 수 없으니 외국의 입을 빌려서 우회해보자.

 

외국 군사평론가들의 말이다.

 

"한국이 뭘 원하는지는 내가 한국인이 아닌 이상 모르지. 모르는데... 근데, 한국 이전에 SLBM을 보유한 7개 국가는 모두 핵무기 보유국이야. 한국은 8번째네? 그냥 그렇다구."

 

"근데 저 미사일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분리된 페어링 말이야. 생긴 게 너무나도 핵탄두 탑재를 위한 형태인데 그냥 그렇다구..."

 

"실용위성발사체 발사한 거 축하해. 이름이 누리호던가? 축하하는데... 실용위성이란 말의 실용이 군사적 실용이라고 들리는 건 나만의 착각이겠지?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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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안창호함에 탑재되어 수중발사 중인 한국 독자 개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프랑스는?

 

호주에 디젤 잠수함을 팔아보겠다고 하다가 거하게 뒤통수를 맞고 빡친 프랑스는 한국에 핵잠수함은 물론 핵폐기물 재처리 기술까지 파격적인 조건에 넘기겠다고 공언했다. 물론 그만큼 화가 났다는 뜻이겠지만...

 

... 어째선지 프랑스는 한국이 핵무기 개발을 욕망한다고 당연히 전제하고 있지 않은가? 어째선지 말이다.

 

이상, 외국인들의 반응이었다. 읍읍.

 

아무튼 21세기 대한민국이 아니라, 다시 말하지만 고구려 멸망과 고려 성립 후 중국에 대한 한반도의 태도는... 혹시라도 허튼짓일랑 할 참이믄 이쪽도 곱게는 안 죽을라요. 행님 팔다리 하나씩이랑 눈깔 하나는...

 

뭐, 그랬'었'다는 거다. 읍읍.

 

북한의 광기

 

핵무기 투발능력에 대한 북한의 광기야 다시 말해 무엇하랴.

 

헌데...

 

한국은 서울에 모든 자원이 밀집된 나라이고, 서울을 작살내는덴 핵폭탄보다 이미 조준 설치돼있는 장사포가 효율적이다. 북한이 목을 매달다시피 집착하는, '핵탄두를 탑재한 ICBM'은 제2의 한국전쟁용이 될 수 없다.

 

그럼 북한제 ICBM의 타격 목표는 미국일까?

 

꿈 깨자. 우리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쟤들도 이미 안다.

 

처음과 중간 과정은 어땠을지 몰라도, 지금에 와서 북한제 ICBM의 잠재적 타격 목표가 어디인지 짐작해 볼 수 있는 힌트가 있다. 2010년대 중반, 북한이 세계적 비난에 두들겨맞으면서 핵실험을 강행하던 때에 교육현장과 주민 대상 학습회에서 갑자기 등장한 말이 있다.

 

"중국에 대해 어떤 환상도 가져서는 안 된다."

 

별로 인상적이지 못한가? 이건 어떤가.

 

"일본이 백 년의 적이라면 중국은 천 년의 적이다."

 

뭐라굽쇼? 뜨헉...

 

이 엄청난 표현은 한국에서 은혜를 모르는 김정은의 인성(?)과 북한 먹여살리겠다고 숱한 돈을 쓴 중국을 놀리는 농담에 동원됐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중국은 천 년의 적이라는 표현은 우리 기억에서 잊혀졌다.

 

하지만 매우 인상 깊은 이 표현이 시진핑 체제가 한계에 봉착해갈 때, 그것도 미중갈등이 심화되는 시기에 '의도적'으로 유통됐다는 사실은 어떤 것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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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위협이 가시화된 2010년대 중반 이후, 남북한 주민들이 똑같이 강한 혐중 감정을 느끼게 된 것 역시 우연이라기에는 너무나 공교롭다.

 

북한은 중국과의 핵전쟁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국을 손절할 마음의 준비는 슬슬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마음의 준비'라고 해야겠지만. 북한은 최근 미사일 발사 실험에 성공한 후 미제니 남조선 괴뢰니 하는 적국을 거론하지 않았다. 대신,

 

"(이번에 증명된 미사일 기술로) 국제적 역할을 해보겠다"

 

라고 했다.

 

무슨 말인가? 이것은 보통국가 혹은 최소한 보통국가를 지향하는 나라가 할 법한 멘트다. 다시 말해 니편 내편 할 것 없이 누구든, 백 년의 적이든 천 년의 적이든, 자기네들을 위협한다면 '무언가'를 쏴제낄 수 있다는 말이렸다.

 

2021년 9월 15일의 축구대잔치

 

최근에 기가 막힌 일이 있었다.

 

뉴스화되지 않아 많은 이들이 의식하지 않지만, 중국은 최소 작년부터 갑자기 한국을 자극하는 언사를 자제하고 매우 유화적으로 나오고 있다. 물론 그 이유야 뻔하다.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이다.

 

"최소한 중립은 지켜줄 거지? ㅠㅠ"

 

그래서 중국의 스가 요시히데, 대륙의 망언 제조기 왕이 외교부장이 지난 9월 15일 청와대에서 문대통령을 예방해서 비친 속내는 지난 수년간 중국이 보인 태도와는 달랐다.

 

"우리가 미국에 쫄았다는 걸 우리 스스로 말할 순 없으니 북한이 대신 말해줘야 하는데, 북한도 대북제재를 받는 처지니 원. 그니까 중국 대신 북한, 북한 대신 한국 니가 먼저 나서서 미국을 설득해가지구 먼저 북한 제재부터 풀어주게 하면 안 될까? 과정이 좀 복잡하지만, 크흑 ㅠㅠ"

 

이것이 왕이의 메시지였다.

 

그리고 왕이가 청와대 예방을 마친 직후 정의용 외교장관과 점심을 먹고 있을 때.

 

북한은 동해에 탄도미사일 두 발을 시원하게 발사했다.

 

나이스 패스. 언제였던가? 이넘들에게 이런 신박한 킬패스를 받아본 지가...

 

어떻게 이런 초슈퍼 울트라 트롤링을 낯빛 하나 안 바꾸고 뻔뻔하게 할 수 있는지. 이건 엿을 먹인 정도가 아니라 엿통에 사람을 담근 수준이다. 정말이지 북한의 외교력은 정신줄을 놨거나 신의 영역이라고 봐야 한다. 둘 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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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북한의 패스는 훌륭한 핑계가 되어주었다. 같은 날 우리는 SLBM을 발사했다. 나이스 슛.

 

'화력조선'의 후예

 

그렇다고 남북한이 한민족답게 원팀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설사 만에 하나 그런다 한들 그걸 내가 어찌 아누.

 

분명한 것은, 남한이나 북한이나 중국에 대해 같은 역사적 경험을 가진 이상, 중국에 대한 태도 역시 같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북한 역시 우리와 마찬가지로 '화력조선'의 후예인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의 메시지도 이 시리즈에서 했었던 표현과 다르지 않다.

 

"대륙동무, 아시디요? 고조 혹시라도 우리 반도를 넘보갔다 기카믄 같이 죽자요. 전면전을 붙는다카믄 우리 공화국은 멸망하겠지마는 내래 동무 팔다리 하나씩에 눈깔 한알갱이는 저승길 여비로 챙기서 죽갔시오."

 

이는 또한 북한 그리고 김정은 역시 바보가 아닌 한 '폭력의 차원에서 본 중국'을 의식하지 않았을 리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보여준다. 참... 그 국력에 짜내고 짜내서 핵탄두에 순항미사일에 탄도미사일에 위성발사체까지 쏘아올리는 데 성공하다니 진정한 화력조선의 후예는 부칸 너네인지도 모르겄어유.

 

가상의 적국보다 비교할 수 없이 낮은 생산력, 적은 인구

 

그리고 한두 번의 패배가 절멸로 이어지는 상황에 대한 인식

 

또한, 이러한 상황이 역사 전체를 관통해 유지되어 온 경험

 

이것은 '원거리 발사무기', 요즘 말로는 '화력'에 목숨을 거는 기질을 만들어냈다. 지금 한국은 종특을 있는 대로 발휘하는 중이다. 동아시아 정세의 불길한 기운은 국방부가 왜 지금 수 년째 'Beast Mode'인지 알게 한다.

 

어차피 군사력이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준비하는 것. '폭력의 차원에서 본 중국'이 언제 미칠 지 모르는 만큼 국방부와 국과연, 항우연은 그보다 먼저 미쳐돌아가는 중이다.

 

시간싸움에서 이겨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