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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정부가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각종 지원금을 뿌린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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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한다고 해서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모두 받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지원책과 자금을 마련해도 지급받기 위한 심사나 절차가 복잡해서 실질적으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모두를 통과했다고 해도 지급이 늦다(일본 행정의 특징이 될 정도다).

 

코로나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비정규직 대다수는 휴업수당을 신청도 못해서 받지 못하는, 받게 되더라도 금액이 아주 적다는 게 현실이다. 책 <코로나19와 우리 사회-잊지 않는다, 풍화시키지 않는다>의 한 코너 '코로나 재해의 노동현장 3'은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소개한다.

 

 

잡히지 않는 실질적 실업자

 

'실질적 실업'은 통계상 실업으로 잡히지 않지만 실질적으로 실업에 가까운 상태를 말한다. '보이지 않는 실업'이나 '숨은 실업'이라고도 하며, 고용관계는 유지하지만 거의 일이 없어서 수입이 격감한 상태를 뜻한다. 계약상 노동시간과 근무일수가 애매한 시프트제 비정규직(편집자주: 한국의 아르바이트와 비슷한 형태로, 직원이 자기가 일할 수 있는 스케줄인 '시프트'을 제출하면, 관리자가 이를 토대로 한 주의 직원들 출근 스케줄('시프트표')을 정한다)이 이런 상태에 놓이기 쉽다. 

 

한 30대 간호사의 경우, 올해 4월 중순부터 연락이 온 날에만 출근하고 있다. 코로나 전에는 일주일에 40시간 이상 일했지만 이제는 주에 이틀, 그것도 오전만 근무한다. 4월은 시프트가 작성되었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휴업수당을 받을 수 있었지만 5월부터는 일절 없었다. 병원장에게 휴업수당을 못 받으면 곤란하다고 말해보았지만 "코로나라서 어쩔 수 없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가계수입의 30%를 차지하던 사람이 제대로 벌지못하고 있으니 생활에 큰 어려움이 있다.

 

다음은 제조업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40대 여성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주 4-5일 근무했지만, 비상사태 선언이 내린 이후 시프트가 삭감되어 몇 주나 일을 못했고 그 후에도 주에 이틀밖에 일할 수 없었다. 사장은 '고용 조정 조성금' 제도를 알고 있지만 "신청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신청해주지 않았다. 수입이 줄어 현재는 식비와 광열비를 절약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이 둘 모두 '실업자'나 '휴업자'로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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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실업' 실태를 알 수 있는 조사가 노무라 종합연구소에서 있었다. 2021년 2월 8-12일, 일본 전국 20-59세 파트/아르바이트 64,943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코로나 이전보다 시프트가 감소한 여성이 약 3할이었다. 시프트가 5할 이상 감소한 건 45.2%에 달했다. 더 문제는 시프트가 감소한 여성 중 약 75%(74.7%)가 휴업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남성도 마찬가지로 '코로나 이전보다 시프트가 감소했다'가 33.9%이며, '시프트가 5할 이상 감소했다'가 48.5%였다. 역시 '휴업수당을 못 받았다'가 약 8할(79.0%). 결론적으로 시프트가 반 이상 준 사람이 45% 이상에 대부분이 휴업수당을 받지 못했다. 이 사람들 생활은 어떻게 되었을까? 

 

시프트가 5할 이상 감소했고, 휴업수당도 받지 못한 이들을 '실질적 실업자'로 보면, 일본의 '실질적 실업자'는 여성 103.1만 명, 남성 43.4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21년 2월 시점). 다른 고용형태에서도 '실질적 실업' 상태에 놓인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서 '실질적 실업자'는 훨씬 더 많아진다. '완전 실업자' 197만 명, '휴업자' 244명에 필적할 규모의 '실질적 실업'이다. 

 

 

일본 정부의 지원, 누구를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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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기업의 휴업수당을 지원하는 '고용 조정 조성금'을 확대했다. 비상사태 선언 아래에서 대기업에 대해서 최대 조성률이 100%가 되도록 한 것이다. 시프트제로 일하는 비정규직도 정책 효과를 볼 수 있도록 단기간 휴업일 경우도 조성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활용을 촉진했지만 효과는 거의 볼 수가 없었다. 조성금을 이용할 수 있지만 자사 비정규직을 지키기 위한 제도를 활용하지 않은 기업이 많았기 때문이다. 

 

회사 측의 이유로 노동자를 휴업시킨 경우, 회사는 노동자의 최저생활 보장을 위해 적어도 평균 임금의 60% 이상을 수당으로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시프트제'처럼 일주일에 노동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노동자에게 지불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법률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시프트가 확정되었다가 캔슬이 되면 '휴업'이 되지만, 애초에 시프트가 정해지지 않으면 휴업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도쿄신문 21년 1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은 '휴업수당을 지불하지 않은 걸로 파악된 대기업 25사에 대해 비정규직에 휴업수당을 지불하라(20년 11월 시점)'는 요청을 보냈다. 후생노동성이 기업에 대해 이런 요청을 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임에도, 기업은 1월 중순이 되어도 휴업수당을 지불하지 않았다. 대기업이 이렇다면 중소기업은 말할 나위도 없다. 비정규직에 대해 휴업수당을 지불하지 않는 기업이 많아 코로나로 일과 수입이 줄어서 많은 사람들이 곤경에 처했다. 특히, 음식점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이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 

 

운이 좋아서 휴업수당을 받는다고 해도 노동자의 생활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원래 비정규직은 최저임금에 가까운 돈을 받았다. 여기에 임금이 60%로 줄면 생활이 될까? 그뿐만이 아니라, 법적으로 정해진 '평균 임금의 60% 이상'은 총 수입의 60%가 아닌 원래 임금의 반 이하가 된다. 한 달에 21일 근무해서 21만 엔 받던 사람의 일당은 하루 1만 엔이 아닌, 21만 엔을 30일로 나눈 7천 엔이다. 휴업기간 중 정해진 노동일수 분 밖에 받지 못하기에 휴업수당이 60%일 경우, 하루당 휴업수당은 일당 7천 엔의 60%인 4,200엔, 21일 분이면 88,200엔이다. 결국 원래 임금의 약 40%로 밖에 받지 못하는 것이다.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리 없다. 

 

일본 정부가 아무리 지원금을 주겠다고 해도 실질적으로는 받아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휴업수당을 받아야 할 사람들 75-80%가 못 받았다면 못 받는 걸로 봐야 하지 않을까? 

 

 

일본 경제 어디로 가나

 

일본이 7-9월 실질 GDP 연율 -3.0로 2분기 만에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기사가 떴다. 코로나 감염 확대로 4번째 비상사태 선언이 내려졌고, 수도권 개인소비가 위축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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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7-9월 GDP의 마이너스 성장은 일본에게 심각한 상황이다. 동경올림픽으로 떼돈을 벌 수 있다며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왔지만, 코로나로 인해 해외 관광객은커녕 국내 관객도 받지 못했다. 기대했던 경제효과는 오히려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이 되어 돌아왔다. 10-12월에 대해서도 코로나가 안정되어 개인소비가 회복되고 있지만 유가 인상 등으로 회복이 빠르지 않을 것이다. 일본 정부가 목표로 하는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GDP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연율 +9.5% 성장이 필요하기에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보인다.

 

경제재생상은 "경기는 좋아지고 있지만 템포가 약해서 정책을 통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일본 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고투 캠페인을 내년 5월 골든위크까지 재개한다고 발표했고, 기시다 내각이 40조 엔 규모의 경기대책을 하고 있지만,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아마 내년 이후에나 효과가 나타날 것 같다. 

 

경제산업상도 경단련 회장과의 회담에서 "경제 회복이 업종에 따라 차이가 나는 'K자' 회복의 구도가 선명해지는 중이니, 업적이 좋은 기업에서는 임금을 인상해 달라"고 말했다(기시다 총리가 임금인상에 힘을 넣고 있으니 경제산업상이 먼저 경단련과 회담을 하고 기자회견을 했다). 경단련에서는 부정적이지 않지만 적극적인 것도 아니었다. 임금 상승은 어렵다는 뜻이다. 

 

사람들도 실질적으로 임금인상이 될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거의 하지 않는다. 설령 임금이 인상되어도 세금이 더 오르기 때문에 실질적 수입이 줄기 때문이다. 일종의 보여주기 쇼라고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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