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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테슬라의 혁신은 '양산'에 있다 

 

일상으로 들어온 대표적 상품 중 하나가 자동차다. 21세기 대표상품이 컴퓨터라면 20세기는 자동차라 할 수 있다. 어느 상품이 되었건 세계적인 상품이 되기 위한 혁신 기술이 필요하다. 오늘날 자동차가 대표상품이 될 수 있었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1913년 포드가 도입한 컨베이어 시스템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포디즘’이라 한다.

 

'절차에 따라 순차적으로 작업한다'

 

...라는 이 개념은 대량생산에만 초점을 맞춰 다양성을 상실케 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20세기 미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는데 일조한다.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었기에 자동차는 가정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게다. 

 

헌데 1927년, 포드는 GM에게 시장을 뺏긴다. 포드는 대량생산의 상징과 같았던 모델 T 이후 신제품을 만들지 않았고 GM은 소비 취향에 맞춘 6개의 상품을 시장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GM의 CEO 슬로언은 인간의 욕망을 알았다. 소득 수준이 조금 높아지면 T 같은 실용적인 자동차보다는 보기 좋은, 즉, 디자인이 훌륭한 자동차를 원하게 될 거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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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의 전설적인 CEO, 알프레드 슬론

 

"어떤 호주머니 사정에도(any purse), 어떤 사람에게도(any person), 어떤 목적(any purpose)에도 맞는 차”

- GM CEO 알프레드 슬론의 슬로건

 

GM은 1년 단위로 모델을 변경했고 그 결과, 포드가 가지고 있었던 자동차 시장을 GM이 차지한다. 자동차 양산 기술은 포드가 처음 만들었지만 자동차 시장 자체를 확대한 건 GM이 된 게다. 

 

포드와 GM의 사례에서 보듯 세상을 지배하는 상품은 우선 대량생산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게 다는 아니다. 또 하나의 필수요소는 ‘디자인’이다. 21세기에 이 둘을 모두 잡은 기업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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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있네? 어, 나네? 

<사진 출처 - MSNBC 뉴스>

 

있다. 

 

테슬라는 전기자동차 시장을 개척했다. 테슬라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다른 '디자인'과 모델 3의 ‘양산’ 덕분이다. 해서 테슬라가 두려운 건 페라리 같은 자동차를 잘 만드는 명문 기업보다는 현대자동차일 수 있다. 왜?

 

더, '양산'할 수 있으니까. 

 

 

2. 승차감보다 중요한 '하차감'

 

GM이 포드를 이기게 된 배경에는 자동차의 기능, 즉, 사람들이 어떻게 디자인을 쓰는지 안 것에 있다. 응? 디자인에 무슨 기능이 있고 어디에 써먹냐고? 두 말하면 입 아프다. 신분을 상징하고 나이를 가리키는데 디자인만한 것이 어디 있는가.

 

보자. GM은 17개의 자동차 회사를 인수했다. 가격별로 쉐보레, 폰티악, 뷰익, 올즈모빌, 캐딜락 등 브랜드 5개로 통합했다. GM의 슬론은 브랜드 가치를 알고 있었다. GM이 17개나 되는 자동차 회사를 산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구매한 후에 이 회사들을 범주화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 쉐보레, 폰티악: 일반 고객 

- 뷰익, 올즈모빌 : 중후한 디자인

- 캐딜락: 고급스러운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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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스 프레슬리의 GM 캐딜락.

확실히 일반 고객라인이 아닌 걸 단박에 알 수 있다. 

 

슬론이 대표로 올라가기 전 GM의 브랜드들은 가격에 있어서 서로 경쟁하고 있었다. 가격이 비슷하니 브랜드 정체성이 모호했다. 캐딜락하면 고급 승용차라는 개념을 정립시킨 인물이 바로 슬론이다. 매년 새로운 모델을 약속하고 선보인 GM은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미리 파악하고 제품에 반영했다. 자동차가 ‘이동 수단’만이 아님을 정확히 간파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올즈모빌의 타겟 수요층을 ‘삶의 여유가 있지만 신중한 사람들’이라 칭했고 폰티악은 ‘자긍심이 강한 사람들’을 위한 자동차라 마케팅했다.

 

디자인은 욕망의 표상이며 욕망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모두 해당한다. 좋은 자동차를 사는 이유를 농담 삼아 승차감보다 하차감 때문이라고 한다(하차감: 남들이 내 차를 보는 시선을 느끼는 것). 포드가 마치 신처럼 인류에게 ‘나의 것’을 알려주었다면 GM은 나의 것을 넘어 ‘나만의 것’이라는 욕망을 깨우치게 한 셈이다.

 

3. 테슬라의 경쟁자는 누구인가   

 

테슬라는 전기차 양산 표준을 만들었다. 전기차 플랫폼인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최초로 구현했다. 원안은 1990년대 GM의 것이지만 이는 콘셉트에 가까웠다. 테슬라의 성공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필자는 ‘플랫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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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델S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폭스바겐이 ‘MED’와 ‘SSP’를, 현대가 ‘E-GMP’를 만들었다. 구리다고 욕먹고 있긴 하지만 도요타는 ‘e-TNGA’라는 자체 플랫폼을 만들었다. 그들은 전기차 플랫폼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다. 테슬라의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이 좋은 교본이 되었다.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와는 다르지만 테슬라는 전기차 플랫폼을 만듦으로써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게다. 

 

그렇다면 테슬라는 100년 전 포드일까. 100년이 넘은 전통 기업과 테슬라를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 성숙한 자동차 산업을 바꾸는 건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회사 빅3(포드, GM, 크라이슬러) 1970년대, 합리적이고 품질 좋은 일본 자동차가 등장함으로써 위기를 겪었고 2000년대 리먼 브러더스로 다시 위기를 겪었는데도 여전히 미국(2021년 현재)에서 35% 정도 점유율로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살아남아 있다.

 

세계 최초로 자동차를 만든 벤츠의 아성은 여전히 도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자동차 회사 빅3도 좌우간 살아남았다. 즉, 자동차 양산이라는 분야에서 새로운 기업 혹은 국가가 들어오는 건 '매우' 어렵다. 2020년 점유율 12위 안에 들어간 자동차 제조국은 7개다(일본 2개사, 미국 2개사, 프랑스 2개사, 이탈리아 1개사, 독일 3개사, 한국 1개사, 중국 1개사). 중국과 한국을 제외한 국가들에서, 30년 이상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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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기차 판매 10대 기업

 

 

뭐, 그렇다고 어렵다는 거지 불가능한 건 아니다. 이런 상황 속, 테슬라는 2020년에만 44만 대를 판매했고 1천만 대를 판매한 도요타보다 시가총액이 높아졌으니까. 앞에서 언급했듯 테슬라는 전기차 플랫폼을 창조했고 모델3로 대량생산을 입증했기에 사람들은 그 점에서 테슬라의 미래를 높이 평가하는 게다. 더하여 5년 전만 하더라도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테슬라의 기술력을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 장담했지만,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있다. 

 

재미있는 건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테슬라를 경쟁상대로 삼고 있지만 테슬라는 이들을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왜? 화성 갈거니ㄲ.... 아, 아니, 머스크가 2016년에 언급했듯 그의 경쟁상대는 애플이기 때문이다. 애플이 일찍 시작하지 않아 기회를 놓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자신감과 함께 말이다. 

 

머스크가 애플을 의식한 건 OS(운영체제)와 SoC(System on chip, 단일 칩에 모든 기능이 집적된 집적회로) 때문이다. 테슬라는 자율주행에 가장 공을 들인다. 자율주행은 OS와 SoC의 역할이 크다. 애플은 비록 위탁이긴 하지만 지상 최대의 하드웨어 양산 능력을 갖춘 기업으로 손꼽힌다. 애플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그리고 이를 통합하는 시스템까지 모두를 만드는 지구상에서 유일한 기업이다. 머스크가 지향하는 테슬라 또한 바로 이러한 통합시스템이기에 자동차 회사 따위(?)는 그의 경쟁자가 아닌 게다. 

 

그럼 테슬라는 자동차 회사들 사이에선 경쟁자가 없는 건가?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 

 

4. 도전자, 리비안의 등장 

 

리비안은 2021년 11월 10일, 나스닥에 상장하자마자 미국의 빅3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매출도 전혀 없고 자율 주행에선 테슬라보다 5~6년은 뒤처져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기업이 어떻게 테슬라에 이어 미국 2위 자동차 기업이 될 수 있었을까?

 

주식을 뒷받침하는 건 든든한 후원자가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과 포드는 105억 달러를 투자했다. 리비안은 아마존과 전기 화물차 10만대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일리노이주에 위치한 미쓰비시 자동차 공장을 인수하여 양산 채비를 갖춘 것도 주효했다. 물론 전기차 설계와 양산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중국의 전기자동차 업체인 패러데이 퓨처와 바이톤은 시연할 수 있는 자동차가 있었지만 양산이 불투명했다. 결국 회사가 없어졌다. 바리톤의 경우 투자금액만 1조 5천억 원이었지만 망했다(리비안이 이러지 말란 법은 없다).

 

머스크는 이런 리비안을 두고 “대규모 생산과 현금 흐름을 겪는 것이 진정한 시험이다.”라고 말했다. 양산이 핵심이라는 것을 알려주며, 이는 현재 테슬라만이 가능했다는 것을 자만, 아니, 표현(?)한 거다. 물론 리비안에게 아무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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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안은 테슬라가 선보이지 않은 상품인 픽업을 선보였다. 테슬라는 사이버트럭 생산을 2022년으로 미뤘다. 아마존, 포드 등의 투자가 견고하면 리비안은 R1T를 테슬라 사이버트럭보다 먼저 양산할 수 있을 것이다. 

 

리비안의 마케팅 포인트는? 전기차보다는 야외 활동의 편의성이다.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강조함으로써 테슬라와 차별을 두고 있다. 해서 테슬라보다 못한 기능들, 즉, 자율주행, OS, 통합시스템 등에 대한 약점을 희석한다. 언제나 그렇듯, 경쟁상대로조차 보지 않던 이들 중에 진짜 경쟁자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과거,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테슬라를 우습게 보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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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안은 테슬라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크했다. 테슬라를 따라 양산할 수 있는 공장을 인수했으며 테슬라가 투자로 어려움을 겪은 것을 알았기에 포드와 아마존으로부터 큰 자본을 투자받았다. 구매처 또한 중요하기에 아마존과 10만대 선계약을 했다. 이 모든 건 테슬라가 겪은 시행착오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그림이다. 그럼 리비안은 제2의 테슬라가 될 수 있을까. 

 

물론 그 어떤 전문가도 리비안이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은 제대로 알 수 없다. 수없이 망해 없어진 '제2의 테슬라'들이 한때는 얼마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가. 해도 내심 기대한다. 이미 공룡이 되어버린 테슬라를 제대로 견제할 기업 하나쯤 나오면 그 경쟁으로 더 멋진 물건들이 나올 테니까.

 

뭐, 그러다 화성 빨리 갈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