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싶다>등 각종 범죄 사건에서 전문가로 카메라 앞에 자주 얼굴을 비추던 이수정 교수가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되었다. 범죄 전문가 이수정과 정치인 이수정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내놓는 발언마다 곤욕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여자 직업 법무관은 대위이고, 아들은 중위 밖에 못 달았다”
“군가산점 제도 부활 필요”
“성폭력 혐의에 대한 무고죄는 일반 형법보다 강경 처벌해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고유정이 되어 상상해 보면, 너무 그 여자의 심경이 이해된다”
물론, 앞뒤 맥락을 거세하고 이 발언들을 듣고 비판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아동과 여성범죄 피해자들을 위한 삶이었고, 약자를 위해, 자신이 축적한 지식을 대중매체를 적극 활용해 확산시키고 대중의 인식과 제도를 바꾼 역할을 한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성범죄자 중에서 재범 위험성이 높은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자발찌 도입, 스토킹 범죄, 데이트 폭력 범죄 처벌 입법 등이 그러하다.
학자로서 전문가로서 사회적 약자 그중에서도 범죄 피해자를 위했던 그의 삶 보다 맥락을 거세한 그의 발언이 문제가 된 건, 삶의 궤적과 동떨어진 정책과 정치 지향점을 가진 국민의힘에 발을 담그면서부터다.
‘반페미’ 지지층을 등에 업고 당권을 거머쥔 30대 당 대표에, 인권은커녕 어쩌면 정의와도 거리가 멀었던 삶을 살아온 특수검사 출신의 대권 후보가 있는 당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 그가 쌓아온 이력과 가치들이 충돌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전문가 진단이 구설이 되는 순간
이 교수가 국민의힘과의 인연이 된 결정적 계기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이다.
이 교수는 지난해 7월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겠다며 국민의힘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러고는 올 4월 치러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나경원 서울시장 경선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나경원 후보가 탈락하자, 닷새 후엔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아동‧여성‧청소년 정책 자문역을 수락하였다.
그리고 지금, 반페미 기치로 당수가 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그 지지층들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수락하였다.
이 교수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과거 교제 살인사건을 변호하면서 심신미약을 주장하였고, 또 다른 한 건의 교제 살인사건에서는 심신미약 중 음주감경을 주장하였기 때문”
이라며 민주당이 아닌 이유를 들었다. 왜 윤석열이냐는 질문에는
“그가 정의롭게 살아온 사람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 이후 내각 참여라든가, 선거 출마 등 본격적으로 정치 행보를 시작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전혀 생각 없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 교수로서 정년 채울 것”
이라고 말했지만, 그런 것치고 국민의힘에 내리는 닻은 매우 묵직해 보인다.
이 교수가 과거 가정폭력, 성범죄, 스토킹 범죄를 대변하면서 여성 우월 정책을 주장한다며, 국민의힘 20,30 남성 지지자들은 이 교수의 선대위원장 영입에 반대하는 시위를 당사 앞에서 벌이기도 했다. 이준석 대표는 당무를 거부하고 며칠간 잠수를 탔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교수의 국민의힘 행은, 언뜻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출처 - <국회사진기자단>
평론가가 본 이수정과 윤석열
이수정 교수에게 관련한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답변이 오지 않았다.
이대녀 표심을 얻기 위해 윤석열 캠프에서 이 교수를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것에 대한 전략적 평가와 성공가능성 여부에 대해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실장은 ‘평가를 유보하겠다’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 영입으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함께) 양날개로 되면 좋은 건데, (이준석 대표 등과) 충돌이 되면 문제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윤석열 후보의) 관리 능력 문제다. 일단은 평가를 유보하겠다. 윤 후보도 ‘이대남도 중요하지만, 이대녀도 중요하다, 99개가 달라도 한 가지만 같으면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 말을 실제 구현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이다.”
반면, 이동형 시사평론가는 “(이 교수 영입은) 급하니까 다 같이 손잡은 것일 뿐, 얼마 못 가서 (캠프내에서) 불협화음이 생길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윤 캠프에서 기대한 20대 여성 지지에 대한 기대는 실현되지 못할 꿈이라고 진단했다.
“(이수정 교수 영입 전략) 뭘 그걸 전략이야! 전략은! 그냥 급하니까, 이대로 가면 지지율 역전 당하니까, 다 같이 손잡은 건데. 여전히 불안감은 계속 남아 있다. 윤석열한테 내쳐진 사람들도 그대로 남아 있고, 김병준-김종인 관계도 아직 정립이 안 됐고, 지금 그냥 봉합 상태이지. 언제든지 터진다. 얼마 안 가서 삐그덕 거릴 것이다.”
“이수정 교수는 한마디 할 때마다 논란거리가 될 것이다. 이 교수 때문에 여성표가 (윤석열에게)가고 그러진 않을 거 같다. 20대 대부분, 절반 이상이 아직 누굴 찍을지 정하지 못했고, 페미니즘 관련해 이수정 교수를 지지하는 20대 여성들 대부분 정의당에 표를 줄 것이다. 큰 영향력은 없다.”
정치평론가와 분석가들은 윤석열 캠프의 이수정 영입을 단순 이수정 하나의 변수로 보지 않았다. 이준석 당 대표와의 관계, 마찬가지인 김종인과의 위치 선정 등 여러 요인을 하나의 변수로 취급했다. 뼛속까지 특수검사인 윤석열이 정치인의 문법을 익히고, 정치인이 되어 가는 그 습득 능력까지도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보았다.
기자가 본 이수정과 윤석열
다른 관점의 시각도 알아보자. 선거 취재에 잔뼈가 굵은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와 대담을 나눴다. 그는 최근에 윤석열 장모 최은순의 문제와 부인 김건희의 논문표절 문제를 비롯한 여러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탐사 보도했다.
헤르매스아이(이하 헤) :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이수정 교수 영입이 정치공학적으로 유효적절해 보이나? 윤석열 후보의 지지가 가장 취약한 20대 여성들 표 얻을 수 있을까?
구영식 기자(이하 ‘영’) : 지금 역효과 나지 않나? 국민의힘 지지층하고 이수정 교수는 사실 좀 상반된다.
헤 :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20-30대 남성들이 (이수정 반대) 시위도 했다고 하는데, 그래도 20대 여성들 표 보고 영입한 거 아닌가?
영 : 그런데 국민의힘과 윤석열을 지지하는 여성들이 과연 페미니즘이나 여성 인권 문제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층은 아닐텐데.
헤 : 윤석열이나 국민의힘을 본래 지지하는 표가 아니라 지지하지 않는 다른 표들을 유입 해오려고 데려온 거 아닌가?
영 : 그런데 이수정 교수는, 물론 여성이라고 하는 점이 있긴 하겠지만, 범죄전문가에 방점이 찍힌 거 아닌가. 사실, 여성이면서 표창원(전 의원)처럼 범죄전문가이기 때문에 그런 점들을 높이 사서 (영입)한 것이지. 내가 봐서는 이수정 교수를 가지고 20, 30대 표를 영입하겠다는 건 어려울 것 같고, 전문가 영입 케이스라고 봐야 한다. 그리고 전반적으로는 선대위에 여성들을 배치시킨다는 점에서 보면 (20대) 여성표에 대한 기대감을 가졌을 순 있다.
김종인 중재 역할만 커질 것
헤 : 이 교수 영입 관련해서 반페미에 올라탄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의 갈등은 잘 봉합된 거 같은데. 이대로 관리가 잘 돼서 앞으로도 쭉 갈 거 같나?
영 :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내가 볼 때 선거기간 동안 끊임없이 두 사람은 갈등할 것이다. 윤석열과 이준석은. 그리고 뭐냐면 지금 이미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캠프에) 들어왔기 때문에 더 갈등이 증폭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 또 한편으로 보면 김종인 대표가 적절하게 그것을 컨트롤할 것이다. 두 가지 다 양수겸장이 있다고 봐야 한다.
헤 : 어떻게 보면 이준석 대표가 누구 말도 잘 안 듣는 스타일이다. 김종인 말은 듣겠나?
영 : 그럴 것이다. 김종인 말은 듣겠지.
헤 : 솔직히 김종인을 너무 선거 때마다 어느 당을 가리지 않고 영입해서 좀 구태의연한 감도 있고. 도대체 뭐가 있어서 저 사람을 서로, 아직도 모셔가려고 할까 싶다. 저 사람을 보면 꼭 투표할 때마다 미래가 아닌 과거를 찍는 거 같다.
영 : 원래 김종인의 장점은 전권을 부여받아, 자기 마음대로, 자기 페이스대로, 자기 전략대로, 자기 기획대로 당을 운영하거나, 선거를 지휘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쨌든 선거를 지휘하기가 굉장히 수월하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선거를 잘 지휘할 수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 지휘해서 성적이 괜찮게 나오지 않았나. 전권을 부여받아서 했을 때.
왜 또 김종인인가
헤 : 근데 선거 분석은 그 한 요소 가지고만 할 수 없지 않나. 여러 지표분석이라든가, 데이터라든가, 여러 과학적 요소로 빌드업하고, 그 빌드업이 최종 결과로 잘 이어졌을 때 가능한 거 아닌가?
영 : 내가 봤을 땐, 그런 과학보다 선거는 훨씬 더 복잡한 거 같다. 과학으로 했으면 진즉 데이터 분석가나 다른 전문가 불러다 하면, 선거전략은 금방 나올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선거를 지휘할 수는 없다. 선거는 굉장히 복잡한 과정이고 또 유권자들이 동일하지가 않다. 내가 봤을 땐 선거 과학 따지는 사람은 반드시 실패한다.
헤 : 그래도 선거할 땐 데이터 전문가랑 굉장히 많이 들어가지 않나? 오바마 대선 이후로 그랬고.
영 : 거기서는 수많은 의미 있는 지점들을 하나 정도 빼내서 활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선거(전체)를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아니 그러면 데이터나 자료 분석 전문가 모아 놓고 선거를 하지 뭐하러 정치인들이 같이 결합해서 선거를 하나?
헤 : 그럼 김종인을 자꾸 선거 때마다 선봉장으로 모시려고 하는 건, 선거를 치러본 사람들만이 체득할 수 있는 동물적 감각 같은 그런 김종인의 능력을 알아봐서인가?
영 : 그렇다. 그 정치감각이 김종인은 굉장히 뛰어난 것이다. 그게 있으니까 김종인의 유효기간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 동물적인 정치감각으로 국민들이, 유권자들이 뭘 원하는지, 우리 당이 예를 들어서, 어떤 비전이나 이런 것들을 내놓아야 하는지, 그리고 언제 내놓아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데이터 전문가보다 더 잘 안다고 나는 생각한다.
헤 : 이준석도 자기도 당대표이고, (자신이)권한이 있다고 생각하고, 윤석열도 그 개인적인 스타일상 그 권한을 김종인 아니라 누구한테도 다 위임해 줄 사람이 아니지 않나? 문재인 대통령이 2016년 당대표 시절 치른 국회의원 선거에서처럼 김종인에게 당권 다 주고 빠져 있다가, ‘김종인 할배’ 삐지면 올라와 달래 주고 뭐 이런 거 되는 사람이 아닌 듯 한데.
영 : 윤석열도 서서히 배워가고 있는 거 아닌가. 그 정치를 배워가고 있다. 그러니까 이준석하고도 틀어졌을 때 제주도까지, 울산까지 내려가고, 부산까지 동행하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김종인도 결국 선대위원장으로 모셨잖나.
헤 : 그런데 보면 이수정 교수 영입했을 때는 어쨌든 갈등을 봉합하고, 관리‧감독을 잘해서 양날개로서도 괜찮다고 하는데. 그런 능력이 과연 윤석열한테 있냐는 게 문제인 거 같은데.
영 : 어차피 선거는 윤석열과 김종인이 할 것이다.
출처 - <국회사진기자단>
이수정은 불러줘서 갔을 뿐
헤 : 말 나온 김에, 이수정 교수는 왜 국민의힘으로 간 거 같은가?
영 : 그전에 국민의힘에 발을 들여놨지 않았나? 민주당이 사실 선수를 뺏긴 것이다. 누가 자기를 대접해주는 곳에 가지, 자기를 불러주지도 않는 곳에 왜 가나.
헤 : 자기 몸값을 쳐준 데를 간 것에 불과하네.
영 : 당연하지. 그리고 이수정이 사실 진보적이거나 그런 사람 아니다. 그냥 범죄 분석 전문가, 교수일 뿐이다.
헤 : 애초부터 프로파일러나, 범죄심리학 전문가는 아니었던 걸로 아는데.
영 : TV 많이 나오면 범죄 전문가가 되는 거다. <그것이 알고싶다>에 수없이 나왔지 않나.
헤 : 대중매체가 전문가들을 망친다.
영 : 아니, 대중들이 그렇게 반응한 것은 어떻게 할 수 없지. 어떻게 막나?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을 걸러서 쓰거나, 검증해서 쓰거나 해야 되는 것이다. 정치가 문제이지, 대중이 문제는 아니다.
사실 이수정 교수는 민주당으로 갈 수도 있었는데, 국민의힘이 먼저 이수정을 선점한 셈이다. 성폭력대책특위 위원으로 추천했었지 않았나.
헤 : 서울시장 재‧보궐 때도 들어갔었고.
영 : 그러니까. 국민의힘이 이수정 교수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거 아닌가. 사실, 민주당에 있었어도 별문제가 되지 않는데.
헤 : 선거 때마다 미래에 투표하고 싶은데, 나오는 건 늘 과거라... (김종인을 보면서)과거에 투표하는 거 같아 가끔 화도 난다.
영 : 그런데 사실 유권자들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 변한 듯하지만 안 그렇다. 마찬가지다. 사람의 경험이라는 것도 축적의 시간을 거쳐서 고도의 감각이라는 게 생기는 것인데. 그러니까 옛날 사람이라고 해서 안 된다, 과거다라고 하는 것도 사실은 부적절한 접근 방법 같다.
그럼 이준석 대표가 혼자 다 지휘했으면 국민의힘이 잘 돌아갔을까?
어쨌든 최소한 이준석은 보수적 젊은 감각이 있는데. 그걸로 이준석이 20, 30대를 기반으로 당을 이끌면 그 당이 온전하게 이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나?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와의 갈등도 ‘이준석 리더십’의 한계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선거는 선거를 치러봤던 사람들만으로는 할 수 없는 거지만, 어쨌든 간에 그 사람들의 감각을 어느 정도는 존중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총선을 김종인 대표와 치렀던 민주당의 한 인사는 그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냉정하다. 칼질도 잘하고. 먼 길 갈 때 짐 줄이는 솜씨가 예술이다. 대신 사람 복이 별로 없는 편이다. 사람을 과하다 싶게 예의로만 대한다. 사람의 요구를 귀신같이 알아채고 예의 갖춰 대접한다. 그것도 능력이다. 상대방의 요구를 아는 것도 기술이다. 사람들은 나를 대우해주는 사람한테 약한 법이다. 자기관리 빼고 남관리 잘하는, 전형적인 집사 체질이다. 자기 부패에는 약하다. 딱 킹메이커이다. 자기 메이킹에는 똥손이고.”
이상, 이수정으로 시작해 김종인으로 끝나는 간략한 윤석열 캠프 잡썰이었다. 윤석열의 거친 생각과 이준석의 불안한 눈빛,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이수정 사이에 묘한 기류가 느껴져 뭐라도 대단한 게 있지 싶었는데 딱히 별 재미는 없었다. 뭐, 사람이 항상 대단한 거 들고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좀 봐달라.
조만간 "검찰청 사람들(링크)" 다음편으로 좀 더 잼난 거 들고 찾아 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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