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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2일 블룸버그 통신은 이런 뉴스를 보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베이징 올림픽 동안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자제해 달라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당연하게도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부인했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즉각 들고 일어났다. 

 

중국 외교부.jpg

중국 외교부 대변인 자오리젠.

 

"중·러 관계에 대한 모독과 도발일 뿐만 아니라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의도적인 방해와 파괴행위이다. (중략) 우리는 세계에 간략하고 안전하며 멋진 올림픽을 보여줄 자신이 있고,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각국 지도자들이 원만하고 순조롭게 베이징을 방문하게 할 자신도 있다"

 

             - 2022년 1월 24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

자오리젠(趙立堅)의 발언 중 발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브리핑’이다. 실제로 이번 2022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푸틴은 직접 참석한다. 까놓고 말해서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이라는 공통의 적을 상대하고 있고, 저마다 우크라이나, 대만이라는 ‘아픈 손가락’이 하나씩 있다. 실제로 러시아와 중국은 합동 군사훈련을 하며 미국에 대한 전의(戰意)를 불태우고 있다. 

 

푸틴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다는 ‘정치 일정’ 때문에 우크라이나 침공을 하지 않을 거란 ‘순진한’ 생각은 하지 말자.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도 푸틴은 참석했다. 개막식 행사가 끝나자 바로 러시아로 돌아갔고, 조지아를 침공했다(이때는 메드베데프가 러시아 대통령이었지만, 그가 ‘바지’란 사실은 세상 모두가 알고 있다). 2014년 김연아가 금메달을 빼앗긴 소치 올림픽 때도 푸틴은 직접 스키를 타며, 

 

“우리 소치 올림픽 준비 많이 했스키. 그러니까 즐기고들 가. 아! 그리고 빅토르 안, 우린 너 믿고 있다스키!”

 

푸틴 윙크.jpg

 

이러고 있었는데, 소치 올림픽 폐막 직후(빅토르 안에게 집 선물 하면서 한참 분위기 달군 다음), 크림 반도를 치고 들어갔다. 

 

“올림픽은 올림픽이고, 전쟁은 전쟁이다스키.”

 

우리의 푸틴은 남다른 배포를 자랑하고 있었다. 평화의 제전 따위로 푸틴의 발걸음을 막을 순 없었다. 물론, 작년 12월 UN에서 채택한 '베이징동계올림픽 휴전 결의안'이 있긴 있다. 베이징동계올림픽과 베이징 동계패럴림픽 기간 개막 7일 전부터 폐막 7일 뒤까지 모든 세계의 분쟁을 일시 중단하자는 결의안이다. 하지만 결의안에 큰 희망을 걸지 않는 게 맞는 거 같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에도 휴전 결의는 있었지만, 올림픽 기간에 푸틴은 조지아를 조졌다. 결의안은 어디까지나 결의안일 뿐이다. 

 

2008년 있었던 이 조지아 침공은 크림반도 합병에 비해 우리에게 훨씬 덜 알려져 있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사건이다. 조지아 전쟁을 보면, 러시아군의 달라진(?!) 모습과(체첸에서 삽질하던 모습과는 좀 다르다) 러시아가 생각하는 지역 패권에 대한 모습이 어느 정도 그려진다. 우크라이나 사태의 전초전이라고 해야 할까? 

 

조지아 전쟁은 어쩌면 푸틴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줬는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 잘못된 시그널을 줬다. 

 

 

우크라이나 전엔 조지아가 있었다

 

이야기는 199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소련이 무너지고, 조지아는 러시아로부터 독립했다. 그런데 독립 후에 조지아에는 골치 아픈 문제가 있었다. 조지아에 살고 있는 오세트인(러시아, 조지아, 터키의 소수민족)들이 문제였다. 

 

남 오세티야.jpg

위 그림의 북오세티야는 러시아 연방에 속해있다.

남오세티야는 1991년 11월 조지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지만,

러시아와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나우루, 시리아 등

소수만이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있다. 

출처-<한겨레>

 

이들은 조지아 영토 안에 위치한 남오세티야에서 분리독립을 선언했다. 이것 때문에 한참 동안 치고받고 싸웠다. 이때 러시아가 개입하게 된다. 당연히 러시아는 남오세티야 편이었다.

 

이후, 조지아는 

 

“우리도 경제개발하고, 잘 먹고 잘 살아보자!”

 

라고 외치게 된다. 조지아는 태생부터 러시아와 불가분의 관계였던 나라답게 러시아에게 수출입을 의존하는 비율이 높았고, 지금도 높다(지금도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가 러시아이고,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러시아다). 

 

그런데 이 나라가 기업도 민영화하고, 외자 유치도 하면서 급속도로 외국, 그것도 서방세계와 친해지게 됐다. 

 

“그래, 우리도 나토 가입하고 그러자. 러시아 입김에서 벗어나 보는 거야!”

 

이때 미국 (아들)부시 대통령이 뽐뿌질도 해주고, 나토도 같이 힘 보태줄 거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막 줬다. 

 

미국은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소련이 붕괴된 이후 지속적으로 동진정책을 폈다. 즉, 옛 소련에서 분리독립한 국가, 혹은 동구권 국가들을 포섭해 야금야금 러시아를 압박해 들어갔다. 이와 반대로 러시아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방어에 나섰다. 바로 소수 민족에 대한 지원이었다. 

 

몰도바의 트란스니스트리아(Transnistria), 조지아의 압하지야 자치 공화국과 남오세티야 공화국, 아제르바이잔의 나고르노 카라바흐(Nagorno Karabakh) 공화국이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선언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의 크림 자치 공화국도 껴 있다(크림 자치공화국은 주민투표를 통해 다시 러시아로 편입됐다). 

 

트란스니스트리아.PNG

몰도바의 트란스니스트리아.

조지아의 압하지야 자치 공화국과

남세오티야 공화국은

바로 이전 지도 그림에 표시되어 있다. 

출처-<한국경제>

 

나고르노카라바흐 위키백과.png

아제르바이잔의 나고르노-카라바흐 공화국.

출처-<위키백과>

 

소수민족을 지원해 독립전쟁을 일으켜 러시아의 영향권 아래 두거나, 아예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러시아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야금야금 넓혀 갔다. 

 

조지아 전쟁은 러시아와 서방세계(미국)의 관계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마, 내가 부시랑 밥도 묵고, 응? 사우나도 가고! 다했어 임마!”

 

2008년 당시 조지아는 미국을 믿었고, 나토를 믿었다. 

 

“우리는 너희랑 혈맹... 은 아니지만, 그래, ‘정신적인 혈맹’이라고 해두자. 맨~”

 

“아, 우리를 도와준다는 거죠?”

 

“슈얼~ 오브 코~올스, 우리랑 밥도 묵고, 사우나도 가고, 그럼 친한 거 아냐, 맨?”

 

“그렇죠?”

 

뒷배로 미국과 나토가 있다고 믿었던 조지아는 ‘전쟁’을 결심한다. 

 

(참고로 조지아는 지금까지도 나토에 가입하지 못했다. 잘해봐야 ‘파트너국’ 지위로 나토와 연합훈련을 하는 정도이다. 2021년까지도 이러고 있는 거다. 조지아도 나토에 가입하고 싶어서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역시나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조지아! 다 조져서 남오세티아 땅을 다시 찾아온다!”

 

조지아 입장에서 남오세티아는 ‘지방 반란’이었다. 이들을 제압해 옛 땅을 수복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남오세티아 뒤에는 러시아가 있었지만, 조지아는 자기 등 뒤에 미국과 나토가 있다고 굳게 믿었다.

 

 

조지아가 미국을 굳게 믿은 이유

 

조지아가 그렇게 ‘착각’할 만한 게 당시 조지아는 미국에게 간, 쓸개, 다 내준 상황이었다. 이 정도 했으면 미국이 자기들을 무조건 도와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야, 터키가 어떻게 나토에 가입한 줄 알아?”

 

“어떻게 했는데?”

 

“걔들도 러시아가 무서워서 나토 가입이 필요했거든. 그래서 걔들 한국전쟁 가서 피똥 쌌잖아. 국제사회에서 공짜가 어딨어?”

 

“그럼 우리도 한국에 파병해야 하는 거야?”

 

“이 생퀴, 세상 돌아가는 거 졸라 모르네. 얌마, 한국에 파병을 왜 해? 한국전쟁 끝난 지가 50년이 넘었는데. 지금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전쟁하니까 이라크에 파병해야지.”

 

“아!!”

 

그랬다. 테러와의 전쟁 이후 이라크에 발목 잡혀 있던 부시를 보며, 조지아는 일생일대의 ‘딜’을 걸었다. 

 

“부시 대통령과 미국을 위해 조지아가 파병하겠습니다!”

 

“오우~ 브로! 이런 고마울 데가 있나.”

 

부시.jpg

(조)지아야~ 쌩유 베리 감사!

 

이랬던 거다. 이 패턴을 잘 기억해야 하는 게, 한국군도 미국이 일으킨 ‘월남전’에 파병했던 걸 생각해 봐야 한다(이라크 자이툰 부대도 있지만). 월남전 파병할 때 미국이 한국군 무장을 싹 맞춰준 거 생각해 봐야 한다. 조지아도 마찬가지다. 구 소련 장비로 무장한 조지아군이 ‘미군’으로 변신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지아군은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 영국에 이어 파병 규모로만 3번째 나라였을 정도로 많은 병력을 이라크에 보냈다(그 수가 2천여 명에 달했다). 조지아가 이렇게 나오니 부시 대통령이 얼마나 기뻤을까?

 

“(조)지아야, 앞으로 너 정말 내 동생 해라!”

 

“정말요?”

 

“슈얼~ 오브 코~올스! 이 형이 뒤에 있으니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조지아는 정말 미국과 나토를 믿었다. 이 믿음을 갖고 위풍당당하게 남오세티야를 친 거다. 그리고... X신이 됐다. 

 

 

공사 당한 조지아, 벼르고 있던 러시아 

 

러시아는 조지아가 남오세티야를 침공하기 전에 미리미리 준비를 다 해놨다. 전쟁이 나기 전 이미 러시아 해커들이 조지아 정부 사이트를 마비시켜 놨고, 남오세티야 수도인 트힌발리의 주민들에 대한 소개(疏開)가 이루어졌다. 게다가 전쟁 전에 이미 러시아에서 코사크 족의 민병대와 러시아 정규군이 남오세티야에 넘어온 정황이 포착됐다. 

 

“조지아가 공사 당했다.”

 

라고 보는 게 맞다. 푸틴은 조지아의 침공 계획을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한 대비를 다 해놓은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 조지아가 남오세티야를 침공한 거다. 

 

(이건 2009년 9월 30일 EU가 작성한 조지아 개전 상황에 대한 보고서에 명시돼 있다. 조지아의 사카쉬빌리 대통령이 2008년 8월 7일 밤 11시 35분에 남오세티야에 대한 공격 명령을 내렸고, 이 명령에 따라 조지아군이 움직였다는 거다. 빼도 박도 못 하는 조지아의 침공이었다)

 

전쟁이 나자, UN평화 유지군으로 들어온 러시아군 몇 명이 죽게 된다. 그러자마자 러시아가 들고 일어난다.

 

“이런 시바스키! 러시아인을 보호하기 위해 러시아는 이 전쟁에 참여한다스키!”

 

(흥미로운 점은 이때 총리였던 푸틴은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장에서 부시에게 대놓고 전쟁이 시작된 걸 말했다는 거다.

 

푸푸푸틴틴틴 부시.PNG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푸틴과 부시.

 

“헤이~ 부시, 조지아라고 알지스키?”

 

“응? 알지. 나랑 꽤 친한 동생인데. 근데 와이?”

 

“걔가 먼저 선빵 쳐서 내가 손 좀 봐주려 한다스키.”

 

“왓더뻑?? 그게 뭔 소리야?”

 

“애가 좀 싸가지가 없더라고. 내 뒤통수를 쳤다스키. 우리 러시아 애들 몇 명이 죽었거든? 너랑 친하다며? 너랑 친하면 우리 애들 막 죽여도 되냐스키?”

 

“......”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때 부시를 제대로 엿 먹인 거다)

 

그다음은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러시아는 조지아 땅 이곳저곳에 공습을 시작했고, 한 줌도 안되는 조지아 해군을 개박살 냈다. 조지아 대통령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호기롭게 계엄령도 선포하고, 예비군 동원령도 때렸지만, 러시아랑 상대가 되겠는가?

 

“아니, 씨바! 러시아 이러면 안 되지... 우리 일단 진정하고! 휴... 휴전 하자, 응?”

 

러시아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조까스키, 이 개객끼야.”

 

당시 푸틴은 작정하고 조지아를 개박살 내겠다고 마음먹었는지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 앞 50킬로미터까지 탱크를 밀고 들어갔다. 

 

러시아 침공1.PNG

러시아 침공2.PNG

러시아 침공3.PNG

 

결국 전쟁 발발 6일 만인 8월 12일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의 중재로 진격이 멈췄다. 그리고 다음 날 조지아와 러시아는 중재안에 사인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당시 조지아가 믿었던 미국과 나토의 ‘행보’였다. 미국은 조지와와 러시아가 중재한 다음날 은근슬쩍,

 

“뻑킹, 맨! 나 조지아 사태에 개입할 수도 있어!”

 

라고 말로만 지랄했고, 이때 러시아도 쿨하게 한 마디 던졌다.

 

“그래? 이 시바스키야. 그럼 한 번 붙어 보까?”

 

였다. 그 뒤로 유야무야였다. 당시 미국이 어떤 입장이었는지는 이라크에 있었던 조지아군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장 본국이 개 털리는 걸 본 상황에서 이라크에 있던 조지아군이 당연히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맞다. 이때 이들을 수송해줘야 하는 게 미군이었는데, 

 

“아니 씨바. 조지아 병력 수송하다가, 미군 수송기 격추되면, 이건 빼도 박도 못하고 러시아랑 전쟁해야 하잖아. 아... 쉣더뻐킹. 그랬다간 X 되는데”

 

미국이 몸을 사린 거다. 실제로 초기에 선발대 몇몇을 보낼 때를 제외하고는 몸을 사렸다. 조지아는 미국과 서방세계를 믿었다가 제대로 털린 거다. 

 

한국에서는 푸틴이 크림 반도를 먹은 것만 알려져 있고, 이 조지아 전쟁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가 미국과 나토에 ‘엿’을 먹인 건 조지아 전쟁 때부터였다. 러시아는 자신의 영역을 야금야금 파고들고 있는 미국과 나토에 칼을 뽑아 든 거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