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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에 실린 윤석열

 

지난 25일, 영국의 이코노미스트(Economist)는 우리나라의 윤석열 대통령을 특정해 지목, 외교적 무능함을 꼬집으며 기본적인 것부터 배워 나가야 한다는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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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한국의 대통령은 기본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 

정치는 정책만큼이나 프리젠테이션이 중요하다

출처-<영국 이코노미스트> 링크 

 

(삽화에서 보여지듯) 우리나라와 관계된 지도자를 이런 식으로 대놓고 조롱하는 건, 김정은 말고는 없었다. 수준이 비슷하단 얘기일까. 

 

기사 내용을 보면, 과연 일국의 대통령을 이렇게 난도질해도 되나 싶을 정도다(자세한 이코노미스트 한국판 기사 내용 링크). 개인적 무능, 오만함, 경제, 메시지 전달, 집무실 이전, 인사 문제, 입학연령 하향, 외교, 낸시 펠로시 방한 대처 등 윤석열 정부에서 한 거의 대부분에 대해 비판 일색이다.

 

무능함이 나라의 골칫거리가 되었다는 얘기(his lack of political skill has become a liability)와 함께 기본이 안 되어 있으니 차근차근 하나씩 배워야 한다(to learn the basics), 거기다 신발을 손에 신고 다리에 넥타이를 맨 모습으로 묘사한 캐리커처까지. 

 

얼마나 국제적 망신에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지 여부를 떠나, 이런 평가를 받는 사람이 우리나라 대통령이라니 왜 부끄러움은 우리 몫인가를 따지기에 앞서 자괴감부터 드는 건 나뿐만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아무리 무능하고 어리숙해 보여도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도 아니고, 투표로 당선된 국가의 지도자를 이런 식으로 이례적이면서도 혹독하게 평가하는 이유가 뭘까?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대통령이 방문한다고 하면 버선발로 나와 환영하던 것과 너무나도 상반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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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영국의 초청으로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전 대통령

 

 

외교 무능은 국가 위기를 초래한다

 

외교는 철저하게 수출에 의존하는 산업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 같은 국가들에는 존폐를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과거 김영삼 대통령은 하나회를 철퇴시키고, 전두환, 노태우를 구속했다. 금융실명제, 구 조선총독부 건물을 없애는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을 시행해 국민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고 능력도 인정받는 듯 했다. 하지만, 임기 막판 IMF라는 엄청난 고통을 국민에게 떠안기며 임기를 마무리했고, 이는 민주화 운동을 하며 높이 샀던 이름에, 삼당야합이라는 찬물을 끼얹는 것과 같은 역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이후, 고 김 전 대통령에게는 IMF 대통령이란 타이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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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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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가부도의 날>

 

사실 IMF의 구제금융을 받지 않아도 됐었다고 회고하는 이들이 있다. 1997년 동아시아 전역에 비슷한 외환위기 사태가 도래했는데, 당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100억 달러 미만이었고 단기외채가 250억 달러였기 때문에 어디서든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빚을 진 상황에서 돈을 빌려줄 수 있는 건 신뢰/관계가 좋은 사람뿐이다. 인간관계도 그렇듯 국가 간 관계에서도 마찬가지. 외교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빚을 갚기 위해 김영삼 정부는 일본에게 달러를 차입하려 했다. 하지만, 반대에 부딪힌다. 배후에는 미국의 클린턴 정부가 있었다. 미국 경제의 축이 금융산업으로 이동 중인 때, 97년 이전까지 주식시장이 폐쇄적이었던 우리나라에 군침을 흘리고 있던 미국은, 외환위기가 그대로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밖에 없던 일본에게 압박해 우리나라를 어떻게든 국가부도 위기로 밀어 넣으려는 시도의 시작은 다름 아닌 미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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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한겨레>

 

이유는 미국과의 외교 실패에서 비롯된다. 상대적으로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 했던 김영삼 정부는 미국과 대북관에 대한 차이를 시작으로, 클린턴 정부와 종종 마찰을 빚었다. 이러한 관계는 외환 위기를 마주했을 때, 김영삼 정부가 위기를 넘기지 못하는데 주된 이유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우리나라는 부도 위기까지 갔고, 김영삼은 IMF 대통령이라는 굴욕의 타이틀을 얻은 채, 대통령직을 마무리해야만 했다. 

 

 

외신이 연일 한국 대통령을 까는 건 단순 현상이 아니다 

 

미국을 필두로 영국까지 나섰다. IMF의 구제 금융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는 밑밥을 깔기 시작한 것이다. 무능한 대통령에 대한 이미지를, 외신들이 만들기 시작하고 있다. 김영삼 때와 비슷한 면이 많다.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를 필두로 문재인 정부까지, 민주당이 집권하던 시절엔 외환보유액을 크게 늘려왔다. 현재 4,000억 달러로 세계 8위다. 왜 이토록 외환 보유고를 늘렸는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닥치면, 갚을 돈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다분하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수출형 국가인 우리나라의 경우, 패권국가의 의도에 따라 나라의 운명이 뒤흔들리는 경향이 강하다.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는 위험 요소들이 즐비해 있다. 국내의 상황도 불안한 부분이 많다. 노동시장의 불안과 소득 불평등까지(2022년 현재, 우리나라의 소득 불평등은 세계 최고 수준).

 

현재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경제구조 변혁을 진행하려 계획 중이다. 자국 내에서도 코로나 이후 닥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289조 원(삼성 260조, SK 29조)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미국에 설립하기로 한 것을 시작으로 13조 원을 투자한다는 현대차 등 퍼주기식 외교가 진행 중이긴 하지만, 전기자동차의 정부보조금을 받는 데는 실패했다. 

 

출처 현대차.jpg

지난 5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현대차의 미국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출처-<현대자동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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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는 바이든 대통령

 

불안하다. 외신에서 연일 한국의 대통령을 비꼬며 조롱하는 건, 단순히 현상만으로 평가할 일이 아니다. 속내가 무엇일까. 아마도 곧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닮은꼴의 한국과 영국 

 

10.9%. 현재 영국의 물가 상승률이다. 석유파동이 있었던 1970년대 말 이후, 나름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물가상승률이 최고치를 경신하며 오르는 중이다. 내년에는 18%까지 치솟을 전망이란다. 각종 경제 지수까지 암담한 상황. 실업률도 증가하고 금리는 오르고, 경기 침체라는 스태그플레이션까지 그야말로 삼중고를 겪고 있는 영국이다. 

 

코로나 때, 남들 집에 가둬놓고 자기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자 술 퍼마시다 걸린 보리스 존슨은 결국 파티 게이트라는 관문을 넘지 못하고 자진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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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BC> 링크

 

우리에게도 술 좋아라 하는 대통령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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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기간 연천에서.

러브샷 상대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번영을 위하여! 라는 말과 함께 러브샷을 날리던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에서 보리스 존슨의 잔상이 남아있다. 사퇴 직전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보리스 존슨. 그가 집권하던 시기 영국은 수십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한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일일 코로나 감염자 수를 갱신하기도 했다. 경기는 침체되고, 무리한, 장기간의 락다운으로 국민들의 삶은 피폐해졌고, 어려워진 살림살이 고충에 돈으로 대충 마무리하려다 시중에 풀린 어마어마한 규모의 파운드로 결국 물가상승에 스태그플레이션을 선물하며 내려왔다. 그래도 양심은 있다. 스스로 내려오긴 했으니. 

 

하지만 그러는 사이, 영국 국민들은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의 타격을 입고 있는 중이다. 매일 매일, 상점의 물건 가격이 오르고, 전기 가스 요금의 폭발적인 상승으로 미납 사태가 벌어지는 중이다. 보수당의 민영화 사랑이 결국 이렇게 뒤통수를 쳤지만, 보수당의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르는 아이러니에서 우리나라와 미러링을 하는 듯하다.   

 

 

조롱의 의도가 무엇일까

 

각국 사이를 적절히 줄타기하고 달래며 국익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최근 미국 권력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까지 찬밥 취급하며 친중국 행보를 보이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는 연일 외신으로부터 조롱받고 있다. 

 

며칠 전 시행된 미국의 일명 '인플레이션 감축법' 문제에 있어서도 법 시행 전 로비를 통해 데미지를 피해 간 일본과 달리, 미국에 뒤통수를 맞으며 현재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과거 미중 사이 줄타기에 실패하며 중국과의 관계에 집중한 나머지 미국에게 뒤통수를 맞아 IMF를 맞은 김영삼 정부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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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YTN> 링크

 

당선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술집에서 버얼건 얼굴로 술에 취해 있던, 외신으로부터 온갖 조롱을 당하고 있는 윤석열의 모습은 그래서 기시감을 준다. 술 마시다 걸리니, 안 마셨다고 하다가 증거를 내밀었더니 마시긴 했는데, 일을 너무 열심히 해 위로 차 마셨다며, 어처구니 없는 핑계를 일삼고 스태그플레이션을 선물 후 사퇴한, 보리스 존스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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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한국의 외교에 대해 외신들이 다룬 내용을 보면, 상대적으로 문재인 정부 때보다 안 좋은 내용이 많아진 건 물론, 절대적 기준으로도 좋게 다룬 내용이 거의 없다. 그 비판 혹은 조롱의 정도는 점점 짙어지고 있다. 영국 안에서만 보자면, 최근 이코노미스트의 기사는 그중 화룡점정이다.

 

나는 불안하다. 

 

과연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아마추어 같아서 조롱하는 건지, 뭔가 어려운 일이 닥치기 전의 전조인 건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