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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4일, 윤석열 대통령은 경남에 위치한, 한 방산 기업을 방문했다. 오랜 기간 쌓아온 밀리터리 지식을 대방출하여, 그곳 방산 업체 직원들을 극한으로 몰았다.

 

이분과 비슷한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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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야

<출처 - 국회사진기자단>

 

일단 논란의 현장이 담긴, YTN 돌발영상(링크)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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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YTN>

 

윤석열의 습관적 반말에 체념하고 있던 찰나, 그가 물었다.

 

"요거는 뭔가? 아니, 요 앞에 툭 튀어나온 거."

 

"이건 기관총입니다."

 

그가 궁금했던 건, 바로 기관총이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그게 총기라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부동시로 군 면제를 받은 그는, 그게 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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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YTN>

 

대통령도 모를 수 있다

 

군 미필자는 밀리터리 지식이 부족할 수 있다. 장갑차가 탱크처럼 보이고, 날개 달린 유도탄을 미사일로 착각하기도 한다. 그걸 모른다고 타박하는 건, 요즘 말로 억까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국군 통수권자라고 모든 무기 체계를 파악하고 있기는 어렵다. 특히, 전술 단위에서 사용하는 무기 체계라면. 그래서 백번 양보해줄 수 있다. 대통령은 전략을 결정하는 자리이기에, 군과 외교를 놓고 대외적인 판단을 내리면 된다(물론, 이것도 능력이 받쳐줘야 하지만).

 

그러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계속 우기기만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대한민국 수출 효자템, K-9을 보고 흥분한 그의 질문.

 

"탱크와 포를 결합한 무기가 그동안 없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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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YTN>

 

탱크, 자주포 모두 무한궤도와 포가 달려있으니, 탱크처럼 보일 수 있다. 이 두 개를 구분하는 건, 군대 시절 주특기가 이쪽이거나, 원래 무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다.

 

방산 관계자는 눈높이 교육을 한다.

 

"탱크와 자주포는, 요래저래 알쏭달쏭, 이렇게 다릅니다."

 

본인이 틀렸다는 말에,

 

"포신 낮추면 탱크 기능도 하는 거 아닌가?"

 

웅앵웅앵 우기기 시작.

 

자주포로 직접 사격

 

현대 전장에서, 대부분의 자주포는 간접 사격(관측병의 유도를 따라 포를 쏘는 것으로)한다. 포의 사정거리가 수십 킬로미터까지 넘나들기 때문에, 사람의 눈으로 표적을 잡고, 포를 쏘는 건 아무래도 제한이 크다.

 

하지만 포방부라 불리는 우리의 국방부다. 수천 대나 뽑아 놓은 자주포를 놀리고 있을 리 없다. 대부분 간접 사격을 한다는 것이지, 자주포도 탱크처럼 직사로 쏠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직접 사격 훈련을 실시한다.

 

직접 사격은, 말 그대로 코앞까지 달려온 적들을 향해 직접 포신을 겨누고, 쏘는 거다. 원래 포병은 전장 후방에 위치해, 화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포병이 직접 사격할 정도면, 그 전투는 갈 데까지 갔다고 볼 수 있다. 적이 포병 앞까지 오면, 최후의 수단을 동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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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포 직접 사격 훈련 영상(링크)

<출처 - 미공개군대영상>

 

포를 가지고, 전차나 눈앞의 적을 향해 직접 사격을 가하는 일은, 국방부에 일종의 트라우마다. 6.25 전쟁 당시, 북한군의 T-34에 대항할 무기가 없었던 한국군은, 105밀리 곡사포를 가져다 북한군 전차를 상대했다. 그 기억 때문에 한국군은 여전히 자주포로 직접 사격 훈련을 한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나쁠 건 없지만, 현대전에서 직접 사격의 의미는 크지 않다. 실효성이 매우 떨어진다. 다만, 포의 위력을 생각하면, 어지간한 전차는 한 방에 해결할 수 있으니, 최후의 비책이라 할 수 있겠다.

 

안타깝게도, 윤석열 대통령이 바라던 것처럼 자주포는 '탱크 기능'을 할 수 없다. 당장 장갑부터 문제다. K-9 자주포 장갑 수준으로, 잘해야 14.5밀리 중기관총을 막을 수 있다. 3세대 전차처럼 전차포를 막아낼 능력은 없다.

 

근데, 모르면 좀 들어라

 

어떻게든 인정받고 싶은 대통령 덕분에, 자주포의 직접 사격까지 언급했다. 윤석열은 군사 상식이 현저히 떨어진다. 하지만 그걸로 비난하고 싶지 않다. 앞서 말한대로 군필도 주특기가 아니면 잘 구분할 수 없다.

 

다만,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자신이 몰랐으면 인정하고, 그걸 배우려는 태도를 보였으면 한다(특히 전문가 앞에서는). 아니라면 아예 입을 닫고 들을 것을 권한다. 모르기 때문에 창피한 것이 아니고 모르는데 잘 아는 것처럼 계속 우기니 창피한 거다. 한국같이 특수한 상황에 있는 나라의 경우, 특히 외교적으로 좀 민감해져 준전시 비슷한 상황까지 왔을 때, 이런 이가 리더라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상상도 하기 싫다.  

 

어쩌면 한국은 국방에 관해선 밀리터리 덕후급의 노무현 대통령과 특전사 출신의 문재인 대통령을 경험한 덕에 국민 눈높이가 너무 높아진 건지도 모른다. 사실 대통령이 그 정도로 무기와 군사 전략에 대해 잘 아는 것 자체도 이상하다(물론 잘 알면 더할나위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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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BS>

 

얼마 전까지 국군의 날 행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각이 살아있는 거수 경례를 보며, 감탄했는데 이젠 경례 대신, 따봉을 시전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이걸 앞으로 4년이나 더 봐야 하는 나에게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