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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야심, 동아시아를 흔들다

 

일본의 『일본 국가 안보 전략』 개정에 대해서 일본 주변국 반응은 하나로 통일됐다.

 

“기분 X 같네.”

 

누가 이걸 좋아하겠는가? 당장 중국과 북한은 눈에 불을 켰다. 중국은 일본이 안보 전략을 개정하자, 가타부타 말하지 않았다.

 

“오냐오냐해줬더니, 이것들이 미국 믿고 설친다 이거지? 야! 항공모함 끌고 와!”

 

기시다 총리의 발언 직후, 중국은 항공모함 랴오닝을 중심으로 한 항모전단(6척으로 구성)을 편성해서 오키나와 쪽을 한 바퀴 돌고 왔다. 중국 입장에선 일본의 국가 안보 전략 개정이 누굴 ‘목표’로 하고 있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즉각 '행동'으로 자신의 속내를 표출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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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호

출처 - 링크

 

그럼 북한은?

 

“우리는 일본의 부당하고 과욕적인 야망실현기도에 대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어느 만큼 우려하고 불쾌해하는가를 실제적인 행동으로 계속해서 보여줄 것이다!”

 

-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 中 발췌

 

북한은 일본이 곧 몸서리치는 전율을 느낄 것이고, 이를 통해 잘못된 선택(안보 전략 개정)을 했음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친절히 부연 설명을 했다

 

(다시 느끼지만, 북한 성명은 뭔가 좀 ‘전투적이면서’도 듣는 사람의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뭔가가 있다)

 

북·중·러 3국은 이제 빼도 박도 못하는 ‘동맹’이다. 여기서 나오고 싶다고 나올 수 있는 거도 아니고, 설사 나온다 해도 앞으로의 인생은 험난해질 게 뻔하다. 이런 상황이니 북, 중, 러는 일본에 대해 강한 의구심과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다(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함대 훈련을 하면서 나름 우정을 과시하고 있지만... 미·일만 하겠는가?).

 

뒷전에 선 한국

 

여기서 애매하게 걸려든 게 한국이다. 미국은 언제나 우리와 일본의 손목을 붙잡고는,

 

“야, 너희들 화해 안 해? 안 하면 형 화낸다?”

 

이런 입장이다(무려, 50여 년이 넘게 이러고 있다). 미국은 하루빨리 한··일 3각 동맹을 엮어서 對 중국 포위망을 만들고 싶어 한다. 몇 번의 우여곡절 끝에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곧바로 한·미·일 군사훈련을 하게 된 거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회피하려 했는데... 2018년 초계기 갈등으로 서로 으르렁거린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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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스페인 국왕 주최 만찬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출처 - 로이터

 

윤석열 정부는 이미 미국에 올인을 하고, 미국이 하자는 대로 끌려가고 있는 상황. ‘한국판 인도 태평양 전략’이란 걸 들고나온 자체가,

 

"나 미국에 올인했어. 중국? 미안한데, 나 미국이랑 같이 널 좀 때려야 할 거 같아.”

 

이렇게 선언한 거다. 이러다 보니 한·미·일 군사훈련도 하고, 이게 좀 다 나아가면 한·미·일 군사동맹으로까지 갈 수도 있다. 이미 북한 외무성은 한·미·일 군사훈련을 하겠다는 말이 나오자마자,

 

“미·일·남조선 3각 군사동맹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나토화를 실현해 러시아와 중국을 동시에 억제 포위하려는 수단이다!”

 

라며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성명을 발표했다. 또한, 이들은 미국과 일본이 자신들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미국이 북조선 위협설을 고취하는 진짜 목적은 세계에 대한 군사적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한 구실을 마련하는 데 있다!”

 

자신들을 핑계로 미국과 일본이 동맹 체계를 만들고, 한·미·일 3각 동맹을 맺고, 일본의 ‘보통 국가’ 즉, 전쟁을 할 수 있는 국가로 한발씩 전진하고 있다는 걸 북한도 알고 있는 거다. 그 시작점이 바로 전수방위 조항의 무효화인데, 그 첫발을 뗀 거다.

 

우리, 낚인 걸까?

 

툭 까놓고 말해서 이번 개정안을 보면, 한국에 대해 『지정학적 맥락과 일본의 안보 측면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웃 나라』라는 기존 표현을 계속 쓰면서도 그들의 속내. 아니, 미국과 일본이 조율을 다 마친 핵심 내용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일본은 북한 문제와 다른 사안 등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안보 분야를 포함해 일본·한국, 미·한·일의 전략적 조율을 강화할 것』

 

이게 뭘 의미할까? 윤석열 정부는 이미 이 내용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거다. 아니, 모르고 끌려가는 건 아닐 거라 믿고 싶다. 우리가 스스로 한·미·일 군사동맹 체계에 들어가는 건 아닐 거라... 윤석열 정부에게도 뭔가 우리가 모르는 깊은 뜻이 있을 거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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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나토 동맹국, 파트너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출처 - 링크

 

아무튼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한국은 뭘 해야 하냐는 거다. 이번 『일본 국가 안보 전략』 개정에서 한국이 걸리는 대목은 크게 두 가지로 알려져 있다.

 

첫째, 독도 영유권 문제.

 

둘째, 자위대의 북한 공격에 대한 한국의 판단.

 

이게, 애매한 게 개정 전인 2013년의 독도에 대한 일본의 판단은

 

“다케시마 영유권에 관한 문제는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한다.”

 

정도로 나름(?!) 무미건조하게 표현했는데, 2022년은 논조가 상당히 공격적(!) 이었다.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의 영유권 문제는 일관되고 의연하게 대응한다.”

 

핵심은 『우리나라 고유의 영토』란 말이다. 윤석열 정부가 일본에 유화적인(거의 뭐 만나달라고 떼를 쓴 결과지만) 제스처를 취하자마자 나온 답변이다. 한일 간에 불어온 훈풍. 알고 보니 기시다는 윤석열 정부가 강경하게 대응 못 한다는 걸 눈치채고 일단 지르고 본 모양새다. 당장 한·미·일 동맹체계 구축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지 않는가? 이미 윤석열 정부는 ‘한국판 인도 태평양 전략’이란 걸 꺼내면서 퇴로를 차단해 버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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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스페인 이페마 회의장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한국은 이제 죽으나 사나 미국에 붙어야 하고, 미국에 붙으면 일본은 옵션으로 따라붙는 거다. 이대로 가면 한·미·일 군사동맹 체계가 만들어지는 거다. 독도 따위의 문제는 이제 아무것도 아닌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지금으로선 미국에 일본이 한국보다 더 중요한 파트너이고, 한국은 좋다고 미국에 올인을 한 상황. 사소한 ‘분란’ 같은 건 씹고 넘어가야 한다)

 

여기에 더 큰 문제가 하나 더 터진다. 바로 일본이 북한을 공격했을 때의 문제다. 『일본 국가 안보 전략』 개정의 명분 중 핵심이, 주변국의 미사일 위협을 미사일 방어망만으론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니까, 반격 능력을 보유해 억지력을 키우자는 논리였다.

 

여기서 주변국의 미사일 위협은 어디일까? 그렇다 바로 북한이다. 자, 여기서 일본 방위성의 공식적인 입장이 나온다.

 

“반격 능력 행사는 일본의 자위권이다. 다른 나라의 허가를 받는 게 아니라 일본이 자체 판단할 일이다.”

 

자, 여기서 ‘다른 나라’가 나온다. 그렇다 바로 한국이다. 알고 있겠지만, 우리나라 헌법 제3조. 그러니까 영토 조항을 보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

 

라고 명기돼 있다. 휴전선 이북 지역은 법적으론 ‘미수복 지역’이다. 즉, 우리 영토다. 게다가 북한과 우리는 휴전선 155마일 앞에 병력을 촘촘히 배치해 놓고 대치하고 있다. 여기에 불씨 한 번 잘못 던졌다간 바로 전쟁이다. 이 때문에, 우리 외교부는 개정안 발표가 있자마자

 

“반격 능력 행사 때 한반도 안보 및 우리 국익에 중대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사전에 우리와 긴밀한 협의 및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라고 말한 거다. 문제는 일본이 이 말을 들을 거냐는 것. 협의와 동의가 들어간다는 건 달리 말하면 한·미·일 군사 동맹체 내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봐도... 이건 뭔가 좀 낚인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일본, 돈을 풀다

 

일본이 ‘반격 능력’ 확보를 외쳤다는 건 달리 말하면, ‘돈을 쓰겠다’란 의미다. 2022년 일본의 국방예산은 5조 4천억 엔, 그런데 2023년도 국방예산은 이보다 25%가 증가한 6조 8천억 엔이다. 한화로 따지면 65조. 일본은 이미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방위비를 5년 뒤인 2027년도에는 GDP의 2%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2027년이 되면 방위비는 10조엔, 한화로 95조 수준이 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965조), 중국(252조)에 이은 세계 3위의 방위비 수준이 된다.

 

이제 일본이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 국가가 됐고, 이를 기반으로 주변국에 압박을 가할 정도의 힘을 기르게 되었다. 이미 충분히 두려운 존재였는데, 이제 그 고삐까지 풀리게 된 셈. 물론,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안에서의 파트너 관계이지만, 독자적으로 전쟁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의 시사점을 우리는 깊이 인식해야 한다.

 

“씨바, 저놈들이 선빵치기 전까지는 걍 참는다.” 와 “수틀리면 우리도 너네 깔 수 있다!”

 

의 차이는 엄청나게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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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일본 해병대의 창설 기념식.

일본은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해병대를 배치헀다.

출처 - 로이터

 

일본은 이제 1941년 12월 8일 이전의 국가로 돌아간다. 법적으로 일본은 이제 다른 국가를 공격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북한 공격할 때 우리랑 협의해야 한다는 말을 해야 하는 걸까? 미국에 올인하고, 한·미·일 군사훈련을 한 결과가 이렇게 돌아온 건지, 아니면 이 모든 게 예정된 수순으로 진행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내지른 게 이런 결과가 된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한반도 주변 강국의 움직임은 갈수록 예민해지고, 어려워질 거란 거다. 이 위기 속에서 윤석열 정부가 생각하는 방향성은... 맞다 틀리다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무슨 생각’이 있거나 최소한 뭔가 ‘고민’은 하고 내린 결정이길 기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