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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셨습니까. 잊을 만하면 등장해 대중음악을 이야기하는 슈하, 인사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트위터를 뜨겁게 달군 ‘뮤지션 정산 차등 지급’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른바 K-컬처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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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그래미 어워드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2020년대는 방탄소년단을 선두로, K-pop 스타들이 전 세계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 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K-pop을 들어본 적 없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You don’t know BTS?(너 방탄소년단 몰라?)”하고 되묻는 새로운 시대. 유튜버들은 너도나도 K-pop 리액션 영상으로 조회수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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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취소된 인디씬 공연

<출처 - 비디오머그>

 

반면, 소위 인디씬이라 불리는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문화는 급격히 축소했다. 갑자기 몰아친 코로나 여파가 원인이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소규모 클럽은 하나둘씩 문을 닫고, 마이너 뮤지션들은 해산을 겪었다. 평론과 대중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뮤지션들 조차 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그리고 지금,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암흑기도 끝을 보인다. 문 닫았던 클럽들은 새롭게 공연을 준비하고, 오랜 시간 문화생활을 하지 못했던 관객들은 다시 티켓팅을 시작한다. 모두가 봄볕 같은 활기를 기대하던 찰나, 한 뮤지션이 작성한 글이 트위터를 뜨겁게 달군다.

 

인디씬의 한가운데서 공정을 외치다

 

그녀의 이름은 ‘해파’. 2022년 첫 솔로 앨범을 발표한 뒤, 평단의 이목을 끈 4년 차 포크 뮤지션이다. 디스코 그래피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2018년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에서 동상 입상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 시작

-2020년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 동문 뮤지션 허정혁과 함께 포크 듀오 ‘시옷과 바람’ 결성

-첫 번째 EP <샘> 발매

-2022년 6월 첫 솔로 정규앨범 <죽은 척하기> 발매

 

그녀는 공연 급료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인디씬이라 불리는 홍대 클럽에서 공연 후 급료를 받지 못하는 일은, 사실 너무 흔한 일이라 새삼스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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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급료 지급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분명 관객이 존재했고, 사전 집객에 따라 공연 급료를 지급하겠다고 안내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알고 보니 ‘입장 당시 관객의 선호도’에 따라 급료를 차등 지급했다. 즉, 명백한 ‘차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속상한 마음에 토로한 트윗이, 해파의 팬을 비롯한 트위터 유저 사이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일간지와 여러 인터넷 신문에 기사가 실렸다. 뮤지션을 옹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급료 체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던 찰나, 클럽 입장을 대변하는 포스팅이 올라왔다. 2004년부터 20년간, 홍대에서 클럽을 운영한 ‘라이브 앤 라우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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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라이브 앤 라우드’ 측의 글은 트위터 사용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뭇매 맞을 상황이 뻔한데 소신껏 입장문을 발표한 그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래서 본지, 라이브 앤 라우드 측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라이브앤라우드 측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참고로 라이브 앤 라우드는 이번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다. 유일하게 클럽 측 입장을 발표하다보니 마치 모든 클럽을 대변하는 것처럼 되어 뭇매를 맞고 있는데, 이런 사건이 있을 때 쏙 빠지는 것보다 일단 그렇게라도 자신들의 생각을 말하는 것만으로 용기가 있다고 본다. 

 

라이브 앤 라우드의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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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클럽 라우드앤라이브 홈페이지>

 

딴지(이하 딴): 언제 클럽을 시작했나?

 

라이브앤라우드(이하 라): 2004년부터 지금까지 운영 중이다.

 

딴: 공연은 얼마나 자주 하나?

 

라: 대관이 없는 한, 일요일마다 공연이 열린다.

 

딴: ‘급료 차등 지급 방식(클럽 입구에서 관객에게 응원하는 밴드를 묻고, 그 숫자를 카운트해 급료를 나누는 방식)’을 도입한 계기는 뭔가?

 

라: 이전에는 수익을 동등하게 배분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밴드 측에서 먼저, 자신의 모객에 대한 입장료를 왜 동등하게 나누는지 불만을 표했다. 그래서 관객 선호도에 따른 '급료 차등 지급 방식'을 선택하게 됐다.

 

딴: 해당 방식을 선택한 뒤, 관객이 늘었나?

 

라: 사실 별 차이가 없다. A 밴드를 보러 왔다가 B 밴드를 발견하고, 나중에 B 밴드 공연을 보러오는 경우는 가끔 있다.

 

딴: 공연의 리스크를 뮤지션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라: 그 점은 일부 동의한다. 하지만 클럽 운영자 중 대부분 본업이 따로 있다. 클럽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급료 차등 지급을 선호하는 뮤지션이 분명히 존재한다. 앞서 말했듯, 그 방식 자체가 뮤지션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된 것이기도 하고.

 

딴: 기획 공연이라는 것이, 그날 공연하는 뮤지션 라인업에 따라 숫자로 매길수 없는 ‘시너지효과’를 내기도 한다.

 

라: 동의한다. 하지만 시너지 효과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수익을 지급하는 지금의 방식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딴: 모 공연장에서 논란이 된 것이 게스트(무료입장 관객)다. 클럽에서 뮤지션의 게스트를 거부하기도 한다고?

 

라: 뮤지션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페이를 못 받으니 그걸 게스트로라도 보상받으려는 것이다. 클럽은, 한 사람이라도 더 모객하지 못할망정 무료 관객을 넣어달라니 속이 상한다.

 

딴: 이번 일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 있나?

 

라: 서울을 비롯해 30여 개 클럽 사장님들이 모인 협회가 있다. 해파님 글에 대한 반응은, 힘이 쭉 빠진다 거나 화가 난다는 사람이 많다. 사실 나도 밴드를 하고 있다. 나에게 공연은 ‘노동’이 아니다. 노동이라는 생계의 수단이라기보다, 내 음악을 관객에게 들려주는 ‘공연’이기에 밴드 활동을 즐길 수 있었다.

 

그렇다고 밴드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차별로 느끼는 그 주장도 일리가 있고 서운하게 느낄 수 있다. 다만, 이 사건을 계기로 서로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좋겠다. 조만간 협회에서 성명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늘 내가 한 답변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의견이다.

 

이어지는 내용은, 사건의 중심에 선 해파와의 인터뷰다.

 

뮤지션 해파의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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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해파

<출처 - 뉴시스>

 

딴지(이하 딴): 공연 날짜는 언제였나?

 

해파(이하 해): 23년 1월 6일.

 

딴: 몇 팀이 공연했나?

 

해: 나를 포함해 세 팀이 함께했다.

 

딴: 이전에 이런 차등 지급 방식 공연을 경험한 적 있나?

 

해: 딱 한 번 있었다. 당시에도 기억이 좋지 않아, 앞으로 이런 급료 방식의 공연은 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딴: 위 방식에 대한 사전 안내가 없었나?

 

해: 전혀 없었다. 처음 클럽에서 말하길, 입장료 3만 3천 원에서 3천 원은 부가세, 나머지 3만 원은 클럽과 뮤지션이 나눌 거라고 했다.

 

딴: 함께 공연했던 다른 뮤지션들은 위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나?

 

해: 두 분에게 모두 연락해보진 못했다. 하지만 한 분은 몰랐다고 하더라.

 

딴: 집객의 선호에 따라 수익을 나눈다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말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클럽 측 해명은 뭔가?

 

해: 다른 클럽에서도 이 방식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따로 안내하지 않아도 알 거로 생각했다고 하더라. 그때 마지막 공연 이후, 정산 이야기가 없어서 내가 클럽에 전화했다. 계좌번호를 알려주려고.

 

딴: 뭐라고 하던가?

 

해: 해파님을 지명한 관객이 없어서 공연비가 0원이라고 했다. 너무 허무하더라.

 

딴: 주변 뮤지션들은 어떤 입장인가?

 

해: 동료들 모두 차등 지급 방식에 대해 회의적이다. 좋다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딴: 이번 사건 이후, 연락이 있나?

 

해: 주변에서 응원한다고 많이들 전화 온다. 아, 클럽을 물은 건가? 클럽에서는 연락 없다.

 

딴: 앞으로의 계획은?

 

해: 나의 트윗으로 시작된 사건이고, 언젠가는 이슈가 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총대를 메고 나서고 싶은 생각은 없다. 클럽이 뮤지션을 불러주지 않으면, 뮤지션은 노래 한 곡을 부르기 위해서 대관료를 지불해야 한다. 뮤지션은 공연장에서 변치 않는 ‘을’이다. 

 

물론, 코로나 시국을 겪으면서 공연장 역시,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었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공연의 ‘집객’이라는 것은 단지 뮤지션을 선호하는 팬의 숫자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그날의 라인업, 클럽 위치 등 많은 변수가 있다. 그중 뮤지션의 ‘집객력’ 하나에만 수익의 책임을 묻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사태를 통해, 공연장을 찾는 관객에게 “누구를 보러 오셨어요?”라고 묻는 말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기를 바란다. 많은 뮤지션들이 창작의 골짜기에서, 가벼운 지갑으로 그 삶을 살아내야 하는 고충을 겪고 있다. 공연장에서까지 ‘집객’ 문제로 다른 뮤지션들과 경쟁하고 싶지 않다. 나 외에, 다른 뮤지션들도 비슷한 마음일 거로 생각한다. 

 

또다른 능력주의일까 

 

클럽에서는 집객을 위해, 뮤지션에게 조금이라도 더 적극적인 홍보를 요구하는 것이고(홍보가 꼭 많은 집객을 보장하는 건 아니지만). 뮤지션은 같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공연을 준비했는데 급료를 차등 지급한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

 

클럽을 찾는 관객이 줄어든 현실 때문에 생긴 지급 방식이겠지만, 그것이 뮤지션들의 이해를 얻지 못한 상황에서 진행된다는 건 문제가 있다. 해파가 말했듯, 공연을 기획하는 클럽에 비해 뮤지션은 항상 ‘을’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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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밴드 '글레이'의 내한 공연 모습

<출처 - 피알비즈>

 

클럽 측은 차등 지급 방식의 합당함을 말하기 위해 일본을 예로 들었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은 현실적으로 차이가 크다. 일본의 클럽 수, 밴드 수, 관객 수는 한국에 비해 적어도 열 배, 많게는 스무 배 이상의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홍보한 만큼 관객의 반응을 기대할 수 있는 일본과 오늘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한국은 분명히 입장차가 존재한다.

 

‘뮤지션 차등 지급’ 사건이 귀감이 된 이유가 있다. 세간의 고정관념대로라면 MZ세대는 능력에 따른 ‘차별’을 옹호하고, 기성세대는 ‘평등’을 주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은 정반대의 반응을 보였다.

 

혹자는 인디씬에서 밴드의 생존을, 미국의 메이저, 마이너 리그에 빗댄다. 양 리그의 차이는, 마이너가 메이저를 꿈꾸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그러니 인기에 따른 차별적 급료 지급이 그들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뮤지션은 운동선수와 다르다. 상대를 꺾기 위해 무대에 서는 사람이 아니다.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과 뮤지션의 독특한 시각을 음악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한다.

 

그들이 정당한 급료를 주장하는 이유는, 그것이 너무나 당연한 동시에, 무엇보다 음악을 지속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내 음악을 만들고, 오래도록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은 욕망이 있기에 그들은 오늘도 공연장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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