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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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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으로 첫 방송을 마친 금요미식회 팀. 아침밥을 먹고 바로 다음 아이템 회의 돌입.

 

도작가 : 다음 주엔 어떤 메뉴로 할까요?

 

황쌤 : 아직 겨울이니까, 계절감 있는 주제로 한번 하는 게 어떨까? 뭐 냉면이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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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병 : 냉면이 겨울 음식이긴 하죠.

 

도작가 : 좋네요. 요즘 냉면 밀키트도 잘 나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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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쌤 : 냉면만 하기는 심심하니까... 수육도 좀 하면 어때?

 

근병 : 음... 네 뭐 할 수 있습니다(유튜브에 레시피 있겠지). 된장이랑 월계수 이런 거 좀 넣고.

 

황쌤 : 아니 아니, 그렇게 말고. 고기랑 소금만 넣고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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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병 : 그... 그 그래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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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쌤 : 그럼. 우리 먹거리들 중에, 필요 이상으로 양념이 들어가는 경우가 정말 많아. 좋은 고기를 삶으면 소금만으로도 충분하다는걸, 사람들에게 보여주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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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까 모르겠네...

 

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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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뭐 언제부터 될 거 같은 거 안될 거 같은 거 가리면서 살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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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해보자. 수틀리면 된장 더블샷 하면 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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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과 직장인들의 영원한 친구, 제육볶음 원자재, 돼지 앞다리살.

 

두툼하고 튼실한 게 망치로 졸라 때려서 튀겨먹고 싶지만, 오늘은 오늘의 길이 있으니 돈까스는 나중에 남산 가서 사 먹도록 하자. 삽질을 할 때 하더라도, 목표는 뚜렷해야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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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에 놓고 소금을 뿌리니 튕겨 날아가는 게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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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력솥에 결박하고 고기의 전면을 소금에 치대보자.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으니 소금을 으깨는 손이 더욱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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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먹을 수 있는 게 나와줘...

 

단백질 섭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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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뇌는 고기를 삶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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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넣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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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아마도 우리 유전자에 박혀 있는 단백질 섭취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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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모스와 멧돼지 같은 거대한 동물을 용맹하게 사냥해 내는 원시인들의 모습을 보고 자란 우리는, 인류가 고기를 꽤나 너끈히 구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랬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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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이게 어딜 봐서 사냥인가.

 

'곰에 찢겨 죽기 직전의 어느 선사인의 장렬한 인생.mp4' 혹은 '곰돌이의 동굴 맛집 방문기.avi'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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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그래서 선사시대 인류는 강이나 바다에서 단백질은 얻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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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산과 들판에서 괴물들과 맞짱뜨는 거보다는 낚시를 하는 게 안전하고 확률이 높은 게임이었을 것. 실제로 중석기 시대 사람들의 뼈 성분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단백질 섭취량의 80%를 바다에서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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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괴수들과의 데쓰매치에서 어찌어찌 사냥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선사시대 선배님들이 드셨던 고기는 만화에서처럼 그렇게 먹음직스러운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가축과 농경이 시작되기 전, 그때 먹을 수 있는 고기는 야생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집에서 길러지는 가축들과 달리, 들판에서 먹고 자라며 운동량이 많은 야생 동물의 고기에는 특유의 냄새가 난다. 무엇을 먹고 자란 개체인가에 따라 천차만별 다르겠지만, 확실한 건 인간의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와는 정반대에 있는 향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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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에서 나는 악취 중 대표적인 게 바로 요것. 일명 '스카톨'이다. 정식 명칭은 '3-methylindole'인데, 살면서 누가 이런 거 써보라고 할 일은 좀처럼 없을 것이므로, 나 같은 문과생 독자들은 그냥 못 본 척 넘어가 보도록 하자.

 

스카톨의 어근 'skat-'는 그리스어로 '똥'이라는 뜻이다. 가열된 고기가 내는 냄새 중 우리 코의 점막에 들러붙어 '누린내'라고 느끼게 하는 게 바로 이놈이다. 방혈이 제대로 되지 않은 고기나, 손질과정이 야무지지 못했던 내장에서 쿰쿰하고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면 어딘가에 요게 작용하고 있는 것.

 

현대에서 오래된 고기를 먹는 것은 미식 추구지만, 인류 최초의 숙성은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의 숙성은 사실상 음식물 방치였을 터. 원시적인 도축 해체 방법으로 얻은 누린내 가득한 야생동물의 살덩이를, 썩기 직전까지 동굴 속에서 우적우적 씹어 삼켜야 했던 인류에게 고기 누린내란, 단백질 섭취를 위해 감내해야 할 숙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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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보다 위생적인 손질법과 숙성법이 연구되고, 여러 향채와 향신료를 이용해 고기의 냄새를 지우는 조리법들을 발전시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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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 냉장, 유통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 건 질 좋고 신선한 고기를 얻을 수 있는 지금. 고기 자체가 이미 충분히 좋은 향을 내는 상태임에도 불안해하는 이유는, 누린내 트라우마가 아직 우리에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쩌면, 오랫동안 우리는 냄새를 지우는 방법에 골몰하느라 고기 고유의 좋은 향취까지 같이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육향'과 '숙성'이라는 단어가 현대 미식에서 중요 키워드가 된 것은 그 반대 급부 일지도.

 

그래서 신선한 고기와 물과 소금만으로 고기를 삶아보는 이번 프로젝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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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4세의 맥주순수령에 버금가는 본질의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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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마침내 누린내를 정복한 미식 인간들이, 진정한 고기 맛을 찾아 다시 원시로 회귀하는 그 웅장한 여정과 같은 것이라고,

 

압력이 차오르는 솥을 보며 개소리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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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나지 마아...

 

본격 리허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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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력이 차오른 지 10분. 예상과 달리 뭔가 낯선 냄새가 치솟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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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렁이기 시작하는 스탭들.

 

낯빛이 어두워진 도작가님, 전화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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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작가 : 선생님, 지금 리허설 중인데요. 고기 냄새가 나는 거 같은데요?

 

황쌤 : 하하하. 그게 고기 원래 육향이야. 낯설어서 그래요.

 

도작가 : 내일 괜찮을까요?

 

황쌤 :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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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병 : 우어어어어어

 

압력이 찬 상태로 중불에서 15분을 더 끓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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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이 다시 빠질 때까지 불을 끄고 뜸을 들인 후,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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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과 달리 처음에 치솟던 냄새는 사라지고 고소한 향만 남았다. 국물 잘 낸 돼지국밥 향과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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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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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목님 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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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 맛있어. 맛있긴 한데, 너무 살코기다?

 

근병 : 아무래도.. 앞다리살이라 지방이 적긴 하죠.

 

총수 : 기름기 있는 부위로도 해보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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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죠. 법카가 있는데요.

 

 

회사 앞 마트에서 고기를 바로 공수해서 삼겹 버전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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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계 더 쥬시해진 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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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컨펌.

 

 

아싸 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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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하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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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짜 맞은 앞다리살 수육을 보완해 보자. 고기에 진심인 두목님이 내일 방송 중에 퍽퍽하다고 퉤퉤퉤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선 안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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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채소 시금치와 견과류, 마늘, 올리브유, 치즈가루를 좀 넣고 갈갈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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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 페스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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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한 앞다리살에 곁들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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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과류와 올리브오일의 묵직함이 살코기 결 사이사이로 파고들어가 고오급진 풍미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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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김에, 삼겹 수육도 짝꿍을 만들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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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겨울 전성기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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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에 치대고 10분 정도 놔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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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투빠워로 요래 수분이 빠져나와 꼬독꼬독한 좋은 식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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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따가 색을 입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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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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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마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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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의 치트키 참기름까지 졸졸졸 입혀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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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만 맡아도 침이 질질 나오는, 겨울 무생채 출동 대기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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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담아야 잘 담았다고 소문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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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부터 올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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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님 등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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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삼겹 소금 수육 최종 버전 완성.

 

불안했던 나

 

다음날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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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나와 수육을 삶고 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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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쌤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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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쌤 : 으왓 냄새 죽인다!

 

근병 : 부재료를 안 넣으니까 돼지 육향이 더 선명하게 느껴지더라고요.

 

황쌤 : 그래에~ 이게 돼지 고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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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후달리긴 했어요...

 

손님이 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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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스탠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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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쌤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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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서 열라게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방송에 삽입되고 있는 냉면 밀키트 메이킹 영상.

 

 

그리고 시간 관계상 못 나간 소금 수육 메이킹 영상.

 

생방중에 조리 과정 및 음식 디테일 컷을 담기가 어려운 것 같아 리허설 때 미리 제작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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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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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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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장 : 고기가 두 종류네요?

 

근병 : 네 그건 앞다리살.. 이구요. 밑에 있는 시금치 페스토를 곁들여 드시...

 

공장장 : (시금치 시러) 우물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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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병 : 우어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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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장 : (화색) 이건 비계가 많네요?

 

근병 : 네 그 부분은 이제 기름기가 많으니까 무생채랑 같이 곁들여 드시....

 

공장장 : (채소 안머겅) 우물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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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장 : (방긋) 오 마시따!!!

 

근병 : 우어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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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손님이 맛있었으면 되었지...

 

뒷방 미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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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끝나기를 기다라고 있었던 금요 출연진들. 한상 거하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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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교익 Epi-Life

 

변상욱 : 거추장스러움이 없고, 고기 맛으로 바로 직진하는 그런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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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 : 고기 맛이 단순하니까, 다른 반찬하고도 잘 붙네요. 페스토하고도, 무채하고도 궁합이 잘 어울립니다. 돼지기름이 입안을 사악 잡아주는 느낌이 아주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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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괜히 대기자님이 아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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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두 매체의 뜨거운 취재 경쟁, 류밀희 겸손 인스타 VS 황교익 Epi-Life .

 

다음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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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상 : 금성무스케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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