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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계 인구 80억 시대

 

2022년 11월 15일 세계 인구가 80억을 넘었다. 2011년 70억을 돌파한 지 11년 만에 10억이 증가했다. 유엔 인구 기금에 따르면 평균 수명 연장과 가임 연령 인구 증가로 2037년에 세계 인구가 90억, 2086년 104억까지 늘어 정점을 찍고 2100년까지 이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러는 터에 한쪽에서는 인구감소를 걱정한다.

 

30-50클럽이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와 인구 5천만을 갖춘 나라가 가입한다. 지금까지 7개국(미국·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일본·대한민국)뿐이다. 나라 목록을 보니 5천만 명 정도가 있어야 하드 파워(경제·군사)와 소프트 파워(문화·예술·학문) 양면에서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칠만할 성싶다. 소득수준으로만 보면 덴마크·싱가포르·룩셈부르크 등이 1인당 소득 4만 달러를 넘는 부국이다. 그러나 인구가 적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30-50클럽 가입국들을 비롯하여 산업화한 나라들이 인구감소를 고민한다. G2라 일컫는 중국도 이미 저출생기에 들어섰다. 2020년 출산율이 1.28명, 2021년 1.16명이다. 일본 출산율 1.3명보다도 낮아졌다. 2019 중국 사회과학 아카데미와 유엔 인구 전망 보고서는 중국 인구가 2030년 무렵부터 감소하리라 예측하였다. 그런데 2023년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이미 전년보다 인구가 85만 명이 감소했다고 한다. 한국은 2021년부터 인구 감소가 시작하였다(사족. 16억 인구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에 중국은 2023년에 최대 인구 대국 자리를 내주었다).

 

일본은 서구보다 뒤늦게 산업화에 착수하였다. 저력으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였다. 그 뒤 인구 감소는 그 어느 선진국보다 오히려 가장 먼저 시작하였다. 2011년부터 감소세다(유엔 통계 기준).

 

필자의 호기심은 이거다. 선진국일수록 왜 출산율이 낮을까? 다음 질문의 답이 더 궁금하다. 일본을 비롯하여 동아시아 나라는 왜 서구 선진국보다 더 빠르게 저출생·인구감소 시대에 진입했을까? 본문은 이 두 물음에 관해 필자가 낸 답이다.

 

2. 인구 증가와 함께한 전성기

 

1600~1720: 도쿠가와 막부가 이끈 에도시대 전기 인구 급증

일본이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간과할 수 없는 이유 하나가 인구 규모다. 1600년에서 1721년까지 120년 사이 일본 인구는 2.5배 증가했다. 17세기 급속한 인구 증가는 농업사회에서 일어난 농업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에서 연유한다.

 

1750년 일본 인구수가 3,101만이었다. 당시 조선 인구는 1,865만 명으로 추정한다. 에도(江戶, 1868년 메이지 유신 후 도쿄로 개칭)는 100만 명이 넘는 도시였다. 같은 시기 한양 인구가 대략 25만, 파리 인구가 50만이었다. 오사카·교토의 인구가 각각 40만이었다. 1700년경 일본은 도시화율(인구 1만 명 이상의 도시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12%였다. 세계에서 가장 도시화한 국가였다(1820년 기준으로 일본 도시화율은 12.3%, 중국 3.8%, 서유럽 7.8%이다. 조선이 1876년 무렵 2.5%였다).

 

인구 증가의 중심에는 당대 신도시이자 오늘날 세계 3대 경제 도시인 '에도'가 있었다. 전국 물산이 집산(集散, 모이고 흩어짐)하는 오사카, 문화 중심지로서 고급품 생산 거점인 교토도 에도의 소비로 도시 활력을 지탱했다. 막부(幕府) 소재지이자 전국 모든 다이묘(大名, 일본 봉건 영주)가 모이는 인구 100만 도시 에도의 소비는 일본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이었다.

 

에도 시대(1603~1868)전까지 일본 중심지는 교토와 오사카였다. 에도는 습지와 갈대밭으로 된 황무지였다. 지금보다 땅은 좁았으며, 장마철에는 범람하기 일쑤였다. 1603년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에도 막부 시대를 열면서 에도는 번영하기 시작하였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에도 권역에 대규모 간척사업과 치수(治水) 사업을 추진하였다. 긴자(銀座)·히비야(日比谷)·츠키지(築地) 등 현재 도쿄 도심 일부가 에도시대에 육지로 거듭난 곳이다.

 

도쿠가와는 도네가와(利根川) 물길을 에도 밖으로 돌렸다. 도네가와는 일본 서북부에서 발원하여 에도를 통과하던 강이다. 일본에서 유역(流域, 강물이 흐르는 언저리)이 가장 넓다. 도쿠가와 막부는 서북쪽에서 에도로 흐르던 도네가와 물길을 에도 진입 전에 동쪽 태평양 연안으로 틀어서 에도 내 범람을 막았다. 이를 통해 에도 북쪽 간토평야를 쓸 수 있게 만들었다. 간토평야 면적은 17,000km²다. 일본 최대 규모다. 호남평야 면적의 5배로 강원도 크기와 비슷하다. 한국 수도권(12,685km²)보다 너른 평야이다. 현재 4,300만여 명이 사는 세계 최대 수도권의 터전이다(도쿄 권역은 세계 최대 경제권이다. 명목 GDP 2조 억 달러로 세계 8위 이탈리아의 그것과 비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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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토평야

출처-<링크>

 

에도 시대 도네가와 치수 사업의 성공 효과는 굉장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불모지가 일본 최대 곡창지대로 바뀌었다. 오랜 기간 범람으로 다양한 무기질과 유기질이 퇴적된 간토평야는 일본 굴지의 옥토(沃土)가 되었다. 농민들이 간토평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땅을 경작하여 다량의 농산물을 생산했다. 든든한 배후 식량 공급지를 확보한 에도는 18세기 초 인구 100만 도시로 도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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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선이 치수사업 후 도네가와(利根川) 유로이다

출처-<링크>

 

간토평야 개척은 전국적으로 파급 효과를 낳았다. 사람 힘으로 자연을 바꾼 모범사례로서 일본 전역 다이묘들이 앞다투어 유사한 개발사업에 나서 농지 개간을 실행하도록 영향을 미쳤다(이를 보면 지정학 조건은 국운에 실로 중요하다. 온대 기후 섬나라 일본이 자강하던 무렵 조선은 1627년 정묘호란과 1636년 병자호란을 치렀다).

 

소주제2 간토 평야 전경.jpg

간토평야 전경

 

사회 구조 변화도 있었다. 에도 시대로 넘어오던 무렵에 예속 농민들이 ‘소농 자립’을 시작한다. 가족 단위로 농경의 주체가 되어 농사를 짓기 시작한다. 묘슈(名主, 지주)들이 직접 농사짓기보다 소작료를 수취하는 쪽이 더 편리하다고 여겨 바뀔 수 있었다. 완벽한 자립은 아닐지언정 농민에게 삶의 자유가 주어졌고, 예속되어 수동적으로 농사를 지을 때보다 주체적으로 농사를 지었기에 생산성이 향상되었다.

 

농업 생산량 증대는 수명 연장에도 이바지했다. 에도 시대에는 노동력 집약(集約)을 통한 경지 면적당 수확량 증대, 고구마 같은 신종 작물 도입, 1일 3식제 정착, 목면(木綿) 재배에 따른 의류와 침구 개선 등 의식주 생활 수준 향상이 있었다. 1600년경 서민 평균 수명은 높게 잡아도 30세로 본다. 평균 수명은 1700년대 30대 중반, 1800년대 30대 후반으로 늘어난다. 가임 연령대에서의 수명 연장은 자연스레 다산(多産)으로 이어져 인구 증가를 일으켰다.

 

더불어 소농 자립을 시작하고서 혼인율은 급격히 올라간다. 과거 예속 농민은 가축처럼 취급받은 터, 결혼을 자유롭게 할 수 없어 비혼으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50%에 달했다. 소농 자립민에게 가족 수가 곧 노동력인 까닭에 결혼한 이들은 적극적으로 아이를 낳기 시작하였다. 의식주 여건의 발달은 영유아 사망률도 줄여 많은 아기가 이전보다 살아남은 것도 인구 증가에 한몫하였다.

 

이처럼 에도 시대 전기 인구 증가는 대대적인 국토개발과 농토 생산력 증대, 사회구조 변화, 의식주 여건 개선으로 말미암는다.

 

1720~1850: 18세기 소빙하기에 따른 인구 정체 

1721년(약 3,127만)부터 1846년(3,229만)까지 일본 인구는 큰 변동이 없었다. 원인 중 하나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드리운 소빙하기(little ice age) 때문이다. 기후가 한랭해진 시기다. 알래스카·아이슬란드·스칸디나비아반도·알프스 등에서 빙하가 크게 늘었다. 유럽·북미지역 겨울 평균 기온이 20세기 후반과 비교해 약 2℃ 낮았다. 소빙하기는 여러 원인으로 발생했다. 한 가지가 화산 폭발이다. 1783년 일본 아사마 화산, 아이슬란드 라키 화산 폭발 등 곳곳의 화산폭발로 화산재가 성층권을 덮으면서 햇빛을 막았다(감소한 일조량은 렌즈로 햇빛을 모아도 종이가 타지 않을 정도였다는 썰도 있다).

 

이 시기 냉해로 흉작이 연이어져 기근이 빈발했다. 규모가 컸던 네 차례 기근을 에도 4대 기근이라 한다(각각 당시 연호를 따서 이름 붙였다)

 

1) 간에이 대기근(1642년~1643년)

2) 교호 대기근(1732년)

3) 덴메이 대기근(1782년~1787년)

4) 덴포 대기근(1833년~1839년)

 

세 차례가 18세기나 그 이후 발생하였다. 이 중에서도 텐메이 대기근이 가장 심하였다. 이때 기아·역병으로 약 92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한다.

 

소주제2 텐메이 대기근 당시 사람 고기를 구워 먹는 그림.jpg

텐메이 대기근 때 사람 고기를 구워 먹는 그림 

 

17세기 인구 급증 후 인구 증가 동력이 떨어진 차에 자연재해까지 겹쳐 기근이 발생하였다. 이때 마비키(引き, 영아 살해)를 행하는 등 일본인들은 생존코자 인구 증가를 스스로 억제하기도 했다(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영화이자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나라야마 부시코>에서 마비키·노인 유기 등 당시 세태를 엿볼 수 있다).

 

참고로 1600년대 조선에서 두 차례 기근(경신대기근·을병대기근)으로 각각 전체 인구의 10%에 가까운 100만 명이 사망하고, 18세기 흉작에 따른 프랑스 대혁명의 원인이 되는 등 소빙하기 피해는 지구 곳곳에 미쳤다. 소빙하기는 14~18세기 시차를 두고 전 세계 각지에 영향을 끼쳤다. 그 요인은 화산 폭발과 태양의 흑점 변화 등 다양한 터이다.

 

+α. 태양 흑점은 태양 표면에 보이는 검은 반점이다. 광구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광구 온도보다 2,000℃ 정도 더 낮기 때문에 검게 보인다. 모양은 거의 둥글고 길이는 수백에서 수만 km에 이른다. 증감의 주기는 약 11.1년이다. 지구의 기온이나 기후에 영향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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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라야마 부시코>

 

1850~2011: 재차 폭증하는 인구

1850년경 일본 인구는 1730년대와 비슷하게 3,200만 정도였다(1850년 조선 인구는 1,640만이다. 100년 전에 비해 200만이 줄었다. 그럼에도 당시 전 세계 인구 밀도를 고려할 때 조선 인구 밀도는 높은 편에 속한다). 그 후 메이지유신과 더불어 서양의 과학·기술이 보급되면서 다시 한번 일본 인구는 급증한다. 1890년경에 4,130만 명을 돌파한 일본 인구는 20세기 들어서 폭증한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을 치르며 국가주의와 군국주의로 점철되는 시기 정부는 주도적으로 인구를 늘리고자 정책을 펼친다. 가족이 먹고살고자 농경 사회에서 인구를 늘렸던 일본이 이제 산업 역군이자 국가 전투력을 위해 인구를 늘리기 시작한다.

 

2차 세계 대전 동안 일본 인구는 잠시 줄어든다. 젊은 남자들이 전쟁터에 나가 있었으며, 전사자가 200만 명가량이었던 탓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1947년부터 1949년까지 눌려있던 욕구가 분출하여 베이비 붐이 일었다. 정점일 때 한 해 출생아가 2,696,638명으로 2차 세계대전 일본 사망자 수를 상쇄한다. 전후 베이비붐 세대는 1960~1970년대 2030이 되어 일본 고도성장의 중추로서 오늘날 일본을 조성하는 데 이바지했다.

 

이후에도 경제 성장과 함께 인구는 지속해서 쭉쭉 늘어난다. 1940년 7,300만이던 인구는 1970년대 1억을 기록하였다. 독일·영국·프랑스 등의 인구를 가볍게 넘어섰다. 1850년 약 3,000만 명이던 인구는 2004년 1억 2,769만 명으로 150여 년 동안 4배 정도 증가하였다. 1900년부터 1975년까지 매년 인구 증가율이 평균 10%를 웃돌며 지속해서 급증했다.

 

인구 감소기인 2023년 일본 인구는 약 1억 2,640만 명으로 전 세계 240여 개국 중에서 11위이다. G7 중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가 많고, 독일·영국·프랑스보다 월등히 많다. 잃어버린 30년이라지만 여전히 세계 3위 경제 대국이다. 여전히 끗발이 살아 있는 연유다.

 

문제는 앞으로다. G7 중 일본만큼 인구 감소가 빠르게 진전하는 나라가 없다. 일본보다 먼저 고령화와 더불어 저출생 사회에 진입했던 서구 선진국들의 출산율은 약간이나마 개선되었다. 도리어 인구가 늘었다. 2021년 프랑스 인구는 18만 5,900명 늘었다. 유럽 연합(EU) 내 증가율 1위다. 독일·스페인도 인구가 늘었다. 2021년 EU 인구는 줄었지만 몇몇 나라, 특히 G7 일부 나라는 인구가 늘었다. 차이가 뭘까?

 

3. 일본이 더 가파른 인구 감소세인 이유 

 

전문가들은 전 세계 인구가 2080년 무렵 104억 명으로 정점을 찍고 22세기부터 감소하리라 예상한다. 21세기가 도래한 이후 출산율이 크게 하락했다. 2020년 인구 증가율은 1950년 이후 처음으로 1% 아래로 떨어졌다. 70억에서 80억이 되는 데는 11년이 걸렸지만 90억 명이 되는 데에는 15년이 걸릴 전망이다. 유엔은

 

"인구 증가세 둔화는 금세기 후반 환경 피해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으로 기대했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들은 공통된 모습을 띠며 출산율이 떨어졌다. 미국 1.66, 영국 1.57, 독일 1.53 등 인구 유지에 필요한 출산율 2.1을 넘는 나라가 없다. 가전제품 보급에 따른 여성 복리(福利) 증진, 여성 학력 상승과 취업 증대, 만혼(晩婚, 나이가 들어 늦게 결혼함)과 비혼으로 인한 혼인율·출산율 감소세, 저성장시대 도래와 젊은 세대의 경제력 저하에 따른 결과다. 참고로 베이비부머 세대 35세는 대한민국 전체 부의 약 30%를 소유할 수 있었다. 이와 비교해 현재의 밀레니얼 세대는 35세에 다다랐을 때 대한민국 전체 부의 5%를 채 가지지 못한다. X세대의 35세와 비교해도 부의 비중은 절반이다. 이는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공통 문제이다.

 

구미와 일본의 인구 문제 진전 속도 차이는 그 밖의 요인에서 벌어졌다. 그 요인으로 일본이 다른 곳들보다 앞서서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일본 인구 감소는 이전부터 예견되었다.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이 1975년부터 2.0명 아래로 떨어졌다. 1980년대 후반에는 1.5명대로 낮아졌다. 그 결과 일본 인구는 2011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한다. 2010년 1억 2,813만 명에서 2011년 1억 2,808만 명으로 감소했다. 13년 넘게 줄곧 감소세다. 2021년에는 통계상 처음으로 60만 명이 감소하였다. 2021년 한 해 출생아는 81만 2,036명으로 6년 연속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망자 수는 144만 1,739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7,269만 2,237명으로 줄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역대 최저치인 58.99%까지 떨어졌다. 1995년 생산 가능 연령(15~64세) 인구가 감소로 돌아선 데 이어 2011년 총인구마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경제와 사회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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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일본 인구 감소에 관해 올린 트윗. "명백한 사실을 말하는 위험을 수반하고자 한다. 출생률이 사망률을 앞지르는 등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일본은 소멸하고 말 것이다. 이는 세계에 큰 손실이다"

 

생산 연령 인구 감소는 경제활동과 소비시장 위축으로 이어진다. 다시 고용악화와 저출산 심화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식품·의류·유아 및 아동용품 등 소비재 산업의 시장 규모는 매년 축소되고 있다. 인구 문제는 일본 경제가 30년간 제자리걸음하는 한 요인이다.

 

美워싱턴 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2100년경 총 일본 인구를 6천만 명으로 추산한다. 앞으로 80년 동안 인구가 6천만 명가량 줄어든다. 65세 이상 고령화율은 38%에 이른다. 인구 규모로 따진 일본의 국가 순위는 현재 11위에서 80년 후에는 38위로 떨어진다. 인구 감소에 따른 시장 축소로 현재 비즈니스 모델 상당수가 시장에서 폐기될 터이다.

 

저출산·고령화는 구미 선진국에서 이미 100년 전부터 시작하였다. 그러나 뒤늦은 일본에서 인구 문제는 더 심화하였다. 구미와 일본의 출산율 저하·인구감소 속도 차이를 일으키는 양측의 차이는 이를테면 정서적 안정감에서 비롯한다. 안정감에 관해서는 두 갈래로 이야기할 수 있다. 개인이 다양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사회·문화의 다양성 보장에 따른 안정감과 경제적 안정감이다. 인간 정서는 복합적인 까닭에 둘은 긴밀하다. 가령 사회·문화의 다양성이 보장된다면 다양한 활동으로 경제적 안정감을 추구하며 살 수 있다. 반대로 경제적 안정감이 보장되었을 때 삶의 다양성을 추구할 수도 있다. 사회·문화 다양성과 경제적 안정감 양 측면에서 일본의 인구 감소세 원인을 짚어보자.

 

첨언. 다양성은 <일본이 선진국이었던 이유> 연재물을 관통하는 핵심어다. 개인주의·외국어·LGBT(성 다양성)를 비롯해 필자는 연재물에서 줄곧 일본의 다양성 문제를 제시했다. 의도하고 그리한 건 아니었으나 호기심에서 택한 주제의 결론에 도달하면 언제나 다양성 문제와 마주했다.

 

다양성 원인 1. 혼외자(婚外子)에 관한 인식 

 

일본 정부 저출산 대책이 과거에는 육아 대책에 맞춰져 있었다. 최근 결혼 대책을 더해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출산의 출발인 결혼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일본 남성 4명 가운데 1명, 여성 6명 가운데 1명은 평생 독신으로 산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생애미혼율(전체 인구 가운데 50세 전후까지 결혼한 적이 없는 사람 비율)은 남성이 25.7%, 여성은 16.4%였다. 1980년 이 비율은 남성이 2.6%, 여성은 4.5%였다. 인구 1000명당 혼인율이 2019년 4.8명에서 2020년 4.3명, 2021년 4.1명으로 계속 하락했다. 2021년 일본의 결혼 건수는 50만 1,116건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소치다. 부부가 원하는 아이 수효가 지난 30년간 줄곧 감소해 2015년엔 2.01명까지 떨어졌다.

 

만혼과 비혼이 저출산율·인구감소의 한 원인인 건 사실이다. 그러나 기존 결혼제도와 결혼을 통한 출산 장려에만 목맨다면 가치관이 바뀐 시대에 문제의 핵심을 붙들지 못한 것이라 본다. 인구감소 원인의 밑바탕을 파악하고자 프랑스 사례를 한번 보자.

 

유럽연합 인구는 2021년 17만 1,700명 줄었다. 반면 같은 해 프랑스는 인구가 18만 5,900명 늘었다. 유럽연합(EU) 내 국가 중에서 인구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 프랑스 인구 증가를 뒷받침한 요인은 출생률이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프랑스의 2021년 합계 출생률은 1.83명으로 집계됐다. EU 국가 중 최고 출산율이다. EU 합계 출산율 1.47명(2020년 기준)을 웃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출산율이 프랑스를 넘어서는 국가는 이스라엘(2.90명)과 멕시코(2.08명)뿐이다.

 

프랑스 출산율이 높은 한 가지 이유는 유럽 내에서도 가장 개방적인 가족 규범이다. 프랑스에선 동성·동거 부부, 한부모 가정 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 사회적 거부감이 덜하다. 2021년 프랑스 출생아 중 혼외 출산 비율은 62.2%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일본 혼외 출산율(2.3%)과 극적으로 대조된다. 참고로 OECD 평균 비율은 41%이며 2%대로 유독 낮은 세 나라가 일본·튀르키예·한국이다. 영국 가디언은

 

"남부 유럽이나 일본에선 비혼이나 동거 형태로 아이를 낳는 걸 부끄럽게 여기지만 프랑스는 그렇지 않다"

 

고 보도했다. 프랑스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제도로 지원한다. ‘시민연대 계약(또는 공동생활약정, Pacte civil de solidarit , PACS)’이 대표적인 제도다. 1999년 동성 간 사실혼 관계를 보호하고자 도입하였다. PACS는 곧 전통적 가족 형태에 부담을 느끼는 이성간 커플에게도 대안적인 제도로 자리 잡았다. PACS 등을 통해 프랑스에서는 동거 후 자녀를 먼저 낳고, 필요하면 결혼하는 것이 보통이다. 2022년 PACS의 약 97%가 이성 간 계약이다. 프랑스에서는 만 3세까지 동거 가정 자녀든 구분 없이 자녀 1명당 매달 1,000유로가량 지급한다. 참고로 옆 나라 독일도 입양한 자녀를 양육하거나 배우자나 동거인의 자녀를 양육하는 자에게 육아수당을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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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스웨덴·영국 등은 평균 교육 수준 상승과 여성 고용 확대 등으로 많은 여성이 출산을 연기하여 출산율 하락을 경험하였다. 프랑스는 1993년(1.73명), 스웨덴은 1998년(1.50명), 영국은 2001년(1.63명) 최저치를 기록한다. 유럽 각국 정부는 증가하는 다양한 파트너십·가족 관계 변화·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출산율 저하와 연관하여 이해하고자 했다. 법적 비혼인 커플을 위한 정책과 제도를 시행했다. 가족의 경계를 넓혔다. 그 이후 출산율을 반등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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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사유리는 2020년 11월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 젠을 비혼 출산했다

출처-<사유리 인스타그램>

 

1인 가구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비혼 커플은 더 증가할 것이다. 현시대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었다. 기성 결혼제도 속에서 아이 낳는 것을 고려하는 일본의 출산 장려책은 문제 핵심을 관통하지 않는 셈이다. 인구 감소세를 늦추고 싶다면 일본도 비혼 커플을 위한 정책과 지원을 통해 시민 삶의 다양성(개방성)을 높여야 할 터이다.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사람들에게 다양한 삶의 형태를 추구하며 살도록 사회가 뒷받침해야 할 터이다. 수영장 물이 빠지면 팬티를 입지 않은 사람이 드러난다. 지구촌 시대의 다양성 부재는 감출 수 없는 문제를 야기한다.

 

다양성 원인 2. 여성 복리(福利, 행복과 이익)

 

여성의 육아·일 양립을 지원하는 제도와 문화도 프랑스 출산율을 높인 요인이다. 통계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0년 프랑스의 만 15~64세 여성의 취업률은 67.6%다. 남성 74.5%와의 격차가 6.9% 포인트에 그친다. 2018년 일본 여성 취업률은 66.0%로 남성 82.5%보다 16.5% 포인트 낮았다(고령화와 생산 가능 인구 감소로 취업률 자체는 높으나, 일본 여성 취업자 상당수가 비정규직이다. 2018년 기준 전체 정사원 비율은 남성이 74%, 여성이 26%이다. 2018년 남성 취업자 51만 명 중 정규직은 29만 명·비정규직 22만 명이다. 여성 취업자 85만 명 중 정규직 23만 명·비정규직 62만 명이다. 여성 임금 수준은 남성의 77.5%로 OECD 평균인 88.4%를 밑돈다).

 

다양성 원인2 정사원의 직종별 성비_자료 후생노동성 2018년도 고용균등기본조사.png

출처-<후생노동성 2018년도 고용균등기본조사>

 

연공(年功, 여러 해 동안 근무한 공로)형 임금체계가 일반적인 일본에서는 노동시장에서 은퇴한 후 다시 복귀할 때 임금에서 많은 불이익을 받는다. 30대 이후 근속 연수가 1-2년인 것을 노동시장에서 은퇴한 후 다시 복귀한 것, 근속연수가 10-14년 혹은 15-19년인 경우를 경력 단절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경력 단절이 없을 때와 있을 때 사이의 임금 비율은 30-34세에 약 75%(=230/318), 35-39세에 약 62%(=231/375), 40-44세에 약 54%(=215/397)다. 연령이 올라갈수록 임금 격차가 커진다.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까지 여성 경력 단절로 인한 기회비용이 적지 않은 셈이다. 출산율 저하에 영향을 미쳤을 터이다.

 

여성의 높은 사회적 지위도 출산율 상승에 기여했다. EU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 상장기업 이사회 여성 비율은 45.3%에 달했다. EU(30.6%), 일본(11.9%)을 크게 웃돈다. 경제 전문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여성의 육아와 일의 병행을 지지하는 제도적·사회적 분위기가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미국·노르웨이 등에서도 나타나는 현상"

 

이라고 분석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여성 취업률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낮았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북유럽을 중심으로 여성 취업률이 높을수록 출산율도 높은 형태로 역학 관계가 일변했다. 이는 가전제품 기능의 고도화, 가사·육아 외주화 기능의 진보에 따른 것으로 추정한다. 이런 변화의 혜택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벌이가 충분한 이들일 터이다. 한편 프랑스도 점차 출산율이 내려가고 있기 때문에 2034년부터 출생아 수와 사망자 수가 역전될 것으로 예측한다. 그러나 그 속도는 일본보다 단연코 느리다.

 

스웨덴도 좋은 예이다. 스웨덴은 여성의 경제활동을 보장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유자녀 가족의 경제 조건 향상과 출산 기피 방지 등을 중층적 목표로 추구한다. OECD 주요 국가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에서 스웨덴은 2013년 2위를 차지한다. 더불어 OECD 회원국들 사이에서 스웨덴은 양성평등 지수도 높다. 이 같은 정책의 결과로 1999년 1.5명이던 합계출산율은 2018년에 1.75명을 기록했다. 다른 나라들은 하락하는 가운데 상승했다. 유럽 국가 중 상위권에 속한다.

 

소주제3 원인 OECD 국가들의 양성평등과 출산율.jpg

양성평등 지수와 비례하는 국가별 합계출생률

 

독박 육아를 뜻하는 단어가 일본에 있다. 원 오페레숀(one operation, ワンオペレーション). 예전에는 심야에 홀로 가게 본다는 뜻으로 사용한 단어가 현재는 독박육아를 칭한다. 일본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하루 41분이다. 덴마크·호주의 1/4 수준이다. 일본 여성이 가사와 육아에 쏟는 시간은 일본 남성보다 5.5배 많았다. OECD 평균은 남녀 간 가사·육아에 쓰는 시간 차가 2배를 넘지 않는다(한국도 4배 차가 난다). 서구에서는 출산·양육이 공공 부담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다.

 

내각부의 2021년 조사에서 ‘자신의 나라는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스웨덴은 97.1%, 프랑스와 독일은 각각 82.7%, 77.0%였다. 일본은 38.3%에 불과했다. 참고로 한 조사에 따르면 남편이 가사를 돕지 않을수록 둘째 아이를 출산하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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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링크>

 

일본 여성은 남성보다 정규직 취업도 힘들며, 결혼 후 자기 경력을 이어가기도 힘들다. 혹 싱글맘이 된다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육아와 저임금 비정규직이다. 비혼과 비출산 모두 선진국 중에서 성차별이 가장 심한 풍토에서 기인한다. 여성에게 전통적인 여성상을 요구하는 문화는 갈라파고스 일본에서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남성과 여성 간 불균등한 사회·가정 내 역할 요구 등은 일본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원하지 않는 연유이다.

 

다양성 원인 3. 도쿄라는 개미지옥

 

인구 관점에서 보자면 도쿄는 개미지옥이다. 도시 단위로 놓고 봤을 때 도쿄 인구가 안정적으로 보이는 건 착시이다. 도쿄가 인구를 유지하는 이유는 지방에서 인구가 유입해서다. 이는 두 가지 폐해를 끼친다. 도쿄는 일본 전체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곳이다. 2021년 기준 도쿄 출산율이 1.08이며 일본 평균 출산율이 1.3이다. 즉, 젊은 인구가 도쿄로 갈수록 지방소멸을 야기하는 데다가 도쿄로 이주하고서 아이를 안 낳을 확률이 높아진다(도쿄는 집값이 비싸고 야근이 많고 통근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출생·양육하기 더 어려운 환경이다. 서울 같은 다른 대도시의 저출생 이유와 동일하다. 일본에서 출생률이 가장 높은 건 최남단 오키나와다).

 

지방 인구의 도쿄 유입은 ‘도쿄 인구는 안정적이다’는 인식을 주어 문제를 잘 보이지 않게 가린다. 도쿄 인구가 안정적이며 인구감소는 지방의 문제라는 발상은 문제의 기저를 잘 모르는 터이다. 현재대로 지방 인구의 도쿄 유입이 지속한다면 지방 인구가 소멸하고 일본 전체 출산율은 더 낮아져서 결국 도쿄도 쇠퇴한다.

 

기실 도쿄 권역 인구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도쿄·가나가와·사이타마·지바 등 수도권 인구가 2021년 3,561만 115명으로 전년 대비 0.1% 감소했다. 수도권 인구가 줄어든 것은 1975년 조사 시작 후 처음이다. 수도권 지역도 저출생·고령화가 본격화하면서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크게 웃돌았다. 2021년 도쿄도 자연 감소 인구(사망자 수·출생아 수)는 3만 2,828명으로 1년 전보다 두 배 늘었다. 반면 지방에서 도쿄로 전입한 인구는 1만 2,861명에 그쳤다.

 

한편 ‘지방(地方)’이란 한자어는 중앙 밖의 지역 또는 중앙에 종속된 지역을 암시한다. 한국에서 쓰는 ‘지방자치’도 일본에서 먼저 쓴 단어이다. 정부란 표현을 중앙정부가 독점하는 동시에 local government(지방정부)의 의미를 깎아내린 단어다. 참고로 한국 지방정부들은 법령에 기술된 ‘지방’이란 단어를 ‘지역’으로 고치고 있다(필자는 ‘상’경한다. 서울 ‘올라간다’. 지방 ‘내려간다’는 식의 표현을 들을 때마다 개인적으로는 내심 갸웃한다. ‘간다’ ‘온다’란 표현을 두고 굳이 상하 개념이 들어간 표현으로 쓸 이유가 있을까 싶어서다).

 

2022년 기준 인구가 늘어난 선진국들이 있다. 그들의 수도인 런던(890만)·베를린(350만)·마드리드(320만)·파리(216만)에 비해 도쿄(1,400만) 인구는 무척 많다. 전술하였듯이 일본 도쿄 권역 인구는 4,000만 명으로 전 세계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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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성별 등 서구와 일본의 차이는 다양성의 정도다. 다양성은 다채로운 지역의 개성 있는 균형 발전도 의미한다. 동아시아 집단주의 문화가 미디어에 노출된 남들처럼 모두 수도권에 살아야만 한다는, 그래야 주류에 편입한다는 집단심리에 압박감을 자아내어 수도권 편중을 낳은 면이 있다. 한편에는 굳이 도쿄에 가지 않고 나고 자란 지방에 살고 싶은 젊은 사람들도 많을 터이다. 그러나 기득권이 주류 시선에서, 즉 도쿄에 사는 부유한 중년 남성 처지에서 문제를 생각하고 정책을 펼쳐서 오늘날 문제를 야기했으리라 본다.

 

다양성 원인 4. 외지인을 배격하는 문화

 

외국인 유입이 없다면 일본의 인구 감소는 두 배에 이른다. 가령 2018년 일본 자국민 인구 감소는 46만 명이었으나 외국인 유입으로 일본 내 인구 감소는 20만 명대를 기록했다. 필자가 도쿄에서 일할 때 정보통신(IT) 산업 현장 또는 편의점·식당 종업원 중에 외국인을 흔히 봤다. 저출산·인구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극복하고자 외국인 노동자 유입과 이민 정책을 고려해볼 만하다. 실제로 독일이나 스페인은 저출생이 계속되고 있지만 이민을 대량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인구감소에는 이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본 내 외국인 유입은 여전히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는 제한적이다. 문화의 원인이 크다. 일본은 이방인에게 배타적이다. 가이징(外人) 등 외지인을 나타내는 단어들도 많다. 우치(內, 안)와 소토(外, 밖) 문화로 우리 사람과 바깥사람을 구분한다. 한 통계에 따르면 OECD 각 국가에서 무작위로 사람을 선택할 때 두 사람의 민족적 배경이 상이할 가능성을 의미하는 문화적 분화도는 캐나다가 72%로 가장 높다. OECD 평균은 29%이다. 일본이 2.5%로서 가장 낮다.

 

일본은 G7 다른 선진국들과는 달리 외국인 비율이 현저히 낮다. 1990년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비율이 0.85%였다. 2018년 12월 기준 일본 내 외국인은 273만 명으로 일본 인구의 2.12%다. 약 30년 동안 2.5배 증가하였으나 여전히 서구 국가들에 비해서 미미한 수준이다. 2018년 12월 기준 고소득국가 평균이 14.1%다. 참고로 학계에서 외국인 비율이 5%를 넘으면 다문화 사회로 분류하는데 2019년 기준 한국의 외국인 비율은 4.9%(250만 명가량)로서 다문화 사회에 육박한 터이다.

 

일본 내 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노동시장 접근성과 보건 시스템을 누린다. 그러나 일본은 영주 허가를 위한 기간이 계속 거주 10년이다. MOPEX(Migrant Integration Policy Index, 각국의 이민자 사회통합 정책 수준을 측정한 지수. 이민자의 노동시장 접근성·가족결합·교육·건강·정치참여·영주권·반차별·국적획득 등 8개 영역 16개 정책지표를 측정하여 발표함)에서 조사한 38개국 중 가장 길다. 가족 결합이 어렵고, 이민자 가정의 청소년은 일본 공교육 과정을 이수할 수 있으나 의무 교육 대상은 아니다. 조사에 따르면 일본 주민 대장에 등록된 학령기 외국인 아동 중 17%에 해당하는 2만 1,701명이 취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초당파 싱크탱크인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2018년 봄 27개국에서 실시한 이민에 관한 의식조사 결과에서 일본은 과반수(58%)가 현상 유지를 원하고, 23%-이민 확대를, 13%-이민 축소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7개국 평균은 36%-현상 유지, 14%-이민 확대, 45%-이민 축소인 것을 볼 때 일본인이 이민을 우호적으로 여긴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이민 인구가 타국에 비해 많지 않은 가운데 이민에 의해 큰 사회문제가 된 경우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현상 유지에 긍정적인 답변이 27개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봐야 할 터이다.

 

일본 정부는 오랫동안 영주(永住)를 전제로 한 이민자를 받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국제적으로 합의된 이민에 대한 정의는 없으나 유엔은 통상 거주지에서 벗어나 12개월 이상 거주하는 것을 이민으로 간주한다. 실상 많은 외국인 이주자가 일본에 거주하며 부족한 노동력을 대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에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결과적 이민자’로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이민에 관해 합의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장기간 생활한다는 전제로 경제·사회 구조 설계를 하지 않는 터이다. 정책이나 법으로 보호받지 못할 때가 생긴다. 가령 일본의 사회통합 정책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것이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이 없는 것이다. 법무성의 2017년 <외국인주민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입주를 거절당한 사람이 27%, 취직을 거절당한 사람이 25%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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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오사카 나오미.

일본에서 그녀를 향한 인종 차별이 한 번씩 발생한다

 

외국인에게 참정권을 허용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국가·현·시정촌(市町村, 일본의 행정구역 단위) 레벨에서 외국인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193개 유엔 회원국 중 65개국 이상이 어떠한 형태로든 외국인의 참정권을 인정하고 있다. 2016년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 Committee on the Elimination of Racial Discrimination)가 일본 정부에 수 세대에 걸쳐 거주하는 재일 코리안이 지방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변화가 없다.

 

타민족의 이민을 막는 자, 여성의 전통적 역할을 강조하는 자, 성 다양성에 배타적인 자 모두 보수층이다. 그런데 그들은 국력 신장을 위해 결혼과 출산을 강조한다. 아이러니이지 않은가? 보수주의의 한 특징은 애국주의나 국가주의다. 그런 그들이 인구수를 통한 국력 신장을 스스로 막고 있는 셈이다.

 

 

※ 참고문헌은 ‘인구로 흥한 나라, 인구로 쇠락하는 나라 (경제·행복 편)’에 넣을 예정입니다. 경제·행복 편에 인구 문제와 관련한 경제 문제 등을 다루며 <일본이 선진국이었던 이유> 인구 편을 마무리 짓고자 합니다.

이메일 : ddanzi.minw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