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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세계는 발 빠르게 이합집산의 모습을 보였다. 같은 편인 듯 행동하다가 상대의 뒤통수를 치고, 저마다 복잡한 계산을 드러내며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을 취했다.

 

이 와중에 가장 뚜렷한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 바로 '동북아'지역이다. 미국의 제1 가상 적국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을 상대하기 위한 전선.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가 형성되었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는 타이밍. 그 언제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시기에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다. 벼랑 끝에서 일본과 거리를 유지하며 줏대 있는 모습을 보였던 전 정부와 달리, 윤석열은 자발적으로 한미일 카테고리에 뛰어들었다.

 

한반도 역사상 가장 민감한 시기,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편이 되었고, 또 '누군가'의 적이 되었다.

 

미국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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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BS>

 

2022년 9월 30일.

 

5년간 중단되었던 한미일 연합 대잠 훈련이 재개되었다. 당시 미국은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포함한 항모전단을, 한국은 문무대왕함을, 일본은 아사히급 1번함(준이지스급 구축) 아사히함을 내보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북한 잠수함' 역할을 하는 가상 적함이 미국의 LA급 핵잠수함인 '아나폴리스'라는 것이다.

 

아나폴리스는 배수량이 7천 톤에 육박하는 핵잠수함이다. 북한은 배수량 3천 톤이 넘는 잠수함이 없다. SLBM을 탑재한 '8.24 영웅함'의 배수량이 잘해봐야 2천 톤 급이다. 그러니까 이 훈련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다.

 

바로 중국 견제.

 

한미일 대잠 훈련 발표 직후, 곧바로 중국의 대응이 이어졌다. 9월29일.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094급 전략핵잠수함 훈련 계획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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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094A형 전략핵잠수함

출처 - <CCTV>

 

미(美)일(日)에 스며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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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시스>

 

한미일 연합 대전훈련 3일 뒤인 10월3일. 해병대 사령부는 필리핀 루손섬에서 진행되는 <2022 카만닥(KAMANDAG: 바다 전사들의 협력) 훈련>에 한국 해병대가 참가할 것이라 발표했다. 해병대가 국외 연합훈련에 참여하는 것은 특이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여러 훈련에 파견된다. 태국이나 호주에서 열리는 '코브라 골드'나 '탈린스만 세이버' 같은 연합훈련과 림팩 등에서 종종 얼굴을 내비쳤다.

 

문제는 시기와 장소. 그리고 이 훈련에 참가하는 국가다.

 

필리핀은 남중국해를 사이에 두고 중국과 영토분쟁 중이다. 중국, 러시아, 북한이 손을 잡고 냉전의 길로 들어서는 사이, 중국 앞마당에서 훈련하는 것이다. 거기다 훈련 참가국에 '일본'이 포함되어있었다.

 

미국, 필리핀, 한국, 일본 4개국에서 총 3,300여 명이 참가한 연합훈련. 한국은 1개 중대 규모를 파견했다. 윤석열 취임 이후, 한국은 미국과 일본이 닦아놓은 틀 안으로 조금의 경계 없이 그들을 따라가고 있었다.

 

굴욕 외교의 뒷면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진하려는 미국의 시도는 꽤 오래됐다. 때는 1960년대 초. 베트남 전 참전 직전, 미국은 골머리를 앓았다.

 

미국: "아우야, 너 뭐 하니?"

 

한국: "예...? 제가 뭘 어떻게..."

 

미국: "씨바, 미국! 한국! 일본! 크로스! 이렇게 저 빨갱이 놈들 때려잡아야지!"

 

 

베트남 전에 참전하면 아무래도 힘이 분산될 것을 예상한 미국은 대안을 미리 준비해야 했다. 하지만 당시 한국과 일본은 서로 으르렁대는 상황. 한국과 일본은 각자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지만, 정작 두 나라는 아직 수교도 맺지 않은 상태였다.

 

미국: "씨바, 언제까지 꽁해있을래? 빨리 둘이 악수하고, 그래 손 흔들어. 이제 니들은 친구다?"

 

한국: "오옹..."

 

그렇게 맺어진 것이 바로 1965년 한일 협정. 위안부 합의, 강제징용 해법 이면에는 이런 외교적 압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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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 한일협정

 

다시 돌아와서. 문제는 한미일 군사 안보 동맹 이야기가 다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인 즉, 그동안 한미일 군사안보 동맹은 없었다는 뜻이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북한, 중국, 러시아 그리고 한국, 미국, 일본을 한 묶음으로 같은 편이라고,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북한의 판단

 

쟤네들은 다 같은 빨갱이 아니야? 라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중국과 러시아(소련)는 국경 분쟁을 일으킬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지금은 다시 가까워졌지만, 이 역시, 필요에 의한 만남으로 감정적 교류가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도 중국과 러시아의 콩고물을 기대하는 것이지, 깊은 유대가 형성된 관계 또는 이념적 동질감을 공유하는 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로 중국을 절대 믿지 말라는 김일성의 유훈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 국가가 냉전 종식 이후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는 건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지금은 뭉쳐야 할 때'라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들의 입장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글이 있다.

 

"국제 관계 구도가 신랭전체계로 명백히 전환되고 다극화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는데 맞게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가 국위 제고, 국권 수호, 국익 사수를 위하여,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하여 철저히 견지해야 할 대외사업원칙이 강조되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6차 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한 북한 노동신문 기사다. 북한은 이미 세계가 신냉전체제로 전환되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자신들의 '국익'을 취우선으로 하기 위해 어떻게 외교정책을 수립할 것인지 계획을 세웠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바로 김여정의 담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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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스원>

 

"우크라이나에 지상 공격용 전투 장비들을 밀어 넣음으로써 전쟁 상황을 계단식으로 확대하고 있는 미국의 처사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여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

 

지난 1월27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탱크를 지원하겠다고 하자 나온 발언이다. 여기서 김여정은 명확하게, 북한은 러시아 편에 섰음을 밝혔다.

 

"우리는 국가의 존엄과 명예 나라의 자주권과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싸움에 나선 로씨야 군대와 인민과 언제나 한 전호(참호)에 서 있을 것"

 

북한은 생각 없이, 아무런 이득이 없는 곳에 줄을 설 나라가 아니다. 외교 역량에 있어서는 지금의 윤석열 정부보다 확실히 앞서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신냉전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 편에 서는 것이 남는 장사라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 지금 상황은 북한에 꽃놀이패나 마찬가지다. 냉전 시절로 돌아간다는 것 자체가 북한에는 남는 장사이며, 벼랑끝전술도 통하지 않는 지금, 새로운 대외 변수는 북한에 또 다른 기회로 발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무렵만 해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하면, 미국은 대북 제재에 나섰고 중국도 미국의 대응에 동조하는 듯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중국은 조금 다른 행보를 보였다. 추가 대북 제재에 대해서 한 발 빼는 태도를 취하면서, 상황을 살폈다. 그리고 판단했다. 자국의 우방국, 즉 중국 라인을 형성할 때가 왔다고.

 

우리에게 남은 것

 

먼 훗날, 후대의 역사가들이 '신냉전'이라는 챕터의 시작점으로 오늘날을 꼽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은 어디로 뛰어 들어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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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피해자와의 면담에 참석한 박진 외교부 장관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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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MBC>

 

박근혜 정부에서 단독으로 처리한 위안부 합의가 한일 지소미아로 이어진 것처럼, 윤석열 정부의 강제 동원 해결안은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자주권과 돈을 내어주고 얻은 미국 국빈 방문은 무슨 의미를 가지며, 굴욕 외교를 자처해 일본에게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과연 무엇일까.  

 

5년간 쌓아온 미묘한 균형을 무너뜨리고 올인을 하려면 당연히 얻는 게 있어야 할 게다. 계속 들어가 보자.

 

<계속>